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2011. 4. 28. 21:07



‘체벌의 교육적 효과’라는 말의 모순과 본질



  체벌 사건이 불거진 어느 한 중학교에, 면담을 하러 찾아갔을 때 일이다. 어느 한 학부모가 “잘못을 하면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라는 말을 했다. 한창 논쟁 중이었던 나는 그 말 한 마디에 화가 나서 그동안 마음에 꾹꾹 담아 두었던 말을 꺼내고 말았다. “선생님, 제가 선생님이 그런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해서 선생님의 잘못을 고치기 위해 선생님을 때리면 어떻겠습니까? 그러면 안 되지 않습니까?” 이 말은 단순히 역지사지의 자세를 가지라고 요구하는 발언이거나 싸가지 없는 발언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실 이 말은 체벌 옹호론이 안고 있는 논리적 모순을 드러내고자 했던 말이었다.


  체벌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주장 중에는 이런 게 있다. <체벌은 중요한 교육적 효과가 있으므로 정당하다.> “잘못을 하면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라는 말을 좀 더 세련되게 바꾸면 대충 이런 말이 될 것이다. 이제부터 이 말을 한 번 찬찬히 가지고 놀아보자. 이 문장에서 “교육”을 ‘올바른 것’을 알고 있는 교사가 ‘잘못된 것’을 생각/실천하는 혹은 ‘올바른 것’을 알지 못하는 학생에게 ‘올바른 것’을 알고 받아들이고 동의하도록 하는 과정이라고 구체화해볼 수 있다.(물론 교육은 이런 단순한 과정이 아니지만, 적어도 올바른 것을 아는 교사가 잘못을 하는 학생을 교육적으로 체벌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 머릿속에 있는 ‘교육’의 그림은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싶다.)

  그러므로 문장을 이렇게 바꿔볼 수 있다. <체벌은 교사가 알고 있는 ‘올바른 것’에 학생이 동의하도록 하는 데 유용하므로 정당하다.> 이 말은 결국 이런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폭력으로 어떤 생각에 다른 사람이 동의하도록 하는 것은 정당하다.>, 아니면, 적어도, <정당할 수 있다.>


  이 명제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를 떠나서 이 명제는 심각한 모순을 일으킬 가능성을 안고 있다. 문제는 어떤 생각이 그 생각 자체의 설득력이나 효과가 아니라 그와 무관한 외부의 요인에 의해 다른 사람이 동의하도록 만드는 것이 정당하다는 부분에서 생긴다. 물론 현실에서야 생각이나 주장에 동의하는 데에 많은 외부적 심리적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그것이 정당하다고 선언하는 것은 좀 다른 문제인 것이다.

  이를 정당하다고 선언할 때 일어날 수 있는 모순은, 그 명제 자신과 반대되는 명제를 연결시켜 일종의 메타 명제를 만들어보았을 때 일어난다. 어떤 명제가 옳다는 것을 인정받는 것이 명제 자체의 내용과 무관하게 외적 수단에 의존하는 것이 정당하다면 명제와 그 외적 수단 사이의 불일치와 모순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예를 들어보면 이런 것이다. : <“폭력으로 다른 사람이 내 의견에 동의하게 만드는 건 잘못이다.”라는 의견을 폭력을 이용해서 동의하게 만드는 것은 정당하다.>(이는 실제로 학교 현장이나 가정에서 곧잘 일어나는 모습이다!) 물론 이런 기괴한 모순은 ‘폭력’이 아닌 다른 것을 넣어 봐도 마찬가지일 터이다. <“돈으로 다른 사람이 내 의견에 동의하게 만드는 건 잘못이다.”라는 의견을 돈을 이용해서 동의하게 만드는 것은 정당하다.>



탈출구와 본질


  체벌을 옹호하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이 모순을 벗어나려고 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인 듯하다. 하나는 솔직하게 이 모순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교육적 효과를 주장하지 않으면서 단지 ‘어쩔 수 없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한다면 체벌은 교육적 수단이 아니라 열악한 교육환경이나 가정환경 속에서의 통제 수단, 일종의 필요악으로서의 지위를 가지게 된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책임을 지고 그래서 체벌이 없어져도 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체벌금지 문제가 사회적 공론화가 된 지도 어언 15년이 다 되어가는 상황에서 준비가 부족하다는 투의 이런 주장은 무책임해보이기까지 한다. “너무 오래도록 지연된 정의는 부정된 정의이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또한 체벌이 단순히 필요최소한의 통제 수단으로서만 긍정될 수 있다고 한다면, 이 사람들은 실제로는 체벌이 대단히 광범위하게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있는 현실에도 반대하는 위치에 서야 할 텐데, 별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어쨌건 이런 입장을 취하게 될 때, 그나마 생산적 정책적 논의를 할 수 있게 될 것 같기는 하다.



