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논평]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만’ 비친고죄? 국회의원들과 여성가족부의 꼼수를 비판한다!

공현 2010. 4. 12. 16:26

[널 붙잡을 논평 1]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만’ 비친고죄?

국회의원들과 여성가족부의 꼼수를 비판한다!

 

 

지난 3월 31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일부 개정법률안>과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여성가족부는 시급히 발표한 보도 자료에서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 범죄 사전예방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대폭 강화되고, 보다 내실 있는 성폭력 피해자 지원이 가능하게 되었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글쎄. 내놓은 대책을 봐도, 그 아래 깔려있는 철학을 살펴도 실질적인 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지원은 요원해 보인다.

개정된 법률안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실상 친고죄 적용을 폐지하고, 피해 아동청소년이 성년에 이르기까지 공소시효가 정지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의 감경규정도 배제된다.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폐지는 여성단체들이 누누이 외쳐왔던 이야기다. 피해 여성들에게 필요한 건 '말하지 않을 자유'가 아니라 '말할 수 없게끔 만드는 조건'의 변화다. 성폭력이 남성의 참을 수 없는 성욕의 결과라는 얼토당토않은 편견, 결국 성범죄의 원인 제공은 피해 여성이 한 것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은 성폭력을 경험한 여성들이 자신의 피해 경험을 숨기고, 신고조차 포기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왜곡된 인식을 고스란히 반영한 형법의 친고죄 조항은 뜯어고쳐야 마땅하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에만 예외적이고 특별한 '혜택'을 줄 필요는 없다는 거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성인 피해여성의 입지를 좁히고 고립시키는 효과를 낳기도 한다. '무력한' 아동청소년은 특별히 보호받아야하지만, '부도덕한' 성인 여성은 스스로 비난을 감수해야한다는 것인가? 아직도 갈 길이 멀고도 멀었다.


아동청소년의 성에 대한 이러한 특별한 '보호'는 아동청소년은 사리판단 능력이 부족하고 신체적으로도 더 취약하다는 전제 속에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보호주의의 결과 아동청소년이 일방적인 보호의 대상만으로 인식된다면, 성에 대해 무지한채로 남게 된다면, 그것이 과연 아동청소년에 대한 범죄나 폭력, 차별을 줄이는데 얼마나 효과적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에 법률이 개정되기 전에도 만 13세 미만 아동 피해자의 경우 이미 비친고죄 적용을 받아왔다. 그러나 경찰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를 의심하고, 합의를 강조하고, 신고한 사람을 힐난하는 문화는 마찬가지였다. 친족 성폭력 사건의 경우 가족 안에서 쉬쉬하며 조용히 묻어두는 경우도 허다하다. 비친고죄로 전환한다고 해서, 어른들이 대리할 수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사라질 문제는 아니라는 거다. 아동청소년 스스로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명명하고 인식할 언어와 지식을 갖출 수 있도록, 주체적으로 사건 해결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절실히 필요하다. 피해자가 학생인 경우 주소지 외의 지역에서 취학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책(성폭력 특별법 7조)을 만들기 이전에, 왜 피해 여성이 살던 지역을 떠나 이사하게 되거나 학교를 옮기게 되는지 그 맥락을 읽어내고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라는 말이다.

백 번 양보해 친고죄 폐지만큼은 칭찬해 주려고 해도 예외 조항이 눈에 밟힌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공공밀집장소에서의 추행', '통신매체 이용 음란'은 예외에 해당한다. 강간과 추행은 그 경계가 사실상 모호하고, 성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일상의 문화를 바꾸는 것이 중요함을 그렇게 말해왔건만 여전히도 성폭력을 '성기를 삽입 했냐/안했냐'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니 한심하다. 더불어 이번 개정안과 함께 성폭력 가해자 전자발찌 소급 적용 등 반인권적 법안도 동시에 처리되었다고 한다. 형량을 강화하고, 전자발찌를 채우고, 가해자의 신상정보 등록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성범죄를 줄이고 피해 여성들을 위로하는 전략인양 내세우고 있다. 성폭력 사건의 80% 이상이 가까운, 아는 사람에 의해 시도된다는 점, 처벌을 '무겁게' 하는 것보다 '확실하게' 하는 것이 범죄율을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는 더하다가는 입이 닳을 것 같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가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무엇이 문제인지부터 제대로 파악하길 촉구한다. 아동청소년은 특별히 순수한 존재도, 특별히 아름다워야 할 존재도 아니다. 단지 이 문제적인 사회를 같이 살아가고 있는 사람일 뿐이다. 사회적 약자들이 폭력으로부터 더욱 취약한 이유는 무엇인지, 성폭력 범죄 자체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기 바란다. 아동청소년이 스스로를 지킬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머리를 쓰기 바란다. 아동청소년이 성폭력 피해를 입더라도 스스로 그것을 이야기하며 극복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떤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해야 할지 연구하기 바란다. 이 모든 것 이전에 좀 더 배우려는 자세를 갖고 피해 여성, 그리고 피해 여성을 지원해 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길 바란다.

 

2010. 4. 12.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여성주의 팀

 

팀원들의 한줄 평! 평! 평!

 

공현: 아동 성폭력'만' 비친고죄? 얼마나 생각 없는 건지. 무상급식이 아니라 이런 게 진짜 잘못된 포퓰리즘이지~ ㅉㅉ

난다: 얘기 좀 제대로 들으시긔! 처벌만 하면 다임? 아동청소년만 '특별히 보호'만 해주면 다임?-_- 제대로 된 성폭력 예방 위한 '대책' 좀 내놓으시라는 말씀.

공기: 성폭력은 그 어떠한 이유에서도 가해자 탓이다 감히 어디서 애매모호한 기준을 들이대는것이야

한낱: 뭐 찔리는 것들 많은가보오? 성폭력 가해자 엄중처벌! 외치는 모습들 보면,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것 같소이다. 국K-1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