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2010. 2. 26. 09:33

[성명]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 합헌 결정, 심히 유감스럽다
 
오늘(25일) 헌법재판소는 (구)공직선거법 제82조의6 인터넷 실명제에 대하여 7:2 의견으로 합헌이라고 결정하였다. 이 조항은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언론사가 게시판·대화방 등에 실명인증의 기술적 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1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2004년 공직선거법이 개정된 후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계속되어 왔고 2007년 17대 대통령 선거운동기간 동안 인터넷 실명제를 거부한 민중언론 참세상이 과태료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가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에 대하여 합헌이라고 본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헌법재판소는 인터넷이용자가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거나 거치지 않고 자신의 글을 게시할 수 있으므로 사전검열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도 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선거기간 동안 모든 인터넷언론사가 실명제를 실시하는 상황에서 이용자가 실명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법률에 명시되어 있는대로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의 글을 게시"하는 것과 관계없는 표현을 게시할 경우 익명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런 선택권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2007년 12월 차별금지법 논란이 한창이었을 당시 사회적 소수자들이 선거운동과 관계가 없는 이 법안에 대한 의견을 인터넷언론사 댓글란에 제시하고 싶어도 실명을 밝혀야만 했다. 사회적 비판자나 소수자가 의견을 밝히려면 신원이 노출되고 불이익을 당할 위험성을 무릅쓰거나 의견 발표를 포기해야만 한다. 이것이 표현의 자유 침해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인터넷 실명제는 확대되어 가고만 있다. 공직선거법 외에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포털 등에 상시적인 실명제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인터넷 주소자원에 관한 법률]에서도 실명으로만 인터넷 도메인 등록을 하도록 의무화하였다. 국회에는 정보통신망법상 인터넷 실명제를 더욱 확대하려는 정부 법안이 상정되어 있다.
 
그 이름이 어떻게 서로 달리 불리건, 이러한 인터넷 실명제들은 사업자가 글쓴이의 신상 정보를 수집 보관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수사기관을 비롯한 국가가 이에 대해 손쉽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수사기관이 이렇게 수집된 개인정보를 영장도 없이 제공받는 건수는 연 5백만 건을 넘어섰다. 어떠한 명분도, 국가의 수사 편의를 위하여 모든 국민을 잠재적 악플러 혹은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우리가 여기에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 전체의 인권 의식이 위기에 처해 있음을 반증한다.  
 
재판관 2인의 반대의견대로, 인터넷 실명제는 의사표현 자체를 위축시켜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자유로운 여론 형성을 방해하며 유익한 익명표현까지 사전적이고 포괄적으로 규제하여 헌법에 위배된다. 헌법재판소가 정보통신망법상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앞으로의 결정에서는 판단을 달리하여 줄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앞으로도 인터넷 실명제를 폐지하기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인터넷 실명제가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확고히 믿으며, 특히 사회적 비판자와 소수자들의 자유로운 표현을 위하여 마지막까지 함께 싸울 것이다.
 

2010년 2월 25일
민중언론 참세상, 진보네트워크센터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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