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청소년운동/청소년인권 '이론화'라는 말

공현 2012. 4. 22. 23:57


  ‎검은빛 이 어젠가 그제 올린 얘기 때문에 생각난.

  청소년운동/청소년인권 "이론화"라는 이야기는 내가 처음 청소년운동을 시작한 2005년에도, 아니 "청소년인권연구포럼 아수나로"가 만들어진 2004년에도 나왔던 이야기다. 그때는 이 "이론화"가 무엇인지, 그 의미조차 구체적으로 그리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두발자유" 관련 주장을 정리해내는 일 자체가, 그리고 그보다 더 나아가서는 두발자유 외에 다른 청소년인권 이슈 전반에 대한 입장을 일정한 원칙 위에 만들어내고 정리해서 청소년인권 전반을 다룬 책 같은 걸 엮어내는 것 자체가 "이론화"의 목표로 제시되었다. 그리고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 인권을 넘보다ㅋㅋ』는 그런 이론화를 거칠게, 하지만 확실하게 진전시킨 성과물이었다. 나는 아수나로가 이 작업을 할 수 있다, 필요로 한다, 그리고 나 자신이 이 작업을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자마자 빠르게 이 일을 제안했고 주도적으로 때로는 어거지로 이 일을 마무리지었다.


  『인권 교문을 넘다』는 학생인권 관련 내용을 좀 더 깊이 있게 정리한 동시에, 청소년인권에서 오랜 세월 맞서 싸워온 주요 주제들 - 질서, 미성숙, 친권자 등- 에 대해서 포괄적인 담론을 전개했단 점에서 청소년인권 이론화에 또 다른 한 걸음이었다.



  지금 와서 "청소년인권의 이론화"라는 말은 다시 다른 차원의 성과를 바라고 지향하는 움직임 같아 보인다. 좀 더 체계화되고 보편화된 이론.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 인권을 넘보다ㅋㅋ』가 다양한 각론을 전개함으로써 청소년운동이 궁극적으로 그리는 세계를 그려냈다면, 이제는 그걸 다시 일반화하고 원칙화하는 작업.



  물론 그것은 지금 대학교 교재로 존재하는 "청소년인권론" 같은, 기존의 법-인권-사회복지-교육학적 논의 속에서 청소년인권의 위치를 찾아내는 내용과는 결을 달리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작업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검은빛이 말한 "이론화"라는 말에서 일종의 격세지감을 느끼면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그 안에 담긴 욕망을 짐작한다. 또 한편으로 나는 사회학적 맥락에서 청소년인권 문제를 좀 더 '연구'할 필요성도 느끼고.

  예를 들면 청소년이란 집단의 저항 사례를 국제적으로, 역사적으로 연구하고 유형화하는 일. 예를 들면 청소년이란 집단의 이해관계를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분석하는 일. 구체적 분석/연구를 통해 보편성에 도달하는 학문적 작업들.


  무직인꿈틀이(권오범)을 오늘 만났는데, 다른 운동과 청소년운동의 관계설정을 이론적으로 다룰 필요성도 얘기했다.


  쭉쭉 뻗어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