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2010. 5. 24. 22:21


       





청소년에게 권력을! 청소년을 정치적 주체로!

  "사회 경험이 부족한데 어떻게 정치적 결정에 참여할 수 있나"

  "비이성적이고 미성숙하고 열등해서 안 된다."
  "세금도 별로 안 내는데 무슨 정치적 권리?"

  …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같다. 그런데 이런 말들이 최근에 나온 이야기들이 아니라는 걸 아시는가? 이런 말들은 바로수십, 수백년 전에 노동자들의 정치적 권리, 여성들의 정치적 권리, 흑인들의 정치적 권리를 요구하던 이들이 부딪쳐야 했던이야기들이었다. 지금에 와서는 이런 이야기를 하면 "아니 뭐 저런 XX가" 라는 반응이 대부분일 것이다. 여성이나 흑인의 정치적권리를 부정하거나, 또는 재산에 따라서 정치적 권리를 차별적으로 줘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이제 아주 비상식적이고 비민주적인이야기가 되었다. 그러나 아주 닮은 논리로 정치적 권리를 부정당하고 왕따를 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미성년자'라는딱지를 붙이고 있는 만19~만18세 미만의, 청소년들이다.


아, 같이 좀 결정하자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과 관련된 일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고 또 자신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자기 삶에대해 자기결정권을 갖고 있고, 자기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결정에 대해서는 같이 결정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 (독재를 하는 놈들이 개인이건 어떤 집단이건) 독재 사회일 것이다. 하지만 아주 합법적으로 그런 독재스런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미성년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한국에서는 대체로 만19세나 만18세 미만의 사람들,청소년들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에 대해서 "본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에 있어서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를 보장하고, 그의견에 대해 아동의 연령과 성숙도에 따라 정당한 비중을 두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얼만큼 자랐냐에 따라서 자기와 관련된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한 셈이다. 사람이 얼만큼 자랐는지를 재고 정하는 건 대체 또 누구의 권한인지, 삐딱하게 보면 마음에안 드는 구석이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최소한 나이가 적다고 해도 민주적으로 참여할 권리가 있다고, 좀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그청소년의 능력이 닿는 한은 당연한 인권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공인한 셈이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협약도 모두 개무시를 당하는 게 현실이다. 어디를 둘러봐도, 진정한 의미에서 청소년을 위한 자리는없다. 학생회들은 죄다 허수아비 아니면 축제준비위원회 아니면 선도위원회 수준이다. 선거권이 없고, 정당법과 공직선거법 등에 따라정당 가입도 안 되며 선거운동도 못한다. 중고교 학칙들은 한결같이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청소년특별회의" 등의 기구들이있다고는 하나, 실제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거의 없다. 그래서 청소년들에게, 이 사회는 민주주의라고 할 수도 없다. 만19세이후로 유예된 민주주의일 뿐이다.

  우리 기호0번 청소년 후보가 굳이 어렵게 출마를 결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청소년들과 관련된 일은 청소년들이 결정하는게 맞다. 학교의 일은 학생, 교사들을 포함해서 학교의 노동자들 등이 같이 결정하는 게 맞다. 우리는 청소년들에게 정당한 권한과권력을 되찾겠다. 우리는 학교나 교육이나 청소년들이 비정치적이어야 한다는 '뻥'과 싸우기 위해서 나왔다. 다양한 정치적목소리들이 꽃피고 토론되는 교육을 만들기 위해서 나왔다.

  청소년들은 '미성숙'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말은 낚시이고 구라이다. 마치 여성들에게, 흑인들에게, 노동자들에게 그랬던것처럼. 대체 ‘미성숙’과 ‘불완전’을 정하는 기준은 뭔가? 비청소년들이 지역주의나 학연에 따라, 외모를 보고, 땅값 올려준대서투표를 하면 그건 '사회 문제'가 되는데, 청소년들은 그런 식으로 판단을 할 수도 있으니까 정치적 권리를 주면 안 된다고 한다.청소년이 하면 미성숙, 비청소년이 하면 사회문제...? 합리적이고 성숙한 인간들만이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고헛소리다. 불완전하고 평범한 사람들이더라도 같이 이야기하고 같이 결정해나가는 게 민주주의이고 인권이다. 그렇게 참여하여 사회를운영하고 변화시켜가는 경험을 하면서 점차로 능숙해지고 성의있게 참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진짜 후보 청소년, 진짜로 청소년에게 힘을 줄 거임!

