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2009. 1. 21. 18:24


‘일제고사’도 사람을 죽입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공현



  재작년에 초등학교 3학년인 사촌동생의 학교 공부를 잠시 봐준 일이 있었습니다. 이모에게서 약간의 돈을 받으면서, 국어, 수학, 사회 과목에 대해 며칠 정도 같이 공부를 한 거지요.(자기정당화를 위해 이렇게 빙 돌려서 표현하긴 했지만, 쉽게 말해 ‘과외’이고 ‘사교육’입니다. 한 달밖에 안 했다고 변명해보지만요.)

  그런데 그때 충격적인 일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같이 수학 문제를 푸는데, 수학의 내용들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문제를 유형화시켜서 좀 비슷해 보이는 문제는 그 전에 썼던 식들을 그냥 가져다가 풀려고 하더군요. 왜 그렇게 하냐고 했더니 “이렇게 해야 시험 점수를 잘 받지. 시험 볼 때 시간도 없고….”라고 하더라구요. 초등학교 3학년인데요.

  이제 다음은 국어인데요. 같이 교과서에 나온 글을 읽고서, 딱히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라 자기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걸 사촌동생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거의 주저하지 않고서 1번을 찍더라구요. 왜 1번이냐고 했더니 그 지문이 책에 나온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책에 나온 게 아니라 니 마음에 드는 걸로 말해달라고 했더니 그래도 1번이라고 합니다. 이유를 물으니까 주저주저…. 제가 “나는 3번이 더 맘에 드는데?” 그랬더니 또 주저주저하다가 3번으로 고칩디다. 그래서 약간은 장난삼아 “4번이 갑자기 더 맘에 드네.” 그랬더니 사촌동생은 그럼 답은 3, 4번이라고 합니다. 제가 한숨을 쉬며 책에 나온 대로 살지 말고 네 마음에 따라 살아야 한다고 했더니, 사촌동생은 “그럼 시험에서 틀리는데?”라고 대답하더라구요.

  마지막으로 사회 과목이 남았죠? 사실 초등학교 사회 과목은 별 내용이 없고, 교과서에 나온 이야기들만 적당히 알아들으면 됩니다. 그런데 사촌동생이 자기는 사회 과목을 못한다고 하기에 사회 교과서 한 페이지를 펴서 같이 읽고 요약해봤는데 제법 잘 했습니다. 잘 하는데 왜 못한다고 생각하냐고, 제가 의아해하며 물었더니, 자기가 성적표의 “아주 잘함”, “잘함”, “보통”, “노력요함”의 평어 중에서 “보통”을 받는데 뒤에서 두 번째니까 못하는 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보통”이면 못 하는 건 아니지 않냐고 했더니, 한사코 “잘”이 안 들어가서 아니라고 하며 자신이 사회를 못한다고 고집을 부리던데, 이건 웬 자기비하인지 잘 한다고 해도 결사적으로 자기는 못한다고 하니, 좀 난감하더라구요.



  어쩌면 제 사촌동생이 좀 ‘극성스러운’ 가정에서 성적에 대한 압박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특히 이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 눈에는 그런 제 사촌동생의 모습이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왠지 그리 특별해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숨 막히는 입시경쟁의 현실에서 모든 공부를 시험 위주로 생각하고 자기 생각을 갖기보다는 ‘정답’을 찾으려 드는 데 급급한 모습이 뭐가 그리 특별하겠습니까.

