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금지'에 해당되는 글 49건

  1. 2015.09.29 [논평] 청소년인권을 현관문 안으로! - 가족 내 체벌 금지를 환영하며, 청소년인권 발전의 한 걸음이 되길 바란다
  2. 2015.03.30 체벌이 인권침해일 수밖에 없는 이유들
  3. 2014.11.04 경기도 학원 체벌 토론회 관련 참고 예비 조사 자료 - 관계 법률 및 이전 조사 등
  4. 2014.03.19 ‘학생은 학생답게’ 캠페인 - 학생답게 학생인권을 잘 보장받읍시다
  5. 2013.10.15 [성명] 모든 체벌을 금지해야 한다고 대체 몇 번을 말해야 하나? - 체벌에 희생된, 희생되고 있는 청소년들을 애도하며
  6. 2012.03.16 『가장 인권적인, 가장 교육적인 - 학생인권이 교육에 묻다』가 출간되었습니다. (3)
  7. 2012.01.30 왜 "학생인권조례"인가 (3)
  8. 2012.01.18 미조직된 시민들의 호응으로 만들어진 서울학생인권조례 (1)
  9. 2011.11.17 UN아동권리위3.4차최종견해 : 한국에 성적 지향, 비혼모 등 차별금지, 체벌금지, 정치활동 보장, 경쟁적 교육 개선 등 권고
  10. 2011.09.09 서울시교육청의 서울학생인권조례 초안에 관한 학생인권조례 서울본부 논평
  11. 2011.08.31 청소년인권운동, 온라인에서 거리로 (1)
  12. 2011.08.10 학생인권 종결자 - 『인권, 교문을 넘다 - 학생인권 쟁점탐구』
  13. 2011.08.10 청소년인권, ‘먼저’를 정하는 기준
  14. 2011.06.23 『인권, 교문을 넘다』 (인권오름 서평) 어느새 나도 꼰대랍니다
  15. 2011.06.18 학생인권조례, 보호와 인권이 대립되지 않는 교육을 꿈꾸다
  16. 2011.06.09 『인권, 교문을 넘다 : 학생인권 쟁점탐구』
  17. 2011.06.01 6/4 부천 학생인권 집회 "학생인권조례를 아십니까?"
  18. 2011.05.18 “사람이 되어라”와 “학생도 사람이다”
  19. 2011.03.30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서울본부 두 번째 소식지 (2011/03/30)
  20. 2011.03.24 [인권오름] “제대로 된 교육과 학생인권을 찾습니다” 청소년 집회 “실종신고”에서 본 청소년운동의 현재
걸어가는꿈2015.09.29 11:37

 

[논평] 청소년인권을 현관문 안으로!

- 가족 내 체벌 금지를 환영하며, 청소년인권 발전의 한 걸음이 되길 바란다



  드디어 한국도 가족 안에서 친권자/보호자에 의한 체벌과 언어폭력이 금지되었다. 9월 28일부터 시행되는 아동복지법 개정안에 따라, “아동의 보호자는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의 정신적 고통을 가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러한 법률의 시행을 환영하는 한편, 이것이 단지 법문구의 변화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청소년인권 개선의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체벌금지는 청소년이 인간임을 인정하는 이상 당연히 지켜져야 할 인권 규범이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서, 가족과 학교 그리고 모든 곳에서의 체벌을 금지하도록 권고해왔다. 2011년에도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체벌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하고, 체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도록 교육과 캠페인을 실시하고, 체벌의 피해를 입은 청소년이 사건을 알리고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것을 한국 정부에게 권고한 바 있다. 이제라도 한국 정부가 그러한 국제인권규범의 일부라도 따르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폭력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당연한 기준에서 청소년만 예외여서는 안 된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한국 정부가 그동안 청소년에 대한 체벌을 금지하는 일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 정부는 학교에서의 체벌도 완전히 금지한 것이 아니라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정부는 이후 청소년에 대한 학교와 가족 그리고 모든 곳에서의 체벌을 완전히 금지한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가족 내 체벌금지 시행을 환영하지만, 그러면서도 그 실효성에 대해 우려하는 마음을 밝힌다. 지난 2012년, 서울시에서 제정한 어린이‧청소년인권조례에도 “보호자는 양육하는 어린이ㆍ청소년에게 체벌을 포함한 신체적, 정신적, 언어적 폭력을 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하여 가족 내 체벌을 금지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서울시민 중에 이러한 내용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 서울시에 사는 청소년 중 가족 내 체벌을 당했을 때 이 조례의 도움을 얻을 수 있었던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법은 그 내용을 사람들에게 명확히 알리고 집행해야만 의미가 있다. 개정된 아동복지법 역시 널리 알려지고, 또 실제로 체벌이 일어날 때 관련 기관들이 적절하게 개입하지 못한다면 유명무실한 것이 되고 말 터이다. 한국 사회처럼 청소년인권에 대한 인식이 미비하고, 가족주의가 강고하며, 청소년에 대한 폭력에 관대한 사회에서는 더욱 그럴 위험성이 크다. 널리 이루어지고 있는 청소년에 대한 폭력 — 체벌을 근절시키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지난 십몇 년 간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인권에 대한 인식은 분명히 개선되어 왔다. 그러나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신체의 자유 문제나 사생활의 자유 문제 등, 여러 청소년인권 문제들은 사적인 문제이거나 부모‧보호자의 친권 등을 이유로 제대로 문제로 생각되지 않았다. 가족 사이의 일을 권리의 문제나 권력관계의 문제로 논하는 것 자체가 금기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가족은 청소년들의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청소년인권침해가 일어나는 주요한 무대이기도 하며, 보편적 인권 보장의 치외법권이 될 수 없다. 청소년인권은 교문만이 아니라 현관문 안으로도 들어가야 한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는 최근 가족 안에서의 아동학대 문제에 대해 높아지는 사회적 관심과 더불어 가족 내 체벌금지가 그 한 걸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가족 안에서도, 체벌만이 아니라 청소년인권 침해가 모두 사라지는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2015년 9월 29일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저작자 표시 비영리
신고
Posted by 공현
걸어가는꿈2015.03.30 15:05

어린이책시민연대 소식지 원고로 청탁받아서 쓴 글이에요







체벌이 인권침해일 수밖에 없는 이유들



공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체벌금지 관련 현황

  UN아동권리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대해 아동체벌금지를 처음으로 권고한 것이 약 19년 전, 1996년의 일이다. 그 뒤에도 ‘모든 곳에서의 체벌금지’는 한국 정부에 대한 단골 권고 사항 중 하나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도 한국에서 체벌금지 문제는 제대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는 느낌이다.

  우선 학교 체벌의 경우 1990년대 후반에 김대중 정부에서 학생인권에 대해 최초로 논의를 했으나 교사 등의 반발로 실현되지 못했고, 오히려 체벌을 정당화하며 체벌 도구 등을 지정하는 규정이 만들어졌다. 그 뒤 수많은 학교에서의 체벌 사건과 희생자들, 그리고 체벌금지를 요구하는 행동들 위에 학교 체벌금지가 공론화됐다. 2011년에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 “도구, 신체 등을 이용하여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라는 학교 체벌금지 조항이 명시됐다. 경기도, 서울, 광주, 전북에서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 역시 학교에서의 체벌금지를 명시했다.

  이런 제도 변화에도 불구하고, 학교 체벌금지도 뭔가 딱 떨어지지 않는 불투명한 점이 많은 실정이다. 교육부는 시행령을 개정해놓고도 직접 때리는 방식이 아닌 다른 체벌은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들에선 체벌이 일어나고 있고 ‘때리는’ 형태의 체벌 역시 교육청과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조치하지 않음에 따라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학생인권조례의 체벌금지가 상위법 위반이라 무효라는 주장까지 공공연히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여러 조사에서 50~60% 가량은 체벌을 경험한다고 답한다. 경험 빈도나 정도는 시간이 흐르면서 약해지는 경향이 있으나 경험 비율 자체는 여전히 상당히 높아서, 체벌의 근절에는 전혀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 학교에서 체벌과 달리 거의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이 가정에서의 체벌이다. 가정에서의 체벌 경험 비율은 학교에 비해 낮은 편이기는 하지만, 부모나 친권자의 지도권 행사로 정당하다고 여겨지는 점으로는 학교 체벌 이상이다. 그것이 적절한 양육 수단인지 여부에 대한 논의는 있지만, 이를 금지한다거나 아동-청소년의 인권 문제로 접근하는 경우는 드문 것이다. 2012년 제정된 서울어린이청소년인권조례에는 가정에서의 체벌도 금지하는 조항이 있지만 서울시에서는 전혀 홍보를 하지 않아서 그 존재감이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나마 최근에 각종 아동학대 관련 제도가 강화되면서 그 해석을 두고 가정체벌도 학대법 적용 대상인지 말이 나오고 있는 정도다. 이에 관해 정부의 입장은 역시나 불투명한데, 법무부 등은 ‘체벌은 ‘학대’와 구분해야 한다‘, 즉 체벌은 허용된다는 입장에 가깝다. 반면 검찰과 경찰은 아동학대 관련 법을 체벌 사건에도 일부 적용한 사례가 있었다.