  가끔 보면 정부에서는 교원평가제를 갖고서 이제 학생들이 교육에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교원평가제는 그런면에선 완전 짝퉁일 뿐이다! 교사들에게 점수를 매겨서 관리하지만, 학생들의 의견은 제대로 반영될 수가 없게 돼있다. 그리고교육정책이나 학교교칙, 학교운영 자체가 문제투성이인데 교사들 한명 한명에게 점수를 매긴다고 얼마나 달라질까? 또,청소년특별회의나 청소년참여위원회 같은 걸 만들어서 청소년들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거기에 갈 수 있는청소년들은 교장 추천을 받은 범생이들, 어른들 입맛에 맞는 청소년들이 대부분이고, 그렇게 해서 바뀐 정책도 별로 없다.

  촛불집회 때 청소년들이 주체니 뭐 훌륭하니 말은 많았지만, 결국에는 청소년들의 정치적 권리는 나아지지 않았다. 청소년들은칭찬하던 어른들도 청소년들의 정치적 권리를 보장하고 신장시키는 데는 관심이 별로 없었다. 민주주의를 걱정하던 사람들도 비민주적인독재 속에 살고 있는 청소년들의 민주주의에는 관심이 없었따.

  레알 교육감 후보인 청소년 후보는 그런 짝퉁들은 반대한다. 왜냐면 우린 진짜거든!
  학생들은 학사일정이나 학교교칙, 예결산, 교직원인사를 다 포함해서 학교운영에 참여할 것이다. 청소년들이 지역사회에서부터 더커다란 교육정책이나 청소년정책까지 직접 참여해서 만들도록 할 것이다. 선거연령을 정하는 건 교육감의 권한은 아니지만, 최소한만16세로 낮추고 점점 낮춰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국회의원들과 이야기하겠다. 또한 당장 선거권이 없더라도 학생들,청소년들이 결사의 자유, 집회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초안을갖고서 학내집회 허용이니 어쩌니 말이 많던데, 그런 건 당근 돼야 하는 거 아닌가? 당연한 걸 왜 굳이 입 아프게 떠들까.

  일상의 정치건, 국회랑 청와대랑 정부청사랑 도청이랑 시청이랑 등등에서 하는 정치건, 거리에서 하는 정치건…. 집회를 하건친구나 가족을 설득하건 가출을 하건 화장실을 점거하건 선관위랑 맞장을 뜨건 소송을 걸건 국회에 드러눕건 인터넷에 글을 올리건,교사들과 회의를 하건 위원회에 참여하건, 여하간 오만가지 방법으로 청소년들이 정당한 권력과 권한을 가지고 민주주의를 누릴 수있게 하겠다. 바로 청소년의 힘으로!





돈 받으며 공부하자! 학생.청소년에게 소득보장!!



  우리는 흔히 학교에 돈을 내고 다니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수업료, 교육비, 등록금 …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차별 없이 장벽 없이 평등하게 교육을 받게 하기 위해, 교육을 보편적인 공공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무상교육'을 실현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정말 무상교육만으로 만족할 수 있는 걸까? 분명히 무상교육, 공짜로 돈 안 내고 교육받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교육권을 누리게 하기 위해 이루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무상교육만으로 충분한 걸까?

  애시당초 왜 우리는 수업료를 내면서 교육에 참여해야 할까? 교육은 물론 한 사람의 권리이자 그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꼭 필요한 거지만, 동시에 이 사회가 계속 유지되고 계속되어가기 위해서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사회가 계속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교육을 받아달라고 학생들에게 돈을 줘야 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학생들이 돈을 받으며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

  학생들의 교육에 대해 사회적인 임금을 지급하자는 것은 학생들을 단지 '교육받는 대상'이나 '돈 내고 교육을 소비하는 소비자'로 보는 걸 넘어서자는 것이다. 이는 학생들에게 교육이 '의무'가 아니라 '권리'라는 것, 그리고 학생들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교육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존중받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니들은 공부나 해!" "학생의 본분은 공부야!"라는 논리를 넘어설 수 있는 것이다.

  너무 허무맹랑하게 들리신다고? 하지만 이런 주장은 프랑스에서의 68혁명 때나 일본에서 학생들의 운동 때도 나왔던 적이 있는 주장이고, 또 실제로 스페인의 벤포스타 같은 공동체에서는 실제로 그런 제도가 시행되었던 적이 있었다.


