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2016.08.30 10:56
[논평] 청소년 참정권 보장의 물꼬를 트자
- 국회와 선관위 등에서의 선거법·정당법 등 개정 논의에 관하여


 

  지난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권 제한 연령을 현행 19세에서 18세로 바꾸고 정당가입 제한 연령기준을 16세로 하향하는 내용의 정당법 개정 의견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선관위의 취지는 선거권을 가지지 못하는 청소년의 경우에도 정당 활동을 통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알려졌다. 또한 20대 국회에 들어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의 국회의원들이 각각 선거권 제한 연령을 18세로 개정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정당 가입 제한 연령은 15세로, 교육감 선거권 제한 연령은 16세로 하는 법안을 함께 발의하기도 했다.

  이처럼 청소년도 선거나 정당활동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이 발의되고 논의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사실 지금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선거권·피선거권은 물론, 정당가입의 권리와 선거운동의 권리조차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 이 때문에 정당에 가입해서 활동하던 청소년 당원들이 제명당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고, 선거운동 기간에 SNS에 정치적 의사를 표현한 청소년에게 제약이 가해지기도 했다. 이는 기본적인 결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꼭 법에 의한 것이 아니더라도, 학교나 사회적 편견에 의해서, 청소년들의 정치적 권리와 활동은 끊임없이 부당하게 제약당해 왔다. 최근, UN의 마이나 키아이 집회·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 역시, 한국의 청소년·학생들이 학교 당국의 태도나 위협과 처벌 등으로 집회의 자유 등 권리를 침해당하는 현실을 보고서를 통해 공식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청소년들의 정치적 활동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4.19 등, 우리 역사 속의 중요한 정치적 변화의 시점에 많은 청소년들이 주역으로 나섰다. 지난 2000년대의 많은 촛불집회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관한 논란에서, 바로 지금도 사드(THAAD) 배치에 반대하는 경북 성주에서의 집회에서, 그밖에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거나 우리 사회의 현안에 관한 논쟁 속에서 많은 청소년들이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서 지역의 주민으로서 목소리를 내고 행동했다. 또한 이미 여러 정당에서 청소년들은 비청소년 당원들과 함께 참여하고 활동하고 있다. 현행법이 어떻든 청소년의 정치 참여는 이미 현실인 것이다.


청소년의 권리와 더 완전한 민주주의를 위해

  청소년도 우리 사회의 시민이며 민주주의의 예외지대로 내몰리지 않고 공동의 결정에 참여할 권리, 자신의 정치적 의사에 따라 발언하고 행동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선거법·정당법 등을 개정은 청소년의 권리와 참여 보장, 그리고 민주주의의 실현의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18세면 성숙하다’라든가 ‘법적으로 군입대나 납세도 하는 나이’라는 등의 논리로 선거권 제한 연령을 18세로 하자고 주장할 경우 생기는 한계는 명확하다. 나이와 상관없이 이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자격 획득에 따른 부산물로, 의무 수행에 따른 보상으로, 왜곡시키는 논리이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민주시민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정치에 ‘연습 삼아’ 일부 참여할 수 있게 하자는 논리 역시, 청소년들의 당연한 권리를 보장하는 문제를 교육이나 훈련의 과정으로 폄하할 위험성이 있다.

  과거 선거권 제한 연령을 18세로 개정하려던 움직임이 가로막혔던 이유는 청소년이 정치를 할 수 없다는 편견을 바꿔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편견에 정면으로 맞서 청소년의 정치 활동과 참여의 권리를 이제는 이야기해야 한다. 청소년 참정권의 문제는, 한국 사회가 청소년을 민주주의의 예외지대로 내몰고 시민으로 존중하지 않는 사회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청소년도 포함한 더 완전한 민주주의를 건설해나가고 청소년도 민주시민으로 존중하는 사회가 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청소년도 주인이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첫 걸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결국 정치관계법 개정에 관한 공청회에서 청소년의 정당 가입을 일부 보장하는 내용은 토론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청소년에게 참정권을 보장해서는 안 된다는 일각에서의 주장을 의식한 결과로 추측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당연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와 활동에 대해 편견을 갖고 청소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등의 주장을 하는 이들이 있다. 민주주의와 정치에 대한 ‘미성숙’한 편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청소년을 시민 이하의 존재로 묶어둔 채 각종 청소년인권 침해 등을 지속시키고자 하는 욕망이 반영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주장이다. 국회에서 ‘18세 선거권’ 법안에 찬성하는 의원들 중에서도 청소년의 참정권에 대한 의식 없이 그저 국제적 대세가 18세이니 이를 따르자는 수준의 생각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18세 선거권’ 논의를 넘어 청소년의 참정권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를 진척시키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이번에 다시 점화된 이 오래된 논란은, ‘18세 선거권’에 대한 토론이 아니라 ‘청소년 참정권’에 대한 토론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민주적·반인권적 편견을 깨고 청소년 참정권을 확대하는 물꼬를 트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특히 국회를 비롯한 국가기구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지키고 강화할 책무를 가진다는 점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대로 된 논의 없이 공청회 주제 중 청소년의 정당 가입 보장에 관한 내용을 제외시킨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청소년이 선거에 참여하고, 정당에서 비(非)청소년들과 함께 활동하며, 주체적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자신들의 삶에 관련된 각종 정책 시행과 법률 및 규칙의 제개정 등에 개입할 수 있는 날을 꿈꾼다. 그리고 청소년이 주인이 되는 운동과 정치의 과정을 통해, 청소년이 주인이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변화를 일구어낼 것이다.

 


2016년 8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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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