  학교와 가정 외에 학원이나 교습소, 그밖의 장소에서도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체벌은 가해지고 있다. 예컨대 거리에서 흡연을 하고 있는 청소년을 어른이 ‘훈계’ 차원에서 체벌하는 것에 대해 우리 사회는 상당히 우호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는 것이다. 학원에서도 조사에 따라서 25~40% 정도의 청소년들이 체벌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학원에서의 체벌 등은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폭행일 뿐이나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있다. 일부 지역 교육청에서는 조례에 학원에서 학원생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키고 학원체벌 금지 입장을 천명했으나, 사회적 용인 분위기 때문에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한국에서 체벌금지가 제대로 되고 있는 영역이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실질적으로 체벌을 없애는 문제로 들어가면 더 심각하다. 한쪽 편에서 미디어 등이 체벌이 사라져서 문제인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과는 대조적이라 할 것이다. 체벌에 대한 대중적 논란은 “그래도 뺨을 때리는 건 좀 아니지”라든지, 좀 심각한 수준의 체벌이 되냐 안 되냐 하는 감정적인 판단에 그치고 있다. 종종 ‘체벌’과 ‘처벌/징계’ 자체를 혼동하는 모습마저 보이는 것은 체벌에 대한 대중적 공론화가 얼마나 빈약했는지를 방증한다. 그리고 체벌이 사라지거나 금지되지 않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사람들이 체벌 그 자체에 긍정적이고 관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폭력과 인권침해의 기준


  체벌의 대략적인 정의는, 어떤 잘못에 대해 징계하거나 개선시키기 위해서 신체적 고통이나 불편함을 주는 처벌이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체벌 외에도 모욕적이고 비인간적인, 수치를 주는 처벌 역시 체벌과 같은 범주에서 반(反)인권적인 것으로 다루고 있다. 국제인권기준에서 체벌이 인권침해이며 사라져야 한다는 것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인정되어온 내용이다. 2009년 유엔고문방지협약 특별보고관은 고문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국제 규약이 ‘교육 또는 훈육수단으로서의 체벌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확대해석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고서에 담았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인간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한다는 점에서 체벌을 고문과 같은 범주로 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별보고관은 “국제법적으로 체벌은 가장 예외적인 상황에서조차 더 이상 정당화될 수 없다.”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체벌이 금지되어야 하는 이유는 논리적으로는 단순 명확하다. 일반적으로 인간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처벌은 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사라져야 한다. 형법에서도 태형 등의 신체형이 사라지고, 징역형 등 자유형/감금형이 일반화된 것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이다. 인간 존재의 근거이자 존재 자체인 신체에 고통을 가하고 폭력을 가하는 것이 인권의 본질,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어린이․청소년 역시 평등한 인간이며 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어린이․청소년에게 체벌을 가하는 것 역시 금지되어야 한다.

  우리가 폭력, 특히 약자에 대한 폭력을 반대한다면 체벌은 허용될 수 없다. 직접 폭행을 하는 것이든, ‘손 들고 서있기’나 ‘엎드려뻗쳐’, ‘오리걸음’ 등의 신체적 고통을 주는 벌을 가하는 것이든 모두 폭력에 해당한다는 것은 명확하다. 이러한 행위를 예컨대 상사가 부하에게, 선배가 후배에게, 손님이 서비스노동자에게 한다고 하면 그것이 폭력이라고 판단하는 데에 별다른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 유행하는 말로 ‘갑질’이라고 불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유독 특정한 관계나 신분 속에서만 폭력이 폭력처럼 보이지 않곤 한다. 어린이․청소년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그 착시 속에는 어린이․청소년들을 온전하고 동등한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는 전제가 숨어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잘못’을 했냐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냐 하는 것이다. 신체적으로 근력이 약한 어린이․청소년은 반격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나, 미성숙한 그들에 대한 폭력이 사회적으로 허용되고 있다(=비난받지 않는다)는 점이 더 크다.

  앞서 체벌이 고문과 같은 범주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소개한 바 있다. 다른 차원에서도 체벌 문제는 고문 문제와 닮아있다. 가령 고문을 없앰으로 인해 경찰 등 수사기관의 수사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생기고 증거 수집과 처벌에 실패하는 일도 있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다고 해서 고문을 부활시키자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과학수사나 다른 수사기법을 발전시켜서 해결하려고 한다.

  마찬가지로, 체벌을 없앰으로 인해 교사나 부모(친권자) 등의 훈육과 통제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생길 것이며 바라는 대로 통제와 교육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체벌을 옹호할 이유가 되는가? 다른 교육 방식이나 기술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닌가? 고문과 체벌의 차이는, 단지 고문은 불가능한 것이지만 체벌은 얼마든지 선택 가능한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결국 체벌을 긍정하느냐 부정하느냐 하는 것은 저울질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인권침해와 폭력에 대해 어떤 기준을 갖고 있고, 어린이․청소년의 인권을 얼마나 중요하게 보고 있느냐 하는 문제인 것이다.



체벌과 학대 : 누구의, 어떤 관점에서 볼 것인가

  체벌은 학대의 한 유형이며 사회통념상 허용되어온 체벌이란 약한 수준의 학대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연구들에 따르면, 사람들이 체벌이라고 여기는 행위이든, 학대라고 여기는 행위이든, 부정적 자아정체성과 공격성 및 폭력선호도를 증가시키는 등의 부작용은 동일했다. 그러나 여전히 체벌이 학대의 부분집합이라는 규정을 받아들이는 데에 거부감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설령 그 둘을 구별할 수 있다고 믿어보더라도 곰곰이 따져보면 행위만을 가지고 학대와 체벌을 나누는 기준선을 제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체벌과 학대를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기준으로 제시하고 싶은 것은 ‘가해자의 의도’이다. 아이를 위해 선의를 가지고 한 것은 교육적인 체벌이고, 아이를 괴롭히거나 악감정을 가지고 한 것은 학대라는 식인 것이다. 그래서 학대 가해자는 종종 악마화된다.

  이런 논변은 일견 설득력 있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애초에 행위의 정당성을 행위의 내용이나 피해자의 경험이 아니라 가해자의 의도를 기준으로 삼으려고 하는 데서부터 커다란 잘못이다. 가해자의 의도는 참고 사항일 수는 있어도 폭력의 옳고 그름을 가르는 것일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학대인지 아닌지를 논할 때 재판에서는 주로 ‘사회통념’이 언급되곤 하는데, 그 내용이 매우 애매모호하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사회통념’이 판단 근거가 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한 노릇이다. 거기에서도 역시 폭력을 경험한 피해자의 입장에서 그 폭력이 어떤 것이었는지에 대한 고려가 없거나 부족하다. 특히 우리 사회의 통념과 상식 자체가 비청소년들 위주로 만들어진단 걸 생각하면 이는 가해자 중심의 논리가 될 수밖에 없다. 그 행위가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침해하는 폭력인가, 피해자가 신체적 고통이나 모욕감을 느꼈는가, 그런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

  현재 개념상 아동학대는 어린이․청소년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행위라고 규정되고 있다. 그런데 이 ‘정상적 발달’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소극적으로 해석한다면 눈에 띄는 신체 손상이나 질병 없이 자라는 것일 터이다. 그러나 폭력을 경험하고 폭력에 우호적인 성격이나 공격성을 가지게 되거나, 차별과 폭력을 내면화하게 되거나, 인격의 존엄성을 짓밟히는 경험을 하는 것은 비정상적인 것이 아닌가? 우리 사회가 어린이․청소년이 인간과 인권에 대한 존중을 가지고, 비폭력적이며 자유로운 사람으로 자라게 하는 것을 ‘정상적인 발달’의 목표로 삼는다면, 체벌은 충분히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행위, 곧 학대라고 판단할 수 있다.

  사실 의학적인 영역에서든 교육학적인 영역에서든 체벌이 부작용이나 위험이 크고, 기대할 만한 효과가 별로 없다는 연구 결과는 교과서적인 이야기이고, 상식이 되어 있다. 그럼에도 체벌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은 그것이 손쉬운 방법이고, 어린이․청소년이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존중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폭력에 우호적인 우리 사회 속에서, 그리고 연대 없이 뿔뿔이 파편화된 관계 속에서, 어린이․청소년 당사자들도 자신에게 피해를 입히는 저들을 좀 때려주라며 서로를 손가락질하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체벌에 찬성한다는 사람 중에 바로 자신이 체벌당하는 경우를 상정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대개 다른 누군가에게 체벌을 해달라는 것이었지.) 체벌은 인권침해일 수밖에 없을 뿐더러 다른 면에서도 정당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체벌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떤 조치를 취하느냐 하는 것은, 이 사회가 어린이․청소년을 어떻게 대우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떤 세상, 어떤 사람들이 사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 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신고
Posted by 공현
걸어가는꿈2014.11.04 15:46



경기도 수원 학원 체벌 토론회 관련 참고 예비 자료 : 관계 법률 검토와 이전 조사에서의 통계 등

1. 학원 관련 법
학원에서의 체벌에 관한 판결 등은 최근에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습니다.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을 보아도 학원에서의 체벌 문제를 다루는 조항은 전혀 없습니다.
따 라서 과거 학교의 체벌처럼 이를 정당화하는 조항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반적인 원칙에 따라 학원에서의 체벌은 폭행 또는 상해로 보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다만 실제 법원에서는 가정체벌처럼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행위라고 가벼이 볼 가능성이 있습니다.

