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꿈

활동을 하면서의 정신적인 마모-

공현 2009. 4. 27. 15:01


실은, 나는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정신적인 마모나 뭐 그런 걸 잘 겪지 않는 편이다;;
상당히 마이페이스가 강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  이 청소년인권운동을 하면서 특별히 정신적으로 지친다거나 운동 자체에 회의를 느끼는 일은, 거의 없다.
(물론 다른 일을 하면서는 있다 -ㅂ- 알바로 했던 몇몇 일이라거나 입시공부라거나... 소외된 노동은, 비록 자신이 그것을 하는 이유가 돈을 벌기 위해서라거나 생계를 위해서라거나 기타 등등 그런 걸 인식하고 있다 하더라도 정신적인 마모를 일으킨다.)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는 없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 전체가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이라면,
설령 그 일부가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이더라도, 할 필요가 있다면 좀 싫더라도 그냥 할 수 있다.
내 '목적'이 뭔지 비교적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으니까.

일이 많거나 빡세서 피곤하거나 힘들거나 지쳐서 쉬고 싶은 경우는 있어도,
회의를 느낀다거나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지"하는 생각이 든다거나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래서 나는 '휴가'를 '재충전'이거나 '재정비'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냥 쌓인 피로를 푸는 정도로만 생각한다. -ㅂ-;;;


하고 싶은 것과 지금 하고 있는 것이 대충 큰 틀에서 일치하고 있고, 스스로의 욕망과 목적과 그 수단을 대략 인식하고 있으니까 그런 걸까?
(내가 가장 경멸하거나 또는 안타깝게 생각하는 경우 중 하나가 자기 욕망에 솔직하지 못하고 욕망을 끊임없이 왜곡시켜서 어긋나게 하는 사람들이다. 아, 욕망하는 대로 살라는 그런 말은 아니다. 그런 건 불가능할 테니까 어차피. 하지만 자기 욕망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욕망과 현실의 어긋남을 직시하면서 움직이는 경우와, 무의식적으로나 내적으로 욕망과 욕망을 어긋나게 하면서 움직이는 경우는 분명히 다르다.)


어쨌건 그래서 나는 사실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그런 기분을 호소할 때, 그런 것들을 들어줄 수도 있고 공감하는 척 해줄 수도 있고, 뭐 어느 정도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해'도 할 수 있고, 다독일 수도 있고 조언을 할 수도 있지만
나한테는 그런 문제에 대한 해법이 종종 상당히 단순화되어서 보이고 만다. 
사실 당사자한테는 그렇게 단순한 일은 아닐 텐데.

때로는 많은 문제들을 명료하고 단순하게 만드는 사고 자체가 커뮤니케이션의 여지를 줄이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건 바꿔 말하면 그만큼 자기 안에서 자기 자신과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10대 중반 이후부터 자신을 인식하고 분석하고 재구성하는 일이 습관이 되어버린 탓이리라.



여하간에, 그래서 지금도 그런 회의나 정신적 마모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조언은 궁극적으로는 딱 하나다. 나머지는 그 하나를 변주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의 욕망과 의지, 그리고 상황을 명확하게 인식하면 돼."   스스로 느끼기에 허위가 된 욕망과 언어적인 오류들을 치우는 작업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