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들어온꿈2010. 1. 5. 19:19

한겨레21에 실렸던 추천 글의 원본...이랄까
실제로는 분량 문제로 더 간결하게 줄였고 좀 덜 박하게 보냈다.
그리고 내가 순화한 버전 이후에도 문학동네->한겨레21을 거치면서 순화된 부분도 있는 듯 -_-



김진경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정가 10,000원


드문 청소년 SF

디스토피아에 대한 상상은 종종 현실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사용된다. 영화 데몰리션맨도 그렇고,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도 그렇지 않은가?
「우리들의 아름다운 나라」는 한국의 청소년 소설로서는 드물게도 이러한 디스토피아적인 상상력을 토대로 쓰여진 작품이다. 이 소설은 한국의 교육이, 사회가 계속 이런 방향으로 치닫게 되면 근미래에 어떤 끔찍한 세상이 도래할지를 현실에 밀착한 상상력으로 표현한 '리얼한 SF'이다. 「우리들의 아름다운 나라」를 칭찬/추천하라고 하면 (약간의 과장을 곁들여) 청소년 소설로쓰여진 한국판 『1984』(조지 오웰)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지하도시, 거주지역 불평등, 시계모자, 언론통제,경찰폭력, 그리고 뒤바뀐 낮과 밤.... 등등의 장치들은 독자들에게 지금 사회 현실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이런 장치들은 참신하기 때문에 놀라운 게 아니라, 익숙하기 때문에 놀랍다. 강남과 비강남, 임대아파트와 안 그런 아파트, 분당과 성남 등 이미 존재하는 거주지역에서 드러나는 불평등이 1구역 2구역 3구역 지하도시.. 하는 식의 소설 속 설정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현실의 한국 정부의 미국 따라하기 행태는 소설 속의 미국 시간에 맞춰 뒤바뀐 낮과 밤과 직접 연결된다. 시계모자의 도입 과정은 학원과 과외에 쩔어 있고 이미 입시사교육화된 학교의 모습과 분리되지 않는다. 이 소설 속의 설정들은 새롭게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의 연장선상에 있다. 곳곳에 이명박 정부라는 당장의 현실을 의식한 설정들도 눈에 띈다.


좀 아쉬운 캐릭터와 스토리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사회적 현실과 설정을 설명하는 데 치중하다보니 캐릭터가 약하다. 캐릭터가 평면적이고 캐릭터의 심리, 감정에 잘 몰입이 안 된다. 캐릭터가 단순해서 '이해'는 잘 가지만 깊이가 부족하고 인상이 흐릿하다. 가끔씩은 사건 전개가 억지스러운 것 같고 개연성이 부족할 때도 있다.(예를 들어 대체 중앙시계탑 앞에 화살은 왜 계속 둔 건가?;) 어느 헐리웃 영화에선가 본 듯한 식상한 장면들이 반복될 때는 불쾌하기까지 하다.

이런 단점들은 소설적인 재미를 기대하는 독자들에게는 충분히 불만사항이 될 수 있다. 교육문제, 사회문제를 '시간'에 대한 통찰로 대체한 것 등은 김진경 씨의 철학적 내공에서 나온 것이지만, 그런 담론적인 풍부함과 참신함에 비해 인물이나 이야기구조는 빈약한 불균형이 느껴진다. 김진경 씨가 꽤 훌륭한 이야기꾼인 건 맞지만, 아직 이런 식의 장편 소설을 박진감 있게 구성하고 끌고 가기에는 좀 내공이 부족한 것 아닐까 싶었다.


사회적 정치적 소설로 읽을 가치는 충분

어쨌건 「우리들의 아름다운 나라」는 사회적 정치적 텍스트로 읽기에는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원래 SF란 사회적, 정치적 성격이 강한 장르가 아니던가?) 「우리들의 아름다운 나라」는 교육 문제와 사회 문제가 하나로 엮여있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동시에 이 소설은 청소년들이 직접 중앙시계탑을 부수는 클라이막스에서 마무리함으로써 ‘시계모자’를 없애는것(교육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사회를 바꾸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웅변한다. 그리고 청소년들의 직접 행동과 저항을 강조한다.

물론 중앙시계탑이 부서졌다고 해서 소설 속의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이 모두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결말은 마치 작가가 독자들,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던지는 질문처럼 읽힌다.
중앙시계탑이 파괴되는 사건으로 혁명의 시위는 당겨졌다. 이 혁명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고 그 결과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





덧 : "인권단체연석회의"가 나올 때는 좀 웃은;
뭐 어쨌건 어떤 면에서는 이 소설은 (청소년)인권운동이나 88만원세대 등의 담론들에 약간의 빚을 지고 있다.

