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꿈

앨빈 토플러의 한국 교육에 대한 말 출처

공현 2021. 8. 9. 11:08

(후일 검색할 사람에게 노출되도록 하기 위해서, 잘못된 출처나 인용구 등을 찾은 것이나, 출처가 불분명하게 밈처럼 확산된 것들의 출처를 추적한 것을 블로그에 남겨두기로 했다.)

 

"한국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교육이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학생들은 하루 10시간이상을 학교와 학원에서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에 필요하지 않을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 앨빈 토플러

《오늘의 교육》 원고를 편집하다가, 토플러의 이 말이 인용되어 있어서 몇 시간 정도 뒤적거린 끝에 이 말의 출처와 정확한 원본을 찾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2007년 중앙일보 기사.2007년 9월 20일 중앙일보 최형규 특파원이 홍콩에서 한 인터뷰 기사가 최초 출처로 보인다.

>“평등·획일화 … 한국교육 미래와 정반대로 가”

https://news.joins.com/article/2890423

 

“평등·획일화 … 한국교육 미래와 정반대로 가”

[중앙포토]세계적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79·사진)는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지만 미래에 대한 준비가 소홀하다”라고 꼬집었다. 대표적인 게 교육이

news.joins.com

 

이 말은 온갖 칼럼이나 책 등에 인용되고 있는데 다들 출처가 제각각이다. '2008년 아시아태평양포럼', '1997년/2001년 방한' 등... 잘못된 출처가 퍼진 원인 중엔 출처를 명기하지 않은 언론, 책 등 영향도 크고, 나무위키도 한몫한 듯하다.

 

나무위키엔 '15시간'으로 오기되어 있고 영어까지 병기돼있다.

"한국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들의 교육이 퇴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 않을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영어 병기가 된 게 이상한 게 애초에 이 말이 어디 공개된 영상 같은 게 있는 게 아니고 한국 언론이 한국어로 쓴 인터뷰 기사였는데...?)

다행히 몇몇 브런치, 블로그 등의 필자들이 '홍콩' '중앙일보' 인터뷰였음을 명시해둔 덕분에 원문을 찾을 수 있었다. 책에 출처 표기도 제대로 들어갈 수 있게 됐고.

-

출처 찾기와 별개로 내용에 대해 말하면... 이 무렵 앨빈 토플러가 한 말이나 전파한 이데올로기는 당시 노무현 정부나 학교 평준화 정책을 비판하는 논거로 많이 활용되었던 기억이 난다.

토플러의 저 말이 '10시간 이상'에 초점을 맞춰서 학업 부담을 줄여야 한다, 쉴 권리 놀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라면 동의하는 면이 있겠지만, 실상은 '미래에 필요하지 않을 지식, 존재하지 않을 직업'에 초점이 맞추어져서, 영재 교육이라거나 IT 교육 필요 이런 식으로 수용되었다. 그럼 미래에 필요할 지식을 위해선 10시간 이상 공부시켜도 된단 말인가 되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