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해산/전환에 부쳐

공현 2012. 7. 13. 22:45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해산/전환에 부쳐



제 가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에 대해 “~부쳐”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어색한 일입니다. 저는 네트워크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계속 네트워크에서 활동을 해온, 당사자이기 때문입니다. 네트워크는 저의 지금까지 청소년운동에서 반신(半身) 같은 존재라고 할까요? 그러니 제게 네트워크의 해산/전환이라는 단어는, 적는 것만으로 복잡한 상실감, 쓸쓸함, 설렘 등을 불러일으킵니다.


2006 년 3월 만들어졌던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는 2012년 3월, 청소년활동기상청 활기로 통합―전환했습니다. 그러나 이 전환은 단체의 성격과 역할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고, 어느 정도인적 통일성은 유지되지만, 2006년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활동했던 문제의식과 방향성과는 다른 성격과 역할의 단체를 꾸리는 것이기에,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라는 단체의 역사는 일단 한 번 매듭이 지어졌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네트워크의 활동과 역사를 정리하는 작업은 백서 만들기로 따로 이뤄지고 있으니, 제가 따로 쓸 필요성은 없겠죠. 옥중이라 백서 작업에 같이 못하는 게 원통할 지경입니다만.



청소년운동의 개척자이자 인큐베이터


저 는 고등학교에 다닐 때 청소년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자생적으로 학교 안에서 친구들과 모임을 만들어서 활동을 했지요. 그러다가 2006년에 서울에 와서,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와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두 단체의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두 단체 다 막 시작하는 단계였는데, 그 중 네트워크는 이미 활동 경험이 있는 활동가ㆍ단체들의 연대체 형태였기 때문에 더 안정적이었고 빠르게 활동이 궤도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모임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을 고등학교 때 익혔다면, 여러 가지 활동 방식들이나 실무, 청소년운동에 대한 지식 등은 많은 부분 네트워크 활동을 하며 익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 는 감히, 저라는 활동가 개인뿐 아니라, 지금의 청소년운동 자체가 네트워크로 인해 만들어졌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물론 수많은 사람들, 단체들, 사건들이 청소년운동을 만들어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고 부정해서도 안 되지요. 그렇긴 하지만, 네트워크는 청소년운동의 형성과 발전이라는 명시적 목표를 가지고 만들어져 지금의 청소년운동이 만들어지는 데 직접적으로 많은 역할을 했다는 중요성이 있습니다.


네 트워크는 연대체로 시작해서 연대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활발한 활동을 했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직접행동을 지원했고, 전국을 돌며 거리에서 학생인권법 제정을 위한 활동을 했고, 간담회, 토론회, 인권교육과 캠프, 연구 작업 등으로 청소년인권과 청소년운동의 확대와 발전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움직였습니다. 현재 학생인권 담론의 내용을 만들고, 학생인권 외의 보호주의 문제 등 청소년인권의 다양한 논리 개발에 기여했습니다. 네트워크는 청소년운동의 한 전선(front)을 만드는 개척자였으며 인큐베이터이기도 했습니다.



평가받을 만하다는 자부심으로


몇 년 전부터 네트워크는 새로운 활동가들을 만드는 데 곤란을 겪고 있었습니다. 네트워크는 그 운영방식이나 특성상 새로운 청소년활동가들을 자기 조직으로 조직화하기가 어려운 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소홀했던 점도 있구요. 또한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등 청소년운동이 더욱 성장하면서 네트워크가 처음 만들어진 목표가 일부 달성되며 그 의미를 잃었고, 네트워크가 해오던 역할도 옮겨가게 되었습니다. 네트워크의 이러한 약점과 부족함, 그리고 청소년인권운동 안에서 활동가들을 지원하고 뒤를 받쳐주는 역할의 조직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는 점, 이 두 가지로 인해 네트워크는 이번에 해산/전환을 맞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12 년 3월, 네트워크의 공식/해산을 밝히는 좌담회가 끝난 뒤 서울 서대문에서 수원 제 집까지 가는 동안 눈물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만으로) 18살에서 24살까지, 시쳇말로 저의 청춘(웃음)을 같이 보낸 단체가 없어진 것이니까요. 그저, 네트워크가 그 역사를 끝내더라도, 이후에 청소년운동의 역사 속에서 계속 네트워크의 흔적을 볼 수 있으리라는 데서 위안을 얻습니다. 수도권ㆍ서울 중심의 운동이었다거나 소수 활동가 위주의 단체였다는 등 네트워크의 한계를 포함하여, 네트워크의 공과에 대해 여러 평가가 가능할 것입니다. 저는 아마 모든 평가가 반갑게 느껴질 것입니다. 적어도 네트워크가 현재/미래의 청소년활동가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진지하게 평가받을 만한 실체 있는 활동을 했다는 자부심을 저는 가지고 있습니다.


덧. 어쓰가 후원회원 연락 등 네트워크 해산/전환에 따른 일들을 모두 마무리했나 모르겠네요. 혹시 아직도 안 끝났다면 조속히 하라고 재촉합니다 ^^


2012.05.27


공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