  예, 이런 모습이 한국 교육입니다. 학원 뺑뺑이 속에 살던 초등학생이 “왜 어른보다 어린이가 쉬는 시간이 더 적은지 모르겠다. 나도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고, 중학생은 “공부 공부 공부 공부 … 같은 곳에서 각기 다른 재능을 지닌 아이들이 오직 한 가지만 배우고 있었어. ‘대학 가는 법’…”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고, 고등학생은 “학교에서는 오직 시험 보기 위한 공부만을 가르치고 있다. … 친구들이 로봇처럼 보인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는 게 말입니다. 제가 처음 청소년인권운동을 시작했던 2005년에는 그런 유서들을 읽고 많이 울곤 했지만, 지금은 눈물도 잘 나오질 않아요. 하도 많이 봐서요. 게다가 굳이 직접 목숨을 끊는 방식을 택하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는 어떤 식으로든 이런 비인간적인 교육 속에서 자신을 죽여야 하지 않습니까? “고3 1년 동안 죽었다 생각하고 공부해라”라는 흔한 표현도 있잖아요? 저도 학교에 다니는 동안 우리들을 성적으로, 점수로 평가하고 대우하는 일들을 많이 겪었고, 저의 마음, 꿈 그런 것들 일부를 죽이거나 가사상태에 빠뜨려야했지요. 제 사촌동생도 그런 것 같지 않나요?



  그런데 작년부터는 1년에 수십일 수백일은 ‘시험기간’에 내어주는 학생들의 삶에 또 하나의 시험이 추가되었습니다. 보통 시험이 아니고 ‘일제고사’라는 특별한 시험입니다. 일제고사는 전국 같은 학년의 학생들이 동시에 같은 시험문제로 보는 형식의 시험을 말합니다. “국가단위 학업성취도평가”, “전국연합 학력평가” 등등 그럴 듯한 이름은 여럿 있지만, 여하간 전국 학생들과 학교들이 모두 자기 시험 점수에 따라 전국구로 줄 세워질 수 있는 시험들이 모두 일제고사입니다. 작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일제고사에 따른 학교별 성적들은, 지금은 공개되고 있지 않지만 곧 새로 시행되는 ‘학교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개되고, 그 성적에 따라 줄 세워집니다.

  일제고사 시행에 대해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내놓는 이런저런 구실들이 있습니다. “경쟁력 있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학생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 “실력 부족한 학생들을 알아내서 지원하기 위해” … 하지만 실제로 그 시험을 보는 학생들에게 시험은 어떤 의미일까요? 점수가 좀 낮으면 혼이 나고, 시험 성적에 따라 사람의 가치가 결정되고… 점수나 등수가 표시되지 않는 지금의 초등학교 성적표조차도 입시경쟁 속에 살아가는 초등학생들에게는 “잘 함”을 못 받을까봐 노심초사하는 압박이 됩니다. 그런데 전국적인 등수가 나오는 일제고사는 얼마나 더 삶을 끔찍하게 만들까요? 초등학교보다 더한 입시경쟁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중고등학생들의 삶이 얼마나 더 나빠질지는 상상도 잘 되지 않습니다. 애초에 교육이 학생들의 발달이나 성장이 아니라 ‘시험문제 풀이 능력’과 ‘성적 향상’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발상이 이상한 노릇이지요.

  학교들에서는 벌써부터 일제고사를 대비해서 학생들에게 보충수업을 시키고 ‘일제고사 모의고사’를 보고 있습니다. 어떤 교육청은 일제고사 성적이 좋은 학교에 더 지원을 해서 성적이 안 좋은 학교·학생들을 알아내서 지원하기 위해서라는 일제고사의 명분조차 스스로 부정했습니다. 일제고사 성적 압박 때문으로 추측되는 학생 자살도 이미 보도된 바 있습니다. 일제고사의 악몽입니다. 사람 잡는 살인교육에, 일제고사가 더해지면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더 죽어야 될까요?



  이런 일제고사 시험에 대한 우려를 편지로 써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전달하고, 일제고사 시험을 볼지 보지 않을지 선택하시라고 한 교사들이 작년 12월, 교육청에 의해 파면당하고 해임당한 것은 들으셨을 것입니다. 학생들도 일제고사를 거부하며 직접 등교거부를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의 정치적 활동이나 저항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한국의 현실상 등교거부를 하지 못한 많은 학생들도 시험 문제를 풀지 않고 백지로 답안지를 내는 등, 일제고사 시험에 저항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징계하겠다는 위협을 당하거나 체벌을 당하는 학생들도 다수 있었고 말이죠.

