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꿈

교도소 서신검열에 대하여

공현 2012. 12. 25. 14:38




  교도소 직원들과 서신검열 등 건에 관해 얘기를 하다가 느낀 건, 교도소 직원들은 별로 ‘논리적인 논쟁/토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인상이었다. 그들은 대개 논지가 불분명하거나 오락가락하기도 했고, 때론 직접적으로 논쟁은 하고 싶지 않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니 그들의 말을 분석하고 정리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내 숙제가 됐다. 그리고 논쟁을 싫어하는 그들을 위해서도 내가 논리적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 기회를 통해 정리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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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면 답변 또는 직원들과 대화하며 들은 서신검열 등의 이유(핑계?)는 크게 3~4가지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다. 1)트위터에 교도소 안 이야기를 (과장/왜곡/오해의 소지가 있게) 올려서 2)인터넷(SNS)에 보안에 타격이 될 수 있는 얘기가 올라갈까봐 예방 차원에서 3)사고 방식이 부정적이어서. 여주교도소장이 한 3)의 이야긴 논의의 가치가 없으니 무시하도록 하겠다. 그런데 1),2)는 전혀 다른 맥락의 전혀 다른 이야기임에도 그런 차이가 제대로 인지되지 않고 같이 말해지는 모습을 보곤 해서, 그런 게 아주 대화하기 피곤하다. 말이 아주 혼란스럽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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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트위터에 교도소 안 이야기를 올리는 것이 서신검열 등의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건 명확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교도소 안의 이야기를 알리거나 게시하는 것은 전혀 금지되어 있는 사항이 아니다. 교도소는 그것을 막거나 규제해선 안 된다. 교도소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밖에 알리는 것 자체가 교도소의 질서 등을 해친다고 볼 수도 없고, 또 그렇게 해석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무슨 경비체계에 대한 것도 아니고) 교도소의 일상적 행정, 처우, 수용자의 경험 등을 알게 되는 것은 교도소가 수용자들을 가둬두고 관리하는 ‘질서’에 아무런 구체적 위협이나 해가 되지 않는다. 교도소가 질서나 보안을 억지로 갖다 붙여서 그런 이야기까지 막는다면 그건 국가 공권력의 행사에 대한 비판, 감시 등의 작용을 원천 봉쇄하는 것이 되므로 그래선 ‘안 되는’ 것이기도 하다.

   형집행법은 “명백한 허위사실”에 대해 서신 발신을 불허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명백한 허위사실을 적은 적이 없고, 또 앞으로 적으리라고 볼 근거도 없다는 건 교도소 직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그들이 과장이니 왜곡이니 문제 삼는 건 기껏해야 밤에 비가 샌 날, 내가 그걸 “물바다”라고 표현했다는 것뿐이다. 여기서 하나 확실히 밝혀두고 싶은 건, 태풍이 지나가서 비가 많이 샌 그날, 방에 물이 얼마나 샜는지 직접 교도소 직원이 보고 확인한 적은 없었던 걸로 알고, 따라서 그들이 뭘 근거로 그게 과장인지 어떤지 판단하는 건 나로선 불가사의라는 점이다. 어떤 교도소 직원들은 “물바다”란 말을 무슨 물이 출렁출렁 차올라 침수되는 때만 쓰는 말이라는 듯 얘기했다. 일상에서, 예컨대 아이들이 실내에서 물총싸움을 벌여서 방이 온통 물투성이가 된다거나 부엌에서 큰 물병 등을 엎지르거나 수도가 역류하여 물이 넘치고 고이고 여기저기 많이 젖은 상황에도 비유적으로 “물바다”란 표현을 쓰곤 한다는 것을 내가 굳이 장황하게 설명해야 하는가? 내가 있는 방은 빗물이 두 군데서 새고, 그 날은 유독 많이 새서 방바닥에 물이 고인 ‘웅덩이’가 생겨 있었으며 걸레로 한 번에 다 훔치지도 못할 만큼 양이 많았다. 나는 이런 상황에 대해 “방이 물바다ㅠㅠ”라고 평한 게 그리 과장이나 왜곡이라 할 수 있는지 모르겠으며, 언어습관의 차이일지언정 “명백한 허위사실”은 아니라고 힘주어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것을 포함해 (그게 과장이건 아니건)내가 올리는 얘기들이 서신검열 등의 이유가 될 만한, 교도소의 안전이나 질성 p해가 될 내용이 없는 것임은 웬만한 사람들은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혹시 해가 되는 게 있다면 그건 교도소의 ‘이미지’나 교도소 직원들의 안일함, 무례함, 태만함에 대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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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안에 대한 예방 차원이란 건 예를 들어 이런 소리다. 내가 감시카메라 배치나 경비 시스템 등에 대해 써보내서 게시될 수가 있으니 그런 걸 예방하기 위해 검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교도소 직원들은 내가 쓰는 ‘교도소에 관한 내용’을 바로 ‘보안에 해가 되는 내용’을 쓸 가능성과 연결짓는 듯하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그러한 연결엔 별다른 근거가 없다. 만약 이러한 연결고리가 성립한다면, 교도소는 지인들에게 교도소 생활에 관한 내용을 편지로 보내는 모든 사람의 서신을 검열해야 한다. ‘보안에 해가 되는 내용’은 어느 개인에게 전달이 되거나 인터넷에 게시가 되거나 여하간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몰래 개인에게 전달되는 것이 더 탈옥·부정물품 반입 등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교도소는 ‘보안에 해가 될 내용’과 그렇지 않은 내용 사이엔 격차가 있음을, 그리고 그 둘을 구별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내가 교도소 생활, 경험에 대해 써보내는 것이 곧 ‘보안에 해가 되는 내용’을 쓸 거란 판단의 근거로 충분치 않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애초에 나를 비롯해 대개의 수용자들은 경비 체계 등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다! 그걸 수용자들이 잘 모르게 하는 것 역시 교도소의 ‘보안’의 일부 아니던가?

