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성숙·선거권·권리 등 관련 짧은 생각 메모

공현 2012. 4. 1. 18:42




선거권에 관해서 "성숙/미성숙" 논리 문제가 종종 많이 제기되곤 합니다.
즉 "미성년자는, 나이가 적은 사람은 미성숙하므로 선거권을 가지지 못한다."(뭐 좀 더 포괄적으로 권리를 제한해도 좋다, 라고 해도 별 무리를 없을 겁니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서 반론을 할 때 흔히 나오는 게
열여덟살(또는 열여섯이라거나 열일곱)이면 충분히 성숙하다, 라거나...
뭐 다른 법률에서는 대개 18세나 17세 등을 기준으로 하는데 왜 그러냐 라기도 하죠
(--> 이것도 본질적으로는 성숙하다, 라는 식의 근거... 아니면 단순한 법익 균형 논리가 되겠지요? 근데 그런 식으로 나오면 다른 법률에 성년 나이를 올리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말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구요.
결국 성숙/미성숙의 기준 자체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사실 사람은 스무살이 넘고 마흔살이 되어도 미성숙하다, 라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직 스물다섯살밖에 안 먹긴 했지만 운동도 하고 사람도 많이 보고 하면서 느낀 건
그냥 사람은 몇 살이 되든 미성숙하단 겁니다.
독립적이고 합리적이고 현명한 인간 같은 건 별로 없어요.
그리고 애초에 독립적이고 합리적이고 현명하고... 뭐 그런 게  꼭 '성숙'한 건지도 모르겠고....

즉 선거권/권리란 건 그다지 '성숙도'에 따라 주어지는 게 아니다,
'성숙'이라는 개념 자체가 잘못되었다, 라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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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어떤 개인이 미성숙한 것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그 개인의 관계라는 식으로 봐야 하는 거죠.


결국 연령 문제라는 건 사회적 소통에 사용되는 기호 같은 수단들(언어 등)을 습득했냐이거나
충분히 기존 사회에 덜 위협적일 만큼, 기존 사회의 방식에 익숙해지고 사회화가 됐느냐에 따른
편의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을 못하고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아이'라는 건, 그 '아이'에게 '미성숙'이라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이 기존의 사회구성원들과 소통하는 것이 어렵고 기존의 사회체제에 익숙해져있지 않기 때문에
기존 사회에서 그 사람을 온전히 체제 내로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인 거죠.
(흔히 금치산자 판정 등을 받게 되는 일부 '지적 장애인' 등의 경우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문제는 개인과 기존 사회 사이의 관계나 또는 사회 쪽에 있는 거지
개인의 '미성숙'이 문제가 되는 게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여하간 선거권 연령을 비롯해서 권리 제한이
'성숙/미성숙'에 따른 자연스럽고 당연한 제한이라는 식이 아니라,
지금 사회 상황에 따라 사회화 정도나 의사소통 문제에 따른 기존 사회 쪽의 편의에 맞춘 것임을 인정해야지만,

즉 그런 '성숙/미성숙'이라는 개인의 속성에 따른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라는 식의 이데올로기를 걷어내야만,
그 다음에야 선거권 연령이나 권리 제한 등은 어느 정도여야 되냐는 논의가 제대로 가능해질 것입니다.


뭐 물론 그런 식의 적정 선거권 연령 논의라는 것은 허구적인 것이며,
현실에서는 어디 논문에서나 나올 법하겠죠.
기존의 법 논리 같은 데서 받아들여질 리도 없고

현실에서는 선거권 연령은 사회적 힘과 관계에 더 큰 영향을 받을 테고...




그렇기 때문에 인권이나 민주주의 문제에서
사실 더 중요한 건 선거권/피선거권처럼 연령이나 법적 요건 같은 형식에 크게 영향을 받는 권리 문제보다는
좀 더 일상적이고 주체적이고 자연스럽게 자치와 참여의 권리를 보장하는 민주주의적인 제도들의 도입일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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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국가별 선거연령 문제와 사회상황, 교육제도 등에 대한 비교 뭐 그런 걸 통해서
나중에 좀 더 세밀하게 연구해보고 싶은 주제이긴 한데
일단 지금까지 생각이 떠오른 걸 간단하게 정리해서 올려봤습니다.

"우리도 성숙하다고!" 라는 식의 말보다는 더 낫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