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꿈

시 - 종소리

공현 2009. 7. 20. 23:02
 

 

종소리

종은 울리지 않아요
상표를 달지 않은 종
푸른 리본을 빼입은 종
둔탁한 금색 종
문에 달아둔 기다림

3월로 달려나간 당신은 돌아올 생각이 없는 듯
창 틈으로 웃음소리만 찔끔찔끔 흘려 보내고 있더군요
늑장부린 눈 속에서
눈을 쓰는 싸르락싸르락 소리만
귓등을 스쳐가더군요

문에 달아둔 종을 잠옷바람으로 무릎 꿇고서 바라보고만 있어요

사실
오래 전부터 종은 숨도 쉬지 않고
먼지가 굳어진 얼룩 곰팡이만
퇴적되고 있음을
밤이 되고야 별빛 덕에 알아버렸죠
문에 달린 침묵

이젠 멀리서 흩날려오는 소리
보이지 않는 당신의 모습
아직 거기에 있나요? 거기에 있어줄 수 있나요?

발돋움하여 문에 달아뒀던 웃음을 떼어내요
숨을 불어 먼지를 털어내요
지문이 얼룩 위에 남고
긴 잔향이 발자국 위에 맴돌아요
길게 기지개를 늘어뜨리는 종소리
종소리 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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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역시 옛날에 쓴 시... 2005년에 쓴 건데...
"아직 거기에 있나요? 거기에 있어줄 수 있나요?" 이런 구절은 너무 직설적이라서 맘에 들지 않는다.

근데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모르겠는 것도 있고
고치고 싶지 않은, 그런 아픔 같은 것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