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짧은 글] 이른바 진보교육감 시대와 교육운동 또는 청소년운동

공현 2010. 10. 7. 09:19


서울교육공공성추진본부에서 하는 토론회에 굉-장히 급하게 섭외받아서 -_- 2시간여만에 뚝딱 써낸 원고이긴 한데

원래 처음엔 곽노현 교육감 까는 글을 쓰려고 하다가 아 젠장 우리가 누구를 깔 입장이기는 한가 도대체,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지금 시급한 건 곽노현 교육감을 까는 게 아니라 교육운동을 까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 식으로.

저는 그 전에도 김상곤 교육감 까는 경기도 지역 일부 교육운동 쪽에 대해, 정치적 입장으로는 동의하는데, 심정적으로는 동의가 안 갔던 게, 그렇게 요구할 만큼 교육운동들이 힘이 있지가 않다능... ㅠㅠ
뭐 물론 김상곤 교육감이 일제고사 관련해서든 비정규직 관련해서든 날렸던 짓들은 비판받고 반대해야 하겠습니다만은. 운동 내적 평가로 돌아와보면 그렇게 했어야지! 라고 할 만큼 잘 했었냐는 생각이 든단 거지요.










이른바 진보교육감 시대와 교육운동 또는 청소년운동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서울지부

공현

체벌금지 과정에서 보이는 징후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은 취임 직후부터 체벌금지를 적극 추진하는 등, 학생인권 부분에서 열의를 보이고 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곽노현 교육감을 비롯하여 지금까지 교육정책에서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학생들의 인권 문제를 정책의 중심에 놓고 있는 교육감들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뻐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체벌금지 조치가 발표된 지금, 상황을 좀 더 꼼꼼하게 들여다보며 평가해볼 필요는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체벌금지 조치는, 체벌금지를 주장해온 시민사회와 교육운동 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해야겠지만, 동시에 그간 체벌금지를 주장해온 시민사회 및 운동세력과의 공조 없이 발표되었다. 이는 체벌금지 과정이 좀 더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가능성을 포기한 서울시교육청의 잘못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시민사회 및 교육운동의 무력함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체벌금지 조치들(학칙 개정 등)에 대해서 운동세력은 별다른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 할 현장 조직이 없는 청소년운동이야 고질적인 문제일 테고,(지금 겨우 준비하고 있는 건 학칙 개정에 관한 가이드, 인권적 학칙 예시안 정도) 어느 정도 현장 조직을 가지고 있다고 할 만한 교육운동 세력들 또한 체벌금지를 찬성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 외에 구체적으로 학교 현장에서의 체벌금지 진행에 단일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운동이 보이고 있는 총체적인 무력함은 그동안 안팎에서 여러 차례의 지적이 있었다. 원인은 교육운동이 담론 투쟁 정도의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학교 현장에서부터 아래에서부터 힘을 끌어 모으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입시폐지를 하든 일제고사 반대를 하든 학생인권 운동을 하든 교권 운동을 하든, 받쳐주는 힘이 없이 이빨만 까고 있는 게 교육운동의 현주소가 아닌가?

이런 현상은 이른바 진보교육감 시대에 더욱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어느 정도 수준에서의 개혁적 의제는 이른바 진보교육감(서울의 경우라면 곽노현 교육감)의 입에서 오르내리게 될 것이고, 설령 이에 대해 교육운동에서 더욱 급진적 의제를 내건다고 하더라도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이른바 진보교육감 시대는 교육운동의 현실을 시험하는 장이 될 것이다. 교육감이 내놓은 ‘좋은 아젠다’를 얼마나 현장에서 의미있는 것으로 만들어내느냐, 하는 면에서든, 교육감이 하는 ‘뻘타’에 맞서서 - 아니면 교육감과 무관하게 총체적 교육제도와 구조의 문제에 맞서서 얼마나 의미있는 운동을 펼쳐나가냐, 하는 면에서든.


청소년운동에서는

청소년운동에서는 몇 가지 대응을 생각할 수 있다. 예컨대 학생인권조례를 교육청에 맡겨두는 게 아니라 아래에서부터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학생인권 의제를 대중화하고 또 학생인권운동에 네트워킹 된 학생들의 조직을 만들어나가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 아니면 교육청이 베푸는 학생인권조례(체벌금지 조치조차도 교육청에 의해 베풀어지는 시혜적 성격의 정책이 되고 말았다.) 이상으로 정치적 권리나 성적 권리 등 다양한 권리들을 새롭게 제기하는 시도도 유의미할 것이다. 지난 7월 일제고사 과정에서 드러났든 교육청 차원에서도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교육정책의 문제들에 대해 학생들의 문제의식을 대중화하고 행동을 조직해나가는 것 또한 이루어져야 할 일이다.

어쨌건 확실하게 말해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건 곽노현 교육감이 잘하고 있냐 못하고 있냐, 하는 문제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