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외고-인재양성? 단상

공현 2009. 12. 27. 15:24



- 외고 폐지에 반대한다고 하는 글들 상당수가 내세우는 논리가 국제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명석한 인재-영재들을 양성하는 기관은 꼭 필요하다 뭐 그런 이야기입니다. 상위 2%가 98%를 먹여살리는 사회 어쩌구 하는 좀 요상한 엘리트주의적 멘트도 간혹 보면 포함되어 있지요.


- 그런데 국제사회에서 활동할, 외국어에 능통하면서도 지적 능력이 있는 인재를 양성하고 싶다면 그것이 굳이 외국어고등학교의 형태를 취해야 하는 이유는 도통 모르겠습니다. 다양한 외국어에 능한 사람을 만들고 싶은 거라면 그냥 모든 학교들에 여러 외국어 교사들을 두고, 외국어를 많이 공부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여러 외국어를 선택하여 수업을 듣고 능력을 기를 수 있게 하면 될 일 아닌가요? 그걸 못하는 건 교육 예산의 문제? -_- 그렇게 하면 수많은 어문계열 실업자들의 일자리를 보장할 수 있을 텐데 말이지요.


- 외고는 외국어 교육을 위한 기관이라기보다는 그냥 입시성적 잘내는 학생들 모아놓고 외국어'도' 가르치는 기관에 가깝습니다. 외고 자체가 학벌화, 명문고화되어 있는 것이 외고를 이야기할 때 간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제가 중학교 때, 외고 진학할 때 수학 내신 성적이 필요했던 이유를 알 수 없어서 갸웃거렸지요ㅋ)

외고에서 대학을 SKY 많이 보내는 건 당연한 겁니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뽑아놓은 '선발효과'가 있으니까요. -_- 그건 뭐 그리 부정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성적순으로 대학서열화가 되어 있는 입시경쟁 교육 안에서는, 자연스런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외고가 학벌화, 명문고화 되어 있는 것이, 초등학생, 중학생들이 고입 경쟁에 시달리고 사교육에 쩔고 인권침해를 당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인 것도 맞습니다. 외고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열화된 대학교와 고등학교, 성적으로 줄세우고 경쟁시키는 교육 전체의 문제이지만, 외고도 그런 시스템에서 한 축이니까요.


- 외고를 폐지하고 그냥 다수의 고등학교들에 흥미와 적성을 가진 학생들이 자기가 선호하는 외국어를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을 보급하면 됩니다. 더 나아가서 외국어 뿐 아니라 수업 선택도 좀 더 자유롭게 다양한 지식들을 배우고 다양한 능력들을 쌓을 수 있게 보장하면 좋겠네요. "외국어 잘하는 인재가 필요함!"이라고 설레발 치는 사람들은 왜 외국어 잘하는 인재를 외고에서만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 외고를 자사고로 바꾸자는 주장은, 결국 외국어교육이라는 기능은 그냥 포기하고, 명문고로서의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여, 이명박 정부의 고교서열화 300 프로젝트 안으로 편입시키겠다는 의도로밖에 안 읽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