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학생들이 교원평가제가 띠꺼워야 하는 이유-랄까...;

공현 2009. 12. 19. 21:03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서울지부 교육정책팀에서 만들고 있는 소책자에 들어갈 글 내용.








  교원평가제라는 건 풀어서 설명하면  ‘교사들을 평가하는 제도’라는 뜻입니다.
  교원평가제라고 하면 학생들은 학생들이 교사들을 평가할 수 있다고 하니까, 교사들을 견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 같습니다. 학생들 막 대하고 수업 대충 하고 이런 교사들을 학생들이 직접 낮은 점수 줘서 쫓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렇지만 지금 정부,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교원평가제를 보면, 1년에 한 번씩 교사에 대해서 정해진 항목에 점수를 매기는 일밖에는 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는 학생과 학부모(친권자, 보호자 등)는 참고자료 삼아 ‘만족도조사’만 하고, 교장, 교감, 다른 교사들만 교사들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거 참. 학생들을 학교의 주인, 교육의 주체로 만드는 제도라기보다는 그냥 만족도 점수만 몇 점 매길 수 있는 존재로 만드는 제도인 셈입니다.

  교원평가제는 달콤한 독약일 수도...
  정부에서는 교원평가제를 도입하는 목적이 공교육의 질 향상이라고 합니다. 특히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공교육의 질을 향상시킨대요.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는 이유는 뭐죠? 보통은 입시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사교육을 대신하려면, 학교에서 입시 성적을 잘 올리는 수업을 하게 되는 거가 ‘공교육의 질 향상’이겠군요! 이런, 그러면 학생들에게 보충수업 빡세게 시키고, 학생들을 때려서라도 성적을 올리는 교사들이 공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거겠네요?
  물론 교원평가제를 하면, 그냥 수업 들어와서 자습서 펴고 줄줄 읽는 몇몇 교사들은 없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손해가 더 클 수도 있습니다. 특히 입시경쟁은 더 빡세지는 상황에서 이런 식의 교장, 교감의 평가 권한이 강하고 학생들은 들러리 취급하는 교원평가제로는요. 자율학습 많이 시키는 교사, 일제고사 성적 많이 올리는 교사, 좋은 대학 많이 보내는 교사, 교장 말 잘 듣고 학생들 용의복장단속 잘 하는 교사가 좋은 점수를 받기 쉬울 거라는 겁니다.
  사실 학교교육 자체가 입시경쟁과 차별에 찌들어 있고 교육예산은 부족하고 교사들은 교육부, 교육청이 시키는 대로 안 하면 짤리는 상황에서 교사들만 평가하면 교육이 나아진다는 건 좀 말이 안 되는 거 같습니다. 교육부장관, 교육감들은 학생들이 평가 안 하나요? 참 이런 식의 교원평가제라면 학생들은 성적과 상벌점(그린마일리지;)으로 줄 세워지고 경쟁하고, 교사들은 교원평가점수로 경쟁하고, 학교들은 일제고사 성적과 대입 실적으로 경쟁하는 무한경쟁 점수 매기기 교육이 완성될 뿐일 것 같습니다.
 
  학생들에게 참여권을~ 학교를 민주화하면 되는데?
  사실 교원평가제를 학생들이 환영할 이유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건 수업에, 학교운영에, 교육에,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 아닌가요? 그렇다면 경쟁시키는 교원평가제 말고 아예 좀 더 확실하게 합시다. 학생들이 ‘만족도 조사’란 이름으로 1년마다 교사들을 점수 매기는 요상한 방식이 아니라, 학생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침해하는 교사들은 학생들이 직접 징계할 수 있게 하면 됩니다. 교육정책 결정, 교육감 선거, 학교 운영에 학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하면 됩니다. 교장 독재 학교가 아니라 민주적인 학교를 만들면 됩니다. 학생들에게 참여할 권리, 정당한 권력을 주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될 일을, 왜 이런 요상한 교원평가제를 하려고 할까요? 더군다나 학생회는 아무 권한도 없고, 학생들이 교육정책에 대해 학칙에 대해 목소리를 내려고 하면 다 때려잡으면서 말이죠. 정부에서 삽질한다고 교육예산도 깎았던데 정말 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의지가 있는 걸까요?? 설마... 교사들을 더 잘 통제하고 말 잘 듣게 해서, 학생들을 더 빡세게 공부시키고 잡으려는 음모인 건 아니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