경기도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가 있습니다. 이 조례는
“제16조 ③ 학원 설립·운영자 등은 「교육기본법」제12조에 따라 학생을 포함한 학습자의 기본적 인권이 존중되고 보호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④ 제3항에 따라 학원 등에서 교습이나 기타 목적을 이유로 학습자에게 처벌을 가하거나, 신체·정신상의 자유로운 활동을 강제로 제약하는 행위를 할 수 없으며, 제때에 식사를 할 수 있도록 교습시간을 알맞게 안배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⑤ 부모 등 보호자는 그 보호하는 자녀나 아동의 교육에 관하여 학원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며, 학원은 이를 존중하여야 한다.”

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조례에 의해서도 학원 체벌이나 각종 인권침해가 금지되어 있다고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2. 아동학대 관련법
지 난 9월 말에 ‘아동학대처벌특례법’이 시행되면서 아동학대 등에 관한 제도와 대처가 정비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아동학대’에서 가해자는 부모나 친권자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보호자’란 “친권자, 후견인, 아동을 보호·양육·교육하거나 그러한 의무가 있는 자 또는 업무·고용 등의 관계로 사실상 아동을 보호·감독하는 자”를 말합니다. 또한 ‘아동학대’는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의 행동 전반이 해당합니다.
실제로 근래에 학교 교사, 유아 대상 학원 강사, 어린이집 보육 교사가 모두 아동학대를 적용받아 기소된 사례가 있습니다.
특 히 아동학대처벌특례법에서는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로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교직원, 전문상담교사” 등과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에 따른 학원의 운영자, 강사, 직원 및 교습소 교습자, 직원”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신고의무자가 자기 관할의 아동을 학대한 경우에는 형량의 1/2까지 가중처벌합니다.

다만 여기서도 문제는 법 적용에서의 사회 통념입니다. 법적으로 아동은 ‘18세 미만’이 모두 해당되지만, 기소 사례들을 보아도 모두 영유아이거나, 가장 나이가 많은 경우도 초등학교 4학년 사례입니다. 즉 법 적용에 있어서 검경이든 법원이든 나이가 어느 정도 많은 청소년들은 아동학대범죄 문제로 보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법원은 학대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가해지는 경우를 주로 인정하고 있어서, 일회적인 체벌은 학대로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동학대처벌특례법에 따르면 아동학대범죄에는 형법상 폭행, 상해, 감금 등의 행위를 한 경우가 모두 포함되므로 폭행죄를 구성할 수 있는 모든 폭력이 당연히 처벌되어야 하겠지만, 현실이 어떨지는...)

또한 아동학대처벌특례법에 따라서, 자신의 자녀가 학원에서 체벌을 당한 것을 알고 있는 경우나, 같은 학원에서 다른 강사가 학원생에게 체벌을 가하는 것을 알고 있는 강사의 경우에도 신고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습니다.




3. 관련 조사 자료
작년에 나온 전국 단위 조사에 따르면, 전체 청소년 중에 13.4% 정도가 학원에서 체벌을 경험했고, 1달에 1~2회 이상 경험한 것은 8.1%입니다.


체벌 경험 빈도는 중학교가 가장 높은데, 1달에 1~2회 이상 경험한 경우는 13.2%이고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2013 청소년인권실태조사 연구)

반면 올해에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에서 중고등학생 한정으로 조사한 것에서는,
학원에서의 체벌 및 언어폭력이 전혀 없다고 답한 건 55% 정도이고 45%는 경험을 했는데요.
이는 질문을 체벌 및 언어폭력으로 묶어서 한 것과 표본의 차이로 보입니다. (중고등학생만 하느냐, 청소년 전반을 다 조사하느냐. 그리고 이번 학교+너머 운동본부 조사는 지역별로 인구비에 따른 할당을 하지 않았음.)

이 조사에서 경기도 응답자의 것만 분석해보면

학원에서 강사에 의한 체벌이나 언어폭력의 빈도 (경기도 응답자, 중고등학생)

 

거의매일

일주일에3번이상

일주일에1~2번

한달에1~2번

아주 가끔

전혀 없다

총계

개수

9

13

27

51

40

144

284

%

3.2%

4.6%

9.5%

18.0%

14.1%

50.7%

100.0%


이렇게 나옵니다. 즉 49% 정도의 중고등학생들이 체벌이나 언어폭력을 경험하고 있다고 답한 거고, 35.2%가 한 달에 1~2번 이상 체벌이나 언어폭력을 당한다고 한 것입니다.


추가로 검토하자면, 전국 청소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는 학원을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포함이 될 수밖에 없어서 조사 결과에 다소 문제가 있습니다.

비슷하게, 2013년에 경기도 시흥에서 설문조사한 논문에 따르면 체벌 경험 비율은 확실히 적지 않습니다.
경 기도 시흥에서 학원을 다니는 중고생 23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에 따르면 체벌 경험은 41.6%, 언어폭력은 45.9%에 이르는데요. 이처럼 다니는 학생들로 조사 집단을 한정하면 수치가 올라갑니다. 자주 있다는 응답은 적은 편이긴 하지만 무시할 수는 없는 정도입니다.




(중앙대 사회개발대학원 김용익 석사 논문 사설학원에서의 청소년인권 실태에 관한 연구)



----

1. 전체 청소년 대비 수치로 보면 여전히 학교에서의 체벌 등 경험 비율이 학원에서의 경험 비율보다 높습니다. 이는 학교와 학원의 규모 차이 등에서도 비롯되는 것일 테고요.
2. 학원을 다니는 사람들로만 한정해서 조사하더라도 여전히 학교가 더 경험 비율이 높긴 한데, 학원도 만만치는 않습니다. 빈도로 볼 때 상대적으로 적어 보이더라도요. 그리고 학원의 경우는 중학생이 체벌 경험이 좀 더 많아 보입니다.
3. 학원 체벌은 아무 법적 근거가 없고 완전히 금지되어 있다고 봐야 합니다.
4. 서울시교육청과 광주시교육청 등에서 2011~2013년에 학원에서의 체벌 등을 강력히 금지하고 단속하겠다고 밝힌 바가 있습니다. 작년 시흥에서 조사한 논문이나, 수원에서 조사 등을 볼 때 경기도교육청 역시 이 부분에 집중적인 대처가 필요할 것입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신고
Posted by 공현
걸어가는꿈2014.03.19 15:59




[왜냐면] ‘학생은 학생답게’ 캠페인을 시작한 이유 / 서준영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628571.html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는 3월 개학을 맞이해 ‘학생은 학생답게’ 포스터를 각 지역 번화가 및 학교 등지에 붙이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내용은 이러하다. “학생은 학생답게 자유로운 머리를 합시다, 개성 있는 복장을 합시다, 잘 쉽시다, 체벌·폭력을 거부합시다, 학교 규칙을 잘 바꿉시다.” 단체 트위터와 페이스북에도 포스터를 게시했다.

(......)

그렇기에 포스터로 기존의 학생다움을 비꼬고 새로운 학생다움을 만들었다. 새롭게 정의한 ‘학생다움’은 더 ‘인간다움’이라는 뜻에 가까운 느낌이다. 자유롭게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부당한 폭력에 저항하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건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이자 덕목이기 때문이다. 결국 학교가 학교다워지고 학생이 학생다워지는 것은 학생을 비롯한 학교 구성원을 인간으로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서준영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회원



저작자 표시 비영리
신고
Posted by 공현
걸어가는꿈2013.10.15 11:22
[성명] 모든 체벌을 금지해야 한다고 대체 몇 번을 말해야 하나?
- 체벌에 희생된, 희생되고 있는 청소년들을 애도하며


  폭력은 나쁘다. 누구도 구타를 당하거나 고문을 당해선 안 된다. 이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듯 받아들여지고 있는 가치관이다. 폭력에 대한 여러 논쟁이 있지만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사람이 사람답게 살 가장 기초적인 인권의 하나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인권을 보장하는 사회에서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도 신체를 훼손하고 폭력을 가하는 고문이나 형벌은 두지 않는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은 차별의 하나이기도 하기에 더욱 심각한 잘못이다. 그러나 여전히, 청소년에 대한 체벌을 금지하고 없애야 한다고 하면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것은 결국 청소년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단 말과 뭐가 다른가? 체벌이 여전히 정당한 것이라고 계속되고 있는 것, 그것이 한국 사회의 청소년인권의 현주소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 사회에서 체벌금지에 대한 논의는 1990년대부터 있어왔다. UN아동권리위원회 역시 한국에 수차례 학교, 가정, 그리고 사회 전 영역에서 아동에 대한 체벌을 금지하고 근절할 것을 촉구했다. UN고문방지위원회는 체벌은 잔혹하고 비인간적이며 모욕적인 처우이고, 고문의 일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체벌금지의 걸음은 굼벵이보다도 더디다. 2011년에야 겨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학교의 장은 법 제18조제1항 본문에 따라 지도를 할 때에는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훈육·훈계 등의 방법으로 하되, 도구, 신체 등을 이용하여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시됨으로써 학교 체벌이 금지됐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 조항에 대해서도 ‘직접 때리지 않는 형태의 체벌은 허용되는 것’이라는 반인권적 해석을 하며 학교 체벌금지에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학교 체벌이 실질적으로 금지되고 있는 것은 경기도, 광주, 서울, 전북 등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여 체벌금지를 명시한 지역뿐이다. 이런 지역에서도 체벌은 줄어들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가정에서의 체벌 그리고 학원 등 사회 여러 영역에서의 체벌에 대해선 금지하는 규정도 없다. 어린이․청소년인권조례를 제정한 서울만이 가정 체벌 등이 금지되고 있는데, 이마저 제대로 알려져 있지도 않은 형편이다.

