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대만 두발자유화 사례와의 비교 + 운동 이야긔

공현 2010. 4. 12. 13:04

일단 대만과 한국의 차이


대만 두발자유화 사례가 뭔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먼저 첨부해둡니다.

2005년 내용입니다.



4월 23일 中華民國學生反髮禁自治協會 ; 중화민국학생반발금자치협회 설립
(반 발금 = 두발규제(발금) 반대)
(협회장 北市成功高中升高三的李建緯和創會會長 ; 이건위, 타이페이 성공중고교 고3학년)
反髮禁自治協會 , 인터넷 사이트 오픈, 회원수 9만6천명 확보

6월 19일 타이페이FM101.7, 中華民國學生反髮禁自治協會 회견
7월 19일 "我的頭發自己管" (아적두발자기관 = 내 머리는 내가 결정한다) 구호
             홍보동영상 제작, 인터넷 배포 [동영상보기]

7월 19일 오후 1시, 타이페이 교육부 청사 앞 첫 시위
7월 24일 오전 10시 30분, 타이페이 교육부 청사 앞 시위 전격 결행
                                    대만 남부도시 카오슝 시민광장에서도 중고교생 시위 전격 결행

7월 25일 대만 교육부 두발규제 전면폐지 결정

(nocut.idoo.net에서 나온 대만 사례 정리 내용)



대만 정부는 새학기가 시작되는 오는 9월부터 초중고생의 두발 자유화를 선언하며 신발, 양말, 복장 등에 대한 규제의 철폐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정부의 결정이 있기까지 대만 청소년들은 4월 23일 인터넷 사이트를 열고 11만명의 청소년들의 회원을 모았다. 이들은 24일 교육부 청사 앞에서 시위를 열었으며 결국 교육부장관의 면담을 얻어냈다.

면담이 있은 직후 다음날인 25일, 교육부는 공식적으로 두발규제의 종결을 선언했다. 이후 새학기가 시작되는 대만의 학교는 각 학교에서 학생들이 활발하게 두발규정에 대한 토론을 열며 교사들과의 적절한 규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대만의 중화민국학생반발금자치협회 소속의 청소년 신리 양과 인터뷰를 갖았으며 다음은 그와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Q :한국의 인터넷뉴스 바이러스라고 합니다. 우리는 대만의 두발 자유화 소식을 듣고 이렇게 전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당신의 소개를 부탁합니다.

A : 저의 소개요? 저는 두발 제한 반대 협회기구의 일원이구요, 이름은 신리라고 합니다.

Q : 감사합니다. 당신들이 두발 자유화를 이뤄내기까지의 과정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A : 4월 23일 협회를 설립하고 인터넷사이트를 열었습니다. 회원들이 연계한 명단을 가지고 같이 교육부장관에게 갔습니다.우리는 교육부가 두발 금지를 멈출 것을 바랬습니다. 대략은 이렇고요, 우리는 인터넷을 매체로 이용하여 두발금지라는 주제를논의했습니다. 현재는 비록 교육부가 두발금지의 종결을 선언했지만 아직도 많은 학교에서는 두발 규정이 있는 상태입니다. 지금우리는 학교에 가서 소통하고 학교의 어른들과 공개적이고 평등한 대화 기회를 바라고 있습니다. 어른들은 학생들의 생각을 듣기를원하고, 학생 또한 어른들이 왜 이렇게 두발 자유화를 지지하지 않는지를 알고 싶어 합니다.

(1318virus 2005년 10월 1일자
<두발자유화 이뤄낸 대만 청소년 전화 인터뷰>에서 인용)



대만의 경우, 2000년대 들어서 권위주의 정권이 민주화되는 정권교체가 이루어졌고 그 이후에 2005년 학생들의 요구를 교육부가 전격 수용하면서 두발규제폐지 지침이 내려지게 됩니다.
정부 차원에서는 권위주의 정부가 민주화되면서 사회가 더 자유화되고 민주화되는 분위기를 가속화시키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해석해 볼 수 있겠지요?

(반면 한국의 경우에는 '문민정부'라고 하는 김영삼 정부 때 두발규제와 교복을 폐지하기는커녕 전두환 정부 때 자율화 되고 전두환 정부 말 ~ 노태우 정부 때 부활하고 있던 두발규제 등을 꽤 적극적으로 재도입시킵니다. -_-;;)



대만 정부의 2005년 조치가 한국 정부의 태도와는 매우 다르다는 것은, 몇 가지만 비교해봐도 알 수 있습니다.


     1- 대만의 경우 9만명 회원들이 인터넷 토론방에 가입했다며 엄청 대단한 것인 것처럼 말하지만, 한국의 경우에도 16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인터넷서명을 벌여서 크게 이슈화되었던 2000년 노컷운동이 있었다. 그러나 이때도 교육부는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학생, 학부모, 교사 협의로 두발규제 결정"이라는 지침만을 발표했을 뿐이다.

      2- 대만의 경우도 사실 뭐 그렇게까지 몇 만명짜리 대규모 시위를 벌였던 건 아니다. 수백, 수천 규모의 2회 연속 시위 등은 한국에도 2005년에 있었고, 2006, 2007년에 꾸준히 두발자유 등 학생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집회가 교육부 앞, 광화문 등지에서 계속 있었다. 이 중 2005년 집회는 내신등급제 등과 맞물리면서 엄청나게 크게 이슈화됐었고 교육부에서도 비상을 걸었을 정도였다. 이런 와중에도 교육부가 학생인권 문제를 가지고 진지하게 면담에 임한 적은 청소년단체가 집회 직후 면담요청을 한 2006년 1번뿐이었는데, 이때도 "학교에서 알아서 정할 일"이라는 식의 2000년 입장을 되풀이했을 뿐이었다.