  “어차피 세상은 경쟁이다. 일제고사로 자기 실력을 아는 게 차라리 낫다.”라고 하는 분들을 가끔 볼 때마다 갑갑해서 목이 메어옵니다. 해주고 싶은 말은 많은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말들이 목에 걸리는 것입니다. “어차피 세상은 경쟁”이라고 말해버리기 전에, 그런 세상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불행을 좀 더 생각하면 어떨까요. 그리고 그런 불행을 없애기 위해 세상을 바꾸자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일제고사를 도입하기보다는, 입시경쟁을 없애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더 이상, ‘죽어야 하는’ 학생들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천주교인권위에서 소식지에 넣을 글로 요청해서 쓴 거예요-----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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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꿈2008. 12. 22. 06:46












요즈음 일제고사 선택권을 학생/학부모들에게 보장하려고 했던 서울의 교사들 7명이 해임/파면당한 사건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과 학교들을 서열화시키고 학생인권 침해나 입시경쟁을 더 빡세게 만드는 일제고사가,
 23일에 또 있다는 걸 알고 계신가요??
이번엔 중학교 1학년,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입니다.
지난 10월 일제고사는 교육부에서 추진하던 거였는데, 이번 일제고사는 전국의 교육감들이 모여서 하기로 결정한 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일제고사 반대 청소년모임인 'Say No'에서
이번 일제고사에도 시험거부와 등교거부로 "일제고사에 굴욕을" 안겨주기로 했습니다. ^^;;
등교거부로 아예 학교에 안 가기,
시험거부로 학교에 가더라도 백지로 내거나 OMR 카드에 "KIN", "NO" 등 마킹하기 등등...

'일제고사 반대 서울시민모임'에서는 체험학습 같은 것을 준비하고 있구요.

서울의 경우 4시 무렵부터 집회도 있습니다.


일제고사를 거부한 것도 아니고 일제고사가 어떤 건지 학생, 학부모에게 설명하고, 선택권을 보장하려고 애썼다가 해직당한 교사들 7명.
(근데 솔직히 좀 운이 없다고밖엔 생각이... 이보다 더하게 일제고사 거부 행동을 했지만 아무 징계도 안 받은 교사들이 수두룩하더군요 -_-;;;)

그 분들에게 힘이 되는 건, 그 분들이 징계를 당하더라도 겁 먹거나 위축되지 않고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반대하는 활동들이 더욱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닐까요??




많은 블로거 분들에게 부탁드립니다.

일제고사 반대 글을 써서, 블로거스피어에 "일제고사"가 22일 23일 동안의 이슈가 되게 해주세요.


해직당한 교사들에 대한 글을 쓰실 때도,
23일 일제고사 반대 행동에 대해서도 같이 알려주세요.

제일 위의 웹홍보물도 많이 가져가서 블로그에 올려주시고
되도록 많은 분들이 일제고사 반대 행동에 대해 알게 해주세요.....!!!!!!!




(이구구... 이제 또 전 오늘 오후에 있을, 해직 교사 분들 있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사와 못 만나게 가둬놓고, 쉬는 시간에 밖에 못 나가게 하고, 휴대전화를 뺏고, 집회 참가하지 말라고 가정통신문 보내고, 교장교감 등이 학생들이 들고 있는 피켓 부수고 한 등등의 학생인권 침해에 항의하며 인권위에 진정을 내는 기자회견 때 쓸 진정서를 완성해야겠네요 ㅠㅠ 이명박 공정택 땜에 잠을 푹 잘 수가 없어...)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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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이고야.....힘내세요!!!!!!!!!

