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시험을 위한 공부'를 만드는, 일제고사를 넘어 "숨쉬고 싶다"

공현 2009. 10. 6. 19:40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내용의 전단지를 학생들 등하교길에 나눠주러 다니고 있자니, 또 '일제고사 철'이라는 게 실감이 난다.

"막장교육 미친 교육을 땡땡이쳐봐요 ㅋ" 라고 적힌 전단지를 나눠주다보면 학생 분들이 "우와, 정말 땡땡이 쳐도 되는 거야?"라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놀란 듯한 표정을 짓는 경우가 가장 많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많은 것은 "시험 반대한다고? 진짜 시험 좀 안 보면 좋겠다..." 뭐 그런 반응들.

중고생들에게 하반기는 정말 "시험지옥"스럽다. 중간기말고사 외에도 10월, 12월 일제고사가 두 번이나 있다. 고등학생들에게는 수능(전국 최대의 일제고사...)도 있다.

하기사 이명박 정부의 '학교자율화'(라고 쓰고 '교장맘대로', '학생노예화', '학생타율화' 등으로 읽습니다.) 정책 이후로 지방에 있는 고등학교들은 사설 모의고사를 거의 한 달에 한 번 꼴로 본다고 한다. 중학교에서도 사설 모의고사가 늘고 있다. 심지어 초등학교에서는 일제고사에 대비한 모의시험을 치기도 한다는데...
그렇게 시험에 쩔어살다보면 학생들 입장에서는 일제고사 하나쯤 더 보는 게 뭐 큰 대수겠느냐 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
그래도 일제고사의 무서움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제고사 때문에 초등학생, 중학생들까지 보충수업이다 뭐다 압뷁!이 늘고 있는 건 사실이니까-

학교들을 전국적으로 서열화시키는 기준이 되어버린 일제고사 성적...
더군다나 내년부터는 이제 본격적으로 학교별 일제고사 성적이 공개될 예정이다.

학원에도 일제고사 대비반이 생기고, 일제고사 성적을 올리려고 온갖 강제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고,,, 일제고사 성적에서 미달이 나온 학생들은 그 학생들 본인의 의사와 상관 없이 강제로 보충수업을 받아야만 한다.
현재 교육의 목적이 시험 성적을 올리기 위한 것이라는 걸 스스로 폭로하고 있는 게 일제고사다.
이런 교육, 이런 시험지옥은 그 자체로 학생 인권 침해다.

왜 한국 교육은 지금 더 행복하고 재밌게 살고 나중에더 행복하고 재밌게 사는 게 아니라
지금의 불행을 쌓고, 지금 많은 걸 참아가며 성적을 올리면 미래에는 행복해질 거라는 얼토당토 않은 계산법을 가르치는 걸까.
그게 결국 미래에도 불행해지는 지름길인데.


겉으로는 '자율'을 외치면서 학생들의 자유, 교사들의 자유를 짓밟고 일제고사를 거부하거나 일제고사 시험에 대한 선택권을 존중한 교사들을 모두 내쫓아버리는 게 이명박 정부의 교육이다.
학생들이 시험을 제대로 안 보고 찍거나 하면 혼내고 때리고 내신에 반영한다고 협박해가면서 시험을 보게 만드는 게 이명박 정부의 교육이다. 내신에 반영이 안 되니까 부담이 안 될 거라고 뻥치면서, 어떻게든 시험을 빡세게 보게 만드려고 궁리하는 게 교육청들이다...



학교에선 시험을 위한 교육을 하고 있다고 절규한 어느 고등학생 분의 외침이 유난히 생각난다.

"바보 같은 나는 공부하는 목적이 오직 시험보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전까진 공부한 것을 확인해보기 위한 수단으로 시험이란 게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다. '공부를 위한 시험'이 아닌 '시험을 위한 공부'를 우리가 하고 있잖아.  ... 학교에선 시험을 빼면 아무런 의미 없는 교육을 하고 있다." 
- 2007년에 자살한 고등학생의 일기 중에서



"일제고사를 넘어 숨쉬고 싶다."
일제고사 반대 서울모임의 일제고사 반대 행동계획
- 체험학습, 강좌, 시민한마당(문화제) 등등이 준비되어 있다.




정말로 여럿이 함께 꿈을 꾸면 현실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왠지 힘이 빠지는 요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