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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 유감

축사 유감 어제 《세상을 바꾼 청소년》 책 출간기념회가 있었다. 축사를 하는 역할로 초대를 받아서 갔는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 등도 축사를 하였다. 축사를 하는 사람이 6명인가 7명인가 여튼 많아서 나는 나름 신경써서 짧게 말을 줄였는데 조희연 이수호 두 분은 말을 참 길게 하시더라. 말이 긴 것보다도 조희연 이수호 두 분의 축사를 들으면서 내용이 꽤 마음이 거슬렸다. 일단 축사 내내 "여러분"이라는 말이 참 많이 나왔다. 특히 여러분이 ~해야 한다, 여러분이 ~하기 바란다, 여러분이 18세 선거권을 위해 나서야 한다... 그런 말이 적지 않았다. 축하를 하러 온 건지 훈계나 당부를 하러 온 건지 잘 모르겠다. 만약 내가 민교협이나 전교조가 뭐를 해 내서 축하하는 자리에 초대받아..

걸어가는꿈 2017.11.04

청소년은 시민이다 -《시민의 확장》

청소년은 시민이다김효연, 《시민의 확장》, 스리체어스, 2017 《시민의 확장》은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정당법센터 연구원인 김효연이 법학적 관점에서 청소년 참정권과 선거권 제한 연령 기준의 문제를 논한 책이다. 먼저 이 책에는 몇 가지 의의가 있다는 것을 짚고 넘어가겠다.첫 번째로, 단지 선거권 제한 연령만의 문제가 아니라 청소년 참정권이라는 틀에서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18세 선거권 자체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이슈가 된 문제지만, 국회나 언론 등에서는 그것을 청소년 참정권의 문제로 잘 다루지 않았다. 또한 18세 선거권 외의 청소년 참정권 문제 역시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시민의 확장》은 청소년의 권리 문제로서 참정권, 선거권 문제에 접근하고 있어 기존에 나온 책들과 차별화된다. 두 번째..

흘러들어온꿈 2017.10.29

"법은 법적 미성년들의 성애에 대한 관심과 행위를 부정하고 처벌한다."

"법은 유년의 '천진무구함'과 '성인'의 섹슈얼리티 사이에 놓인 경계를 유지하는 데 특히 흉포하다. 우리 문화는 젊은이들의 섹슈얼리티를 인정하기보다, 그리고 배려하고 책임지는 태도로 그것에 대비하기보다, 지역마다 다르게 지정된, 합법적 성관계 동의 연령에 미치지 못하는 법적 미성년들의 성애에 대한 관심과 행위를 부정하고 처벌한다. 섹슈얼리티에 미리 노출되지 않게 나이 어린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마련된 법이 얼마나 많은지 깜짝 놀랄 지경이다.성 허용 세대sexual generation와의 분리를 보장하는 주된 기제는 '성적 동의 연령에 관한 법들age-of-consent laws'이다. 이 법은 지극히 잔혹한 강간과 지극히 온화한 연애를 구분하지 않는다. 17세와 성적 접촉을 했다는 죄목으로 유죄 판결..

흘러들어온꿈 2017.10.27

감사와 의무와 보상심리

1시답잖은 이야기부터. 나는 한때 택시에서 내릴 때 뭐라고 인사를 해야 할지를 고민했다. ‘안녕히 가세요’라고 하자니 내가 문을 열고 내려서 가는 입장 같았고, ‘안녕히 계세요’라고 하자니 택시는 머무르지 않고 떠나는데 계시라고 하는 게 어색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도달한 타협점은 바로 ‘감사합니다’였다.‘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참 많이 하면서 살고 있다. 그런데 그중 상당수는, 서비스나 상품을 교환하는 거래 관계에서 말하게 된다. 일전에 어차피 그 사람들도 일로서 하는 거고 돈을 주고 거래하는 건데 왜 감사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틀린 말이야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것에 정당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물론 나한테 필요한 이런 서비스와 상품을 마침 알맞게 팔..

지나가는꿈 2017.10.06

서울에서 대전 오가며 본 진상 아저씨들

지난 주말 대전행(소속 단체 전국 회의 + 촛불청소년인권법 간담회)은 여러 모로 소소한 사건들이 많았는데 오가면서 마주친 진상 아저씨들에 대한 기억이 강렬하네요. 첫 번째는 기차 안에서 큰 소리로 통화를 하는 사람이었는데, 통화 내용도 뭐 거래처를 욕하는 욕설 섞인 내용이었고 목소리도 매우 컸어요. 승무원이 '죄송하지만 통화는 복도에 나가서 해 주십시오' 이야기까지 했는데 그냥 무시하고 손으로 휘휘 내젓고는 계속 통화를 하더라고요. 거의 천안아산역 정도부터 통화했던 거 같은데, 대전역에 제가 내릴 때까지도 계속 하고 있었는데 그 뒤로 얼마나 오래 통화를 했을지는 모를 일이죠, 참. 두 번째는 대전역에 내리려고 문 앞으로 나가니 승무원과 실랑이를 하고 있던 사람이었어요. 그 사람은 아무래도 몇 분 차이로 ..