    2008.12.22 15:3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힘내세요^^

    2008.12.22 16:2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힘내세요! 잘 되면 정말 기분 좋겠네요 ^^

    2008.12.22 23:35 [ ADDR : EDIT/ DEL : REPLY ]
  4. http://leoford.egloos.com/4786433 이 포스팅 추천드려요, 엮고 갑니다;ㅅ;/

    2008.12.23 02:49 [ ADDR : EDIT/ DEL : REPLY ]
  5. 어느 중학생

    하하 오랜만에 통쾌하네요 잘돼길빌어요 홧팅!! ^^

    2008.12.23 21:59 [ ADDR : EDIT/ DEL : REPLY ]

걸어가는꿈2008. 11. 22. 03:05


시험에 익숙해지는 것과 저항에 익숙해지는 것




  중고등학교 때, 아무리 시험을 많이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 게 있었는데 그건 어느 샌가 시험 문제 풀이에 몰두해 있는 저 자신의 모습이었습니다. 마치 온라인 게임을 하다가 까다로운 퀘스트를 받았을 때처럼, 보기 중에서 확실하게 답이 아닌 것들을 차례차례 지움으로써 정답에 근접해가면서 때로는 운에 맡긴 찍기를 감행하면서 그 결과에서 스릴을 느끼기도 하고, 주어진 시간과 문제 수를 가늠해보면서, 게임을 하듯이 어쩌면 즐기듯이 시험문제를 푸는 것이지요. 시험 보는 모드가 따로 있달까요. 그런 제 모습을 시험을 보고 있을 때는 스스로 잘 모르지만, 시험이 끝나고 나서 제 모습을 돌아보면 낯설게 느껴지고 맙니다.
  그런 태도는 실로 '이중적'이지요. 저는 평소에는 교과서 속의 지식들과 입시를 위한 수업과 점수와 등수를 위한 시험들에 시니컬한 태도를 취하고 까칠한 비판을 서슴지 않으면서도, 정작 시험 문제 앞에 서면 문제풀이에 몰두해버리고 만다는 겁니다. 물론 때로는 제 양심에 직접적으로 도전해오는 문제들(도덕이나, 사회나, 때로는 국어에서도)을 만나서 분노하며 일부러 오답인 줄 알면서 제 양심을 따르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그런 경우가 많지는 않습니다. 결국 이러쿵 저러쿵 변명할 것 없이, 이건 제 이중적인 삶의 태도이고, 이런 것이 제가 이 엿 같은 교육 속에서 몸에 익혀버린 순응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토 나오는 일입니다.


  10월 14일 아침, ‘일제고사’(“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란 그럴 듯한 이름이긴 했지만, 어쨌든 일제고사. 10월 14~15일에는 초6, 중3, 고1 세 학년이 치렀습니다.)에 반대하며 등교거부를 선언하며 ‘무한경쟁 일제고사 반대 세이노(Say No)’(여기에 제가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서울지부도 같이 했지요)에서 연 서울시교육청 앞 기자회견에는, 약 40명 정도의 청소년들이 모였습니다. 그 중에는 일제고사를 보는 학년이면서도 시험을 거부하고 나온 학생들도 있었고, 일제고사를 보는 학년은 아니었지만 일제고사를 비롯한 줄세우기 무한경쟁 교육 정책들에 반대하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하기 위해 동참한 학생들 & 탈학교 청소년들도 있었습니다. 그날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와글와글 웅성웅성 뜨끈뜨끈이었달까요. 앞에서 현수막을 들고 학교로 돌아가라고 하던 ‘학사모’(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학생은 별로 사랑하지 않거나 사랑하는 법을 잘 모르는 학부모들.)가 초라해 보일 정도였습니다.


  모인 청소년들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있는 정부종합청사 정문 앞에 진을 치고 밥을 먹고 낮잠을 자고 수건돌리기, 사방치기를 하며 놀았습니다. 그것이 ‘퍼포먼스’라고 주장하면서 말이죠. 밥 먹고, 잠 자고, 노는 것이 일상이 아닌 ‘퍼포먼스’라는 건 어쩌면 슬픈 일입니다. 노는 게 지겨워질 즈음, 우리는 같이 일제고사 시험과 입시경쟁에 반대하는 모자이크 상징물을 같이 만들었습니다. 시험도 거부하고 학교도 안 가고 나온 청소년들은 1등부터 20등까지 등수를 들고 일렬로 서서 학생들을 성적으로 줄세우는 일제고사를 표현하며 청계광장까지 행진을 했습니다.(다들 그다지 주목하지 않은 것 같지만, 1, 2등에게는 금색가면 3, 4등에게는 은색가면, 그 뒤는 그냥 흰색가면을 씌우는 등의 작은 배려도 있었죠.) 저녁에는 일제고사 등 입시경쟁 교육정책에 반대하는 집회를 했습니다. 청소년들은 그 다음날인 15일에는 종각에서 입시경쟁교육을 없애고 우리가 원하는 교육을 만들라고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했습니다.





