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병제와 나 “건장(?)한 남성은 모두 군대를 가야 한다.”라는 대한민국의 법칙을 알게 된 게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외계인이 납치했었는지 초등학교 2학년 이전의 기억이라곤 거의 없는데도, 이미 나는 군대를 생각하고 있었고 가기 싫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어쩌면 아빠한테 들은 걸지도 모르겠다. 아빠는 누차 나한테 군대는 되도록이면 가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으니까 말이다. 집단과는 잘 맞지 않는 아빠한테는 그게 상당히 끔찍한 기억이었던 것 같다. 자기가 실연당하고 도피하듯이 군대를 갔었는데 정말 괜히 갔다나 뭐라나. 아빠는 항상 나를 자신과 많이 닮았다고 평가했는데, 그런 맥락에서 나도 군대를 가면 끔찍해 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었던 듯하다. 그리고 나도 그런 판단을 어릴 때부터 받아들였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