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참세상] “간접체벌로 훈육? 우리가 개야?”...교과부 성토

공현 2011. 1. 26. 09:58

“간접체벌로 훈육? 우리가 개야?”...교과부 성토

청소년, “간접체벌도 체벌, 학생인권 보장해야”

김도연 기자 2011.01.25 18:39


청소년들이 간접체벌 허용, 학교장에 학칙 제정 권한 부여, 문제 학생 지도를 위한 출석정지 도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교과부의 ‘학교문화 선진화 방안’(선진화방안)에 대해 성토를 하기에 이르렀다.
25일, 청소년들이 흥사단 강당에 모여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문화 선진화방안에 대한 분노와 우려들을 쏟아냈다. ‘학생인권․학교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교과부 시행령 개악저지 대책모임’ 주최로 마련된 이 자리에는 일반계 고등학생, 실업계 고등학생, 대안학교 학생, 탈학교 청소년, 중학생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했으며 멀게는 천안, 무주에서 걸음한 청소년들도 있었다.


“간접체벌로 우리를 훈육한다고? 우리가 개야? 말이야?!”

청소년들이 교과부의 ‘선진화방안’에서 가장 분개한 부분은 단연 ‘간접체벌 허용’ 안이었다. 이들은 교과부가 ‘교육적 훈육’이라 주장하는 기합도 충분히 모욕적일 수 있는데도 이를 ‘간접체벌’이라 규정해 허용하려 한다며, 애초에 ‘간접체벌’과 ‘직접체벌’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꼼수’라고 지적했다. 체벌을 통해 청소년을 훈육하려는 성인들의 시각과 태도에 대한 문제제기도 빼놓지 않았다.

둠코
예전부터 학생이 맞는 매는 사랑의 매라고 해서 우리는 계속 맞아왔다. 이제야 체벌금지가 시행되면서 학생을 때리는 건 반인권적, 비인간적이라 안 된다는 인식이 퍼져나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학생을 훈육하기 위해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시켜서 행동을 수정해야 한다는 인식은 변하지 않은 듯하다. 때리는 건 너무 비인간적이라 안 되지만 하기 싫어하는 것을 시켜서 교정, 조정할 수 있다는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하는 것 같다.

예슬 나는 일반학교에 다니지 않는다. 그래서 내 행동을 남이 제약한다는 걸 상상을 못했다. 성인이 회사 입사시험 보러 가서 커닝을 한다한들 감독관이 때리거나 엎드려뻗쳐를 시키지는 않는다. 그거랑 똑같다. 사회에서 통용되는 것이 왜 우리한테는 통용되지 않는 걸까. 왜 상대가 청소년이라고 해서 내가 널 통제할 권리, 가르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창준(부천 소사고) 초등 6년, 중고등 6년, 총 12년의 교육과정은 절대 짧은 게 아니다. 그 긴 교육과정 동안 아무리 힘들어도 선생은 아이들과 소통을 하면서 행동을 교정해야 한다. 그럴 때 학생인권과 교권이 동시에 상승한다. 체벌 같은 것으로 단시간에 교육효과를 내려는 건 오류고 12년의 교육과정을 무시하는 것이다.
다영 체벌을 스트레스 한풀이로 사용하는 교사도 있고, 입시경쟁 심화시키기 위해 체벌하는 교사도 많다. 교사들이 우리에게 바라는 게 입시와 관련된 게 많다. 좋은 대학에 가야하고 그러려면 성적을 높여야 하고, 1등급 받아야 하고. 이런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체벌한다. 수업시간에, 수업에 집중 안했다는 이유로 때리거나 영어단어 몇 개 외워오게 하고 외우지 못했다고 틀린 개수대로 때리는 거 보면 경마장의 말이 생각난다. 기수가 말을 빨리, 원하는 방향으로 달리게 하려고 매질을 하잖나. 우리가 말 같다.
영이(부천 사는 고등학생) 간접체벌이라고 입에 올리는 것 자체가 마음이 아프다. 체벌한다는 거 자체가 강아지 기르듯 하는 거 아닌가. ‘빵’(총 쏘는 시늉) 하면 웅크리라고 가르칠 때도, 안하면 겁주고 하면 밥 주고 이런 식인데, 왠지 우리도 이런 거 같다. 머리를 안 단정하게 하면 겁주고. 잘하면 면해주고. 우리를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하는 게 아니라 미성년자는 주체적 생각 갖지 못한다고 여기니까 우리를 짐승처럼 대하는 것 같아서 짜증난다.
그리고 학교나 가정에서 원하는 게 성실성인데 성실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 공부 잘하고 인성 좋은 아이들의 기준이 정해져 있는 건지. 선생이나 가정의 머릿속에만 있는 ‘이상’은 아닐까.
교사도 인간이기 때문에 감정절제 못해서 더 때릴 수도 있고 체벌이 악하게 이용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학생은 물론이고 동료교사도 말릴 수 없다. 그나마 학생인권조례가 생겨서 권력남용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는데, 교과부가 ‘선진화’라는 명분 아래 다시 학생인권조례를 뒤로 ‘빠꾸’시키는 일을 한 건 너무 아니다.