  비록 이번 일제고사가 내신 성적 같은 데는 들어가지 않는 시험이었다고는 해도, 시험을 거부하고 나온 청소년들이나 현장체험학습을 떠난 청소년들을 보면서, 그리고 비록 학교 가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나오지는 못했지만 시험에 백지를 내고 시험지에 “이명박 반대”, “일제고사 반대” 등을 썼던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저는 다시 저 자신의 모습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시험에 적응(순응)해버렸고, 또 그런 스스로의 모습 때문에 씁쓸해했던 저에 비해, 그런 모습들은 얼마나 살아있는 것 같던지 말이지요.
  11월에는 ‘수능’이라는 이름의 고3&재수생 일제고사(물론 성적에 절대적으로 반영되는 일제고사지만…)가 있었고 12월에는 중1, 중2 일제고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입시경쟁에 반대하며 수능을 거부한 청소년들도 있었고, 또 12월에도 일제고사를 거부하겠다는 청소년들도 있습니다. 문제풀이와 점수로 사람들의 가치를 평가하고 줄 세우겠다는 것을 거부하고 행동할 수 있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등교거부나 시험거부라는 것 자체로 봤을 때도, 지난번에 5월 17일에 휴교시위를 하자는 문자가 돌았을 때 실제 참가자가 저조했던 것보다는 이번 10월 14일에 훨씬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습니다. 시험과 입시에 익숙해지기보다는 등교를 거부하고 시험을 거부하고 집회를 하고 시위를 하는 것들에 익숙해지는 청소년들이 조금씩이지만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겠지요?

  이렇게 순응보다 저항에 익숙해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사회가 변화하는 것일 겁니다. 사람들이 시험 문제 풀이보다는, 저항에 더 익숙해지게 하기 위해 하는 것이 또 운동의 한 역할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p.s. 가끔 “전집(전학생이 다 봄.)이 아니라 표집(몇몇 학생들만 ‘표본’으로 봄.)이어야 한다”라고 말하는 교사들이나 학부모들을 보고 있으면, (물론 전체가 다 봐서 등수를 좍 내는 것보다는 4%만 시험 보는 게 훨씬 낫긴 하겠지만,) 소수의 학생들을 실험동물로 삼겠다는 말로 들릴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문제풀이를 시키면서 점수를 내서 ‘학력’을 평가하겠다는 발상 자체에 대해 까칠해져야 하지 않을까요?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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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꿈2008. 10. 6. 20:49

우리의 행동은 결과가 아니라 시작이 될 것이다.


10월 8일에는 초등학교 3학년들이, 14, 15일에는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들이 전국적으로 일제히 시험을 치르고 등수를 매기기 위한 학업성취도 평가가 시행된다. 일제고사는 자립형사립고, 학교정보공시제나 국제중 같은 초강력 경쟁 교육정책 중 하나로써, 이명박의 신자유주의 정책의 바탕이 될 교육정책이다.

 우리는 일제고사를 거부한다.
 일제고사는 오로지 ‘경쟁’만을 위한 체제이기 때문이다.

 경쟁은 사람들을 불신하도록 하고 인간적인 관계를 없애도록 만든다. 특히 ‘인간적’이어야 할 교육정책이 ‘비인간적 인간’을 양산하는 것은, ‘교육’이 아니라 순응을 강요하고 억압하는 것일 뿐이다. 이제껏 우리는 경쟁을 야기하는 교육정책들로 인해 수많은 고통을 받아왔다. 그러나 특히 이번 일제고사는 더욱 강력한 경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럼으로써 시험점수와 등수로 자신의 존재가치가 정해지고, 그렇게 정해진 가치에 따라 학생, 학교, 지역 간에 서열이 매겨질 것이다.