  현재도 수많은 청소년들이 체벌을 겪고 있다. 수십만, 어쩌면 수백만 명이 일상적으로 폭력을 당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한 청소년이 목검으로 체벌당한 뒤 사망에 이른 것은 그런 와중에 불거진 비극적 사건이다. 우리는 그동안에도 학교와 가정에서 체벌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죽음에 이른 청소년들이 계속 있어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죽음에 이르지 않더라도 폭력으로 인해 상처받은 청소년들이 무수히 많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체벌에 대한 언론보도는 잊을 만하면 나고 있고, 그나마 '과잉 체벌'이란 말이 붙을 정도로 정도가 심한 게 아니면 대부분 묻히고 만다.

  학생간의 폭력에 대해서는 그토록 강력한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비청소년이 가하는 체벌 폭력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이중적 태도는 기괴할 지경이다. 정부는 스스로 금지한 학교 체벌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단속도 하지 않고 있다. 언론들도 법적으로 명백하게 금지된 학교 체벌에 대해서조차 ‘과잉체벌 논란’ 따위의 표제를 붙이며 보도하는 둔감함을 과시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과잉’ 체벌이 문제이지 체벌 자체는 할 수 있다는 식의 궤변이 통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마치 학살이 아니면 한두 명 정도는 살인해도 괜찮다거나, 죽을 만큼 구타하지만 않으면 주먹질을 몇 번 하는 건 괜찮다는 식의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청소년에 대한 폭력이 ‘체벌’이란 이름으로 허용되어 있는 것 자체가 문제이다.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고문이자 폭력인 행위가 명확하게 금지되어 있지 않은 것이 문제이다.

  체벌을 금지하라.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학원에서도, 사회 그 어떤 경우에라도 청소년에 대한 폭력을 금지하라. 교육이나 훈육을 내세우더라도, 설령 진심으로 선의를 가지고 하는 것이더라도, 체벌이 폭력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 교육을 위해서 폭력이 필요하다는 사고방식, 그것이 불행이 반복되는 원인이다. 폭력 말고 다른 방식으로 교육하지 못하는 것, 그러한 상상력의 부족이 폭력의 폐해 중 하나이다.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는가? 들어야 할 말을 듣지 않고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않는 자를 가르치기 위해 체벌이 필요하다면, 한국 정부를 체벌해서라도 체벌금지를 시키라고 가르치고 싶은 심정이다. 청소년은 맞아도 된다고 하고 있는 정부라면 자신도 맞을 각오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야 청소년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느끼지 않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체벌이 폭력일 뿐이며, 교육적이지도 않음을 잘 안다. 그러므로 정부를 체벌하는 데 도전하기보다는 다시 한 번 간곡히 말하겠다. 절실하게 외치겠다. 정당한 체벌은 없다. 체벌은 폭력이고 범죄이다. 체벌을 금지하라.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학원에서도, 그 어떤 경우에라도 청소년에 대한 폭력을 금지하라. 체벌을 금지한 후 체벌이 없어지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라. 그것이 청소년도 사람임을 인정하는 필수 코스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2013년 10월 13일


저작자 표시 비영리
신고
Posted by 공현
걸어가는꿈2012.03.16 15:35


제가 공저/필자로 참여한 책이 현재까지 5권.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 인권을 넘보다 ㅋㅋ - 청소년인권 이야기』 (공저)
『2008 인권선언 - 얼어붙은 세상을 녹이자!』 (필자)
『집은 인권이다 - 이상한 나라의 집 이야기』 (필자)
『청소년 인권 수첩 - 개인의 자유와 지구 공동체를 함께 생각하는 인권 교과서 (세상이 보이는 지식 시리즈)(3) 』 (공저)
『인권 교문을 넘다 - 학생인권쟁점탐구』 (공저)

한국성폭력상담소와 문학동네가 같이 기획했던 성교육 책은 아직도 안 나오고 있습니다 ㅠㅠ

여하간 여섯번째 책으로

『가장 인권적인, 가장 교육적인 - 학생인권이 교육에 묻다』가 출간되었습니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6603457


이 책은 교육공동체 벗에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시행 1년여의 경험과
그밖에 학생인권조례에 관련된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노력과 실험과 경험과 이론들을 모아서 엮은 책입니다.
"학생인권조례"에 초점을 맞추고, 학생인권조례와 연관된 여러 학생인권에 대한 논의들을 펼쳐놓았습니다.
필자 중에는 교사들이 많고, 교사 아닌 활동가들 등등도 좀 있고 그런 구성이에요




아래는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인권을 만난 교육, 교육을 만난 인권

어느 날 인권이 교문 안으로 들어왔다. ‘뜻밖의 선물’이다. 그런데 이게 무엇인지, 어떻게 쓰면 좋은 것인지 잘 모른다. ‘인권이 교육을 망친다’는 보수 세력의 공격은 매서운데, 교육운동을 이끌고 있는 전교조조차 학생인권에 대해서는 미적지근하기만 하다.
경기도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나고, 광주와 서울에서도 각각 학생인권조례가 제정, 선포된 지금 학생인권은 학교현장에서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가. 학교 안에서 교육과 인권의 가치는 어떻게 충돌하고 있는가. 이 두려움과 혼란을 넘어 학생인권이 학교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이 책은 학생인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 온 현장교사, 인권운동활동가, 연구자들이 함께 쓴 ‘학교인권 생태 보고서’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다양한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평범한 진리이다. “가장 인권적인 것이 자장 교육적이다.”

1부 - 혼란을 통한 성숙


1부에서는 서울시교육청 체벌 금지와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제정으로 촉발된 학생인권 논쟁과 학교 현장의 혼란을 학생들과 교사들의 목소리를 통해 담아내고 있다. <학교 안으로 들어온 학생인권>은 서울시교육청 체벌 금지 조치 이후와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 학교의 모습을 현장교사의 눈으로 섬세하게 그려 냈다. ‘체벌 금지 이후, 학교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조영선)는 ‘체벌 금지 이후 학생들의 문제 행동이 증가했다’, ‘교육을 포기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는 세간의 의문에 대해 사례를 통해 폭력으로 학생들의 문제 행동을 은폐해 왔던 진실을 드러내 보인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시행 1년, 학교는 지금’(오혜원)은 경기도 학생인권조례가 학교에서 어떤 모습으로 시행되고 있는지 추적한다. 체벌 대신 성찰 교실, 상벌점제를 통해 학생들을 징계하고 걸러내는 현실은 비교육적이라는 측면에서 학생인권조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비판하며 학생인권을 실천하는 일은 결국 학교를 배움의 공간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임을 강조한다. ‘인권의 언어, 교사의 언어’(이정희)는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시행 이후 1년 동안 교사의 인권의식을 인터뷰한 글이다. 학생인권의 당위성을 인정하는 교사조차 왜 학교현장에서 학생인권을 실천하는 일을 힘들어하는지에 대해 ‘인권의 언어’와 ‘교사의 언어’라는 개념을 빗대 설명한다. 교사들의 인권의식이 상황에 따라 이중적 양상을 보이는 것은 교사가 학생인권과 관련된 상황을 학생인권이라는 관점에서 보지 않고 교사로서 체험 속에서 형성된 관점에서 해석/실천하기 때문임을 이야기하며 제도의 변화만큼이나 주체들의 의식 전환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학교를 모르는’ 이들이 쓴 학교인권 생태 보고서>는 학생인권과 관련해 늘 제3자로 취급받으며 ‘현장을 모른다’는 비판을 받아 온 인권운동활동가들의 눈으로 바라본 학교인권의 현실을 담았다. ‘테두리에서 바라본 학교인권의 속살’(배경내, 한낱)은 같은 사건을 교사와 학생이 얼마나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지를 통해 학생인권의 가장 큰 적이 입시 경쟁이 아니라 교사들의 의식과 실천의 문제임을 강조한다. ‘절반만 뿌리내린 학생인권 이야기’(공현)는 학생인권조례 시행 이후, 교사와 학생들이 어떤 갈등을 겪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며 최소한의 신뢰와 상호작용도 없었던 비교육적인 학교의 모습을 비판한다. 더불어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 여러 학교의 의미 있는 변화를 통해 지금의 혼란이 ‘체벌 금지/인권 보장 시대의 첫 모습’이 아니라 ‘체벌/인권 침해 시대의 끝물’이라며 희망을 씨앗을 이야기한다.

