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운동의 공직/정치 진출에 대한 원칙 공유를 위하여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준)은 지난 2월 28일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과 정의당 측에 대변인직 사퇴 등을 요구하고 신뢰 파기 문제 등에 대해 책임을 물었습니다. 그러나 정의당은 3월 4일, “귀 단체에서 갖고 계신 문제의식과 원칙을 존중하며, 동시에 강민진 대변인의 선택 역시 존중합니다.”라는 답변을 회신했을 뿐입니다. 또한 현재까지도 강민진 대변인은 사퇴 요구에 관련하여 가타부타 책임있는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저희 단체는 물론 청소년인권운동에(나아가선 이웃 운동 전반에도), 활동가가 활동가로서 정부 공직 및 제도권 정치에 진출하는 경우에 관한 원칙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저희의 견해를 다음과 같이 제안드립니다.
■ 활동가의 공직 진출은 단체/운동의 운동적·정치적 결정이어야 합니다.
특정 운동의 활동가로서 운동의 경험과 역사를 경력·자원 삼아, 공직선거 출마, 정당(특히 원내정당 또는 공직당선이 확실시되는 정당) 당직 취임, 정부기구 직책 취임을 결정하는 것은, 그저 개인의 선택이어서는 안 된다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공동의 논의와 책임 없이는, 운동의 의미를 훼손시키고 동료와의 신뢰를 무너뜨릴 위험성이 큽니다. 따라서 적어도 소속 단체에서의 운동적·정치적 결정과 책임이 전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 공직 활동은 단체/운동의 지지·협력과 판단 속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활동가로서 공직에 진출한 경우는 사실상 정당 또는 정부기구와 소속된 단체라는 복수의 소속을 가지는 셈입니다. 이때 활동가의 공직 활동이 단체/운동의 입장을 반영하도록 보증하기 위해서는 상호 신뢰와 특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활동가의 공직 진출이 해당 정당이나 정부에 대한 비판을 무디게 만들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저희는 직책의 진퇴를 포함한 정치적 행보에서 단체/운동의 필요성과 판단을 비중 있게 고려하는 것이 원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사회운동은 정당정치 및 정부 참여와 다른 독립적 영역으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활동가의 정당정치 및 정부 참여 등은 정치적 지향을 가진 사회운동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생각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사회운동과 정당정치는 서로 독립적 영역입니다. 사회운동이 공직 진출을 위한 발판이나 경로처럼 되는 것을 우리는 경계합니다. 또한 정당이나 정부 기구가 운동의 논의와 상황을 존중하기보다 직위와 출세의 기회 등으로 활동가를 현혹하는 행태는 매우 부적절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활동가들 역시 우리 자신의 운동의 독립적 의미와 가치에 대한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우리는 특히 청소년인권운동은,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문제나 운동의 현황 등을 고려할 때 더욱 신경써야만 하는 부분들이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은 청소년인권운동이 정치적 인지도와 성과를 겨우 쟁취한 시기에 일어나, 이러한 원칙이 부재한 문제점과 위험성을 드러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공직 진출에서 운동의 필요성과 상황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고, 우리 단체가 져야 할 공동의 책임도 다하지 못했습니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준)은 깊은 반성 속에, 고통스러운 사건을 넘어, 청소년인권운동의 가치와 의미를 지키고 키우고 공유하기 위해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우리가 제안한 원칙들에 대해 비판이나 보완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2020년 4월 14일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