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꿈

시 - 라일락보다 쓴

공현 2009. 8. 16. 15:47



라일락보다 쓴

두 번째로 마셔본 소주 몇 잔은
처음으로 씹어본 라일락보다
썼다 까맣게

방울지는 독백을 삼켜가며
돌아오는 오르막길 위로는
하얀 별이 둘 있는데
멀다

별과 별 그 사이는 멀고
그 까만 거리가 소주처럼
씁쓸해서 눈물나게 씁쓸해서
자꾸만 방울지는 가락에
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몇 해 전이었나
인생을 알겠다며 라일락 잎을 씹던 게
이젠 왜 라일락보다 쓴 소주를 마시는지도
알게 됐지만

나는 아직











2006년 5월에 초안. 처음엔 '라일락보다 쓴 거리감'이었는데
그 뒤에 제목에서 '거리감'을 뺐다.

마지막 행의 "나는 아직" 다음에 "사랑을 한다"가 있었는데 초안을 쓸 때부터 고민하다가 뺐다. 뭔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닌 것도 같아서. 더 적당한 게 없는 이상은, "나는 아직"에서 끝나는 시로 남겨둘 것이다.

나는 아직,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