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청소년단체 공동 성명> 다양한 청소년의 인권 보장을 위해서, 서울시민인권헌장을 선포하라!

공현 2014. 12. 10. 11:52

<서울시민인권헌장 선포 거부 사태에 대한 청소년단체 공동 성명>


다양한 청소년의 인권 보장을 위해서, 서울시민인권헌장을 선포하라!


 

서울시민인권헌장이 시민위원들에 의해 통과되었으나, 서울시는 본래 예정되어 있던 1210(세계인권선언일) 선포를 거부했다. 차별금지 사유 예시에 성적 지향, 사상 등이 포함된 것에 반발하는 일부 세력 때문이다. 자신들이 뽑아서 권한을 위임한 시민위원들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현 서울시장의 공약 사항인 헌장 선포를 거부하겠다고 하기 위해 서울시가 보인 꼼수들과 뻘타들은 이미 많은 언론 등에서 보도되었으니 더 말하지 않겠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여 바로 며칠 전, 인권단체들과 성소수자단체들 등은 서울시장 면담과 헌장 통과 등을 요구하며 서울시청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우리 청소년단체들은 시민들의 참여 속에 제정된 서울시민인권헌장이 차별금지에 반발하는 사람들의 입김에 의해 좌절되어선 안 된다는 입장과 함께, 성소수자 차별금지에 반대하는 핑계로 청소년 보호를 들먹이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입장을 밝힌다.

 

현재 통과된 서울시민인권헌장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는 지극히 일반적인 수준에서 인권 보장을 위한 원칙을 담은 헌장임을 알 수 있다. 가정, 학교, 일터, 시설, 지역사회 등에서 아동 등 약자들이 폭력을 당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피해자를 지원한다는 꼭 필요한 내용도 눈에 띄고, 그밖의 각종 인권에 대한 항목들 모두가 서울에 살고 있는 청소년들에게도 꼭 필요한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헌장이 법적 효력이 없고 상징적인 선언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원칙을 명기하고 지자체와 시민들에게 이를 기억시키는 것은 중요한 실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인권의 원칙에 부합하는 인권헌장을 서울시가 어서 선포할 것을 촉구한다. 자신들이 서울시민의 인권 개선을 위해 헌장을 만들겠다고 추진하고 시민위원들을 모았으면서, 이제 와서 부담스럽다고 뒤엎는 것은 대체 무슨 무책임한 뒤통수질인가?

 

또한 우리는 차별금지에 반발하는 이들이 자신들의 동성애혐오-차별 논리에 청소년들을 끌어들이는 것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느낀다. 오랜 옛날부터, 동성애혐오-차별 논리에 청소년보호 논리가 동원되는 일은 매우 잦았다. 러시아는 청소년보호를 위해서라며 동성애에 관련된 정보를 표현하는 것을 금지하는 악법을 만들었을 정도이다. 그러나 이는 동성애가 비정상이며 미성숙한 청소년들이 동성애에 세뇌당한다는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하여, 사람들 사이에 남아 있는 동성애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에 편승해, 비청소년들이 바라는 대로 청소년들을 가공하고 싶어 하는 일방적인 청소년관을 부추기는, 총체적으로 노답인 논리이다.

 

그것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폭력이며, 자신들의 욕망을 위해 청소년들을 핑계로 삼는 비겁이다.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들은 다양한 상황에 놓인 청소년들의 인권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실질적 조치에는 무관심하면서, 경직된 가족주의적보호주의적성차별적 질서를 신성시하고 있다. 그들이 지키고 싶어 하는 것은 그들 자신의 가치관이나 종교적 신념, 지배 권력이지, 청소년의 삶과 권리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성소수자 인권이 인정되면 청소년의 에이즈 감염률이 늘어난다는 등의 근거 없는 과장과 망상을 들이미는 그들의 이야기에서는, 존중과 사랑이 아니라 공포와 불안, 그리고 두려움을 부채질하는 욕망이 읽힌다. 우리는 차별금지에 반발하는 그들에게 호소한다. 자신들의 청소년에 대한 지배와 권력이 사라질까 불안해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다양한 청소년들의 삶에 마주하여, 존중과 이해에 기반을 둔 인권 보장 방안을 함께 논의하자고. 과장된 두려움과 아집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대화를 해보자고. 우리는 그들이 청소년과 성소수자에 대해 휘둘러온 폭력과 차별, 각종 인권 현장에서 보인 폭력적이고 남들을 무시하며 말살하고 싶어 한 모습을 반성하고 사과하길 바란다.

 

우리는 서울학생인권조례 제정 과정 등에서 보인 차별금지에 반발하는 이들의 과민반응을 기억한다. 그리고 이번 사태가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광주학생인권조례와 광주시의 인권헌장 등의 차별금지 조항에 대해서도 딴지를 걸기 시작한 것을 볼 때, 이것이 서울시만의 일도 아니라고 본다. 우리는 차별금지에 반발하는 이들과 차별금지에 반발하도록 부채질하는 세력들이 존재하기 때문에라도 서울시민인권헌장이 선포되어야 하며, 실질적으로 서울시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일 서울시민인권헌장이 이대로 선포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서울시가 서울시어린이청소년권리조례를 비롯하여 차별금지 등 인권보장을 명시한 각종 법규들을 시행할 의지조차 있는지 의심하게 될 것이다. 이미 제대로 시행하지 않고 있지만 말이다.

 

서울시에 재차 촉구한다. 서울시민인권헌장을 선포하고, 인권 보장을 위한 노력을 다하라. 인권의 원칙을 뿌리째 뽑아버리겠다는 쪽을 편들 것인가, 아니면 인권의 원칙을 더 깊게 뿌리내리게 하고 기르는 본래의 의무를 다할 것인가? 다양한 청소년들이 차별과 폭력 없이 살기 위해서 물러서지 않고 인권 보장의 원칙을 선언해야 할 것이다.

 


2014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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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청소년자립팸 이상한나라, 희망의우리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