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2013. 12. 9. 11:44
[논평] 수능 뒤에도 고3들을 학교에 가둬두라고? 학생들이 노는 게 그렇게 보기 싫나?
- ‘정상화’를 원한다면 입시교육과 과중한 학습부담을 없애고, 학생의 참여를 보장하라


11 월 7일, 2013년 수능시험이 있었다. 전국의 수험생들을 경쟁시키고 줄세우고 대학서열구조 속에 밀어 넣는 입시의 과정 중 가장 비중이 크고 상징적인 시험이 11월 7일 치러졌다. 모든 고3 학생들이 수능을 보는 수험생이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쨌건 몇 개월, 몇 년을 입시공부 속에 버텨온 고3 학생들 중 수십만 명이 시험을 치러냈다. 그러나 수능이 끝난 뒤에도 고3 학생들은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다. 언론들에서는 고3 교실이 난장판이고 학생들이 학교에 제대로 출석도 하지 않는다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들에서는 단축수업을 금지한다고, 정상수업을 하라는 지침을 계속해서 발표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수능 일정을 늦추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수능이 끝난 뒤 학교가 제 기능을 못하는 것은 물론 바람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수능 이전에 많은 고등학교들이 입시를 교육의 목표로 삼아 운영되었다는 것이다. 수능 전부터도 본래 다수의 고등학교들은 교육기관으로서는 ‘난장판’이다. 교육의 목표가 입시에서의 성공과 승리라고 대놓고 말하고, 입시 일정에 맞춰서 무리를 해서라도 교과 진도를 마치며, 그 뒤에는 입시 준비를 위해 문제 풀이에 몰두하는 수업을 한다. 이렇게 입시학원처럼 운영되는 학교를 과연 올바른 교육기관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의문이다. 과연 수능 후의 학교가, 수능 전의 학교보다 더 난장판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수능 이후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이처럼 입시기관이 되어버린 학교 교육의 한 측면일 뿐이다. 학생들에게 “수능 때까지만 참아라.”라고 하면서 과중한 공부시간, 입시 스트레스, 학업을 강요하는 것이 입시기관 학교의 운영 방식이다. 그러니 수능이 뒤에는 학교에 붙어서 공부하라고 학생에게 요구하는 것이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수능을 본 고3 학생의 입장에서는 수능 뒤에도 정상수업을 시키라는 것이 ‘암묵적인 약속’을 어기는 ‘무리수’로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다.

이 와 같은 입시기관화된 학교의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은 채 ‘고3 정상수업’을 강변하는 것은, 아무래도 학생들이 학교에서 일찍 끝나는 꼴, 쉬고 노는 꼴을 보기 싫다는 감정을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짧으면 몇 개월, 길면 몇 년에 걸쳐 과중한 학업부담 속에 학생들을 몰아넣으면서, 고작 1-2개월 남짓 단축수업을 하는 것이 마음에 안 든다고 말하니까 화가 날 지경이다. 애초에 한국의 공부시간은 너무 길고 학업부담은 너무 크다. 정규수업을 오후 4시, 5시까지 하는 것이 기본이고, 보충수업이나 야간자율학습 등을 하면 밤 늦게서야 하교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고도 또 학원을 가는 등 사교육을 받아야 하는 청소년들도 많다. 고3 때는 공휴일에도 쉬지 못하고 학교에 나오거나 사교육기관에서 공부를 해야 하는 청소년들도 적지 않다. 이처럼 과중한 학업부담은 사라져야 하고, 오히려 오후 1~2시 정도면 하교를 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수능시험이 끝났든 어쨌든 학생은 학교에 8, 9시간씩 있어야 한다고? 그렇게 과중한 학교의 일정을 계속해서 강요하려는 것은 그저 학생들을 학교에 가둬둬야 안심이 되는 강박관념은 아닌가?