"벤포스타에서는 학교 수업을 공동체를 위한 활동으로 보기 때문에, 아이들은 학교 수업에 출석하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 돈은 일주일에 한 번씩 받는다. 아이들은 저마다 주급 봉투를 받는다."

(에버하르트 뫼비우스 씀. 김라합 옮김. 『어린이 공화국 벤포스타』. p.91.)

" 학교 생활에서 가장 당혹스러운 규정은 아이들이 '수업 시간 급료'를 받는다는 것이다. 수업에 한 시간 참여한 학생은 작업장에서한 시간 일한 것과 똑같은 급료를 받는다. 어린이 공화국에서는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도 주유소에서 일하는 것과 똑같은 가치를지닌, 공동체를 위한 활동으로 여긴다."
(같은 책. p.107.)




  물론 기호0번 청소년 후보는 교육의 내용과 방식이 학생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것으로 바뀐다면, 굳이 교육에 대해 '임금' 개념의 돈을 지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교육이 임금을 받아야만 참여할 마음이 드는 괴롭고 힘든 노동이라면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은가! -_- 지금처럼 국가가 교육과정을 정하고 학생들이 강제로 배우게 하는 시스템에서라면 당연히 임금을 줘야겠지만, 기호0번 청소년 후보는 학생들에 의한 학생들을 위한 교육을 만들어갈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청소년들이 교육의 주인이 된다면 '임금을 줘야 하는' 교육을 점점 벗어날 수 있을 것이고 굳이 '임금'을 줘야 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렇게 교육이 바뀌더라도, 교육에 참여하면서 드는 돈이나 그 시간의 기회비용 등을 보상하는 수업료(학생들이 학교에 내는 수업료가 아니라 학교가 학생들에게 주는 수업료!) 정도는 주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ㅋ



청소년들의 경제적 독립을 위해서도 필요

  또 한 레알 교육감 후보 기호0번 청소년은, 이러한 임금 지급은 결과적으로 학생들이 지금까지 부모나 보호자의 경제력에 매여서 살아야 했던 것을 넘어서 청소년들이 경제적인 주체성과 자유를 가지고 살 수 있게 할 수 있게 하는 첫 걸음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부모나 보호자들은 '용돈'으로 주던 돈을 안 주고 대신에 이를 세금으로 납부하고 교육청에서는 이를 학생들이 수업료로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서 청소년들 모두에게(또는 더 나아가서 모든 사람들에게) 충분한 기본소득이 보장된다면 굳이 교육을 받는 만큼 임금을 준다거나 하는 것도 필요 없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교육감의 권한이 아니기 때문에 확실히 약속드리기는 어렵지만, 기호0번 청소년 후보는 청소년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의 기본소득 보장을 지지하며, 만약 당선된다면 이것이 실현되도록 학생 임금부터 시작하여 차근차근 정책 공조를 펴나갈 생각이다. ^^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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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류기아

    즉 범생이들에게 패한 자들의 불평불만이라는 소리지.
    진짜 바꾸고 싶으면 공부 잘하고 말 잘들어서 청소년특별회의나 청소년참여위원회에가서 지금의 생각과 사상을 펼치는 겁니다. 이 운동에 참여하는 여러분 수가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으니 여러분 모두가 우등생이 되어서 지금의 생각과 사상을 그들에게 전파하세요. 성적높은 우등생, 장학생들은 학교가 함부로 못하는건 잘~~알고 계신듯 하니 그런 지위를 얻어서 한번 해볼 생각은 없는건가요? 여기 참여하는 인원수가 다 우수학생이 되어 외친다면 완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교사들 당황하게 만들수는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저같이 '공부 못하는 넘들의 불평불만이다!!!'라는 소리도 나오지 못할꺼고 말이죠.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게 가장 현실성이 높은거 같은데 말이죠.

    2010.05.26 01:59 [ ADDR : EDIT/ DEL : REPLY ]
    • --> 청소년특별회의나 청소년참여위원회가 실질적으로 거의 권한이 없음은, 제가 얼마 전 참여한 유엔사회권위원회 제출용 NGO 반박 보고서에 열심히 썼던 기억이 나네요 -ㅂ-

      제가 제 입으로 말하기 부끄럽지만 제가 나름 성적으로나 생활 면으로나 우등생 출신인데요 ㅋㅋㅋㅋㅋㅋ 우등생이어도 세상은 못 바꾸더라구요. 밑바닥에서부터의 청소년 집단의 세력화, 조직화, 운동이 없이는 현실을 바꿀 수가 없더라구요.