2부 - 교육과 인권, 그 사이


2부에서는 학교 안에서 교육과 인권의 가치가 어떻게 긴장하고, 충돌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교육과 인권, 그리고 교사의 딜레마’(최형규)는 학생인권과 만난 한 ‘평범한’ 교사가 어떤 딜레마와 변화를 겪었는지 고백한다. 교실 안에서 부딪히는 수많은 문제 상황 속에서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는 일과 교사로서 의무를 다하는 것 사이에서 갈등했던 장면들을 통해 교육과 인권의 가치가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를 역설한다. ‘학생의 탄생과 인권의 유보’(이혁규)는 근대교육과 함께 탄생한 ‘학생’이라는 존재와 한국적 문화 속에서 학생의 위치가 어떻게 규정돼 왔는지를 이야기한다. 인권이 문제시될 정도로 학생들의 현재를 유예시키며 영위해 온 학교는 이제 훈육의 공간으로서 지위를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배움의 공간으로서 학교로 재탄생하는 길밖에 없다. ‘왜 ‘학생’의 인권인가’(오동석)는 헌법에서 보장한 기본권마저 유린당하고 있는 학생인권의 실태를 고발한다. 군인, 교도소 수용자와 함께 ‘특수신분’인 학생의 인권을 왜 먼저 이야기해야 하는지, 교권이 과연 학생인권과 대립하는지, 학교 민주주의는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헌법학자로서 명쾌하게 풀이해 냈다. ‘인권의 한계가 교육의 한계다’(정용주)는 학생인권이 결국 ‘범생이’들만의 인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닌지 지적하며 인권의 문제는 늘 주변과 경계에 선 주체들의 문제였음을 강조한다. 학교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의 사고와 행위를 강제하는 것에서 자유로워지지 않는 이상 교사는 권위가 아니라 폭력과 강제적 처벌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하며 필자는 ‘인권의 한계는 곧 교육의 한계’임을 강조한다.

3부 - 인권적인 학교는 어떻게 가능한가


3부에서는 인권적인 학교를 만들기 위한 제언을 담았다. 두려움과 혼란을 위해 학생인권이 학교에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어떤 여건이 마련되어야 하는지 앞서 실천한 사례들을 통해 이야기한다. ‘‘가르치는’ 인권을 넘어’(한낱)는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 의무화된 학교 내 인권교육의 한계와 그럼에도 인권교육이 필요한 이유를 이야기한다. ‘비인권’적인 학교 문화 속에서 ‘인권’교육은 불가능하기에 인권교육이 ‘이벤트’가 아닌 일상이 될 수 있는 진짜 힘은 ‘내부’의 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게 필자의 주장이다. ‘인권적인 학교를 만들기 위한 고군분투기’(임동헌)는 공교육 안에서도 가장 열악한 전문계 고등학교에서 인권이 꽃피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 기록을 담았다. ‘교육’이 아니라 ‘징벌’에 불과했던 생활지도를 생활교육으로 바꾸어 내는 작지만 의미 있는 시도를 통해 학교는 ‘사법기관’이 아니라 ‘교육기관’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일깨워 준다. ‘학생인권 원론 넘어서기, 질문 새롭게 하기’(이수광)는 이우학교 사례를 통해 자치와 자율이 학생들을 어떻게 학교의 주체로 성장시키는지를 이야기한다. 학생 자치와 자율을 보장하는 것은 지知정情의意체體 각 요소가 중층적으로 결합하는 전인적 성장 과정이기도 하다. ‘인권을 만난 교육, 교육을 만난 인권’(박복선)은 학생인권이 ‘교육 불가능 시대’에 ‘학교의 가능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임을 이야기한다. 모든 학생이 국가경쟁력의 도구가 아니라 하나하나가 존엄한 존재임을 인정하는 학교가 바로 교육 불가능의 시대에 우리가 꿈꾸어야 할 학교라는 것이다.

에필로그 - 세상은 1㎝씩 움직인다
: 학생인권조례가 탄생하기까지


에필로그에서는 치열했던 학생인권조례 제정 과정 뒷이야기들을 담았다. ‘학생인권조례는 우리에게 무엇이었나’(배경내)에서는 파란만장했던 경기도와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대한 생생한 르포이다. 특히 곽노현 교육감 부재와 보수 세력의 총공격이라는 악재 속에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가 탄생하기까지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가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학생인권은 왜 우리를 뜨겁게 하지 못했나’(조영선)는 이른바 ‘전교조 키드’ 교사가 바라본 참교육과 학생인권에 대한 이야기이다. 학생인권 문제에 대해 학교 현장, 특히 전교조 교사들조차 왜 그렇게 싸늘했는지에 대한 통렬한 성찰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학생인권조례는 착한 어른들의 선물이 아니다’(공현)는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진 배경과 역사를 학생들의 저항과 행동과 연관 지어서 설명한다. 학생인권조례가 단지 김상곤 교육감이나 곽노현 교육감의 업적이나 착한 어른들의 선물이 아니라 학생들의 작지만 꾸준한 저항과 직접행동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사용 설명서’(이형빈)는 학생인권조례가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어떻게 새롭게 할 것인지에 대해 경험을 통해 이야기한다. 필자는 당장은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워 보일지 모르지만 그 요란함은 무질서가 아니라 잔치라고 말한다. 그 속에서 학생들은 침묵과 무기력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주체로 성장할 것이며, 교사 역시 통제 구조 속의 톱니바퀴가 아니라 민주적인 학교를 만들어 가는 주체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학생인권조례 사용법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신고
Posted by 공현
걸어가는꿈2012.01.30 14:23

왜 "학생인권조례"인가


2012.01.30.


많은 분들이 이 지역 저 지역에서 다 학생인권조례가 제정, 시행되고 있는 줄 알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학생인권조례가 시행 중인 곳은 경기도와 광주광역시, 단 두 곳뿐이다. 그나마도 경기도가 2010년 10월에 공포되어 1년여 시행됐으며, 광주의 경우는 바로 며칠 전인 2012년 1월 1일부터 시행이 시작되었다. 그럼 다른 지역은? 서울이 얼마 전 공포가 되었는데, 교과부가 법원에 이를 정지 가처분신청을 하고 시행령을 개악하는 등 태클을 걸려고 기를 쓰고 있다. 그밖에는 학생인권조례가 추진 중이거나 학생인권조례가 아닌 다른 어떤 것(교육공동체인권조례, 학교인권조례, 대구교육권리헌장 등등)을 추진하고 있거나, 아예 아무런 이야기가 없는 지역들이 대다수이다. 전국적으로 학생인권조례라는 형태로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제도가 마련되고 있거나 논란 중인 지금,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 왜 "학생", "인권", "조례"인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왜 "학생"인권조례인가?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가장 많은 이야기 중에 하나가 왜 학생의 인권만 보장하는 제도를 만드냐는 것이다. 주로 교사의 인권은 그럼 없다는 거냐는 식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학부모/보호자의 인권도 보장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런 말에 혹해서 "교육공동체인권조례"나 "학교인권조례" 같은 형태로 조례를 만들려고 하는 지역이나 교육청․단체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인권조례이기 때문에 가지는 의미가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그간 학교에서 학생들의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던 현실을 직시하고, 그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또는 아동/청소년)을 제대로 된 인간으로 보지 않고 미성숙하고 인간이 덜 된 존재로 보고 각종 인권을 전방위적으로 억압, 규율, 침해하는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학생인권운동(또는 아동/청소년인권운동)의 역사와 관점 속에서 탄생한 제도이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에게 인권이 있다는 선언이기 때문에 학교를 교육을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고, 학생인권조례는 학교 안에서 가장 권력과 권리가 없는 존재였던 학생들에게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학교 안의 지형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학생인권조례를 두고 교사의 인권은 그럼 없냐는 식의 이야기는 마치 장애인 인권을 보장하라고 했더니 비장애인 인권은 없냐고 따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도 어렵다. 추측건대 이는 학생들의 인권 보장 자체가 기존의 질서에 대해 변화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위협적으로 느끼고, 그 느낌을 학생 인권 보장이 그 질서 안의 다른 이들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 같다. "학교인권조례"나 "교육공동체인권조례"로 만들겠다는 것은, 마치 겉보기에는 더 나아간 것처럼 꾸미고 있지만, 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인권운동의 관점에서 제안되었고 만들어진 것을 외면하며, 학생인권 보장의 역사적 사회적 요구의 의미를 축소시키는 것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차원에서도 교육공동체/학교인권조례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먼저, 교육공동체/학교인권조례는 대체로 "교사, 학부모, 학생"의 소위 교육3주체의 인권을 보장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 교사의 인권은 (주로 정치적 권리나 노동권 등이) 한국의 여러 법률적 문제나 교육정책 등에 의해 제한되거나 침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조례의 형태로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또한 교사에게 필요한 인권이 무엇인가, 또는 교권(이는 교사의 인권과 다른 개념임에도, 교육공동체/학교인권조례에서는 함께 다루는 경우가 있다. 교권으로서의 권리와 교사의 인권을 혼동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이 무엇이며 어떤 형태여야 하는가에 대해서 충분한 고민 없이 피상적으로 구색 맞추기로만 들어가기도 한다. 학부모의 인권으로 가면 더욱 모호하다. 학교에서 보장해야 하는 학부모의 인권은 정확히 무엇이며, 이를 조례로 규정하는 것은 무슨 효과가 있는가? 결국 교육공동체/학교인권조례라는 형식은 학생인권의 의미를 희석시키고 무마시키기 위해 교사, 학부모를 동원해서 생색을 내고 있을 뿐 아닌가? 이는 오히려 교사, 학부모들이 분개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그밖에도 교육공동체/학교인권조례는 ▲ 학교구성원들 중 학교 직원(교사가 아닌 학교의 여러 노동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배제하기도 하고 ▲ 학생인권조례에 비해서 학생인권의 문제를 학교 안의 문제, 소위 교육3주체만의 문제로 한정시키기도 하며 ▲ 학생의 인권을 학교나 교육공동체라는 관념의 틀 때문에 제한하기도 한다. 더 조화로운 공동체/학교를 지향한다는 착각 속에서 학생인권에 대한 불충분한 보장이나 제한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학생을 대등한 인간으로 보지도 않으면서 무슨 공동체가 가능하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인권조례이기 때문에 가지는 의미가 있다. 그것이 실제 제정된 학생인권조례 내용에 일부 한계나 문제가 있더라도 학생인권조례가 그나마 환영받고 정당화되는 이유이다. 교사나 학부모의 권리 문제 그리고 학교공동체의 문제는 학생인권을 요구해온 것과는 역사도 맥락도 차원도 다른 문제이며, 별도의 연구와 운동과 제도를 통해서 만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육공동체/학교인권조례를 추진하는 이들은 그것이 학생인권조례의 이런 의미와 이유를 축소시키고 훼손하는 것임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그것이 필요한 이유를 따로 정당화해야 할 것이다.