수능 끝난 뒤 고3 정상수업이 불가능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입시경쟁교육을 중단하라. 입시에 올인하는 교육을 개혁하고, 입시기관이 되어버린 학교를 교육기관으로 바꿔내라. 현재의 과중한 학습부담을, 학생들이 감당할 만하게, 학생들의 교육권과 쉴 권리가 제대로 보장될 정도로 줄여라. 고3 수업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하는 교육당국들은, 과연 입시기관이 되어버린 학교를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해본 적은 있는가.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학교들을 ‘정상화’하려고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더불어 우리는 고3 학생들을 무조건 학교에 가둬두라는 식의 지침이, 비민주적인 교육정책 결정 탓에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육부, 교육청들이 고3 학생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면 이런 막무가내 억지 정책을 밀어붙이지는 못할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은 논란이 되자 학생들과 토론을 해보잔 식으로 말을 던졌지만, 실제로 학생들과 제대로 토론을 하기보다는 형식적으로 게시판을 열어두는 데 그치고 있을 뿐이다. 학생들의 참여가 없는 비민주적인 교육정책은 그것만으로도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학생은 교육의 대상이 아닌 주체이다.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학생들이 학교 운영과 교육정책 결정에 민주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자치를 활성화시키고 참여의 길을 열어라. 그래야만 이런 억지 정책이 강행되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2013년 12월 9일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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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꿈2013. 10. 3. 21:22


[논평] 교육부는 스스로 판 함정에 빠지지 말고 학생인권 보장에 적극 나서야 한다

- 교육부의 '임신․출산한 학생의 교육권 보장 등' 정책에 대해


  교육부가 학교에서 임신․출산한 학생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학칙, 연애(소위 "이성교제")나 신체접촉을 이유로 징계를 하는 학칙 등을 개정하도록 점검하라는 방침을 전달했다고 언론이 보도했다. 이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차별 없이 인권을 보장받도록 하기 위해 진작 이루어졌어야 할, 당연한 조치였다고 할 것이다. 학생의 사랑과 교제에까지 학교가 간섭하고 강제하는 것은 학생의 사생활의 자유와 성적 자기결정권을 짓밟는 반인권적․반교육적인 행태라고 여러 차례 지적되었다. 학생 비혼모 등 임신․출산한 학생에 대한 차별 문제도 여러 차례 개선 권고가 있었다. UN아동권리위원회와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는 각각 임신․출산한 학생에 대한 차별과 교육권 박탈 등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던 바 있다. 이에 따라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도 임신․출산한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았었다. 이번 교육부의 조치는 그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학칙을 점검하도록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교육부의 이러한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환영한다. 또한 학생들의 인권 보장을 위해 더 실효성 있고 적극적인 노력을 주문한다.


"학생인권조례 반대" 입장과의 자가당착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교육부의 모순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는 그동안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무효소송까지 강행하는 등 온갖 시비를 걸었다. 또한 학생인권조례의 차별금지 조항 내용 등을 들며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것을 반대 이유 중 하나로 거론했다. 그러나 비혼모 학생 등 소수자 학생들에 대한 차별금지 조치는 꼭 필요하며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교칙은 바꿔야만 한다는 것을 교육부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음을 이번 조치에서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교육부는 학생인권조례 시행을 지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 또한 교육부는 학생인권조례의 "임신․출산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가 '임신 조장'이라는 황당한 오해와 편견에 대해, 앞장서서 차별금지 정책의 필요성을 설득했어야 맞는 것 아닌가? 교육부가 그동안 소위 '진보교육감'을 깎아 내리려는 정략적인 이유로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편견과 억지에 편승하고 학생인권조례를 공격한 것은 아닐까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또한 교육부는 학생인권조례가 학교장의 학칙 제개정권을 제한하므로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의 이번 조치에서 알 수 있듯이 인권을 침해하는 학칙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시정하도록 할 수 있어야 옳다. 학칙 제개정권이란 인권과 교육의 기준 안에서, 상급기관의 감독에 따라서, 그리고 민주주의의 가치와 절차를 따라서 행사되어야 할 권한이다. 인권 보장의 원칙이 학교의 자율성에 우선하는 것임은 당연하다. 학생인권조례 역시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고 교육청이 학교들을 감독․지도할 근거를 제공하는 법일 따름이다. 학생인권조례가 학교의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것은 학교가 학생들의 인권을 짓밟을 자유가 있다는 말과 다름없는, 말도 안 되는 논리이다. 그러므로 교육부는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무리한 소송을 취하하고, 자가당착적인 억지 부리기를 중단해야 한다.