      실제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실천을 해보시면 오히려 님이 말한 그런 방법이 현실성이 없다는 걸 아시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2010.05.26 02:29 신고 [ ADDR : EDIT/ DEL ]
    • 저도 외고에서 3년동안 장학금을 놓친 적이 없는 나름 우등생 출신인데요. 그래도 별 소용은 없더라고요. ㅋㅋㅋ

      아수나로에 나름 우등생 출신들이 많이 있는데, 딱히 더 늘어난다고 해서 소용있을 것 같지는 않네요.

      자기 생각 속에서는 자기 생각이 가장 현실적인 것 같죠. 직접 실천해보시길.

      2010.05.26 10:55 [ ADDR : EDIT/ DEL ]
    • 저도 우등생이었습니다만;;; 학교께서는 대하시던 태도는 다른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던데요; '현실적, 현실주의, 현실성'라는 말이 굉장히 오용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현실'들은 '레알 현실'과는 정말 다르니까 말이에요.

      2010.05.29 22:00 [ ADDR : EDIT/ DEL ]
    • 원래 부적응자들이 저항하면 "니네는 사회 부적응자니까 그래!"라고 하고
      엘리트들이 저항하면 "니넨 가진 거 다 가지고 배부르니까 그런 소리나 하지?"라고 하는 것이죠.
      사회는 사회의 기존 체제를 바꾸려고 하는 저항들을 억압하고 고립시키는 식으로 작동하지 그걸 말하는 사람이 모의고사 성적이 1등이냐 300등이냐에 그렇게 크게 다르게 작용하진 않아요 -_-

      2010.05.31 10:00 신고 [ ADDR : EDIT/ DEL ]

걸어가는꿈2008. 7. 24. 12:21
민들레에 기고한 글입니다. 다음호에 실릴 거예용 ~_~






혹시 어른들만을 위한 교육감 선거?


공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 활동하는 청소년인권활동가 emptyyoon@naver.com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끝나버린 다른 여러 지역의 교육감 선거와 달리 서울특별시 교육감 선거는 특별하게 주목을 받고 있다. 수도권에 지나치게 많은 인구와 시설, 경제, 정치 등이 밀집되어 있는 대한민국의 특성상 어쩔 수 없나 싶기도 하지만 좀 씁쓸하기도 하다. 서울특별시 교육감 선거가 주목을 받아서가 아니라, 다른 지방의 교육감 선거들이 주목을 받지 못해서 말이다.

교육감 직선제는 분명 커다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번 교육감 선거가 가지게 된 이명박 정권의 교육정책에 대한 중간 심판이라는 시기적 의미는 우선 제쳐두더라도 교육감을 시민들이 직접 선출한다는 것은, 비민주적인 이 교육 체계 속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교육이 어째서 비민주적이냐는 이야기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나마 교육감이라도 직선제로 선출하는 것은 이런 교육의 비민주성을 개선해나갈 수 있는 한 방법이다. 물론 몇 년에 한 번 직접 투표를 한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래 우리 사회 ‘꼬라지’를 보면서 충분히 학습해왔지만, 적어도 교육감 직선제가 교육 민주화의 한 걸음 정도는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선거 과정에서 지금까지 잘 검증되지 않아왔던 여러 교육정책들에 대한 토론도 더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청소년의 입장에서는 어떤가? 교육의 제 1주체이자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청소년에게 더욱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이 교육은, 그냥 비민주적인 게 아니라 ‘지독하게’ 비민주적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작은 학급에서부터 큰 교육정책까지.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도 청소년들의 참여는 봉쇄되어 있다. 공직선거법을 참고하자면, 청소년들에게는 투표권이 없고 선거운동 할 권리도 없다. 교육의 주체인 청소년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도 없고, 투표권이 없는 것을 보완하기 위한 다른 기구나 절차조차 없다.

