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한국은 아동을 혐오하는 국가라는 인상을 받았다”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언급한 게시물을 여러 차례 본 적이 있다. 특히 한국의 '노키즈존' 사례에 대해서 이런 말을 했다고 언급하는 기사나 SNS 글을 종종 접할 수 있다.
이 멘트가 나온 정확한 맥락과 발화 주체 등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일단 확인되는 출처와 멘트의 맥락을 살펴보았고, 그리고 발언자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실제 현장에 참석했던 활동가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등의 과정이 있었음을 밝힌다. 비록 저 발언이 나온 현장에는 없었지만, 나 역시 2019년 아동권리위원회의 대한민국 심의 때 참여한 일원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해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대한민국의 아동권리협약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https://www.ibaby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88555
노키즈존이 어른의 ‘권리’라 생각하는 당신에게 - 베이비뉴스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창간한 베이비뉴스가 올해로 창간 10주년을 맞았습니다. 아동과 양육자의 권리를 더 폭넓게 보장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미래를 설계해야 할까요.
www.ibabynews.com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서는 한국 사회의 어린이·청소년 인권 실태와 이를 통해 주요하게 짚어야 할 목록을 쟁점화 하여 다루었다. 그 중에는 '노키즈존' 문제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 위원은 한국 사회에서 점점 늘어가는 '노키즈존'을 비롯한 여러 어린이·청소년 인권 실태에 대하여 "전반적으로 한국은 아동을 혐오하는 국가라는 인상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63891
'NO 노키즈존'의 세상을
'노키즈존'이 늘어나고 있다. 흔히 '어린 사람'이 입장할 수 없는 공간을 일컫는 말인데, '어린 사람'의 기준은 공간마다 다르다. 어떤 가게에서는 영유아 및 어린이(보통 1...
www.pressian.com
이런 칼럼들에서 노키즈존 이슈와 같이 해당 멘트가 인용되어서, 많은 이들이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노키즈존 때문에 한국을 아동을 혐오하는 국가라고 평했다"라고 요약하여 이해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아무래도 '노키즈존'이라는 현상 자체가 매우 직관적으로 어린이 혐오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생각되기가 쉬웠던 듯싶다.
그러나 실제 원문을 자세히 뜯어 보면 두 가지가 눈에 띈다.
1) 해당 멘트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공식적인 평가가 아니라, 심의 과정에서 한 위원이 한 말이었다.
2) 해당 멘트는 "노키즈존"에만 한정해서 한 말이 아니라, 한국의 아동인권 실태, 협약 이행 상황 점검을 하면서 전반적으로 받은 인상을 말한 것이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심의 과정은 생각만큼 그렇게 공식적이고 거창한 자리에서만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물론 본심의는 커다란 회의장에서 기록과 함께, 기자들의 취재와 함께 이루어지지만, 본심의 이전의 사전심의나 준비회의 등은 작은 회의실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이루어지곤 했다. 해당 멘트 역시, 2019년 9월의 본심의 이전, 2월에 있던 사전심의(프리세션)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안다. 그래서 이 멘트는 그 회의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입에서 입을 타고 전해질 수밖에 없었다.
조금 더 자세히 해당 발언이 소개된 출처를 찾아보았다.
https://m.blog.naver.com/childrights/221538147046
[주간화만나] 첫 번째 만남 '왜 국제기준은 국내에 적용되지 않는 것일까?' 후기
아직 5월인데도 한여름처럼 무더웠던 어제(5월 14일),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는 주간 화만나(매주 화요...
blog.naver.com
심의 대응을 한 주요 단체 중 하나인 국제아동인권센터 블로그의 글이니 나름대로 1차 출처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여기에서 소개된 전체 멘트는 이렇다.
"전반적으로 한국은 아동을 혐오하는 국가라는 인상을 받았다. 국가, 교사, 미디어 등으로 고통받는 아동들이 있는데, 왜 아무도 아동 곁에 서주지 않는가? 시민사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국가, 교사, 미디어 등으로 고통받는 아동"을 언급한 걸로 봐서 노키즈존 이슈와는 다소 다른 맥락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참고로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스쿨미투, 공항의 난민 루렌도 가족, 난민 혐오 이슈 등을 이야기한 뒤에 나온 말이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물론 그때 사전심의에서 보고한 여러 이슈 등에는 노키즈존 문제도 포함되어 있었기에, 노키즈존에 대해 한 말이라고 해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약간 부정확한 전달이 된다고 하겠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차원의 공식 논평이 아니라면 저 발언을 한 위원은 누구일까? 대부분의 칼럼 등이 그저 '한 위원'이라고만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다음과 같이 이름이 나와 있는 이러한 출처를 찾을 수 있었다. 심의 과정에 적극 참여했던 세이브더칠드런의 활동가가 주간경향에 쓴 칼럼이다.
[2019년 제5·6차 대한민국의 아동권리협약 이행 심의에서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위원 르네 윈터는 대한민국 정부와 시민사회에 “국가, 교사, 미디어 등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있는데 왜 아무도 아동 곁에 서주지 않는가?” 물었다.]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_id=202201031335161
새 정부에 아동 위한 정책은 있는가?
“아동의 권리는 왜 지켜지지 않는가?” 이 질문에 대해 세이브더칠드런이 진행한 강연 프로젝트 오픈 마이크 포 칠드런에 참여한 한 아동은 “아동의 인권보다 어른의 인권만을 중요하게 생각
weekly.khan.co.kr
"아동을 혐오하는 국가"라는 표현은 없으나, 전체 발언 내용을 보면 저 발언을 한 것은 르네 윈터 아동권리위원임을 알 수 있다.(실제 사전심의에 참석했던 변호사님께도 "전반적으로 한국은 아동을 혐오하는 국가라는 인상을 받았다" 발언을 한 게 르네 윈터 위원임을 확인받았다)
르네 윈터 아동권리위원은 오스트리아의 판사 출신으로, 9월 본심의 때 "한국은 선진국인데 왜 이런 인권 문제들이 발생하는지 의아하다."라고도 말해서 주목받기도 했다.
이상의 조사로 결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전반적으로 한국은 아동을 혐오하는 국가라는 인상을 받았다."라는 발언은,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차원이 아니라,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2019년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사전심의 때 르네 윈터 위원이 한 말이다.
- 이 발언은 '노키즈존' 현상만을 놓고 한 말은 아니다. 노키즈존을 포함해서 스쿨미투 등등 한국의 여러 아동인권 실태를 보고받고 전반적으로 받은 인상을 이야기한 것이다.
해당 발언의 출처와 맥락을 정확히 표기하는 데 보탬이 되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