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뒷북 같지만, '길거리에서 학생들 패고 협박하는 교사!?'에 대한 후속 변론

공현 2009. 4. 13. 12:49


본글 길거리에서 학생들 패고 협박하는 교사!?


아 뭔가 뒷북 같아서 쓸까 말까 고민하다가 씁니다. (정작 노말로그의 해당글은 비공개인지 삭제인지 처리된 상태라서.)
변명하자면 그 글에 워낙 덧글이 많이 달려서 덧글로 치고받고 하다보니 트랙백은 하나하나 꼼꼼하게 확인 못했고,
무한님의 트랙백은 바로 그 위에 있는 정명훈 씨 관련 글에 달릴 게 잘못 달린 건가? 하고 생각만 하고 내용은 안 보고 넘겼네요.
그 뒤로는 책 출판이랑 오승희 편집 문제 때문에 좀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겨우 시간이 남아서 며칠 전에 블로그를 좀 돌아봤는데 4월 7일인가 8일 쯤에 유입경로에 노멀로그로부터의 유입이 있길래- '응? 왜 여기서' 하고서 봤더니 '펜으로 죽은 음악가 정명훈'이란 글인데 밑에는 제 글 이야기도 있더군요.

즉각즉각 답을 드려야 했는데 그제야 발견한 것 죄송합니다.

오늘에야 관련 글을 쓰려고 보니까 해당 글이 삭제된 상태라고 뜨네요 트랙백에서 --;

어쨌건, 무한님의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와 다른 덧글 싸움에서 못한 이야기를 약간 담아서 씁니다.






(1) 공무원의 신분 공개에 관해서

 국가 공무원은 원칙적으로 공무를 수행할 때 소속이나 신분을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경찰관의 경우는 그게 규정으로 명시되어 있고, 다른 공무원은 규정상으론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여하간 '주권' 또는 '국가공권력'이라는 추상적이면서도 강력한 실체가 공무원 개인을 빌어 실현되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도 국가 공무원은 공무 수행 시에는 소속이나 신분을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초상권 행사도 일부 제한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건 그 사람이 그 개인이 아니라 국가공권력의 수행자로서 행동하기 때문에 가지게 되는 패널티입니다.
(경찰이나 공무원들이 공무원증, 명찰 등으로 자기 이름을 드러내고 있고, 또 공무수행으로서 이야기할 때 항상 소속과 이름을 밝혀야 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아, 사립학교 교원이 국가공무원에 해당하느냐 하는 건 논쟁의 소지가 있습니다. 보통 그냥 '준공무원'이라고 하거든요.
정식 공무원은 아니지만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를 보장한다고 법이 되어 있어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공무원 신분이 인정되냐 아니냐(이건 공무원 복지 문제에 더 가까운...)를 떠나서
그 사람이 국가가 부여한 공권력을 (약자, 국민, 시민, 인민에게) 행사하고 있느냐 아니냐, 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제가 이야기한 사례에서 서라벌중학교 교사도 충분히 공무원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교육권을 사용하고 있고,
그 교육권이란 건 국가가 보장하고 제공하는 '공교육' 시스템에 의거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점에서 학원 교사와 학교 교사는 좀 다릅니다. 전 학원 교사의 체벌도 반대하긴 하지만요.)

그렇다면 그 사람이 국가공권력의 수행자로서 적절하게 그 권력을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하는 게 온당합니다.
저는 그 사람이 국가공권력이 준 '교육권'을 부당한 방식(전혀 교육적이지 않은 폭력)으로 행사했다고 주장하는 것이고,
또 그 사람이 그런 것에 대해 '공무원'으로서 책임을 지기 위해서라도 신분, 소속, 이름을 밝히는 게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 개인에 대한 분노와는 상관없이(솔직히, 전 이런 류의 일을 많이 겪어서 그 상황과 사건에 대해서는 화가 날지언정 그 사람 개인에게는 별로 화가 나지 않습니다. 화가 안 났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그 분노가 그 교사 개인에게 향해 있진 않습니다) 그 사람의 소속(은 서라벌중학교죠)과 이름을 공개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2) 항의 전화에 대해서

항의 전화해달라고 하는 게 무슨 정의의 칼 어쩌구 하는 분들도 있는데 -ㅂ-; 별로 그렇게까지는 생각지 않는데 말입니다.
솔까말, 항의 전화 해달라고 올린다고 해서 해줄 분들이 있을지 저도 반신반의였습니다.-_-
제가 항의 전화를 할까도 했지만 해당 학교 교사와 직접 마찰을 빚은 사람이 전화를 해서 항의하는 건 그냥 귓등으로 흘릴 것도 같고
그렇다고 같이 활동하는 활동가들에게 항의 전화를 해달라고 하자니 역시 마찰을 빚은 당사자 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항의해도 별로 귀담아 듣지 않을 듯했습니다.
그래서 혹시라도 몇분이라도 항의 전화를 해주신다면 적어도 그 교사가 앞으로는 학생들에게 그렇게까지 함부로 대하지는 못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올린 것입니다.
그다지 이런 천하의 죽일 놈을 괴롭히기 위해 항의전화 해주시오, 라는 건 아니었고, "서라벌중학교로 항의전화 부탁드려요"라는 한 마디가 왜 그렇게까지 해석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글이 목수정 씨 글과 비견될 만큼 격한 감정과 표현이 많이 들어가 있나 싶어서 봤는데 그런 것도 아니고
팩트 위주로 쓰고 제 감정과 감상과 의견을 조금씩 덧붙이는 식인 것 같은데
그것만 가지고 제가 그 사람을 분노해서 완전히 매장시키려고 한다, 뭐 이런 식으로 생각하시는 건 또 오버가 아닌가 싶습니다.

