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아수나로 논평] 불안을 넘어 평화를 원한다

공현 2010. 12. 7. 17:02



[논평] 불안을 넘어 평화를 원한다


  11월 23일, 북한 군이 사람이 살고 있는 연평도를 포격하는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 이로 인해 군인 2명과 민간인 노동자 2명이 목숨을 잃었고 집과 학교 등 마을이 쑥대밭이 되었다. 남한 군의 대응 포격으로 북한에서 역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런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난 것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북한의 독재적이고 군사주의 돋는 선군(先軍)정치 체제를 유지하고 정권의 3대 세습을 꾀하며 막장으로 치닫는 김정일 정권의 최근 상황들이 있을 것이고, 그 외에는 미국과 남한의 계속되는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와 군사훈련 등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남북한 사이에 감돌고 있는 긴장 때문으로 보인다.

  연평도에서의 공방 이후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연평도에 살던 청소년들은 생활 터전이 파괴되어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아 불안해 하고 있다. 당연히 학교도 제대로 가지 못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생활이 어려운 상황이다. 연평도 청소년들을 비롯하여 주민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는 더욱 적극적 지원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이런 연평도 주민들과 청소년들의 모습이 전쟁이 일어날 경우 한반도 주민 전체의 모습이 될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전쟁은 스타크래프트처럼 군사 유닛들이 서로 치고받는 것도 아니고 기발한 전략에 따라 몇시간만에 상대를 제압하는 게임도 아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우리의 생활 터전과 삶은 파괴될 것이며 청소년들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을 것이다.

  전쟁이 일어날 경우 청소년들은 군인으로 전쟁에 동원될 가능성도 높다. 학생들을 전쟁에 동원하는 '학도호국단'은 과거 폐지되었지만, 2005년에 교육부가 여전히 고등학생들을 전쟁에 동원하는 계획인 '전시 학도호국단 운영 계획'을 학생들에게는 비밀로 한 채 가지고 있음이 알려졌다. 유엔의 <아동의 무력분쟁 관여에 관한 선택의정서>와 <유엔아동권리협약>은 18세 미만의 청소년이 전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것을 보장해야 하며 무력 분쟁의 영향을 받는 아동의 보호 및 배려를 명시하고 있음에도 이를 정면으로 무시하고 쌩까는 계획이다.

  이처럼 전쟁이 일어날 경우 민간인으로서든 군인으로서든 청소년들은 전쟁에 내몰리게 되며 반인권적 반인도적 상황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직접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서도 전쟁 위험이 구체화되고 높아져 가는 현실 자체가 문제이다. 북한 군이 연평도를 포격하고 남한 군이 대응 사격을 하는 등의 사건이 일어난 11월 23일, 많은 청소년들과 시민들이 불안에 떨어야만 하지 않았는가? 평화적 생존권은 가장 우선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인권임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 태어나서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가 이런 불안을 느끼며 겁먹어야 하는 현실은 지극히 반인권적이다.

  때문에 연평도 공방 이후 우리 사회에서 높아져 가고 있는 '안보강화', '군사력 강화' 등의 목소리는 걱정스럽다. 군비경쟁이 서로의 사회를 피폐하게 하고 군사적 긴장감과 전쟁에 대한 불안감을 높이기만 한다는 것을 지난 냉전 시대 동안 충분히 확인하지 않았는가? 남한 사회 안에서 안보를 외치며 병영체험을 시키는 게 북한 군에서 폭탄을 쏘아대는 것을 막는 데 대체 무슨 기여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전쟁을 일으켜야 한다고 외치는 몇몇 단체들과 사람들의 주장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최선의 안보는 평화이다. 청소년들이 안보교육이나 병영체험을 통해 군사주의적 사고방식을 학습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평화적 감수성과 사고방식을 익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굴욕적 평화는 더 큰 화를 부른다"라고 했다. 그러나 평화가 굴욕적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반도의 상황이 지극히 "불안한 평화"라는 것이 문제이지 않을까. 전쟁이 완전히 종결되지 않은 어중간한 휴전 상태는 몇십년 동안 끊임없이 음으로 양으로 남북한 사람들을 괴롭혀왔다. 우리는 우리가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한 기본 중에 기본 조건으로 평화를 원한다. 전쟁 게임의 폭력성을 우려하는 어른들의 목소리가 옳든 그르든 전쟁은 게임 속에 있는 걸로도 넘치도록 충분하며 현실이 되어선 안 된다. 우 리는 남북한 정부 모두가 거기 살고 있는 사람들의 평화와 인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확실히 하고자 한다. 남북한 정부가 군사적 폭력적 수단이 아니라 대화와 정치적 외교적 노력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적인 체제를 만들어갈 것을 요구한다.

  북한 정부가 말을 들어먹질 않는다고? 북한 정부가 사람들의 인권과 생명을 고려하지 않는 무개념한 행동을 보인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북한 정부도 당연히 평화 실현과 인권 보장의 의무를 가지고 있으나 그런 의무를 아웃오브안중으로 방기한 지 오래이며, 이는 북한 사람들의 인권이나 남한 사람들의 인권을 고려하면 매우 안타깝고 짜증나는 현실이다. 북한 군의 이번 연평도 포격 역시 욕 좀 먹는 것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닌 심각한 전쟁 행위로, 북한 정부에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다만, 그런 상황까지 포함해서 대처하며 우리의 평화와 인권을 보장할 의무가, 남한 정부에게 있다는 것 역시 변함 없는 진실일 것이다.



2010년 12월 7일 화요일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