지나가는꿈 2017.09.11

시 - 이유 없음

이유 없음 그때 나는 이를 악물고 있었다 그저 습관 같은 것일지 모른다 힘내야 할 것도 인내해야 할 것도 이유도 없이 정해진 노선 따라 아무도 정해주지 않은 목적지로 굴러가고 있었으니까 어깨에는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게 모르는 사람의 머리가 얹혀있다 고작해야 나란히 앉았을 따름인 다른 사람의 무게를 머리칼을 조금의 알콜냄새를 숨소리를 입을 다물고 지지하며 휘어질 때마다 빨라질 때마다 남겨져서 휘청이고 무거워진다 가속도는 무게다 가속도는 만남이다 죄도 없이 대가도 없이 이유도 없이 짊어져야 한다 삶은 이유가 없어도 기각되지 않는다 그러니 이유 없이 정한 목적지면 된다 나는 곧 일어나야 하겠지만 어깨에 놓여있던 무게에 주저하긴 할 것이다 사실 나는 슬퍼하고 있다

어설픈꿈 2017.09.08

[논평] 부안 A고에서의 반복된 인권침해와 ‘갑질’이 보여주는 것

[논평] 부안 A고에서의 반복된 인권침해와 ‘갑질’이 보여주는 것 최근 전라북도 부안군에 있는 사립 A고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난 학생인권침해가 세상에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찰의 수사와 전북교육청의 특별감사도 진행되고 있으나, 여전히 학교 측은 제대로 된 입장 표명과 반성의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어 걱정스럽다. 우리는 경찰의 수사를 통해 형사처벌을 해야 할 사항은 확실히 처벌할 것은 물론, 교육청은 학교에 대한 감사와 가해자들에 대한 징계에 이어 학교 전반의 개혁과 학생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종합적 노력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 현재 불거지고 있는 것은 주로 체육교사의 상습적인 성추행을 비롯하여 교사들의 성희롱성·여성혐오적 발언들이다. 그밖에도 지금까지 공개된 학생들의 제보와 증언 내용은 매우 광범위하다. ..

걸어가는꿈 2017.07.15

18세 선거권과 청소년 참정권 7문 7답

전에 아수나로 sns팀이 올린 7문 7답 내용입니다. 18세 선거권과 청소년 참정권 7문 7답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SNS팀 '18세 선거권'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되고 있어요. 18세 선거권은 왜 필요할까요? 또는 18세 선거권만 되면 청소년의 참정권이 보장되는 걸까요? 청소년인권의 관점에서 본 18세 선거권 문제, 카드뉴스로 만들어 봤습니다. 아수나로에서는 청소년 참정권의 문제에 대해 계속 목소리를 내고 활동하려고 해요. 1) 18세 선거권, 왜 지금 이야기가 나오지? ▶ 18세 선거권 주장은 꾸준히 있어 왔다. 2000년대 초에도 18세 선거권을 주장하는 청소년들, 시민단체들의 운동이 있었고 그 결과 선거권 제한 연령은 2005년 20세에서 19세로 완화되었다. 2016년 국회에도 18세 선거권 ..

걸어가는꿈 2017.05.05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 청소년의 참정권을 요구하는 5.9 선거일 집회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 청소년의 참정권을 요구하는 5.9 선거일 집회 2017년 5월 9일(화)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남측 인도 (광화문역 4번출구 근처) 청소년도 함께 파면시킨 대통령, 왜 다음 대통령은 청소년은 빼고 뽑는가? 공동요구안 청소년을 어리다고 무시하는 사회, 우리도 시민으로 존중받고 참여하고 싶다! 1. ‘18세 선거권’부터 시작해서, 청소년의 선거권·피선거권을 확대 보장하라 2. 나이에 상관없이 정당가입·선거운동 등의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라 3.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를 억압하는 학칙을 폐지하고 학생의 정치적 권리를 보장하라 4. 청소년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 주최 교육공동체 나다, 교육희망네트워크, 부천 청소년단체설립준비위 세..

걸어가는꿈 2017.05.04

시 - 도망

도망 불광역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려던 길, 거리는 이미 태양으로부터 뒤돈 지 오래, 모래가 흐르는 듯한 광대뼈, 아킬레스건은 여느 때처럼 걸은 시간의 무게에 시달려 도망치고 싶어지는 그런 밤. 몇 해 전 애인과 갑작스레 4호선을 타고 오이도까지 갔던 밤이 있었다. 도망치고 싶은 충동과 그럼에도 고작해야 만들어진 해안선으로 실려가던 막차. 그날 전철 안에서는 빌려쓰고 나온 사무실에 불이 났더라는 소식을 전화로 들었더랬다. 우리는 바다냄새 섞인 대나무통술을 마시며 모래를 토해냈을 조개들을 뒤적였다. 망친 일은 많은데 도망칠 곳은 없고, 어디로 훌쩍 떠나기엔 너무 많이 떠나왔고, 온탕에 몸을 담아도 조개들처럼 모래를 토해내지도 못하고, 불려 나오는 때조차 없이, 이미 불가역적으로 떼어낼 수 없는 나이 시..

어설픈꿈 2017.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