       3- 국회의원을 통해 2006년 2007년에 아수나로 등의 단체들이 국정감사에 개입하며 학교들 사례를 모아서 교육부를 열심히 깠던 적이 있는데, 그러한 지적에도 교육부는 요지부동. 심지어 국회에서도 학생인권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으나 많은 부분 삭제되고 '학생인권 보장 의무' 조항 하나만 신설되었을 뿐이다.

      4- 지금까지 두발자유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동영상들은 많이 만들어졌고 또 개중에는 그 당시 며칠 간 널리 배포되고 이슈가 된 동영상도 있었다. 진성고 동영상 같은 경우도 있고....
          예를 들어 죽음의트라이앵글 같은 동영상은 입시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영상으로 매우 크게 이슈화되고 떴던 UCC다. 하지만 정부에서든 사회적으로든 이에 대해 성의있게 대책을 내놓은 바 없었다.



   정부가 정말로 사람들(학생들을 포함해서)의 말에 귀기울일 자세가 되어 있었다면 2008년 촛불집회 때 대한민국 사회구조가 확 바뀌었겠죠?;;

온라인 서명운동, 거리 집회, 동영상 등 사실 대만에 비해 겉에 드러난 활동 내용으로는 그렇게까지 꿀릴 만한 역사는 아닙니다. 한국의 두발자유 운동도.
그런데 대만은 되고 한국은 안 되는 걸까요? 여러 가지 정치적, 사회적, 운동적 상황들이 얽혀 있는 문제겠지요.
어쨌건 대만 정부의 경우 2005년에 두발자유화를 할 만한 정치.사회적 배경이 있었던 것이고 한국의 경우는 정부가 전혀 그럴 의지나 귀를 기울일 자세가 안 되어 있다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할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내가 요즘 대만 사례를 보고 있는데.
졸라 정부가 착하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아.
그런데 한국은 전혀 안 착하잖아?
우린 안 될 거야 아마."
라는 식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



(대만의 경우에도 1318바이러스 인터뷰를 보면 알겠으나, 두발규제폐지 조치 이후에도 학교 현장에서는 계속 두발규제냐 자유화냐 가지고 싸움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교 현장이 얼마나 탄탄하게 조직화되어 있냐 또한 실질적 두발자유화에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건 아수나로에서는 2005-6년 운동 때 토론하면서 중요하게 지적했던 부분 중 하나이긴 했는데;;)




운동 이야긔

대만의 청소년운동 조건이야 제가 잘 알 길이 없으니 그것과 비교하기는 무리겠구요;;

일단 분명히 말하면, 온라인 공간에서 청소년인권, 두발자유 등이 먹히는 의제로 확 불이 붙어서 학생들이 대거 싸이트에 가입하고 하던 시대는 한국에서는 1990년대말, 2000년대 초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지금도 두발자유 등은 대부분 중고생들이 열망하는 인권 사안이긴 합니다만... 어쨌건 그때 당시 같은 폭발력은 없는 건 사실입니다.
노무현-이명박 정부 등을 거치며 더욱더 강해지는 입시경쟁과 인권침해 속에서 '해도 안 될 거야' 라는 식의 무력감과 패배감 등의 분위기가 더 많이 퍼져있는 시점이라고 봐야 하겠지요. @_@

(* 대만의 9만명, 11만명 가입과 저런 운동 등이 대만에서의 일정한 학생회 조직 등이 작동한 결과인지, 순수하게 이슈의 폭발력에 기댄 운동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아수나로에서 활동회원으로 적극 활동을 하고 있는 70명은 그런 조건 속에서도 정말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운동을 만들어가려고 하는 중요한 소수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가 2005년 당시의 대만 정부보다 좀 더 못됐다고 한들 어쩌겠습니까? 그 조건에 맞추어서 말을 들어처먹을 수밖에 없도록 운동을 만들고, 교육감 선거 때도 두발자유 등 내용을 담은 학생인권조례를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후보들한테 받아내고 이런 식으로 계속 해나가야겠지요 ^^;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조직하며 실질적인 두발자유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나가는 것도 중요하구요.


동영상이나 만화 등으로 홍보를 하고, 집회를 하고 하는 것은 중요한 활동 방법이고 앞으로 꾸준히 해나가야 할 방법들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청소년들의 저항과 행동을 통해 인권을 쟁취하고 사회를 바꾸어나가겠다는 모든 분들을 환영합니다 @_@

그리고 만약에 그런 홍보나 집회가 여러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조건들과 맞물려 '대박'이 나서 두발자유화를 비롯하여 여러 청소년인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얻는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요.

다만 드리고 싶은 말은, 짧은 시간 안에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실망하거나 하지 마시고, 지속적으로 두발자유화를 비롯하여 학생인권 보장을 위해 행동하고 싸워나가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추진이나, 그밖에도 여러 지역에서 교육감 후보들이 학생인권조례 등을 얘기하는 것을 볼 때, <'교육행정당국(교육부나 교육청)' 차원에서의 두발자유화 지침>을 끌어내는 일이 그렇게 멀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 우리가 열심히 활동한다면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