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태극기를 태웠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에 대한 탄원서

공현 2015. 6. 1. 12:06



안녕하십니까? 재판장님에게 한 시민을 구속시키지 말아달라고 제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이렇게 탄원서를 씁니다.


세월호 집회에서 태극기를 불태웠다는 이유로 한 사람이 체포되고 구속 영장을 청구받은 상태입니다. 저는 태극기를 불태운 것에 관해서 우리 사회가 그토록 호들갑을 떨고 비난하는 것에 인권활동가로서 조금 놀랐습니다. 저는 국가가 결코 국민, 시민보다도 우선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의 원리는, 주권은 다른 무엇이나 누구도 아닌 그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있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공동체나 타인에게 직접적인 해를 입힌 것도 아닌데, 주권자로서 자신의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여 어떤 의견이든 표현하기 위해 국기를 불태우는 것이, 그 옳고 그름을 떠나 과연 형사처벌 대상이 되어야 할지 의문스럽습니다. 이에 대한 언론과 사람들의 과민반응은 우리 사회에 과잉된 국가주의와 빈약한 인권 의식을 드러낸 사건이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검찰이 사전 구속 영장까지 청구한 것은 이러한 과민 반응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사법부는 이러한 상황에서 시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보루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현행법상 국가를 모독할 목적으로 태극기를 태우는 행위는 형사 처벌 대상입니다. 저는 이 법이 잘못된 법이라고 믿으며 개정되길 바라지만 재판장님은 현행법에 의거하여 판결을 내리셔야 한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저는 설령 현행법에 의거하더라도 사전 구속 영장 발부는 부당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현재 피의자는 도주를 시도하지도 않았고, 또 해당 사건에 대해 별도로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도 이미 거의 없습니다. 사전 구속 영장은 도주나 증거인멸의 위험이 있을 때만 발부하는 것이며, 불구속 재판이 원칙이라는 점을 저보다도 재판장님은 잘 알고 있으실 것입니다. 또한 알려진 바에 따르면 태극기를 태운 것은 경찰에게 항의하기 위한 행동이었으며, 해당 범죄 구성 요건 중 국가를 모독하려는 목적을 갖고 행한 것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충분히 유무죄를 다툴 여지가 있고, 사전 구속 영장을 함부로 발부하는 것은 무고한 시민에 대한 부당한 사전 처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부디 신중하고도 현명한, 그리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고려한 판단을 내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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