  두 번째 방법은 “아이들의 경우에만, 미성숙하므로 맞아도 된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말을 좀 더 풀어써보면 이렇다. “아이들은 미성숙하고 어른들은 성숙하다. 그러므로 어른들의 생각은 아이들의 생각보다 항상 옳다.” 적어도, “옳을 개연성이 크다.” 또는 “아이들은 미성숙하므로 어떤 의견의 옳고 그름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 그러므로 외적 수단을 통해 동의시킬 수밖에 없다.” 물론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명제와 외적 수단의 모순’이 해소되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아이에 비해 어른이 언제나 ― 적어도 대체로 옳다는 것을 이미 전제해버리고서는, 거기에서 어떤 모순이 생기든 ‘어쨌건 옳기 때문에’ 그걸 깔아뭉개버린다. 그리고 이것은 ‘맞아도 되는 존재’로서의 아이들과 ‘사람’을 분리시키는 태도이기도 하다.

  물론 나는 경험적으로든 윤리적으로든 인권적으로든, “아이들은 미성숙하고 어른들은 성숙하므로 어른들이 항상 옳다.”라거나 “아이들은 맞아도 된다.”라는 생각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걸 논의하는 것은 이 다음의 일로 미뤄두자. 그저, 나는 체벌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할 때, 비로소 체벌 문제의 본질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즉, 체벌은 아동-청소년과 어른-비청소년 사이의 권력관계이고 계급문제이다. ‘맞아도 되는 존재’(아이, 청소년)와 ‘사람’(어른, 비청소년)을 분리시키는 인식과 구조 때문에 일어나는 폭력이다. 정혜신 박사는 2011년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랑해서 때리는 게 아닙니다. 아이가 여러분보다 약하기 때문에 때리는 거죠.”

  아동-청소년과 어른-비청소년 사이에 존재하는 권력관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인간이 아닌 존재, 인간이 덜 된 존재로 취급당하는 아동-청소년이 어떻게 스스로를 인간으로 인정받게 할 것인가? 오늘도 그런 질문을 던지면서, 학생인권, 청소년인권을 이야기하고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다.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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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잘못을 하면 맞아야"

    이 논리가, 민주주의를 전파하려면 전쟁을 벌여야하고, 가끔은 말 잘 듣는 독재정권을 지지함으로써 세계질서를 바로세워야한다는 그런 논리와 상당히 비슷하더라고요.

    2011.04.29 02:24 [ ADDR : EDIT/ DEL : REPLY ]
    • 체벌 찬성이 이라크전쟁 지지로 이어지는 심오한 세계군요...

      2011.04.30 23:45 신고 [ ADDR : EDIT/ DEL ]
  2. 그럼

    "당신이 나보다 미성숙한 어른이라고 결론이 났고, 내가 나이도 몇살 더 먹었다면 (당신을 위해) 좀 때려도 되겠소?" 라고 질문을 던져봐야겠군요.

    2011.04.29 11:31 [ ADDR : EDIT/ DEL : REPLY ]
    • 그 결론을 누가 내느냐가 결국 문제가 되겠지요 ㅋ
      그리고 아이-청소년의 경우에는 사회적 힘이 없기 때문에 어른들에 의해 그렇게 규정당했다는 걸 지적해야 할 거구요.