하은(천안서 온 중학생) 간접체벌이 체벌이랑 구분하는 게 전혀 의미가 없다. 간접체벌도 모욕적인 게 많다. 여학생의 경우 치마입고 오리걸음 하거나 엎드려뻗쳐 하면 되게 민망하다. 초등학교 때는 두 친구가 싸우면 둘이 박치기 시키고, 자기 주먹 들어서 자기 머리 때리라고 시키기도 했다. 충분히 모욕적이다. 선생님이 손 안 댄다고 해서 간접체벌이라고 하는 것 되게 웃기다.
어스(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간접체벌’은 교과부가 발명한 말이다. 서울시에서 체벌금지 조치 들어가니까 조례에서 금지한 건 ‘직접체벌’이라고 한정하고 기합은 간접체벌이라면서 간접체벌은 가능하다고 꼼수를 쓰는 것이다. 체벌이면 체벌이지 간접체벌이 어딨나.
예반(무주 중학생) 선진화방안 발표된 거 보고 짜증나는 면도 있지만 한편으로 기뻤다. 사회자 말처럼 이런 간접체벌이라는 꼼수 쓰게 된 것 자체가 우리사회가 발전한 거 같다. 사랑의 매 운운하던 시절보다는 발전한 것 같다.


“교장 재량권 확대? 있는 것도 뺏어와야 할 판!”


교과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단위 학교장이 학생의 인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그 권한을 확대한 데 대해 말하는 대목에서 청소년들은 “지금보다 더?”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금도 충분, 아니 과하다는 것이다. 최훈민 삼각산중 학생은 “이미 교장은 학교에서 신”이라며 “재량권을 줄 것이 아니라 지금 있는 재량권도 뺏어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영 학생은 “지금까지 내가 보아온 교장은 인권에 관심도 없었고 오히려 아이들을 수십 년 간 체벌해 온 사람”이라며 “교장에게 학생인권의 범위를 제한하도록 하는 것은 범법자에게 법을 만드는 일을 시키는 것처럼 위험한 일”이라고 못 박았다.

교 과부는 지난 17일, 학교문화선진화방안과 함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령을 발표했다. 이 개정령에는 ‘학생의 권리보장 지원’이라는 이름의 제31조의5 조항이 신설됐는데, 제31조의5의2에는 “학교의 장은 교육기본법 제12조 제3항에 의하여 교원의 교육.연구활동 및 학생의 학습활동을 보호하고, 학내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제1항에 따른 학생의 권리 행사의 범위를 학칙으로 정할 수 있다”는, ‘학생의 권리 보장 지원’이라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항이 포함됐다. 이 조항에서 학교장으로 하여금 범위를 정할 수 있도록 한 교육기본법 제12조 제1항은 “학생을 포함한 학습자의 기본적 인권은 학교교육 또는 사회교육의 과정에서 존중되고 보호된다”는 내용의, 학생 인권을 보장하는 기본 조항이다.