스스로 판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교육부는 이번 조치가 언론에 보도되자 <설명자료>를 내며 "권고하는 것"이라고 한 발 물러나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교육부가 처음에 보낸 자료 어디를 살펴보아도 권고한다는 내용은 없다. "학생 미혼모 등 학습권 보장 관련 점검을 실시"하라고 하며 "징벌적 학교규칙 제·개정 실태 점검"을 학교별로 교육청 단위로 실시하라고만 하고 있을 뿐이다. 교육부가 이처럼 꼭 필요한 인권 정책에 관해서 언론보도 뒤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은 전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우리는 교육부의 소극적인 <설명자료>를 보면서, 교육부가 학생인권조례를 무리하게 공격하며 스스로 판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닌가 우려스럽다. 교육부가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하기 위해 학교에 대한 관리감독의 권한과 인권보장의 의무를 포기하는 길을 택한다면 이는 심각한 주객전도일 것이다. '임신·출산한 학생의 교육권 보장', '연애를 이유로 학생을 징계하는 학칙의 개정' 등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할 인권 보장 조치이다. 교육부가 눈치를 보며 권고만 하고 말 사안이 아니다. 차별 없는 교육 등 인권보장을 위한 정책은 교육부부터 학교까지, 교육기관의 의무가 되어야 한다. 교육부는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무리한 제동 걸기를 철회하고, 학생인권 보장 정책의 필요성을 공식 인정해야 한다. 그 뒤에 한시라도 빨리 교육청, 학교 구성원, 시민사회 등과 함께 힘을 모아 학생인권 보장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2013년 10월 2일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

강 원교육연대/ 건강세상네트워크/ 경기학생인권실현을위한네트워크/ 경북교육연대/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관악동작학교운영위원협의회/ 광주교사실천연대 ‘활’/ 광주노동자교육센터/ 광주비정규직센터/ 광주여성노동자회/ 광주인권운동센터/ 광주인권회의/ 광주청소년인권교육연구회/ 광주청소년회복센터/ 광주YMCA/ 교육공공성실현을위한울산교육연대/ 교육공동체 나다/ 국제앰네스티대학생네트워크/ 군인권센터/ 노동자연대 다함께/ 녹색당+/ 대안교육연대/ 대한민국청소년의회/ 대한성공회정의평화사제단/ 동성애자인권연대/ 무지개행동 이반스쿨팀/ 문화연대/ 민주노총서울본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불교인권위원회/ 서울교육희망네트워크/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 서초강남교육혁신연대/ 시민모임 즐거운교육 상상/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 양평교육희망네트워크/ 어린이책시민연대/ 원불교인권위원회/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법률공동체 두런두런/ 인권운동사랑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서울지역본부/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부설 한국아동청소년인권센터/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진보교육연구소/ 진보신당연대회의 청소년위원회/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청소년다함께/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 통합진보당서울시당/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학벌없는사회/ 학생인권을위한인천시민연대/ 학생인권조례제정경남본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성폭력상담소/ 흥사단교육운동본부/ 희망의우리학교/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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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꿈2011. 1. 20. 18:00

교과부의 학교 독재구역화 ?

학생은 노예가 아니다

공현



2011년 1월 17일 월요일 오전 10시 40분 경, 교육과학기술부(이주호 장관, 아래 교과부)에서 학교장의 자의적 권한을 강화하고 학생 인권에 부정적이며 특정 형태의 체벌을 허용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악 조치를 발표했다는 소식을 듣고 잠이 번쩍 깼다.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은 진즉 들었으나 이렇게 급하게 발표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탓이다. 더군다나 청소년들, 학생들의 의견을 듣는 것은 시늉조차 한 번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주 중에 입법예고까지 한다는 이야기에 기가 막혔다.(하긴 언제 한 번이나 교육정책 같은 걸 정하면서 학생들 의견을 들은 적이나 있었나.) 교육과학기술부가 17일 발표한 것의 제목은 ‘인성 및 공공의식 함양을 위한 학교문화 선진화 방안’이었는데, 가히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버금가는 사기적인 작명이었다.