      2011.04.30 23:45 신고 [ ADDR : EDIT/ DEL ]
  3. 체벌이 없는 학교에 가보셨나요? 제가 다니던 학교는 체벌이(폭력) 없었습니다. 선생님들의 관심도 그렇게 크지 않았었구요. 학교 급식의 경우엔 한 반에서 열명정도의 인원만 먹었었죠. 대부분 자기용돈으로 쓰느라 굶는 학생이 다수였습니다. 학교급식수준이 맛이나 위생이나 좋은 편은 아니여서 그리고 다른 이유로해서 저 또한 먹지 않았었죠. 밥 먹고싶으면 학교 밖 식당으로 나가곤 했었는데 대부분의 학교가 그렇듯 학교 밖으로 나가는건 금지사항이였습니다. 하지만 선생님들도 대부분 학교급식은 먹지 않았죠. 점심시간에 길거리에서 선생님을 마주치면 어떨까요? 학생들은 전부 도망갔습니다. 혼날게 분명하니까요. 때리진 않아도 잔소리가 듣기 싫고 분위기상 피해야 할거 같으니까요. 그래도 선생님과 학생들 사이는 좋았습니다. 수업시간에 떠들어도 자도 아무런 소리도 안했죠. 자는애는 자고 점심시간지나서 등교하는 애는 늘 그 시간에오고 공부하는애들 몇 위주로만 수업이 진행됬었습니다. 수업시간에 들어오지 않는 선생님도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그러려니하죠. 시험만 잘 보면 되니까요. 학교수업이 안나가도 학교시험은 치룰수 있는 대한민국시스템이 있으니까요. 체벌 얘기를 하다 요점이 흐트러진거 같은데, 체벌의 형태가 폭력적이고 남용되면 그건 큰 문제가 맞습니다. 하지만 그 나이때 학생들은 금지나 어떤 권리를 자신의 인권이란 개념 자체가 없다는거죠. 맞으니까 공부하는 애 맞아도 안하는 애 그냥 그런 애 무관심한 선생 열정적으로 수업을 하는 젊은 선생 무시하는 학생들.. 이게 제가 다니던 학교 입니다. 여기에 폭력이 개입해서 급식먹게하고 자는 애 깨우고 등교시간 엄수하게 하면 어떨까요? 결과는 같습니다. 맞아도 바뀌는건 없더군요. 제가 다니던 학교는 실업계라 칠십명의 학생들이 삼년간 같은 반 입니다. 학생은 그대로지만 선생님은 계속 바뀌죠. 때리나 안 때리나 결과는 비슷하더군요. 선생님들의 태도에 따라 학생들의태도가 크게 바뀌는게 없었습니다. 폰으로 쓰다보니까 글이 완전 이상 하게 되었네요

    2011.04.29 18:0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첫 글이 폭력을 옹호하는 것처럼 보이는거 같네요. 그냥 이런 학교도 있구나란 정도로 참고해 주셨으면 합니다. 학교 시험의 경우 시험문제를 미리 알려줍니다. 그래도 공부 하는 애들만 하지요. 실업계 학교끼리 내신으로 경쟁해 대학에 가기 때문에 일어난 결과 입니다. 애들이 공부를 안하는 것도 있지만요. 더 놀라운건 교수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실업계 학생들은 대학은 보냈지만 기본 지식이 없어 대학가서 많이들 고생하죠. 학교에서 따는 자격증은 컴할 삼급정도의 수준으로 사회에선 아무런 쓸모가 없구요. 학생들이 인권이란 개념 자체가 없기 때문에

    2011.04.29 18:1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정말이지 만들어진 틀 내에만 놀아납니다. 언제나 인문계위주의 글이나 관심만 보이지 실업계쪽은 일반적인 인식 수준인 꼴똥 학교니까처럼 뒷전인거 같아 글을 남겨봅니다. 그리고 글 몇 개를 읽어 봤는데 댓글이 참 인상적이네요ㅋ 보통 다른 블로거들은 다른의견이나 비아냥 거리는글엔 욕이 난무하는데ㅋ 댓글이 다른 곳에 비해선 깔끔하고 좋은거 같습니다. 좋은 글들 이 많네요ㅋ

    2011.04.29 18:2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말씀하신 부분은 체벌 이야기와는 좀 또 다른 부분 같네요. -ㅁ-
      저는 학생들이 인권이란 개념이 없다거나 하는 게 나이에서 비롯되는 자연발생적 특징이 아니라 사회적인 그리고 교육시스템적인 문제가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서로 다른 국가와 사회, 문화 사이에 있는 그 커다란 간극과 차이를 설명할 수 없겠지요.

      2011.04.30 23:44 신고 [ ADDR : EDIT/ DEL ]
    • 근데 학생인권조례 국면이 좀 정리가 되면 나중에 쓸 기회가 있을 텐데, 저는 '체벌금지' 자체도 사실 '어른들의 이슈'라고 보는 관점을 갖고 있어요.
      만약 곽노현 등이 학생들의 관점에서 생각했다면 '체벌금지'말고 다른 것부터 시작했겠지요. 그런 점에선 말씀하신 그런 지적에 동의하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그건 또 별론이지요.

      2011.04.30 23:51 신고 [ ADDR : EDIT/ DEL ]
  6. 상긔

    ㅎㅎ 맞아요 체벌은 하든 말든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요.
    체벌을 당하는 대상은 오히려 반항심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체벌이란 많은 청소년들을 억누르는 겁니다.
    그러면 스트레스도 생기지요
    오히려 체벌을 하지 않고 충고를 하는게 더 좋지 않을 까요^ㅇ^

    2011.12.06 21:48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