 서열은 학교 간 평준화를 파괴하고, 그로 인해 경쟁은 더욱 강화된다. 강화된 경쟁은 더욱 서열을 튼튼하게 만들게 되는 악순환이 펼쳐질 것이다. 이런 악순환은 초등학교에서부터 ‘학벌주의’를 만들어낼 것이다.

 학교정보공시제는 일제고사를 점수와 학생, 지역, 학교 간 성적 격차를 그대로 ‘공개’함으로써,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간, 지역 간, 학구學區간 서열체제를 만드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학생들을 3개 등급으로 나누어, 각 학교 홈페이지에 반드시 그 3개 등급의 학생의 수를 팝업창을 띄우는 등으로 ‘공시’ 하도록 한 것은 ‘서열체제’를 만들려는 의도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지금 검색사이트에 일제고사를 검색하면 일제고사 대비 학원들이 수없이 뜬다. 사교육이 만들어낸 차이를 없애기 위해 만든 정책이라는 일제고사가 사교육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제고사 전문 학원뿐만 아니라, 기존 학원에 일제고사의 준비를 위한 특별반은 더욱더 많이 생기고 있다. 그리고 단순히 일제고사를 잘 치는 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일제고사 성적을 통해 만들어진 학교 간 서열을 통해, 그 서열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는 학교에 가기 위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고, 따라서 사교육시장은 더욱 활발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일제고사는 사교육문제에 대하여 그 불을 끄기는커녕, 오히려 기름을 붓는 정책이다. 이런 점에서 일제고사가 해결책이나, 해결책을 위한 원인분석으로 활용된다는 말이 전혀 근거가 없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일제고사는 사교육으로 생긴 교육격차를 더욱더 심화시켜, 더욱더 심한 양극화 현상을 야기할 뿐이다.


 대한민국의 정부수립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물론 상대적인 차이는 있었지만 진정으로 청소년에 의한, 청소년을 위한 교육은 없었다. 지금까지의 교육은 성적 좋은 인간, 학벌 좋은 인간이 사회적으로 성공한 존재라고 주입시키는 교육, 강자가 약자를 짓밟는 것에 대한 비판이 없는 교육 등, 그저 국가의 상위계층들이 자신들의 위치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를 심어주기 위한 도구였다. 또한 평등한 교육을 통해 계층 간 격차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불평등한 교육을 함으로서 계층 격차를 더욱더 심화시키고, 계급을 재생산 시켜 왔을 뿐이다. 그리고 획일화되고 권위적인 교육으로 한 인간의 삶을 성적이라는 잣대로 결정지어버리고, 항상 ‘오늘의 불행이 내일의 행복을 부른다.’는 거짓말로 청소년들에게 좀비 같은 삶을 강요해왔다.

 우리는 일제고사에만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무한입시경쟁, 즉 청소년들을 인간이 아닌 좀비로, 입시경쟁지옥의 전사들로, 정답 찍는 기계로 만드는 모든 제도들에 대해 반대한다. 지금 우리의 행동은 결과가 아니라 시작이다. 우리는 이 일제고사 거부를 시작으로, 지금과 같이 청소년들을 아프고, 병들고, 미치게 만들며 죽음으로까지 내모는 처참한 교육현실들에 끝까지 저항하여 반드시 변화시킬 것이다.


 우리의 요구사항

1. 청소년들을 더욱더 강력해질 경쟁과 서열체제에 몰아넣어, 청소년의 삶을 더더욱 처절하게 만드는 일제고사를 비롯한 모든 무한입시경쟁제도들을 즉각 폐지하라!

2. 가진 자들에게만 유리한 교육제도가 아니라 진정으로 인간답고 평등한 교육을 원한다!

3. 따라서 진정한 교육을 위하여 현재 고통 받고 있는 청소년들과 소통하여 대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2008년 10월 6일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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