‘학교자율’의 독재성

뜬금없는 역사 드립 하나. 중고등학교 때 국사나 세계사 같은 걸 배우다보면 이런 식의 이야기가 나온다. 중앙 정부의 권한이 약해지고 지방의 호족들, 귀족들이 마음대로 자기 권한을 마음대로 휘두르게 되면, 사람들은 더 심한 폭정과 착취에 시달릴 수 있다고. 물론 신분제 사회의 귀족 정치와 민주주의 사회의 분권화, 지방자치는 근본적으로 그 질과 방식이 다르므로, 이런 이야기를 단순히 현대에 적용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의 초중고등학교들을 들여다보면, 충분히 그런 사례가 적용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학교자율화’가 이명박 정부의 특허품인 것 같지만 사실 ‘학교자율’론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2000년에 두발자유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온라인 서명과 운동이 불붙던 시절, 교육부는 두발규제를 학교들이 자율적으로 학교구성원들과 합의해서 결정하라는 ‘학교자율’ 지침을 발표했다. 2005년 두발자유 운동 때도 마찬가지였고, 그 이후에 체벌을 비롯하여 온갖 인권을 침해하는 학교의 관행과 제도들에 대해 문제제기 했을 때도 교육청과 교육부는 ‘학교자율’, ‘학교장 재량’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아니, 그 이전에 1990년대에 강제자율학습과 보충수업이 학생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나올 때부터, 그것은 학교의 자율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학교자율’, ‘학교장재량’은 많은 경우 학교가, 학교장이, 학생들의 자유와 인권을 짓밟을 수 있는 권한까지 가지는 것을 의미했다. 마치 중세 유럽, 귀족들이 자기 장원 안에서 ‘자율성’을 가지고 마음대로 주민들을 지배한 것처럼. 호족들이 자기 세력이 미치는 영지 안에서 권력을 휘둘렀던 것처럼. 이명박 정부는 이를 ‘학교자율화’라는 정책 이름까지 붙여 더욱 노골적으로 밀어 붙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 발표는 그 절정이다. 교과부가 발표한 시행령 개악 안에서 가장 문제가 큰 조항 중 하나는 바로 이것이다.

“제31조의5(학생의 권리보장 지원) ② 학교의 장은 교육기본법 제12조 제3항에 의하여 교원의 교육․연구 활동 및 학생의 학습활동을 보호하고, 학내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제1항에 따른 학생의 권리 행사의 범위를 학칙으로 정할 수 있다.”

아예 학생의 권리 행사 전반을 학교장이 모호한 이유만 가지고 자의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조항이다. 상상해보라. 만약 근로기준법에 “(근로자의 권리보장 지원) 회사의 사장은 회사의 영업활동 및 사원의 근로를 보호하고, 회사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근로자의 권리 행사의 범위를 사규로 정할 수 있다.”라는 조항이 명시된다면 어떻겠는가? 물론 현실의 회사에서는 자의적으로 노동자들의 권리를 마음대로 침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이를 완전히 합법화해주고 사장에게 자의적 포괄적 권리 제한 권한을 위임하는 이런 입법이 대단히 반인권적이며 비상식적이라는 것을 두말할 것 없다.

교과부는 이것이 학교장의 독재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면, 아마도 새롭게 고치려는 시행령 안에는 학칙을 제‧개정 할 때는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조항 역시 있다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교과부는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라고만 했을 뿐, 그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나 형식은 역시 학교에서 알아서 마음대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학생들의 참여가 형식적인 참여, 들러리 서기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처럼 학교가 인권과 민주주의를 우습게 아는 모습에서 학생들은 어떤 것을 학습하게 될까?

인권을 보장하고 존중하는 것은 사회의 기본적인 원칙이다. 인권을 불가피하게 제한해야 할 경우에도 내용적으로 절차적으로 엄격한 원칙과 조건들이 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28조에서 역시 정부가 학교 규칙이 학생의 인간적 존엄성을 존중하고 인권을 보장하는 내용으로 운영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때문에 학교장이 자의적으로 인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하는 것, 사회적으로 제도적으로 학생인권의 보장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인권을 무슨 장식품 정도로 우습게 아는 것이다.

위 사진:1월 19일 교과부 앞에서 청소년들이 긴급 항의 기자회견 하고 있다.



체벌과 출석정지 제도

교육부에서 과거에 체벌에 관해 규정했던 것 등을 살펴보면 체벌은 ‘신체적 고통을 주는 방식의 처벌’로, 거기에는 도구나 신체를 이용하여 때리는 행위나 반복적 지속적으로 불편한 자세나 행위를 하게 함으로써 고통을 주는 것 등이 모두 포함된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일반논평에 따르면, 그러한 체벌들을 포함해서 그밖에 굴욕적 모욕적 처우 또한 근절되어야 한다.