   만일 그래도 불안하다면 난 얼마든지 감시카메라니 경비니 계호니 하는 ‘보안’에 해가 될 만한 내용은 편지 자체에 안 쓰도록 주의하겠다고 약속할 수 있다.(어차피 잘 모르니까!) 그러나 “교도소는 보안 시설”이란 따위의 말로, 교도소 안의 처우나 수용자들의 삶, 경험이 알려져선 안 된다는 소릴 한다면 난 단호하게 그게 헛소리라고 잘라버리겠다. 그건 마치 군사 영역엔 기밀이 있을 수밖에 없단 핑계로 군 인권이나 군인 처우에 관한 이야길 공개할 수 없단 식의 말과 같다. 나는 군대 역시 더 공개되고 민주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여하간 일반적으로 감옥/교정행정이 군사영역보다는 비밀로 해야 할 게 적을 것이란 건 다들 동의할 것 같다. 군대에서도 인터넷, 편지 등으로 군대 생활 얘길 많이 쓰고, 제대한 뒤이든 복무 중이든 군 생활을 소재로 한 담론, 컨텐츠는 많이 공유되고 있다. 감옥이 감옥생활에 관한 걸 비공개/비밀로 할 명분은 별로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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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붙여서, 한 교도소 직원은 “외국에선 인터넷을 이용한 범죄 등 우려로 (SNS를 포함한) 더 철저하게 규제를 한다.”라고 했는데 이 역시 오류가 있다. 나는 엄밀히 말해, 이 안에서 SNS나 인터넷을 전혀 못하고 있다. 내가 하는 일은 편지를 쓰는 일이다. 그 사람이 말한 “외국”이 어딘지 어떤 규제를 한단 건진 모르겠는데, (혹시 감옥인권 후진국인 미국을 말한 건 아니겠지?^^) 편지를 쓰고 글을 쓰는 걸 규제한단 소린가? 내가 ‘옥중 트윗’을 하는 건 정확히는 두 가지 행위로 이루어진다. ①내가 편지를 써서 지인에게 보낸다. ②편지를 받은 지인들이 내용을 트위터에 올린다. 나는 편지에서 직접 무슨 문장을 트윗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하고, 또는 내 편지의 내용 중 일부를 그냥 올려도 된다고 해뒀으므로 지인들이 판단해서 올리기도 한다. ①과 ②의 행위 중 교도소가 규제·금지할 수 있는 행위는 원칙적으론 없다. 나는 SNS를 하고 있지 않다. 편지로 지인들에게 내 SNS 계정 관리에 대한 부탁을 써보내고 있을 뿐이지. 나는 이것이 내가 쓴 편지를 다른 사람이 쳐서 인터넷 카페·게시판에 올리는 일, 내 블로그에 글을 올려주는 일과 본질적으론 아무것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유독 SNS, 트위터만 문제될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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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으로 한 가지 더. 교도소 직원들은 단문을 올리는 트위터에 대해 많은 편견을 보였다. “전문”을 올리는 게 아니라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둥. 그러나 트위터에 올라간 글은 그게 “전문”이다. 긴 글이 반드시 참이거나 우월한 건 아니다. ‘단문만’ 오가는 세태를 비판할 순 있으나, 난 ‘장문만’ 오가는 상황도 끔찍하다고 여긴다. 어떤 상황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짧은 감상, 생각, 표현, 즉각적인 느낌이나 말들이 때론 더 생생하고 삶의 진실에 가깝다. 나는 그런 주관적 체험의 표현과 공유가 의미있는 일이라고 믿는 쪽이다. 특히 감옥처럼 폐쇄적이고 격리된 곳에선 더욱. (애초에 어떤 글이든 맥락이 완전히 포함될 순 없으며 ‘장문’ 역시 오해의 소지는 충분히 크다는 것 등은 논외로 하자. 난 종종 사람들이 지나치게 ‘상식적으로’ 내뱉는 말들이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