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꿈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구요? 전혀 모르겠는뎁쇼

공현 2009. 10. 6. 00:54



이명박의 지지율이 오르는 것을 놓고서도 그렇고, 여하간 최근에 많이 들려오는 이야기가 "경제 회복"입니다.
작년 전세계를 덮친 금융 시장 붕괴와 불황을 벗어나고 있다는 이야기지요... 그래서 "출구 전략"이 어쩌구저쩌구 하고 있구요

그런데 참 이상하죠?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는 하는데...
그 경제는 신문지면상에서만, 그리고 TV에서만 좋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경제가 뭐가 좋아졌단 건지 모르겠어요.


경제는 쉽게 말해서 사람이 먹고 사는 문제입니다.
돈을 벌고 돈을 써서 물건을 구입하고...
그러니까 경제가 좋아졌다는 건 사람들이 먹고 살기가 좀 더 좋아졌다는 말이어야 할 겁니다.
근데 먹고 살기가 더 좋아졌는지 어떤지 영 감이 안 옵니다.


하기사, 사실 따져보면, 저는 경제활동 인구로 제대로 잡히지도 않을 20대일 뿐입니다.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경제 상황 변화에 둔감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몇 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긴 합니다.

(1) 우선 고환율 등등 때문이라면서 올랐던 물가는 여전히 높습니다. 먹을 걸 사러 쇼핑이라도 하면 지금도 ㅎㄷㄷ...

(2) 제 주변 사람들을 보면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시민단체에 상근자로 들어간 몇몇 사람들 외에는 구했다는 일자리가 몇 개월짜리 비정규직이나 임시직, 인턴들 뿐입니다. 저랑 같이 사는 청소년도 롯데리아 등에서 일자리를 구하려고 했지만 집 주변 동네에서 적당한 일자리를 찾지 못했습니다.

(3) (부끄럽지만) 제가 생활비의 대부분을 받아서 쓰는 저희 부모님(전문직 자영업?)의 경제 사정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좀 못 사는 동네에서 한의원을 하시긴 하지만 '개인회생' 상태이신데, 요즘 특히 더 환자도 적고 돈도 벌기 힘들다고 하십니다.

(4) 대학을 다니면서 진 학자금 대출 빚 때문에 저는 매달 12만원씩을 꼬박꼬박 상환하고 있고, 그걸 다 상환하더라도 8년인가 7년 뒤로 상환을 미뤄둔 학자금 대출이 하나 더 있습니다. 매달 30만원이 넘는 월세도 부담스러운데 말이죠.


도대체 경제가 뭐가 좋아졌단 건질 모르겠습니다...
(이래저래 들어와야 할 돈이 꼬였던 탓도 있지만,) 얼마 전에는 가스비를 못내서 가스가 끊기기도 했고, 전기세를 못 내고 있다가 빌려서 끊기기 직전에 겨우 내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한 동안 통장 잔고가 단돈 100원인 상태로 며칠을 어찌어찌 살아내야 했습니다.
며칠간 돈이 없어서 밥을 제대로 못 먹고 얻어먹고 다니고, 교통비가 없어서 쩔쩔매고 하는 게, 우울하고 사람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더군요.

경제지표가 어쩌구저쩌구 수출이 어쩌구 하는데, 도대체 실제로 살아가는 입장에서는 전혀 감이 안 온단 말이죠.
그런 지표들을 놓고서 "경제가 좋아졌다."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요? 정말 살아가기가 좀 더 좋아져야 경제가 좋아지는 것 아닌가요...

빚 권하는 MB 서민 정책  - 프레시안
72.6% "MB의 친서민 실감을 못하겠다"  - 뷰스앤뉴스


실제로 링크한 프레시안 글을 봐도 가계소득은 줄고 가계부채는 늘었다고 합니다. 물가도 떨어지지 않고 있구요.
사람들이 바라는 서민을 위한 정책은 물가안정, 일자리 등등이랍니다.

-- 경제가 정말 좋아진 걸까요? 그냥 신문이나 TV에서 하는 말들을 보고 "아 좋아졌나보다"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율과 경쟁을 최우선 가치로 하며,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모토로 하는 MB노믹스에 '친서민 정책'이 급하게 덧씌워지다보니 곳곳에서 충돌이 불가피하다."   - 위에 링크건 프레시안 기사 中

살펴보면 살펴볼수록... 실체가 보이지 않는 정부의 '친서민' 정책. '미친서민 정책', 무늬만 서민 정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듭니다.
선심성 정책, 이벤트성 행보가 아니라
정말로 사람들의 삶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나아지게 만들 정책을 바랍니다.

그냥 등록금 얘기만 하더라도-
등록금 상한제나 등록금 인하를 위한 방안도 없이 하는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은 그냥 빚더미 위에서 나중에 한꺼번에 돈 벌 때 빚갚으라는 거는 똑같잖아요... 나중에 돈을 갚을 수 있을 만큼 돈 버는 일자리에 취업이 될지 안 될지도 잘 모르는데 -_-;;



(월세랑 등록금 걱정이라도 좀 덜하고 살고 싶습니다, 킁.)

추신 -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는 경제가 나아진 게 체감되는 분들이 얼마나 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