덧붙여서,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인권만을 보장하므로 문제가 있다. 아동·청소년인권조례로 해야 한다."라는 주장이 일부 있다. 청소년인권이 학생인권으로 한정되지 않고, 더 폭넓게 생각되고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문제의식이다. 하지만, 그런 문제의식이 필요하다고 해서 학생인권조례가 아닌 아동·청소년인권조례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교라는 공교육기관 안에서 학생이라는 신분에 처해있는 다수 청소년들의 인권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학교와 교육청이 그 시행을 책임지는 기관이 되는 것이고, 학생들의 인권이 침해되어온 상황, 그리고 거기에 맞서서 계속 문제제기하고 운동이 벌어져온 맥락 위에서 만들어진 제도이다. 학생인권이 먼저 제기되는 이유가 있고, 학교에서 학생들의 인권으로 한정해서 다루고 보장함으로써 생기는 구체성과 장점이 분명 있는 것이다.

아동·청소년인권조례라는 것을 만든다고 했을 때, 어떤 영역 어떤 분야의 어떤 내용이 포함될 것이며 어떤 기관이 책임지고 보장하도록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연구 없이, 학생인권만 얘기하면 안 되니까 아동·청소년인권조례를 만들자고 막연하게 말하는 것은 이상한 이야기다. 또한 만약 아동·청소년인권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제도를 만든다고 할 경우에는 가정, 학교, 일터, 문화, 정치, 기타 각 분야를 넘나드는 내용이 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에 지방자치 차원에서 만들어지는 조례라는 형식 역시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근로기준법을 만들 때 실업자, 임금노동하지 않는 사람의 권리는 왜 얘기하지 않느냐고 하지는 않지 않는가? 학생인권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인권 전반을 어떻게 신장시킬지 논의하고 운동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지, "학생인권조례가 아닌 아동·청소년인권조례를 만들자"라고 말하는 것은 넌센스다.



왜 학생"인권"조례인가?


다음 문제제기는 왜 "인권"만 보장하냐는 것이다. 이에 관련해서는 크게 두 가지 의미일 수 있는데, 하나는 "학습권"과 "인권"을 대립하는 걸로 보고 왜 "인권"만 보장하고 "학습권"은 보장하지 않느냐는 식의 뜻이고, 다른 하나는 왜 "인권"만 명시하고 "의무"는 명시하지 않느냐는 뜻이다.

첫 번째, "학습권"과 "인권"을 대립시키는 논리는 일단 학생인권조례를 제대로 읽지도 않은 경우가 많다. 학생인권조례는 인권 중에 교육권의 구체적 실현으로서 학습권을 포함하고 있으며, 학습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서 구체적 기준들도 제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만일 학습권이 부당하게 침해당했다면 이 역시 학생인권조례의 구제 절차 등을 통해 구제를 요청할 수 있으며, 학교․교육청 등은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교육환경을 개선시킬 의무를 진다. 만일 학생이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저해하는 행동을 할 경우에는, 학생들이나 학교에서는 이를 충분히 제지할 수 있다. 다만 그러한 과정에서 그 학생의 인권도 존중되어야 하며 비폭력적이고 합리적 방식으로 제지․징계․지도를 해야 한다는 것이 학생인권조례의 내용이다. 학습권은 다른 인권과 같이 인권의 한 내용으로 보장되는 것이고, 다른 인권에 비해서 더 우위를 가지거나 할 이유도 없다.

학습권을 입시 공부 또는 그 동안의 수업방식 유지라는 매우 한정적인 의미로 이해하거나, 또는 권리가 아닌 학생의 '의무' 비스무레한 걸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주로 이런 태클을 걸곤 한다. 마치 학생들이 원하지 않는 보충수업 등을 강제로 하지 않고 여가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게 마음에 안 들거나, 또는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떠들거나 수업에 흥미를 잃고 반항하는 학생들을 두들겨 패서라도 입 다물게 하고 닥치게 하는 것 정도를 학습권 보장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의 학습권(제대로 된 학습권이라 하기 어렵지만!)이라면 이미 우리 사회나 학교에서는 이를 지겹도록 강조하고 집착해왔다. 오히려 그런 생각이 학생들의 학습권을 비롯하여 인권을 침해하는 것을 정당화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인권"조례가 필요한 것이며, 학습권의 의미 역시 다시 한 번 인권의 관점에서 새롭게 짜야 할 것이다.

두 번째의, 왜 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의 "의무"는 권리만큼 명시하지 않느냐는 식의 비판은 인권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다. 인권은 사람이기만 하면 누구나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이며, 근대 이후 만들어진 현대 국가에서 국가의 존재 목적은 1차적으로 구성원의 인권을 보장하고 실현하는 것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범죄를 저질러 그 때문에 처벌을 받고 인권을 제한당하더라도, 이는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권리를 박탈한다는 식이 아니라, 어떤 사람의 행위가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저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즉, 인권에 있어서는 의무를 다해야 권리를 보장한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아니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국가에게, 공동체에게, 때로는 개인에게) 필요한 의무를 부과하는 논리가 적용된다. 즉, 인권이 먼저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학생들의 인권을 인정하지 않는 일, 마음대로 제한하거나 침해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때문에 학생인권조례라는 형태로 기본적인 인권의 기준을 제시하고 명시하고자 한 것이다. 반면에 지금까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자의적으로 의무를 부과하는 경우는 매우 많았다. 이러한 의무 부과 역시 학생의 인권이 먼저이고, 그 인권의 기준을 지키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민주적 방식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학생인권조례는 그러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며, 학교 안에서 공동생활을 위한 규칙이나 지켜야 할 의무 등은, 학교마다 다른 상황과 여건과 경험들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자치적 자율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에게 의무만 강조하고 권리에 인색했던 우리 사회에 익숙해진 이들이 학생인권조례에 의무가 없다고 길길이 뛴다. (정확히는 학생의 의무(타인의 인권 존중이라거나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거나)에 관한 내용도 일부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장애차별금지법은 왜 장애인들에게 차별받지 않을 권리만 보장하고 장애인들의 의무는 명시하지 않았냐고 물을 셈일까? 세계인권선언이,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규약이,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규약이,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왜 권리만 있고 의무는 없냐고 물을 셈일까? 의무보다 인권이 먼저라는 것, 그것이 왜 그렇게 받아들이기 힘든지가, 그리고 학생인권조례에 왜 의무의 명시를 인권 항목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하라는 식으로 요구하는지가, 오히려 이해하기 어려운 노릇이다.



왜 학생인권"조례"인가?


마지막으로 왜 학생인권"조례"여야 하냐는 비판이 있다. 이 역시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 하나는 인권은 보편적 가치이므로 "법률"로 하여 전국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조례는 법적 효력이 있으므로 학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헌장 같은 선언적 내용이면 족하다는 것이다.

학생인권을 법률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인권의 보편성이 조례의 형태로 인권을 보장하는 것을 막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렇게 따지면 인권은 말 그대로 보편적 가치이기 때문에 한 국가의 법률로 이를 보장하는 것도 부당한 것이고 전세계에 통용되는 뭔가로만 만들어야 한단 말인가? 아니다. 반대로, 각 국가와 지역에서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장려해야 할 일일 것이며, 이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는 국가와 지역을 변화시켜야 할 일일 것이다.