사실 교육감 선거에는 학부모나 교사가 아닌 시민들에게도 투표권이 있는데, 그런 시민들보다는 교육감의 영향을 훨씬 직접적으로 받을 (공교육기관에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조차 교육감 선거에 참여할 권리가 없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청소년들이 지금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도 배제되거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교육감 후보들이 달아놓고 붙여놓은 현수막과 벽보를 보라. 아이들은 살려야 하며, 쉬게 해줘야 한다.... 그래, 뭐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 호소는 정작 그 아이들에 하는 말이 아니라, 투표권이 있는 어른들에게 하는 말이다. 심지어 시민후보라고 말하며 가장 나아 보이는 청소년 인권 보장 공약을 들고 나온 후보조차 현수막에는 “어머님, 힘드시죠? 주경복이 덜어드리겠습니다.”라고 썼으니, 말 다했다.



이런 현실에 대한 분노를 솔직하게 표현하며,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기호 0번 ‘청소년’ 후보가 출마 선언을 하기도 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청소년단체들이 만18세 선거권이나 청소년들의 선거운동을 비롯한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면서 정책 평가 등을 해왔고 이번 선거에서도 그런 활동이 있지만, 청소년들이 후보 출마를 선언한 것은 한국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외국에서는 10세의 청소년이 후보 출마를 선언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요구를 알린 적이 있긴 하지만.

청소년 후보는 출마의 변에서 “청소년은 유령이다. 사람들 눈에 보이질 않는다. 그렇지 않고서야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칠 교육감 선거를 하면서 정작 당사자인 청소년들은 제쳐두고 성인들한테만 ‘뽑아줍쇼’ 할 리가 없다. 우리가 안 보이나? 아니면, 이거 혹시 어른들만을 위한 교육감 선거?”라고 직설적인 비판을 가했다. 이것은 실로 더 많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청소년들의 투쟁이고, 어른들만의 기만적인 민주주의에 대한 깽판이다.

“캐발랄 젊은 후보”를 표방한 청소년 후보는 선관위에서 붙인 공식 선거 벽보들 옆에 자신의 포스터를 붙이고 거리유세를 하며, 교육감 선거에서 청소년들의 존재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공식블로그(http://csn08.tistory.com)에 올려놓은 정책 공약과 주장들은 다른 교육감 후보들과 비교해 봐도 손색이 없다. 청소년 후보가 내세운 공약은 두발복장자유, 체벌금지, 차별금지, 가정환경조사서 폐지 등을 비롯한 청소년인권 보장, 입시경쟁교육 중단, 학교운영부터 교육정책까지 청소년 참여 보장, 탈학교 청소년 지원 강화 등이다. 민감한 문제인 교원평가제에 대해서는, 소통과 변화를 기본으로 한 ‘교사소환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들에게 선거연령을 몇 살로 낮추자는 것이냐고 묻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기호 0번으로 출마했다는 것은, 이 청소년들이 선거권을 뛰어넘어서 단숨에 피선거권을 실천으로 요구하는 것 아닌가? 지금과 같은 시스템 속에서는 선거 연령을 몇 살로 하건 그 선거 연령보다 적은 나이의 사람들은 배제될 것이고, 미성숙하다는 딱지를 붙이고 있어야 할 것이다. 기호 0번으로 출마한 청소년들이 요구하는 것은 지금 같은 대의제와 비민주적인 교육 시스템을 넘어선 더 많은 민주주의이며 더 민주적인 교육이다.


‘무력감을 느끼면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지금, 많은 청소년들이 현재의 교육 속에서 학습하는 것은 거대한 무력감과 체념이다. 어찌해볼 수 없는 경쟁, 폭력, 학교, 그리고 교육 시스템 그 자체. 학칙 하나 개정할 수 없는 무력감 속에서, 청소년들은 학교의 주인이 학생이라는 말을 그저 청소를 할 때나 듣게 된다. 그나마 이런 무력감에 덜 중독되어 있는 것은 몇몇 대안적 교육 속에 있는 소수의 청소년들뿐일 것이다. 지금 청소년들은 촛불집회부터 시작해서 교육감 선거에서도, 현실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이번 교육감 선거가 더 많은 민주주의를 만들어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비민주적인 교육이 더 민주적인 교육으로 변화하는 한 걸음이 되길 바란다. 단, 그 민주주의는 청소년을 나이가 적다는 이유로 배제하지 않는 민주주의여야 할 것이다. 청소년들은 이미 더 많은 민주주의를 말하고 있다.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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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퍼갈게!

    2008.07.28 00:38 [ ADDR : EDIT/ DEL : REPLY ]
  2. 이제 미래는 없군

    2008.07.31 21:13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