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2009. 8. 11. 00:49



청소년 독립 불가능 사회



  먼저, 청소년들이 독립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겪게 되는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보자. 현재의 사회에서 청소년들의 독립은 아주 어려운 노릇이고, 대개는 부모-보호자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가정에서 살게 된다. 가정이 얼마나 많은 청소년인권침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 공간인지는 딱히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몇 년 전에 개정이 되긴 했는데, 사실 민법의 친법 관련 조항에는 “자식은 친권자에게 복종해야 한다.” 이런 식의 조항이 있었다. 설령 민법에서 그런 표현 자체는 수정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청소년들의 그런 현실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다.
  이렇게 부모-보호자에게 종속되어 있는 청소년들의 처지는 청소년인권 문제의 중심에 위치한다. 논리적으로는, 학교에서 교사들이 청소년들을 ‘지도’할 수 있는 것조차도 부모-보호자에게서 권한을 위임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모-보호자는 대리인으로서 청소년에 관련된 거의 모든 사항을 결정할 권한이 있다. 생활, 이후 삶의 진로 그 무엇도 부모-보호자가 ‘마음만 먹는다면’ 그 통제를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들다. 정말로 모 씨처럼 가출을 결행하지 않는 이상은. 그렇기에 청소년들은 부모-보호자의 선의에 의존해야만 하는데, 부모-보호자가 항상 믿을 만하거나 사랑스럽거나 신뢰가 가는 상대일 수는 없는 게 또 현실이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독립’은 청소년들의 이런 처지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대개의 대안이 그렇듯이 이 또한 실현되기 위해서는 많은 난관을 넘어야 한다. 우선은 역시 돈 문제. 2009 아동청소년종합실태조사 보고에 따르면 9-11세 중 5만원 이상의 용돈을 받는 건 2.6%에 그쳤다. 12-18세에 5만원 이상의 용돈을 받는 건 28.5%에 불과했다. 5만원 미만의 용돈 중에서 필수적으로 쓰게 되는 돈을 좀 쓰고 그 나머지를 아무리 저축해봤자 쓸 만한 독립 자금이 되는 건 요원해 보인다. 일을 하고 싶어도 만15세가 넘어야 노동을 할 수 있고, 임금은 쥐꼬리보다 좀 많은 정도이다. 게다가 부모-보호자에게 “17살 때부터 나가서 살고 싶으니 취직을 할 수 있게 보호자동의서를 주십시오.”라고 했더니, “오냐, 그래라.” 할 부모-보호자가 얼마나 있을까.
  사실 한국 사회에서 ‘독립’은 0대, 10대뿐 아니라 20대 초반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주거비다. 보증금 500에 월세 30만원 정도는 되어야 쓸 만한 집을 구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엄청 작은 원룸이나 고시원, 매우 건강에 안 좋은 반지하(라지만 저 가격 이하면 거의 지하다. 서울 기준으로 500에 30이 보통 반지하-지층 방) 신세를 져야 한다. 보증금이 없어서 그런 곳에 들어가더라도 1달에 꼬박꼬박 20~30만원씩이 주거비로 지출되는 건 웬만한 정규직이 아닌 한 경제적으로 꽤 부담이 된다. 수도권 지역 특히 서울의 경우 집값 문제가 더 심각하다.
  게다가 민법상으로는 만19세 미만의 ‘미성년자’들은 원칙적으로는 혼자서 집 임대차 계약 같은 것을 맺기가 어렵다. 계약 자체가 효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보호자가 와서 쏼라쏼라 하면 무효화될 수 있기 때문에 대개는 12살이나 16살 쯤 되어보이는 청소년이 와서 집 계약을 맺으려고 하면 보호자에게 연락부터 하려고 할 것이다. 뭐 간혹 그냥 둘러대면 뚫리는 데가 없는 건 아니지만. 결국 만19세 미만의 청소년들이, 뭐 부모-보호자가 갑부여서 초기자금을 왕창 받지 않는 게 아니라면, 독립할 수 있는 그나마 가능성 있는 경로는 ‘그룹홈’(공동생활주거) 뿐인데, 수가 매우 적고 자격도 제한적이며 정부 지원도 열악하다.
  청소년들의 독립에 대한 사회의 긍정적이지 않은 시선, 독립적 생활을 경험해보지 못한 상당수 청소년들의 상황(소위 ‘소녀-소년가장’이거나 빈곤층이거나 해서 혼자서 생활을 꾸려가본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의 수는 많지 않다.), 고립적으로 생활해야 하는 도시적 삶의 문제 등등 그밖에도 고려해야 할 문제는 널려 있다. 이는 뭐 음모론적으로 말하면 청소년들의 독립을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가정에 종속되게 하기 위한 것이고, 더 분석적으로 이야기하면 청소년들의 독립 같은 건 아예 상상하거나 염두에 두지도 않고 구성되어 있는 사회이기 때문일 것이다.








-------------------

아수나로 청소년독립팀에서 짧게 쓴 글.





Posted by 공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기본소득네트워크에도 올려주시면 감읍할듯 'ㅅ'

    2009.08.11 12:14 [ ADDR : EDIT/ DEL : REPLY ]
    • 올렸습니다-만, 도움이 될지 @_@;;

      2009.08.11 12:57 신고 [ ADDR : EDIT/ DEL ]
    • 실은 얼마전 대학생사람연대 실천단 신문에 게재한 기사 중에 이런 내용이 있어서 말입니다.

      <해방적 기본소득>

      돈이 없어서 굶어죽고, 학교급식비 못내서 눈칫밥 먹어야 하고, 직장에서 잘리지 않기 위해 어제의 동료에게 몽둥이를 들이밀고, 우리 아이 학원 보내기 위해 남의 부모를 직장에서 쫓아내야 하는 이 시대에, 기본소득은 최소한 빈곤으로부터의 해방과 양심의 해방을 약속한다.
      기본소득은 강제된 관계로부터의 해방 역시 약속한다. 노동을 할 수 없거나 하지 않는 비자발적 피부양자가 스스로 관계를 선택할 수 있는 독립성을 약속한다. 배우자의 선택, 부모자식 관계의 선택에 있어 금전적 장애만큼은 확실히 사라질 수 있다.
      근본적이진 않아도, 기본소득이 가져오는 작고 많은 해방들은 근본적 해방으로 나아갈 거대한 추진력이 될 것이다. 공권력의 폭력에 분노하면서도 내일 출근시간 때문에 참아야 할 필요도 없고, 부당한 노동과 비양심적 노동의 강요에 조금 더 용기 있게 맞설 수 있을 것이다. 투표일 종일근무를 강요하는 반민주적 상사에게 타이거 어퍼컷을 날릴 수 있게 될 것이다.

      2009.08.11 18:43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