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꿈

시 - 꿈의 호흡

공현 2008. 1. 26. 23:56
꿈의 호흡

매일밤 눈꺼풀 뒤쪽에는
잠든 꿈의 얼굴이 어른거린다

잠 못 드는 나에겐 없는 내일이
꿈의 콧날 뒤편에서 부풀어 간다
걸림없이 반복되는 숨소리 속에

잠든 꿈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들이쉬고 내쉬고 숨을 맞춘다

꿈은 3초동안 들이쉬고
꿈은 2초동안 내쉬고
나는 하얀 햇살을 3초동안 들이쉬고
나는 눈물증기를 2초동안 내쉬고

반복되는 숨소릴 훔쳐보려다
호흡이 미끄러진다
걸림돌처럼 앉아있는 딱지들에
넘어진 내 호흡을
추스릴 수 없어서

걸렸던 돌을 뱉어내며
눈을 뜨면 시계는
어제와 오늘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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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핏 낮에 잠이 들었는데 꿈 속에서 네 얼굴이 어른거렸다.

&&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글을 쓰는 데 있어서 어떠한 억압 - 말하자면 상처를 드러내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판단한다. 그런 인식에서 볼 때, 과거의 상처들에서 생겨났으나 그렇기에 상처와는 다른 영역에 있는 '꿈'에게는 내일이 있으나 과거의 상처들에 계속 걸려 넘어지고 돌출하는 나는 현재조차 아닌, 과거와 현재 사이의 어중간한 어디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