그러나 교과부는 이번에 갑자기 이른바 “직접/간접체벌”이라는 개념을 들고 나오면서 직접체벌은 허용하고 간접체벌은 금지하겠다고 했다. 그 전까지는 없던 분류법을 새로이 창작한 것인데, 직접체벌은 교사가 직접 때리는 체벌이고 간접체벌은 직접 때리지는 않는 체벌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든 간접체벌의 예시를 보면 손들고 서있기, 엎드려뻗쳐, 운동장 돌기 등이 있는데, 시행령 개악안 등을 보면 정확히는 직접 때리는 행위만을 금지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므로 때리지만 않으면 어떤 체벌을 주더라도 괜찮은 게 되어버렸다. 말하자면 소위 ‘기합’, ‘얼차려’를 전면 허용하겠다고 한 셈이다.

교과부의 작명 센스만 보면 마치 때리는 체벌은 좀 더 심한 것이고 학생들을 ‘굴리는’ 체벌은 간접적인 것, 덜 심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신체적 고통을 준다는 의미에서 이 두 체벌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또한 ‘굴리는’ 체벌이 더 안전하다거나 덜 고통스럽다는 근거도 없다. 세상에 잔혹한 ‘기합’, ‘얼차려’들이 얼마나 많던가. 오히려 2007년에 ‘오리걸음’ 체벌을 받다가 사망에 이른 학생, 2010년 ‘앉았다 일어났다’ 체벌을 받다가 사망에 이른 학생 등 이러한 ‘굴리는’ 체벌이 건강에 더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요컨대 “직접체벌”, “간접체벌”이라는 분류와 이름 붙이기 자체가 꼼수이고 기만인 셈이다. 교과부의 방침은 체벌의 방법에 관해 조금의 제한을 뒀을 뿐, 그저 “체벌을 계속하겠다.”라는 선언에 불과하다. 학생들에게 고통을 주고 신체적․물리적 폭력으로 누르는 교육이 아닌 교육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상벌점제까지 적용하겠다고 하니, 학생들을 점수와 폭력, 이중으로 옭아매겠다는 것이다.

체벌을 허용하겠다는 발표가 학생들을 폭력으로 통제하고 억누르기 위한 것이라면, 새로 도입하겠다고 한 ‘출석정지’ 제도는 열외인 학생들을 배제하기 위한 장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도 학교에서는 학교의 눈 밖에 난 ‘찍힌’ 학생들을 사소한 규정 위반이나 벌점제를 이용해서 사회봉사 징계나 특별교육이수 징계를 통해 학교 밖으로 돌리는 경우들이 있다. 좀 심한 경우에는 아예 강제전학, 퇴학을 시켜버리기도 한다. ‘출석정지’ 제도는 그 징계의 내용은 특별교육이수와 비슷하지만, 징계기간이 ‘무단결석’ 처리된다는 점이 특별교육이수와 다르다. 따라서 출석정지 제도를 악용하면 이는 ‘찍힌’ 학생들을 손쉽게 학교에서 배제시켜버리는 제도로 악용될 수 있다. 학교장이 학칙으로 마음대로 학생들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고 한 내용과 연관시켜 생각해보면 그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학교의 징계는 첫째,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는 등 잘못을 저질렀을 때, 그 행동의 잘못을 알고 변화하고 다시 학교에 돌아올 수 있게 하는 데 목적을 두어야 하고 둘째, 잘못을 저지르는 것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러나 출석정지 제도는 특별교육이수와 내용적으로는 다를 것도 없으면서, 학생이 성실하게 그 징계 기간 동안 특별교육프로그램 등을 이수하더라도 ‘무단결석’ 처리되게 하는 제도이다. 말 그대로 학생들의 변화와 복귀, 예방 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학생들을 내쫓기 위한 제도인 셈이다.

출석정지 제도가 특별교육이수보다 더 강한 징계로 분류되어 있는 것을 보면 이 제도는 일상적으로 수업시간에 수업을 방해하거나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학생들을 통제하기 위한 징계도 아니다. 지금 학교 징계 제도에서 바뀌어야 할 점은 이런 ‘강화된’ 징계 제도를 도입하는 게 아니라 징계의 공정성과 민주성을 증진시키기 위한 방법 아닐까?


