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성명] 과거 청소년운동 동료였던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의 대변인직 사퇴를 촉구합니다. +

공현 2020. 2. 29. 19:47

 

[성명] 과거 청소년운동 동료였던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의 대변인직 사퇴를 촉구합니다.

 

지난 2019년 8월, 우리 단체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준)(이하 ’지음(준)‘)’의 활동가이자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던 강민진(청소년운동에서는 ‘쥬리’라는 이름으로 활동함) 활동가가 정의당 청년 대변인에 취임한 바 있습니다.

‘지음(준)’은 2018년에 강민진 활동가가 주도적으로 제안하여 새롭게 꾸려진 단체입니다. 우리는 지난 2018년 6월부터 주 1회 회의를 하며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활동가 단체를 만들어가고자 했고, 2019년 3월부터 8월까지는 아름다운재단의 공익단체 인큐베이팅 지원 사업 등을 준비하며 “우리가 지어나갈 청소년인권운동의 새로운 길”을 함께 꿈꾸었습니다. ‘청소년인권운동의 든든한 빽, 빽빽 프로젝트’를 통해 강민진 활동가는 ‘지음(준)’을 대표하는 얼굴로 나서 활동비 후원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지음(준)’의 다른 활동가들은 강민진 활동가의 정의당 대변인직 취임 이후 지금까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강민진 활동가는 본래라면 대변인직을 수락해서는 안 되었습니다. ‘지음(준)’에서는 정당과의 관계 등에 대해 한 번도 제대로 논의가 이루어진 바 없었고, 정당 당직을 활동과 병행할 수 있는지, 어떤 원칙과 기준을 두어야 할지 합의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음(준)’에서는 여러 문제와 갈등이 있었음에도 강민진 활동가에 대한 신뢰로 대변인직을 얻는 것을 용인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이러한 신뢰는 배반당했습니다. ‘지음(준)’의 다른 활동가들은 강민진 활동가가 청소년운동의 활동가로 계속 활동하겠다는 믿음을 줄 것을 바랐고, 동료 활동가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일 것을 호소했고, 상당한 기간 강민진 활동가의 응답을 기다렸습니다. 우리는 결국 강민진 활동가가 새로운 단체를 통해 지속가능한 청소년인권운동의 전망과 기반을 만들어가자고 함께 뜻을 모았던 동료들과의 신의를 깼다고 생각합니다.

2020년 2월 26일, ‘지음(준)’은 강민진 활동가와 함께 활동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과거 청소년운동의 동료였던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에게 유감을 표하며 정의당 대변인직을 사퇴할 것을 촉구합니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1. 대변인직 수락 과정에서 벌어진 절차의 문제

2019년 7월, 당시 강민진 활동가는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었고 청소년운동의 새로운 활동가 단체의 출범을 준비하는 ‘지음(준)’ 활동가였습니다. 강민진 활동가는 정의당의 청년 대변인직을 제안받은 후, 이를 공유하긴 했으나 단체에서 제대로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공식 결정 없이 이를 수락했으며 자신의 결심을 단체에 통보했습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 역시 강민진 활동가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하여 단 며칠 만에 답변을 달라고 요청하는 등 우리 단체와 운동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음(준)’에서는 이런 부적절한 절차에 대한 문제의식을 포함하여 강민진 활동가의 정의당 청년 대변인 취임을 둘러싼 여러 우려와 갈등이 있었습니다. 이때 강민진 활동가는 대변인직을 맡더라도 2020년 4월까지만 하는 것이며 청소년운동을 소홀히 하지 않고 성심껏 할 것이라고 동료들을 설득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앞으로도 청소년운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지지와 신뢰가 필요하기에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 단체는 강민진 활동가에 대한 믿음의 표현으로, 강민진 활동가의 행보에 대해 마땅히 있어야 했던 평가나 비판 등을 보류하였습니다. 

