길이 걸어간다
길 앞에는 신호등이 노란색의 비보호를
깜빡이고 있다
붉은 길은 내 명치를 스치듯이 관통하고
약간 더 붉은 길은 내 가슴을 지나치고
길들은 생일처럼 어느날 주어졌다
빨간신호 횡단보도 그 위로 나의 길들이
비보호를 드리운다
길 곳곳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추억처럼
하얗게 돌출하는 과속방지턱 페인트를
횡단보도를 밟으며
나를 지나쳐간
길들의 속력은 늦춰지지 않는다
길이 걸어간다
길들이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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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쓴 시.
길과 나의 분리와 비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