노예와 학생 사이


다소 단순화된 도식이지만, 사회심리학자인 에리히 프롬은 불복종에 관한 글에서 학생과 교사 사이의 복종과 주인과 노예 사이의 복종은 다르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학생과 교사 사이의 관계, 혹은 학생과 학교장 사이의 관계가 과연 노예와 주인 사이의 관계에 비교해볼 때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최근 진전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와 체벌금지 조치 등은 학생들의 인권운동이 아주 조금의 성과라도 거두면서 이런 모습에 변화가 생기는가 했지만, 이런 변화를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교과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악’이라는 수를 내놓았다. 이번 교과부의 발표를 보면 학생들의 모습과 책에서 읽은 노예의 모습이 자꾸 겹쳐 보인다. 학생들의 권리를 자의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학교장, 그리고 그 학교장의 명령과 통제에 따라 폭력과 추방을 이용해 학생들을 관리하고 억압하는 교사들. 학생과 교사의 관계와 주인과 노예의 관계는 다르다는 지적은, 차라리 ‘달라야 한다.’는 당위명제로 읽어야 하는 것일까?

세계인권선언 전문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사람들이 폭정과 억압에 맞선 최후의 수단으로 폭력적 반란에 의지하지 않기 위해서는 인권이 법에 의해 보장되는 것이 필요하고…” 그러나 교과부가 만들려는 법은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학교장의 손에 인권을 침해할 권한을 ‘합법적으로’ 안겨 주려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권이 법에 의해 오히려 침해당하는 지금, 우리에게는 폭력적 반란이 필요하단 말인가? 글쎄, 그게 폭력적 수단이건 아니건 간에, 학생들의,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저항이 필요한 때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덧붙이는 글
공현 님은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활동가 입니다.
수정 삭제
인권오름 제 235 호 [기사입력] 2011년 01월 19일 21:29:13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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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건 강 /정 보 ]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내 병은 내가 고친다

    2011.03.29 18:16 [ ADDR : EDIT/ DEL : REPLY ]

걸어가는꿈2010. 7. 20. 12:03


[논평] 서울시교육청의 체벌 금지 조치야 그냥 기본이지


학교 정문 앞에 ‘학교폭력 예방’ 현수막을 걸어놓고 그 밑에서 교문지도를 하며 학생들에게 기합을 주고 폭력을 가하는 아이러니한모습이, 서울에선 오는 2학기부터 좀 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서울시교육청이 2학기부터는 ‘체벌 전면 금지’를 취할 것을 발표한 것이다. 모 교사가 학생들을 폭행하는 동영상이 이슈가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서울지부는 일단 서울시교육청의 체벌 금지 조치를 환영한다.

물론 엄청나게 뒤늦은 조치다. 글로벌 스탠다드 운운하는 이 정부에선 더더욱 그렇다. 한국 정부가 비준한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는 19조에 아동에 대한 모든 형태의 폭력을 금지해 두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논평이나 보고서 등을 통해서도 학교, 가정 등 사회 전 영역에서 체벌을 근절해야 한다고 해왔으며, 심지어 한국에 직접적으로 체벌을 금지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초중등교육법을 2008년에 개정하면서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학교들에서 체벌 규정을 유지해 온 것은, 사실상의 불법이었다고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서울시교육청의 체벌 금지 조치는 교육의 기본, 인권의 기본을 이제야 내놓은 것뿐이다.


폭력에 관대하고 인권에는 무딘 학교에서는 학생간 폭력이나 성폭력, 차별 등 약자에 대한 폭력들에 대처하는 것도 어려운 법이다. ‘합법화된 폭력’이었던 체벌을 금지하는 것은 비폭력적인 학교, 인권적인 학교, 성적이 아니라 인간을 중심에 둔 교육을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또, 우리는 체벌 금지의 대안이랍시고 상벌점제를 도입하는 등 학생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우려가 있는 조치를 취해선 안 된다는 걸 분명히 해둔다. 학생들을 일방적으로 통제하는 방식을 극복하고 자율적인 방식, 소통하는 방식이 자리잡게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와중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체벌 금지에 반발하며 “단계적으로 하라”고 한 것은… 그저 콧방귀가 절로 나온다. 첫 학기에는 성폭력을 금지하고, 둘째 학기에는 발바닥 때리기를 금지하고, 셋째 학기에는 손바닥 때리기를 금지할 텐가? 체벌 금지는 어떤 형태로 어떤 양의 폭력을 행사하든, 그 폭력이 당사자에게 잊지 못할 상처를 입힐 수 있음과 동시에 ‘교육적’ 효과도 거의 없고반교육적이기까지 하니 아예 그만 두라는 거다. 폭력 없이는 가르칠 수 없다면, 그건 더 이상 교육이 아니다. 체벌은 교육을 핑계로 한 약자에 대한 폭력이고 청소년들을 인간 이하의 존재로 보는 관점을 그 밑에 깔고 있다.