다영 교장이 학생인권을 제한하는 재량을 갖게 하는 건 정말 엄청나게 위험한 일이다. 일반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교장, 교감, 부장 선생님들은 교직 현장에서 오랜 경험이 있으니 이들에게 (학생인권 행사의 범위를 정하도록 해도) 괜찮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만난 교장들은 학생인권에 되게 관심 없고, 승진하다 보니까 교장된 거지 학생인권 잘 알아서 교장된 것 아니야. 교직생활하면서 몇 십 년 동안 애들 팬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한테 재량권 준다는 게 말이 되냐. 범법자한테 법 만드는 일 시키는 거랑 똑같다.
훈민(서울 삼각산중) 교장 뽑는 방법 자체가 잘못됐다. 학교가 얼마나 끔찍한 사회냐. 그런 사회에서 아무 문제 없이 지내온 선생들이 교장 되는 거다. 의식 있는 선생님들은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마찰을 겪고, 그 과정에서 징계당하거나 그만둔다. 그런 사람들이 교장이 돼야한다. 근데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잘 따르고, 잘 때리고, 교장한테 대든다고 협박하는 선생님들이 교장이 된다. 그래서 학교가 악순환 되는 거다. 우리 교장이 나한테 ‘사회 부조리 보면 인생이 고달파진다’고 그러더라. ‘그런 식으로 살면 안 된다’고.(훈민 학생은 얼마 전 학생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교칙개정위원회의 실태와 학생체벌 실태 등을 담은 학생신문을 발간하려다 교장선생님의 제지 한마디로 인쇄 직전에 발간하지 못하는 불상사를 겪었다. 이 일은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교장 뽑는 방법부터 틀렸다. 의식수준을 갖춘 사람 뽑는 게 아니라 교과부 말에 순종하는 사람 뽑는 말도 안되는 방식이다.
창준(소사고) 학교장에게 재량을 주는 것은 학생-교사-교장 사이의 관계가 민주적이라는 전제 하에서만 가능하다. 근데 대부분의 학교는 민주적이지 않다. 학생회는 언제나 학생부 선생들이 감시하고 있다. 그런 상태에서 교과부가 학교장에게 재량권을 주는 건, 인권조례안에 바탕 두지 말고 학교장 니 맘대로 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훈민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가 아무리 수평적이어도 학교장에게 재량을 절대 주면 안 된다. 재량 주면 수직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엄청 수직적이다. 한마디도 못하게 하고 있지 않나. 지금 이런 상황에서는 재량 줄 상황이 아니다. ‘있는 재량’도 뺏어와야 한다.
지난주 체벌 허용 논란에 대해 다룬 ‘MBC 100분 토론’ 보면서 엄청 답답했다. 교총 회장이 나와서 ‘단위학교에 재량주면 학생, 학부모가 모여서 잘 얘기할 거’라는데, 꿈의 학교, 우리가 감히 생각해보지도 못한 학교에 대해 얘기하더라. 교총 회장이, 교과부가 현실을 몰라서 그렇게 말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학생인권이 왜 그렇게 중요하냐고? 인권은 ‘자유’ 그 자체니까!
학생인권을 억압할 수 있는 선진화방안의 독소조항들을 우려하는 것에서 출발했던 이야기는 결국, 다시 학생인권으로 돌아왔다. 청소년들에게 ‘인권’은 결코 포기할 수 없고 포기해서도 안 되는 ‘자유’ 그 자체였다. 때문에 이들에게는 퇴로가 없다. 청소년들은 이날 어른들을 향해, 설령 ‘주어진’ 인권일지라도 빼앗아갈 궁리 대신 지금의 혼란을 함께 헤쳐갈 수 있는 지혜를 내달라 주문했다.
홍보(소사고) 인권은 자유이자 책임이다. 자유의 힘은 엄청나다. 주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생각과 능동적 사고력을 준다. 학교는 사회를 가르치는 곳이다. 인권이 없고 자유가 없어서 능동적으로, 주체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는 우리가 사회에 나가서 어떻게 이 사회를 주체적으로, 능동적으로 이끌 수 있겠나. 때려줄 선생님도 없는데. 이 인권이 주체성과 능동성을 준다. 사회에 나가서도 이 사회를 능동적으로 이끌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인권이 더 나은 사회, 밝은 사회를 만들 것이다.
석민(의정부고) 학교는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곳이다. 민주시민을 양성하려면 절차부터 민주적이어야 한다.
이군(영상고) EBS 다큐프라임 ‘학교란 무엇인가’ 마지막에 그런 말이 나오더라. ‘대개의 경우 학생이 학교에 맞춘다. 그러지 말고 학교를 학생에게 맞추라. 그러면 학생이 달라진다.’ 우리도 이번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처럼 학생들을 변화시키려는 법이 아니라 선생과 학교가 학생에 맞추는 법이 나왔으면 좋겠다.
창준(소사고)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지고 나서 교권침해사례가 많이 보도되고 있는데, 지금은 과도기이다. 우리는 인권다운 인권을 한번도 보장받아본 적이 없는데, 인권이 무엇이고 인권다운 인권을 어떻게 존중받아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조례를 통해 얻은 거다.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예방주사를 맞고 나서 열이 나는 상태 같은 거다. 하지만 열을 가라앉히기 위해 약을 또 먹는 게 아니라 지혜롭게 가라앉히는 게 중요하다. 지금이 그런 시기다. 억지로 약을 투약하기보다 선생, 학생, 학부모 세 주체가 같이 의논하면서 이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