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논평] 학생들의 졸업식에 경찰력 대거 동원을 우려한다

공현 2011. 2. 14. 17:50

[논평] 학생들의 졸업식에 경찰력 대거 동원을 우려한다

- 필요한 것은 억압적 학교 문화를 바꿔나가는 것이다.


중고등학교 졸업식을 앞두고 서울과 대전을 비롯한 몇몇 지역에서 학교 주변에 대거 경찰을 배치하고 있다. 일명 ‘졸업빵’을 없애겠다는 것. 심지어 이 경찰들은 학교 주변을 순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교 안이나 졸업식장 안에까지 들어와 있다고 한다.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경찰들이 학생들의 소지품을 검사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처럼 졸업식에 경찰들을 대거 배치하여 학생들을 감시하는 것에는 문제가 많다. 특히 경찰이 자의적으로 학생들의 소지품 검사를 하려고 한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이다. 또한 경찰들이 학생들의 폭력 행위만을 단속하는 게 아니라, 재미로 웃어넘길 수 있는 장난이나 놀이까지 모두 문제 삼고, 모여 있는 학생들을 강제로 해산시키는 등의 행동은 과도하다. 학생들 입장에서 즐겁고 자연스러워야 할 졸업식이 위압적인 경찰들의 감시 속에서 숨 막히고 긴장되는 자리가 되는 것은 전혀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없다. 학생들이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그 끝마무리 또한 즐겁게 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지 않고 ‘공포 정치’로 문제를 덮어버리려는 졸속행정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한국 학교에서 학생들이 즐기는 졸업식 문화란 소모적인 장난들이 많고, 때로는 ‘알몸 졸업식’ 등 파괴적이고 차별적인 폭력들까지 나타났던 적이 있다. 이러한 졸업식 문화가 문제라면, 그 원인을 명백히 짚어봐야 한다. 학생들의 생활을 하나하나 통제하고, 억압하며, 서로를 경쟁시키는 지금의 학교 현실에서 학생들에게 졸업식은 스트레스의 일시적 배출구다. 학생들 사이에 대물림 되는 폭력의 문화를 바꿔나가기 위해서는 학교를 ‘인권적으로’ 리모델링하는 수밖에 없다. 어렵고, 갈 길이 멀겠지만 학교가 서로에 대한 존중과 우정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지 않는 이상, 폭력의 악순환은 멈추지 않는다. 이러한 대책 없이 졸업식 날 하루 경찰들을 대거 배치해서 학생들을 감시하고 억누르겠다는 것은 학생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또 다른 폭력이다.


즐겁고 정겨운 자리여야 할 졸업식이 어느새 사회적 우려를 받는 문제적 자리가 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졸업식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학교 교육 전반의 문제로 봐야 한다. 지금 당장 벌어질 수 있는 폭력 사건을 막기 위해서라면 교사들이나 학부모들이 관심을 가지고 주위를 순찰하고 지도하는 것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경찰력이 필요하더라도 지역을 순찰하는 정도로도 학생들 사이의 심각한 폭력은 예방할 수 있다. 그보다 더 대안적으로 졸업식 자체를 엄숙하고 형식적인 자리가 아니라, 학생들이 주인공으로 대접받으며 즐기고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축제가 되도록 만들 수도 있지 않겠는가?


우리는 졸업식에 경찰력을 대거 배치하여 강압적인 감시 분위기 속에서 졸업식을 치르게 하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 졸업식뿐만 아니라, 앞으로 학교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 마다 학교 구성원들의 자율적인 문제 해결력을 존중하지 않고, 경찰부터 앞세울까 두렵다. 우리는 학교와 정부가 먼저 좀 더 대안적인 학교 문화와 졸업식 문화를 만들기 위해, 학생인권침해나 입시경쟁 등을 없애기 위해 노력할 것을 요구한다. 앞으로 우리는 졸업식에 경찰력을 대거 동원하여 학생들을 과잉 단속하거나 자의적인 소지품 검사 등 학생들의 인권이 침해된 사례가 있지는 않은지 살피고 이를 시정하도록 할 것이다.



2011년 2월 9일

문화연대, 인권교육센터 들, 청소년다함께, 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