 

2. 동료 활동가들의 신뢰를 저버린 문제 

그러나 현 시점에서 강민진 활동가는 이러한 믿음과 배려를 모두 저버렸습니다. 2020년 1월, 강민진 활동가는 정의당에서 상근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지음(준)’에 통보했습니다. 이후 2월, 강민진 활동가는 대변인직 임기 종료 이후 청소년운동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지음(준)’ 활동을 정리하겠다고 말하며, “‘지음(준)’ 소속이 아니게 되면 대변인 사퇴 요구를 받아도 따르지 않아도 되니까 단체를 탈퇴한다”라는 발언도 하는 등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후 강민진 활동가는 ‘지음(준)’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입장을 번복했습니다. 이에 ‘지음(준)’에서는 구성원 다수의 의견으로,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상호 신뢰 회복이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해 대변인 임기 종료 이후에는 당분간은 당직을 맡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정의당 대변인직을 맡은 이후 단체와의 소통과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청소년운동에도 소홀해진 점, 직전에 ‘지음(준)’을 그만두겠다거나 대변인직 임기 종료 이후에도 청소년운동을 계속할지 확답할 수 없다고 발언했던 점 등으로 인해 신뢰를 잃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음(준)’의 활동가들은 정당에 거리를 두고 우리 단체 활동에 더 집중하겠다는 의지 표명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지음(준)’에서의 활동을 우선한다면, 그리고 스스로 했던 말을 지키고자 한다면, 현재 상황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 신뢰 회복을 위해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여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강민진 활동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강민진 활동가의 이러한 발언과 태도가 ‘지음(준)’에서 활동을 계속하기 위해 노력할 의지가 없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지음(준)’에서는 강민진 활동가와 더 이상 함께 활동할 수 없다고 결정했습니다.

 

3. 청소년운동에 대하여 무책임한 태도와 행보를 취하는 문제 

앞서 밝힌 것처럼, 청소년운동에서는 지금까지 정당과의 관계 및 원칙을 제대로 논의한 적이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모르지 않는 이가 동료 활동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단체의 조직적 결정을 거치지 않은 채 개인적 욕구에 의해 당직을 맡았다면, 게다가 그것이 자신에 대한 동료들의 믿음을 바탕으로 용인된 것이라는 점을 인지한다면, 뒤늦게라도 운동/단체 차원의 논의를 제안하고 합의를 만들어나가야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강민진 활동가는 지난 6개월여 동안 관련 논의를 하는 것 자체를 회피해왔습니다.

현 시점에서 강민진 활동가는 자신이 공언했던 약속을 어겼습니다. 청소년운동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지음(준)’ 활동가로서 단체를 함께 만들고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약속도 지키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강민진 활동가의 발언과 행동은 “청소년인권의 새로운 길을 지어나가자”며 새 단체를 만들자고 제안했던 사람으로서, 동료 활동가들에 대한 최소한의 신의와 예의마저 저버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지음(준)’은 스스로가 했던 말과 약속을 지키려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 강민진 활동가에게 실망을 표합니다.

강민진 활동가의 정의당 대변인직은 선거권 연령 하향 등 운동의 의제와 성과를 발판 삼았기에 얻을 수 있었던 것이었으며, 청소년활동가들이 함께 만들어 낸 사회적 자원을 통해 갖게 된 자리였습니다. 소속 단체와 동료 활동가들의 신뢰와 용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청소년운동을 지속하고 책임을 다하며 신뢰를 지킨다는 전제하에, 공개적 비판이나 평가도 유예한 채 맡은 직책이었습니다. 우리는 강민진 활동가가 청소년운동의 성과를 사유화하여 원내정당의 권력 있는 자리를 얻길 바란 것이 아닙니다. ‘지음(준)’을 제안한 활동가로서 동료들에 대한 신의를 지키며 ‘지음(준)’을 함께 만들어 가기를 기대한 것입니다. 그의 약속을 믿었기 때문에 대변인직 취임을 용인했고 지금까지 기다린 것입니다.

우리는 당직을 맡은 이후 ‘지음(준)’에 대해 신의를 지키고 책임을 다하려 하지 않는 강민진 활동가의 행보가 청소년운동을 하며 생긴 자원을 사유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는 운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며, 있어서도 안 되고 되풀이되어서도 안 될 행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자신의 약속과 공언들을 지키려 하지 않는 상황에서, 소속 단체와 동료 활동가들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강민진 활동가가 정의당 대변인직을 지속하는 것에는 어떠한 정당성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강민진 활동가가 ‘지음(준)’의 활동가들과의 신뢰가 깨져 더 이상 ‘지음(준)’의 활동가로 남지 못하게 된 지금, 청소년운동의 성과를 기반으로 제안받은 대변인직 역시 내려놓는 것이 최소한의 책임 있는 자세일 것입니다.

