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2010. 2. 28. 00:04



쉽게 포지션을 정리하면, 저는 낙태금지에 반대하는 쪽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낙태를 찬성하는 것은 또 아닙니다만.

"낙태금지를 반대한다"라고 말하는 게 왜 이렇게 쉽게 "그럼 넌 낙태 찬성. 넌 생명 경시 ㅇㅇ"가 되는지는 참 알 수가 없는 미스테리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학교폭력은 가해자들을 징역 살게 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해결될 순 없다"라고 말하는 게 "학교폭력을 지지한다, 찬성한다"인가요??

"게임중독을 막겠다며 청소년들에게만 밤10시 이후 게임을 금지하겠다는 것을 반대한다. 다른 방법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라고 말하는 게

"난 게임중독을 찬성한다"가 되나요?;


사실 낙태금지에 반대하는 여성단체, 여성주의자들, 여성들 등등도 낙태를 하는 건 좋은 거야 라거나 낙태를 막 해도 되지, 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들이 낙태 금지에 반대하는 이유 중 중요한 것 하나가 여성의 몸의 문제인데, 여성 몸에 좋을 것 별로 없는 낙태를 좋아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낙태금지에 반대한다"가 곧 "낙태를 찬성한다"는 아니죠.


그런 의미에서, 간혹 몇몇 좌파 운동단위에서 보이는 낙태에 대한 강한 옹호와 낙태는 당연한 여성의 권리이고 해방이라는 식의 언설은, 뭐 낙태를 윤리적으로 비난하고 금지해야 한다는 공세에 대응하려는 그 맥락을 이해하고 대충 동의하기는 하지만 선뜻 고개가 끄덕여지지는 않는 면도 있습니다.



낙태-임신중절이 금지되는 게 왜 문제인지는 충분히 많이 다른 글들에 나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뭐 낙태 금지는 낙태를 음성화시키고 고액화시키고 안전하지 않은 낙태를 늘릴 뿐이라거나, 사회적 문제인 출산과 낙태를 여성 개인의 윤리적 문제로 만들어버린다거나 등등...

참고 : (경향신문 기사) (일다 기사) (여성단체 성명) (이채공간 블로그 글)



낙태-임신중절은 누구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싫어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것이 선택지 중 하나로 떠오르게 되는 사회적 조건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지요. 그런데 그것을 임신한 여성에게 책임을 묻고 부담을 지우는 식으로만 해결하려는 참으로 '손쉬운' 방식이 낙태금지입니다.

이 문제를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결정권 이런 식의 권리의 충돌로 놓는 건 부당하고 너무 단편적인 생각입니다. 이 두 권리가 충돌하게 되는 원인은 일정한 사회적 조건 때문으로, 이 사회적 조건이 개선되면 두 권리를 모두 보장하는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낙태를 금지하고 싶다면 최소한 사회적 양육 시스템을 엄청 잘 갖춰놓고, 여성이 임신-출산으로 인해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별로 없게 만들어 놓고 나서 낙태금지 어쩌구 이야기를 꺼내는 게 양심적인 자세 아닐까요?


성교를 할 때 아무리 피임에 신경을 쓰더라도, 불임수술을 받지 않는 이상은 - 임신이 되었을까 불안을 느끼게 되는 게 보통입니다. 100% 안전하면서 건강에도 문제가 없는 피임법 같은 게 없기 때문입니다. 성관계를 가져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그런 경험이 있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프로라이피인지 뭐시깽이인지를 도저히 고운 눈으로 볼 수가 없는 -┌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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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낙태가 바람직한 행동이라 보지는 않지만, 글에서 제시된 현실들을 무시하고 낙태를 금지하자는 태도는 절대 아니죠. …헌데 이번 고소 사건에 대해서 대부분의 매체에서 '낙태 금지'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여서, 휴우.

    2010.02.28 09:17 [ ADDR : EDIT/ DEL : REPLY ]
  2. 공헌님 말씀처럼 이분법적인 사고는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애매한 태도 또한 문제가 있기때문에 어떻게 해야 최선의 선택이 가능한지를 항상 고민해요. 낙태 자체를 금지하는 규제보다 하지 않도록 공헌님 말씀처럼 양육정책이 잘되도록 정부가 유도 정책을 해야 되지 않을까요. 한편으로 신생아 출생률 저조로 정부가 고민되겠지만 그렇다고 여성의 권리자체를 억압하는건 좋지 않다고 생각되네요. 좋은 양육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방법을 강구해 내라고 하면 저 또한 해매겠죠..하하

    2010.04.11 13:1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박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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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3.26 16:52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