덧2 : 이 소설을 내가 처음에 추천사 쓰려고 원고 상태로 받았을 때는 "태양이 빛나는 밤에"라는 제목을 달고 있었다. 지금도 그 제목이 좀 더 낫다고 생각한다. "우리들의 아름다운 나라"라니;

덧3 : 읽는 내내 불편했던 게, 그럼 김진경 씨는 참여정부 때 얼마나 잘 했나 싶은 생각이 계속 들었다. 특히 이명박 정부 까는 부분 읽을 때마다. 참여정부 때 교육정책을 얼마나 잘 폈나? -_- 이명박 정부보다야 잘 했겠지만- 그건 자랑거리라고도 하기 어렵지 않을까. 김진경 씨는 얼마만큼의 자기 반성 위에 이런 소설을 세상에 내놓았나.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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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꿈2008. 11. 18. 12:59



문학동네에서 "태양이 빛나는 밤에"라는, 김진경 씨가 쓴 청소년소설의 추천글을 부탁해서 쓴 짧은 추천글...

솔직히 추천글은 거의 안 써보고 비평글만 써봐서, 비평처럼 되어버렸지만;;;

근데 이거 벌써 공개해도 되나?
에이 원고 본문 공개한 것도 아니고- 어차피 태양이 빛나는 밤에 뒤표지에 이 추천글이 다 실리는 것도 아니니, 이렇게 올려둬도 별 문제 없겠지;;; 문제 있으면 문학동네 분이 덧글이라도... 쿨럭

근데 문학동네가 생각해보니까 최근에 '혀' 표절 문제가 있고,
김진경 씨도 생각해보니까 예전에 전교조에 쓴소리한답시고 뻘소리 좀 했던 사람이고 -_-;
소설도 딱 100% 맘에 드는 건 아닌데 현재 이명박 정부 하에서 일정한 의미가 있고 뭐 그렇게 나쁘진 않아서 추천의 글을 썼는데

흠;; 쓰고 나니 뭐- 에이 상관 없겠지






  『태양이 빛나는 밤에』는 현실에 대한 알레고리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아니, 알레고리라고 하기엔 아무래도 좀 직설적이니까, 그냥 과장적인 판타지 정도라고 해둘까? 소설은 한국의 교육이, 사회가 계속 이런 방향으로 치닫게 되면 어떤 끔찍한 세상이 되어갈지를 그야말로 현실에 밀착한 상상력으로 표현하고 있다. 청소년 소설로 쓰여진 한국판 『1984』(조지 오웰)라고도 말할 수도 있겠다.
  지하도시, 제1구역, 2구역, 3구역 등의 분리/불평등과 시계모자, 언론통제, 경찰폭력, 그리고 뒤바뀐 낮과 밤 등등은, 매우 현실적인 상상력이 낳은 장치들로 독자들에게 지금 사회 현실의 문제점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 특히 이 소설 곳곳에는 이명박 정부라는 당장의 현실을 직접적으로 의식하고 설정된 것으로 보이는 부분들이 눈에 띈다. 이런 현실성은 이 소설의 다소 약한 캐릭터, 가끔씩 부족한 사건 전개의 개연성, 어느 헐리웃 영화에선가 본 듯한 식상한 몇몇 장면 등의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들어주는 매력 포인트이다.
  마지막으로, 중앙시계탑을 부수는 클라이막스에서 소설이 마무리되는 것은, 교육문제의 중요성을 상징한다. 즉, 시계모자(교육문제)를 없애는 것은 사회를 바꾸기 위한 첫 단추이며 거의 모든 것이다.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중앙시계탑이 부서졌다고 해서 이 소설에서 그려진 사회의 여러 문제들이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태양이 빛나는 밤에』는 혁명(이렇게 불러도 무방하리라)의 첫 걸음까지만을 그린 이야기이고, 그 이후에 작중의 사람들이 나아가야 할 길은 더 길고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이런 결말은 어쩌면 작가의(동시에 우리의) 무의식 중의 불안이 반영된 것은 아닐지, 그래서 그 벅찬 첫 걸음에서 결말을 지어버린 것은 아닐지 싶기도 하다.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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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결국이렇게

    2008.11.18 14:58 [ ADDR : EDIT/ DEL : REPLY ]
  2. 이카루스

    으하핫... 문학동네 '관계자'입니다 ~ 공현님이 벌써 사전선전 작업(?)에 착수하셨네요 ^^;
    뒤표지 글 공개 무관하구요...멋진 비평 다 못실어 드려 아쉽네요.
    지금 표지 작업하고 있답니다. 표지는 내용에서 한 걸음 물러서서 뽑아보려고 하고 있구요.

    서점 매대에 가기 전에 받아볼 수 있도록 할게요. 주소 보내 주세요~~~

    2008.12.01 15:57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