우리는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의 대변인직 사퇴와 공적 활동 중단을 촉구합니다. 강민진 대변인과 정의당이 3월 4일까지 우리의 요구에 응하기를 바랍니다.

 

 

2020년 2월 28일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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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분들의 질문이 있어서 상황 이해를 돕기 위해 개인 입장으로 적습니다. 궁금한 점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 보시고요. 단체에서 어떻게 더 잘 설명할 기회를 가질까 고민 중입니다. 짧게 써 보려 했는데 길어진 점 송구스럽습니다.



(1) 단체 활동하다가 자리를 옮길 수도 + 그만둘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이는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준)이라는 단체의 특수성과 현재 상황을 고려해야 합니다.
지음(준)은 청소년인권운동을 안정적으로 지속하는 활동가들의 단체를 만들자는 문제의식으로 모인 단체이고, (대중조직 추진 모임 좌초 등의 과정을 거친 뒤에) 최초에 적극적으로 제안을 한 사람은 강민진 씨(쥬리)와 저(공현)였습니다. 지음(준) 멤버 중에는 활동을 쉬려는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강민진 씨의 설득으로 참여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지음(준)은 활동가 조직을 목표로 하는 만큼 5명의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높은 수준의 단체에 대한 책임을 요청했고 활동에 대한 논의나 역할을 동등하게 나누고자 노력했습니다. 가장 최근의 예로는 올해 출범을 준비하면서 1명의 활동가는 상근을 위해 대학 휴학 또는 자퇴를 정했고, 다른 1명의 활동가에겐 단체 상근을 위해 현재 다니는 직장을 퇴사하라는 선택도 거론되어 필요하다면 그러겠다고 결의하기도 했습니다. 때론 강민진 씨가 그런 요구를 한 장본인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5명 모두가 상근을 할 수는 없겠지만, 생계를 위해 다른 직장을 갖더라도 지음(준) 활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자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기에 동료 활동가들은 강민진 씨 역시 단체에 그만한 책임감을 가지고 활동가로 참여할 거라고 믿음을 가졌습니다. 이러한 믿음을 강민진 씨가 저버리고 부정하고 있기에 우리는 배신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우리는, 강민진 씨는 본인이 같이 높은 수준으로 결합하는 활동가 조직을 만들자고 주도적으로 제안해 놓고서, 자신은 청소년운동을 발판으로 더 권력 있고 좋은 자리를 갖게 됐으니 나중에 발을 뺄 수도 있다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느끼기에 비판하는 것입니다.


(2) 정당활동과 사회운동은 병행할 수 없는가?

일반론으론 정당에서의 활동과 시민사회단체에서의 활동은 병행 가능할 것입니다. 청소년운동 활동가 중에는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동시에 자기 사상에 따라 정당에서 활동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강민진 씨의 경우는 이러한 경우와 여러 모로 다릅니다. 먼저 강민진 씨는 그 이전에는 정의당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적이 없었습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공집장을 하면서 눈에 띄어 대변인 자리를 제안받은 것입니다.(저는 이렇게 사회단체의 자리에 있다가 바로 정당 고위직으로 직행하는 것이, 언론사 기자들의 정당/정부 직행이 비판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경계되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는 또 다른 논의가 필요한 일이겠죠.) 그래서 청소년운동에서 함께 만든 성과와 자원에 의해 얻게 된 자리라고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단순히 개인의 병행 활동이 아니라 청소년운동 활동가로서 목적의식을 가진 채 정당의 당직이나 선거 등에 참여하는 것은, 개개인의 판단이 아닌 운동의 필요성에 의해, 단체의 논의와 결정에 따라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진출한 개인과 운동(조직) 사이엔 서로 간에 지지와 책임의 관계가 세워져야 합니다. 그러나 강민진 씨의 대변인 취임은 운동의 판단에 의해서가 아니라, 강민진 씨 스스로가 인정했듯이 개인의 욕망에 의해, 다분한 절차적 문제를 안고 결정됐습니다. 제대로 된 절차와 논의를 거친 행보가 아니었단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지음(준)의 상황 문제가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지음(준)은 활동가로서 비교적 높은 수준의 신뢰와 결합을 요구하는 활동가 조직을 준비하는 단계입니다. 지음(준) 활동가들 중 다수는 단체 논의에서 정당과의 관계나 원칙에 대해 이야기하고 정해야겠으나, 적어도 현재 출범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지음(준) 활동과 정당 당직을 병행하는 것은 어렵겠다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강민진 씨가 지음(준) 활동에 책임감을 가지고 우선시했다면 이런 동료들의 의견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했고, 그런 우려에 대해 설득하려고 더 노력해야 했을 것입니다.