간혹 '항의 전화 해달라는 건 잘못'이란 분들이 있는데 항의 전화 해달라고 하는 게 어떤 점에서 잘못인지 모르겠습니다. 해당 학교의 전화번호는 공공기관으로서 모두 학교 홈페이지나 관련 정보에 공개되어 있고 말이죠.



(3)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에 대해서

 노멀로그의 해당 글에서 보고(또 댓글들에서 보고) 황당했던 건, '그 학교는 중학교였다', '중학생들에게 서명을 받은 거였다.'라는 걸 강조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건, 청소년(미성년자)들은 '미성숙'하고 사리분별을 잘 못하고 판단력도 떨어지니까 교사가 그렇게 제지한 건 당연한 거였다, 라는,
교사가 한 '미성년자'에게 서명받는 건 안된다, 라는 말에 동의하는 이야기겠지요.

그런 전제 자체가 저에게는 도저히 동의가 되지 않는데 그런 말이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참.
이 사회의 인권의식의 수준이 어떤지에 대해 또 고민해보게 됩니다.


정치적 권리와 민주주의, 합리성이나 성숙의 신화에 관해 할 말은 많지만 그건 일단 접어두고라도 (궁금한 분은 이 책 3부를 보세요 ㅋㅋ) 성문법에 의거해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_~



한국이 1991년에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은, 만18세미만의 아동의 경우에도(몇살이상, 이란 식의 문구는 없습니다.) 표현의 자유(이건 의견전달과 정보접수를 모두 포함합니다. 즉 말하고 듣는 권리), 집회시위결사의 자유, 사상의 자유를 모두 보장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집회시위결사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는 경우는, 아동이 아닌 다른 '성인'의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국가안보, 공공복리, 질서유지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 필요최소한으로 법률에 의해서만 제한될 수 있다고 하고 있죠.
딱히 아동이라는 이유만으로 표현의 자유나 집회 시위 결사의 자유가 더 제한되거나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아동은 자신과 관련된 일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고 반영시킬 수 있고, 당사국은 아동의 의견을 아동의 수준에 따라 적절한 비중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어느 정도가 적절한 비중인지를 논할 필요까지도 없습니다.
이 경우는 그냥 '자신과 관련된 일'에 대해 의견을 표명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건 한국에서 현행법과 동등한 지위를 가지고 있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보장된 권리이고, 이를 침해하는 건 너무나도 분명한 인권침해입니다.
(제가 한, 전단지를 나눠주고 일제고사에 대해 설명을 하고 서명을 받는 행위를 제지하는 것도 사실 시민적정치적권리에 대한 규약 등을 위배하는 건 마찬가지지요.)

'중학생'이라고 해서 그 앞에서 '선동'을 하거나 서명을 받아선 안 된다, 라는 주장 자체가 이미 반인권적입니다.
저의 인권에서든, 그분들의 인권에서든요.
그리고 그런 자기 권리의 행사는, 뭐 그 내용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거나 다른 의견을 개진할 순 있어도,
최소한 누군가의 폭력과 협박으로 제지되어도 좋은 게 아니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뭐라고 말을 하고 싶은 분들은
국제적으로 인정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들이 비준한 인권협약 중 하나인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능가할 만한 권위가 있는 텍스트를 근거로 삼으시거나
아니면 최소한 그런 이야기를 충분히 반박할 수 있을 만한 꺼리나 근거자료를 가져오시면 좋겠습니다.
막연하게 청소년은 미성숙하고 정치적 권리가 제한되어야 하며 비정치적이어야 한다는 '상식'에 기대지 마시구요.
참 '상식'에 기대 말하기는 쉽습니다. 한두문장만 쓰면 되거든요. 나머진 상식이 알아서 뒷받침해주니까요. 하지만 그 상식이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하는 사람에게 상식을 논거로 이야기하는 건 공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근데 또 제가 유엔아동권리협약을 100% 동의하는 건 아닙니다. 가족 중심적인 문제라거나 몇가지 한계들이 있죠. 이 부분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소개를.)




* 문제제기한 방향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것 같은데, 저는 제가 서명 받고 하는 걸 방해했다고 해서 이런 글을 올린 건 아닙니다.
일제고사 반대하는 오답선언 서명을 받건, 두발자유 집회 홍보물을 돌리건, 저는 학교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이랑도 부딪쳐봤고 교사들과 부딪치는 건 다반사였습니다. 교사들한테 직접적으로 폭행을 당한 적도 있습니다. 배치기(;;)라거나, 강제로 벽으로 밀어붙인다거나.
근데 제가 정말 치사하다고 느끼는 상황은, 그 사람들 중에 저를 제지하지 않고 전단지를 받거나 하는 학생들을 제지하고 협박하는 사람들이 있는 경우입니다.(가끔 있습니다.)
그건 저를 제지할 권력은 없으니까 자기들이 좀 더 맘대로 대할 수 있는 약자들에게 자기 권력을 휘두르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저를 힘으로 방해하는 것도 그다지 온당한 행위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건 제 행위가 옳은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제게 말하고 의사를 전달할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직접 폭력을 휘두르고 받으면 '때리겠다'라고 협박하는 상황에는 정말 화가 났고, 이에 대해 특별히 글을 작성한 것은 그래서입니다.





(* 무한님에게 트랙백을 보내고 싶으나 해당 글은 정작 삭제되어서 트랙백을 보낼 수가 없군요. 그렇다고 상관 없는 글에다가 이 글 읽으세요, 하고 트랙백을 보낼 수도 없고.
 보시길 기대할 수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