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꿈2009. 9. 30. 02:16



사건을 다룬 취재 동영상을 봤는데
피해자의 부모는 가명 처리가 되는데
정작 피해자 본인은 버젓이 실명으로 해서
온갖 언론에서 나XX 사건이라고 불러대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동-피해자에게는 자기 이름이 안 드러날 권리도 없나요?


그리고 사건을 왜 자꾸 나XX 사건이라고 피해자의 이름으로 붙이는 건지,,,
이건 뭐 괴상한 피해자중심주의.

정작 피해자가 아니라 뭇 사람들(주로 네티즌)의 자기만족, 공분이 중심에 있는. -_-
피해자인 분과 그 피해자의 가족 되시는 분들도 별로 원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반응에서 가끔은 나는 저런 파렴치한 놈이 아니야 라는 안도 같은 게 읽히는 거 같을 때가 있는데 그건 역시 나만의 착각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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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드는 성-인권교육용 책 만들기 등에 참여하면서 하는 생각이, 성폭력은 참 '보편적인' 폭력이라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학생간 폭력이라거나 연쇄살인 같은 경우에는 차라리 계급적 요소나 심리적 요소를 찾아서 개연성 같은 걸 부여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발생 양태의 차이, 빈도의 차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은,
이토록 무차별적이고 광범위하게 남성-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발생가능한 폭력이라니...

이번에 나XX 사건을 보면서는 최근에 읽은 소설 중에 '채소마누라'(지은이 펫 머피)라는 SF소설이 떠올랐습니다.
(내용이 궁금하면 읽어보세요-;)

만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에서 제가 느끼는 더 특별한 분노가 있다면,
그것이 물리적으로 전혀 저항할 수 없는 신체적인 약자라는 이유로 더 잔인하고 손쉽게 벌어진다는 것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저에게 얼마나 분노할 자격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이것은 분노할 자격이 있는 사람들에게 남겨두겠습니다.
이것저것 마음에 걸리는 일들투성이인 저는, 적어도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요.





얼마 전에 강연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피해의 심각성이 부각될 때에만, 피해의 심각성이 기존 사회의 '상식'을 넘어설 때에만 격렬하게 반응하는 것은 전혀 인권적이지 않습니다.
'미친개새끼' 한 명에게 징역을 몇 년 때리냐를 가지고 난리치는 거, 물론 중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처벌을 강화한다고 범죄가 근절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처벌이 지나치게 경미한 것보단 나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것만큼이나, 너무나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성폭력들에 대해 생각하고 개선책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범인에게 어떤 고통을 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대책을 세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 틈새의 미투데이에서




추신 : 어쨌거나, 이 사건이든, 최근에 논란이 된 인종차별금지법 건이든, '인권단체 드립'은 아주 그냥 지긋지긋하기도 하고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참고할 글 - stcat님의 '피해자 인권' VS '가해자 인권'?


추신2 : 술 취한 상태였기 때문에 성폭력에 대한 처벌이 감형되는 것은 어쩌면 논리적으론 맞는 걸 수도 있습니다. 술이 취해서 책임 능력이 부족했다고 주장한다면요. 음주운전이랑은 좀 범주가 다른 것 같긴 합니다.
뭐, 좋습니다. 감형하든지요. 대신 이렇게 합시다. "책임도 못 질 거면서 술을 과하게 퍼마신 것"을 처벌하는 추가조항을 둬서, 만취상태에서 살인 강도 성폭력 등 범죄에 대해서는 그 범죄에 대해 죄를 적용하고, 거기에 더해서 술 퍼마신 죄를 추가하여 가중처벌하는 거지요.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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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ayfarer

    나영이는 가명입니다. 다만 가명이라도 혼돈을 일으킬 우려가 있기에 바람직한지는 의문입니다. 경기도 9세 여아 등교길 성폭력피해 사건과 같은 식이 더 나아 보입니다.

    2009.09.30 09:32 [ ADDR : EDIT/ DEL : REPLY ]
    • "나영이"도 가명인지는 몰랐네요. 신문이나 방송을 몇 봤는데 (가명)이라는 표시가 안 나와서-
      가명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더라도 피해자 이름으로 사건을 명명하는 건 분명히 좀그러네요.

      2009.09.30 15:17 신고 [ ADDR : EDIT/ DEL ]
  2. 아... 확인결과 나영이는 가명이 맞네요. (시사기획 쌈 자막에 나왔더라구요.) 그럼에도 사건명이 피해자의 이름으로 돼있는건 빨리 고쳐져야 할 사항인듯. 사람들에게는 두고두고 이런식으로 기억될테니까요.

    2009.10.01 09:3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