(3) 단체에서 활동을 같이할 수 없다고 결정하고 왜 대변인직까지 사퇴를 요구하는가?

일단 앞서 말했듯 강민진 씨의 정의당 대변인직은 청소년운동의 성과 속에 얻게 된 자리였으나, 절차적 문제 등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강민진 씨는 이제껏 해온 활동을 계속 열심히 할 것이고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청소년인권운동을 떠나서 정당 활동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저는 지음이라는 청소년인권운동 활동가 단체를 만들고 안정화하면서, 제정연대 운동이든 그 이후의 운동이든 청소년인권운동을 계속 책임지고 싶다”라고 말했고, 동료 활동가들에게는 청소년인권활동가로서 더 성장하고 더 나은 활동가가 될 기회가 되게 할 거라고 설득했습니다.
또한 지음(준) 내부 등에서 대변인을 맡은 절차나 방식의 문제에 대해 청소년운동 내에서 공론화와 평가가 필요하단 말도 나온 적 있으나, 강민진 씨는 그러한 비판을 받으면 자신이 청소년운동을 계속하기 어렵다고 하며 그러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래서 동료 활동가들은 공개적 비판을 삼가고 유예했습니다. 지음(준)에서 대변인 활동에 대해 공유하고 같이 논의하여 청소년운동의 활동가로서 대변인직을 수행하기로 정하기도 했고, 단체가 대변인직 사퇴 결정을 내리면 따르기로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강민진 씨가 동료 활동가들과의 신뢰가 무너져 지음(준) 활동을 지속할 수 없게 됐기에, 소속 단체였던 지음(준)이 강민진 씨의 대변인직 수행을 용인했던 전제도 부정됐습니다. 강민진 씨가 이처럼 자신의 정당성이 사라지는 사태를 피하려 했다면 지음(준)에서의 신뢰를 회복하고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강민진 씨는 스스로 했던 말들을 지키려고 최선을 다하기보다는 상황과 마음이 바뀌었다는 등의 말을 하고 있습니다.
절차적 잘못을 용서받으며, 받아야 했던 비판도 회피하며 시작했던 대변인직인데, 그러한 용인과 유예의 조건은 무너졌습니다. 결국 강민진 씨의 대변인 자리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자리가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이라도 그 자리를 내려놓을 것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만일 강민진 씨가 처음부터 지음(준) 활동을 그만두고 정의당 대변인을 한다고 했다면 어땠을까요? 강한 반대와 만류에 부딪치고 무책임하다고 비판받아서 맡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또는 청소년운동에서 그 절차나 방식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을 받고 정치적 부담을 떠안고야 시작했을 것입니다. 강민진 씨는 당시에 이후 활동에 대한 책임을 약속함으로써 이러한 일들을 모두 회피했었습니다.
청소년운동의 가치와 원칙을 위해서라도, 동료 활동가들에게 그때그때 상황 모면을 위한 약속을 하고 나중에 가서 상황과 마음이 바뀌었다며 이를 번복하고 정치적 자리를 취하는 행태를 방관할 수 없습니다. 청소년운동이 진보 정치권이나 청년 정치 등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쯤으로 여겨질 위험성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강민진 씨의 책임을 물어야 옳습니다.(만일 원내정당의 직책이라는 공적 성격의 자리가 아닌 다른 생계를 위한 일자리를 갖거나 하는 것이었다면 이렇게 문제 삼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7개월간의 대변인직 수행을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는 일이나, 1~2달이라도 도중 사퇴하여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길 바라는 것입니다. 기만과 무책임 속에 7개월간의 원내정당 대변인 커리어를 얻었다면 그 개인에겐 충분한 이득일 것입니다.


(4) 지음(준)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했다는데 왜 활동할 수 없다고 결정했는가?