실제로 청소년운동은 학생인권법(학생인권의 내용을 포함시킨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만들려고 운동했던 적이 있고, 또 법이 만들어질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조례의 장점도 있다. 조례는 지역 사회 또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학생인권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며, 지역 교육청과 학교 등에 더 구체적으로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 오히려 법률로 선언적 내용만 들어간다면 제대로 학교 현장에 적용되지 않을 법한 내용들이 조례의 형태로 만들어지고 교육청과 지역사회를 통해 효과를 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인권에 관한 법률과 조례, 두 가지 다 필요하고 있으면 좋은 것이라고 할 것이다. 애초에 학생인권법의 제정 필요성을 옹호하는 정도의 이야기가 어째서 일부 언론 등에서는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하는 근거로 사용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학생인권을 조례가 아닌 헌장 등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솔직히 인권을 옵션 정도로밖에 보지 않는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인 것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는 소리다. 학생인권조례는, 비록 과태료 부과처럼 직접적인 처벌조항은 없지만, 조례의 형식이기 때문에 학교와 교육청 같은 행정기관에 의무를 부과할 수 있고, 학생인권옹호관과 같은 구제 기구의 설치도 할 수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비록 형법 같은 것에 비해 강제성은 약하지만 나름대로 조례의 수준에서 학생인권을 점진적으로 개선, 실현시켜갈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헌장으로 만들게 되면 그러한 개선을 위한 제도와 장치들을 둘 수 없으며, 단순한 말의 성찬이 되어버릴 위험성이 적지 않다. 일부 기구가 추진한 헌장 등의 형태로 만들게 되면, 조례가 가지는 지역사회의 자치법규로서의 의미도 상당 부분 퇴색해버린다.



학생인권조례라는 우리 시대의 과제


그러므로 학생인권조례는 "학생" "인권" "조례"여야만 한다. 그것이 학생인권을 요구하며 운동해온 역사와 맥락에도, 학생들의 현실에도, 학교와 교육과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도, 실효성에서도 필수적이다. 학생인권조례를 학생인권조례가 아닌 다른 것으로 하려는 사람들(특히 대구의 "교육권리헌장" 같은 -_-)은 답해야 할 것이다. 그들은 학생인권을 반대하거나 부담스러워 하는 것인지. 학생이 인간이며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가진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인지. 학생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개선하는 것을 피하고 싶은 것인지. 학생인권조례 이상으로 학생인권 그리고 청소년인권 보장이 이루어지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학생인권조례는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넘어서고 시행하고 정착시켜야 할 우리 시대의 과제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신고
Posted by 공현
걸어가는꿈2012.01.18 03:23

미조직된 시민들의 호응으로 만들어진 서울학생인권조례

- 서울 학생인권조례 제정, 주민발의의 경험



  2011년 12월 초,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학생인권조례주민발의 운동을 하던 경남에서, 주민발의에 필요한 숫자인 2만5천여명을 훌쩍 넘긴 3만6천여명으로 서명을 마감했다는 소식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아수나로 경남중부지부의 사람에게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되어서 다행이긴 하지만, 아쉽다고 했다. 서울 주민발의처럼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호응을 얻으면서 하지 못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보다 더 안정적으로 주민발의를 성사시킨 경남을 부러워하고 있던 나로서는 새로운 관점의 평가였다.


서울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의 험난했던 과정

  서울에서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의 과정은 험난 또 험난했다. 처음 주민발의를 시작할 당시에는, 전교조 서울지부 활동가가 내놓은 낙관적인 전망을 믿었었다. 전교조 서울지부에서는 친환경무상급식조례 주민발의 당시의 경험을 근거로 하여 주민발의 서명을 모을 계획을 내놓았었고, 그에 따르면 2011년 1월까지 3~4만명 정도는 모을 수 있어야만 했다. 하지만 2011년 1월,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참담했다. 주민발의 기간 6개월의 반이 지났는데도 모여 있는 건 고작 6000명 남짓의 서명이었다. 서울시 투표권자의 1%, 최소 8만2천명을 모아야 하는데… 3개월만에 7만6천명을 더 모아야 할 판이었다.

  사실 처음에도 친환경무상급식조례와 학생인권조례를 비슷한 것으로 보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무리가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었던 적이 있었다. 교사인 전교조 조합원들이나 학부모들에게 친환경무상급식조례와 학생인권조례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청소년운동에서 반복적으로 던졌던, "왜 우리 사회는 '애들 밥 먹이는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이면서 '학생들에게 자유를 보장하는 문제'에는 소극적, 부정적인가?"라는 질문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었다. 학생인권조례는, 친환경무상급식에 비해서 청소년들, 학생들을 시혜와 보호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볼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좀 더 근본적인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는 주제였다. 결과적으로 전교조 교사 조직을 비롯하여 처음에 계획했던 '조직서명'은 충분히 움직이지 못했고, 2011년 2월부터는 '거리서명'이라는 방법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 거리서명은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 주요한 서명 방식으로 생각되지 않았었다. 12월에 2차례 해봤지만 추운 날씨에다가 주민등록번호와 주소까지 적어야 하는 주민발의 청구인 서명의 특성상 3시간을 해도 40~50여명의 서명밖에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방법이 없었다. 조직으로부터의 서명을 기대할 수 없다면 발로 뛸 수밖에. 2월 들어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6시간 풀타임 거리서명을 개시했다. 목표는 하루 200명. 남은 3개월동안 하루 200명씩 꼬박꼬박 받을 수 있다면 3만여명을 거리서명으로 채울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이 매일 거리서명에 나선 사람들은 주로 청소년활동가들이었다. 첫날에는 6시간을 했는데도 100명밖에 못 받았지만, 점점 요령이 붙고 어느 지역이 잘 되는지 정보가 축적되면서 하루 200명씩 받아내는 게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감동적이었던 시민들의 호응

  2, 3월은 매일 아침 9시에 모여서 그날의 서명 일정을 정리하고, 11시부터 5시나 5시30분까지 거리서명을 한 뒤(3월이 되어 날이 따뜻해지자 저녁 6시까지 서명을 연장한 날도 비일비재했다.), 저녁에는 온갖 행사나 강연이나 다른 단체 총회에까지 찾아다니면서 서명을 호소하고 받아내고, 밤 8, 9시쯤 사무실로 돌아와서 그날 받은 서명을 다 세고 정리하고 서명 물품을 정리한 뒤에 11시가 넘어서 집에 가면 바로 쓰러져 자는 생활로 2개월을 보냈다. 노동시간으로만 따지면 하루 12~13시간이 넘었고, 무거운 앰프와 가판대와 전단지와 서명용지를 들고 옮기고 추운 날씨에 6시간 동안 서명을 받으러 서있고 돌아다니는 육체노동과 거리에서 사람들을 붙잡고 서명을 받아내야 하는 감정노동이 골고루 섞인, 강도 높은 노동의 나날이었다. 처음에는 쉬는 날 없이 하다가 한 명 한 명 몸살로 쓰러져서 쉬는 일이 속출하면서 그제야 한 사람당 1주일에 하루나 이틀은 의무적으로 쉬기로 했다. 2, 3월의 그 지옥 같았고 이를 악 물고 보냈던 시간들, 단순한 노동강도로는 말할 수 없는 울분과 절치부심의 시간들을 더 자세히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4월 11일, 이제 주민발의 기간은 원래대로라면 보름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 되었다. 서울시에서 중구청장, 강남구의원 등 재보궐선거가 있어서 재보궐선거 기간 동안 그 지역에서 주민발의 서명이 금지되어, 금지되었던 기간만큼 그 지역만 연장이 되어서 서명 최종 마감일은 5월 10일로 미뤄져 있었지만, 어쨌건 한 달도 채 안 남은 시점이었다. 그때 모인 서명은 3만2천명 남짓. 그 중 2만명 넘는 숫자가 거리서명으로만 모은 숫자였다. 조직서명은 여전히 당초 목표의 반에도 못 미치고 있었다. 11일 중간보고 기자회견 전까지 최소한 절반, 4만명은 모으고 발표하려 했던 소기의 목표도 달성하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4월 11일에 기자회견을 하고 여러 언론에 소식이 알려진 뒤, 그리고 주민발의 청구인 대표였던 홍세화 씨가 한겨레에 자신의 칼럼에서 서울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 소식을 전한 뒤, 시민들의 호응이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홍세화 씨 칼럼이 실린 날에는 서울본부 전화로 어떻게 하면 서명을 할 수 있는지 문의하는 전화가 수십 통 걸려왔다. 홈페이지에 올려뒀던 우편서명용지를 시민들이 다운로드하면서 홈페이지가 트래픽 초과로 다운, 리셋시켜 복구하는 일이 반복됐고 결국 홈페이지 트래픽 용량까지 늘렸다.

  나는 아직도 그때가 생각난다. 4월 26일, 원래대로라면 주민발의 서명이 마감되었어야 할 날, 그 날은 아무 조직에도 속해 있지 않은 어느 서울시민 분들이 한 명 한 명 보내준 우편 서명만 800명이 넘게 들어왔다. 어느 분은 4월 26일에 바로 제출해야 하는 건 줄 알고 혹시라도 늦을까봐 자기 서명 한 장을 퀵으로 보내오시기까지 하셨다. 비록 4월 26일에도 서명은 7만명에 못 미치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 날과 그 다음날만큼은 밀려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우편서명에 즐거워할 수 있었다. 학생인권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호응이 이만큼이나 많았구나, 하고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거리서명 역시 날이 좀 풀리고 우리도 요령이 붙으면서, 그리고 주민발의 막바지가 되어 다른 단체들도 거리서명에 힘을 집중하면서 더 놀라운 성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어린이대공원에서는 평균적으로 주말마다 하루 500명, 최고 기록을 세운 날은 하루에 900여명의 서명을 받아내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를 나온 부모들의 호응이 높았다. 학생인권이 자기 아이가 곧 겪을 문제라고 생각하며 적극적으로 펜을 들고 서명에 참여해주는 부모들의 힘으로 어린이대공원 서명은 성공적일 수 있었다.

