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병역거부로 수감을 앞두고, 수감 소식 알리는 편지 (2012.04.07.)

공현 2012. 4. 22. 00:35

원래 4월 7일에 썼는데 난다랑 따이루가 검토해보고 보낸다고 해서 이제야 보내진 편지.

수감은 이제 앞으로 4일 정도 남았다.










안녕하세요?

 

이 편지는 저와 이렇게 저렇게 알고 지내던 분들에게 보내려고 쓴 편지입니다. 이 편지를 읽으실 어떤 분들은 저를 공현으로 알 테고, 어떤 분들은 저를 유윤종이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으시겠지요. 이미 소식을 들으신 분들도 많겠지만, 저는 지금 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하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선고는 4월 25일로 정해졌는데, 유죄 판결을 받고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뭐 거의 99%쯤? 바로 그날 법정에서 그대로 수감될 가능성도 높으니, 4월 25일부터 저는 감옥 생활을 시작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제가 병역을 거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지금 한국의 병역제도가 개인에게만 희생을 요구하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저는 군사력을 강화함으로써 평화가 지켜진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으며, 평화적인 수단에 의해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저의 신념 때문에 군대에 복역할 수 없음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병역거부라는 방식으로 제 신념을 실천했습니다.

 

이 편지를 읽으실 분들 중에는, 제가 군대에서 복역하는 대신, 병역을 거부하고 처벌받는 길을 선택한 것에 대해 동의하고 지지하시는 분도 있을 것이고, 안타까워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탐탁해하지 않아 하거나 이해하지 못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이해가 잘 안 가거나 마음에 들지 않은 분들은, 가능하면 시간이 허락할 때 저와 좀 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아쉽게도 당장은 그럴 시간은 별로 없습니다. 이제 수감되기 전까지 시간이 20일도 채 남지 않았고, 저는 제 신변을 정리하고 수감 생활을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벅찹니다. 그러니 그런 이야기들은 제가 감옥에 있는 동안 편지로 주고받거나, 아니면 1년 6개월 뒤, 출소한 이후에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여하간, 이 편지를 쓰는 것은 제가 곧 감옥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걸 알리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큽니다. 전화나 문자도 안 될 것이고, 이메일을 보내시거나 트위터 멘션을 보내셔도 확인할 수 없습니다. 1년 6개월(잘 해서 가석방 받으면 1년 2~3개월?) 동안, 얼굴도 못 보고 연락도 못 하고 지내겠지만 저를 잊어버리거나 하진 말아주세요. 여러분 주변에 병역거부로 수감된 사람이 또 한 명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염치없고 민망한 이야기지만, 정기적인 수입이나 경제적 여유가 조금 있는 분들은 제 영치금을 약간이라도 후원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옥은 군대랑 또 달라서, 생필품도 아주 최소한만 지급되기 때문에 옷이나 담요, 반찬, 휴지 같은 것도 돈을 주고 사서 사용하고 먹고 해야 합니다. 몇천원의 소액도 가능하니, 1년 6개월 동안만이라도 정기 후원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에 대한 지지와 염려의 뜻, 아니면 저의 병역거부라는 실천을 후원하는 마음을 담아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며칠 후면 감옥에 갇히지만, 그래도 이것저것 편지를 이용해서 언론에 칼럼을 연재하거나 글을 쓰는 등의 형태로 제 이야기를 가끔씩 접하실 수는 있을 겁니다. 어디 다른 차원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계속 같은 세상에 사는 거니까요. 다시 소식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2년 4월 7일 토요일, 공현(윤종)이

 

※ 후원이나 이후 소식 관련해서는 <공현과 함께라면> 다음카페 http://cafe.daum.net/gonghyun 에서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