먼저, 그동안 강민진 씨에 대한 동료 활동가들의 신뢰가 약해진 과정들이 있었음을 말씀드립니다. 예를 들어, 도중에 지음(준) 내부에서의 대변인직 문제에 대한 논쟁과 감정적 갈등으로 한동안 대변인 활동을 단체에 공유하고 같이 논의하겠다는 결정이 지켜지지 않게 됐는데요. 강민진 씨는 본인이 문제의 당사자이자 가장 큰 책임을 진 사람으로서 이에 대해 시간이 지난 뒤에라도 나서서 논의를 요청해야 했으나 그러지 않았습니다. 청소년운동에 소홀해지지 않겠다고 했으나 상당한 기간 지음(준)의 활동에 무관심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신이 부담스럽고 마음이 힘들다는 이유로 동료 활동가들의 지적이나 요청을 외면하거나 제대로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국회의원 출마 문제나 청소년운동 지속 등에 대해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인 적도 있습니다. 인터뷰 내용 중 청소년운동 입장에서 부적절한 것이 있어서 기사를 수정해 달라고 전하자 알겠다고 답했으나, 아직도 수정되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신뢰의 훼손은 2월에 단체 활동을 정리하겠다고 하면서 ‘사퇴 요구를 받더라도 탈퇴하면 따르지 않아도 된다’라 발언한 것이었습니다. 강민진 씨는 이에 대해 저와 따로 나눈 대화 탓에 제가 사퇴 요구 건을 내고 자신을 쫓아낼 거라고 오해하여 한 말이었다고 해명하고 철회했지만, 만약 그렇게 생각했더라도 사퇴 요구를 할 건지 물어보거나 그런 요구가 부당하다고 반박해야 맞는 것이었습니다. 사퇴 요구를 피하기 위해 단체를 탈퇴하겠다고 말한 것은 단체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이나 신뢰의 선을 넘는 언행이었습니다. 이는 ‘단체가 사퇴를 결정하면 따른다’라는, 초기에 정한 최소한의 제어 장치를 뒤흔드는 것이었기에 동료 활동가들의 불신을 증대시켰습니다. 또한 그 이후 강민진 씨는 ‘대변인 임기 종료 이후에도 지음(준)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확답할 수 없다, 임기 종료 이후 결정하겠다’라는 발언을 하여, 강민진 씨가 지음(준) 활동을 지속할 의지가 정의당 대변인 일을 하면서 약해졌다는 의심을 키웠습니다. 솔직히 말해 속이 좁은 저는 강민진 씨가 임기 종료 이후 정의당에서 어떤 자리나 전망을 제안받을지 여부에 따라 달라진단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게 되기도 했습니다.
바로 그 다음주 회의에선 강민진 씨가 입장을 바꾸어 지음(준)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러한 그동안의 경험들 때문에 지음(준)의 동료 활동가들 4명 중 3명은 신뢰 회복을 위한 출발점으로 대변인직 임기 종료 이후 당분간 정의당 당직을 맡지 않겠다는 약속을 요구했습니다. 지음(준)의 현재 상황상 당직과 지음(준)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어려운 일인 것 같고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인 것 같다는 이야기도 전했습니다. 회의에서 이러한 약속 요청은 지음(준)의 공식 요구로 정해지기도 했습니다. 지음(준)이 대변인직 사퇴 요구를 하면 따르겠다는 약속의 연장선에서, 이러한 요구도 강민진 씨는 수용해야 했을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강민진 씨에게 당초 약속했던 대로 청소년인권운동 활동가로 남겠다는 자세를, 지음(준) 활동을 우선하겠다는 최소한의 제스처를 보여 달라고 요청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강민진 씨가 대변인직을 수행하면서 생긴 불신이나 문제점에 대해 책임감을 느꼈다면, 그리고 예전 강민진 씨의 마음과 태도처럼 지음(준)을 우선시했다면 이 요구를 수용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혹은 신뢰 회복을 위한 다른 설득력 있는 안을 제시하든지요. 그러나 강민진 씨는 요구 수용을 끝까지 거부했습니다. 자기만의 책임이 아닌데 이런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저는 강민진 씨의 그러한 태도에, 지음(준)이라는 높은 수준의 활동가 단체를 같이 준비하기 위한 만큼의 신뢰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태도를 가진 사람은 더더욱 활동과 당직을 병행하기 적합하지 않다고도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