체벌 금지는 어쩔 수 없이 폭력의 가해자가 되어온 교사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체벌 금지라는 확실한 방침이 있어야, 교사들은폭력을 행사할 것인가 말 것인가 교사 개인이 고뇌하고 압박받고, 혹시라도 사고가 생기면 또 교사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해방될 수 있다. 체벌 금지 조치는 교사들이 폭력에 의존하여 주먹구구식 교육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있도록 지원받기 위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 폭력교사를 근절하기 위해 교원평가가 필요하다는 헛소리(교원평가를 시행하고 있는 지금도 체벌, 학생인권침해가 끊이지 않는 걸 보라구!)도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될 테고.


다시 한 번 서울시교육청의 체벌 금지 조치를 환영한다. 다만 과거 교육부에서도 체벌 금지를 추진하려 했다가 흐지부지 되었던 적이 있었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체벌 금지 조치가 폭력 동영상 파문에 대응하는 일시적인 립서비스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학교 현장에서 확실한 후속조치들을 취해 나가야 한다. 체벌 금지라는 기본 중에 기본에 만족하지 말고, 학생들을 강압적으로 통제하는 반인권적 학교 운영을 바꾸기 위해 두발복장자유, 강제야자폐지, 학생참여 보장,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결사의 자유 등 제대로 된학생인권조례 제정과 같은 종합적인 정책이 있어야 한다.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하여 올바른 교육권을 보장하는 학교를 만들지 못한다면, 체벌 금지도 학교 현장에서 그리 의미 있는 것이 되지 못할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이번 조치가 전국 모든 지역에서의 체벌 금지를 이끌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학교 뿐 아니라 학원과 가정에서의 체벌도 근절해나가는 첫 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아수나로 또한 서울시교육청의 체벌 금지 조치가 학교 현장에서 힘을 가질 수 있도록 학생들의 주체적 행동을 만들어내고 또 앞으로도 학생인권 신장을 위한 행동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학교에서 교육의 이름으로 가장 약한 이들에게 폭력을 가하던 때가 있었으리라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래서 ’체벌’이라는 말의 뜻을 모르는 청소년들이 점점 많아지는 미래를 상상해본다. 다시 한 번 서울시교육청의 체벌 금지 조치를 환영한다.



2010년 7월 20일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서울지부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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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잘 읽고 갑니다 ^^ 여기가 아수나로 메인 블로그인가요??

    2010.07.21 18:45 [ ADDR : EDIT/ DEL : REPLY ]
    • 설마요; 그냥 아수나로 활동회원 중에 몇 안 되는 블로그를 열심히 하는 회원의 블로그일 뿐

      2010.07.21 22:43 신고 [ ADDR : EDIT/ DEL ]
  2. 울산아줌마

    제 아들학교에서도 선생님이 6학년아이양볼을때렸답니다...요즘사춘기가빠르잖아요..아이를이해하려 안하고 비난만하는선생님도 있더라구요 교원평가하는시기에는 얼마나 아이들에게 잘하는지..급변하는시기에 아이만 꾸중하지말고 선생님들도 교육을받아야마땅합니다...저도 전국에 체벌금지가 생겼으면 합니다...

    2010.07.22 14:08 [ ADDR : EDIT/ DEL : REPLY ]
    • 이번 체벌 사건도 그렇고, 사실 '교원평가제''가 얼마나 학생인권 보장에 무력한지를 드러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전국에 체벌금지 조치가 취해지는 건 참 당연한 일일 텐데, 그 당연한 일이 여지껏 안 되고 있네요

      2010.07.24 01:07 신고 [ ADDR : EDIT/ DEL ]

걸어가는꿈2009. 3. 16. 12:54

학교들이 학생들에게 컨닝을 조장하고 성적을 조작하는 일제고사...
성적과 점수라는 결과를 위해, 과정이나 수단이 어떻든,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아둥바둥하는 시험...
"히틀러의 아이들"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할 시험...
계속 봐야 하나요???












일제고사 안 보겠다는 건 거짓말!!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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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꿈2009. 2. 25. 11:17


둘째날 농성 소식... 입니다만


어제 새벽에 비가 와서 농성장을 지키던 청소년들이 잠시 비를 피하는 사이에 교육청에서 바닥에 깔아둔 스티로폼 등을 가져갔다고 합니다.

치사한 것들;;;

스티로폼 새로 조달해서 새로 깝니다.


많은 도움과 관심 부탁드려요!!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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