  5월 10일, 주민발의 서명을 마감한 날, 모인 서명이 8만 5천명으로 집계되자 서울본부는 울음바다가 되었다. 사실 5월 초까지만 해도 우리는 주민발의 무산을 점치며 우울해하고 있던 차였다. 아무리 쥐어짜봐도 3천~5천명의 서명이 부족하다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부족한 서명을 각계각층에서 서울본부 소속이 아닌데도 힘을 보태준 단체들, 그리고 예상 이상으로 몰려든 시민들의 자발적인 우편서명이 채워주었다. 어린이날과 석가탄신일 등에 거리서명이 중구와 강남구에서밖에 못 받았는데도 대박이 터졌던 덕분도 있었다. 기쁨도 잠시, 주민등록번호나 이름, 주소 기재 오류로 7만2천명밖에 유효 서명이 없다고 하여 보정기간 5일만에 1만여명의 서명을 더 받아야 했던 시간도 있었지만, 이때도 태풍 속을 뚫고 거리서명을 받고 또 많은 서울시민들의 계속되는 호응과 참여로, 총 약 11만명의 서명, 최종적으로 유효하다고 인정된 97,702명의 서명으로 주민발의를 성공시킬 수 있었다.


미조직 대중과 조직 대중 사이 어디쯤

  서울에서 마지막에 대략적으로 서명을 집계해봤을 때, 굵직굵직했던 것은 거리서명으로 모은 게 약 3만, 전교조 서울지부 7~8천,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명이 1만4천, 대한불교청년회가 1만2천, 우편서명이 6천 등이었다. 그런데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1만4천명 중에서도 8천명 이상은 거의 담당 활동가 2명이 매일 따로 거리서명을 뛴 결과였기에, 민주노총 서울본부도 노조 조직 서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7천명 남짓이었다. 서울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에서는, 절반 이상을 거리서명, 우편서명 등 미조직 시민들로부터 받은 것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경남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에서는 거리서명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서명수의 20% 미만이다. 3만6천명 중 1만명 이상을 민주노총 경남본부에서 받았고, 전교조 경남지부도 5천명 이상 받았다. 학부모단체들과 어린이책시민연대, 그리고 지역운동을 하는 단위들도 많은 수의 서명을 모아왔다.(중간까지는 각 단위별 목표 서명과 달성한 수가 공개되어 있었으나 최종 마감 이후 공개되지 않아서 그 이상은 알지 못한다.)

  이런 차이는 지역특성이나 그 지역에 지역조직, 노조 등 대중조직들의 조직화 정도 차이에서 나오는 것일 수도 있다. 또는 경남은 학생인권조례 운동을 2008년 무렵부터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조직 대중들의 학생인권에 대한 의식이 더 우호적이기 때문인 걸 수도 있다. 아니면 서울 주민발의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서 미리 수임인 교육이나 조직을 통한 서명 계획을 좀 더 철저하게 세운 것도 분명히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서울에서 주민발의에 학을 뗐던 청소년활동가들은 경남처럼 조직 서명의 힘으로 주민발의를 성사시킨 것을 보고 매우 부러워하는 마음을 가졌다. 때문에 경남의 활동가에게서 서울의 주민발의를 부러워하는 듯한 말을 들었을 때 깜짝 놀랐다. 그러면서 서울이었기 때문에 더 이슈화가 됐고 그래서 더 많은 미조직 대중들이 알고 호응하고 참여하는 과정이 있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우리는 거리서명과 우편서명으로 턱걸이 하듯이 피 말리는 기분 속에 겨우 성사시킨 주민발의라고 이야기하지만, 그 말은 바꿔 말하면 그만큼 미조직 서울시민들의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호응이 예상 이상으로 높았던 것이고 그것 역시 우리가 감동할 일이었고, 또한 우리가 지난 수년간 학생인권운동을 해온 성과였던 것이다.

  그러나 미조직 대중들의 호응으로 성사시킨 주민발의는 너무나 취약하기도 하다. 우리는 원래 각계각층의 조직된 대중들, 특히 교사들에게 학생인권에 대해 알리고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을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 운동의 목표 중 하나로 잡았었다. 그러나 우리가 확인한 것은 좌파적․개혁적 시민사회운동에 조직 대중들 사이에서도 학생인권이 별로 통하지 않고 있으며, 노조 등의 대중조직들 역시 그런 사회적 의제를 자신의 조직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설득할 만한 조직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특히 전교조 안에서의 의식 차이는, 간부들 사이에서도 심각할 정도로 컸다. 미조직 대중들에 크게 의존하여 주민발의를 성공시켰지만, 당초 기대했던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에 학교 안에서 변화를 돕는 주체로서 교사․학부모 등을 만들어내는 계기로서 주민발의는 성공이라고 볼 수 없다. 결국 학생인권조례 운동은, 비단 주민발의의 형식이 아니더라도, 조직 대중과 미조직 대중, 그 둘 모두를 향해 전개되어야만 할 것이다. 아마도, 서울과 경남 주민발의 사례의 중간 어디쯤에 적절한 균형점이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일단 나는 청소년활동가이고, 청소년의 경우에는 절대다수가 미조직 상태라고 볼 수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교 현장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시키는 제도이기도 하지만, 미조직된 초중고등학생들을 조금이라도 더 조직화해내기 위한 계기이기도 하다. 아수나로 서울지부에서 지금 서울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될 때를 대비하여 준비하고 있는 것은 '학칙개정 대응 메뉴얼 발간'과 개별 학교 대응 등이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당시에 있었던 학칙개정에 대한 여러 경험들로부터 배워서, 좀 더 면밀하게 학생들이 주인이 되어서 학칙개정에 참여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을 조직화해낼 수 있는 계획을 고심 중에 있다. 주민발의는 어쨌든 끝났다. 거리에서 '비청소년'들에게 청소년, 학생들의 인권을 위해서 서명을 해달라고 구걸해야 했던 끔찍했던 시간도 끝났다. 비청소년들도 이렇게 많이 학생인권에 대해 호응해주는구나 하는 감동도, 분노와 억울함도, 모두 가슴에 남겨두고. 이제 다시 청소년운동으로 돌아올 때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제 곧 병역거부로 감옥에 갇힌다. 흑흑.)

저작자 표시 비영리
신고
Posted by 공현
걸어가는꿈2011.11.17 16:51



몇날 며칠을 매달린 번역 작업 등이 겨우 끝났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왜 우리가 ㅠㅠ
우리에게 월급을 달라!

아래는 배포하면서 보낸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의 보도자료 부분




UN아동권리위, 한국에 성적 지향, 비혼모 등 차별금지,

체벌금지, 정치활동 보장, 경쟁적 교육 개선 등 권고

- FTA 체결에 인권영향 평가가 없는 것 등에 대한 우려도 포함


1. 안녕하세요? 저희는 청소년인권활동가들의 모임인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입니다.

2. 대한민국 정부는 지난 2011년 9월, UN아동권리위원회에서 한국의 3․4차 통합 정부보고서에 대한 심의를 받았습니다. 심의는 대한민국 정부가 제출한 정부보고서를 대상으로 했으며, 세이브더칠드런이 NGO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해당 보고서는 정부와 해당 단체의 웹사이트 등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저희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역시 위원들에게 비공식적으로 의견서를 전달했습니다.

3. 지난 10월 6일, UN아동권리위원회는 대한민국에 대한 심의를 마치고 최종견해를 채택했습니다. 최종견해 안에는 많은 유의미한 우려와 권고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는 이러한 내용들이 최근 학생인권조례에 관한 논란, FTA에 관한 논란, 그밖에 여러 정부 정책 등에 대한 논란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이번 최종견해에서 대표적인 내용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못한 것, 특히 차별금지 사유로 성적 지향, 국적이 명시되지 않은 것, 이주아동, 난민아동, 장애아동, 청소년 비혼모 등에 대한 차별을 우려하며, 모든 소수자 아동에 대한 차별적 태도를 근절하고 방지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청소년 비혼모를 포함한 비혼모들에게 적절한 지원을 제공할 것을 권고함.

교육체제가 심각하게 경쟁적인 것을 우려함. 교육과정 이외의 추가적 과외 사교육에 아동들이 많이 참여하고, 그 결과 지나친 스트레스와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겪는 것을 우려함.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그때문에 증대되는 것과, 아동의 여가 및 문화 활동에 대한 권리를 방해하는 것에 우려함. 현재의 교육 체제 및 시험 제도를 교육의 목적에 관한 협약 내용에 근거해서 평가하고, 사교육에 대한 의존과 고등교육 진학의 불평등의 근본적 원인에 대처하기 위해 공교육을 강화하고, 아동의 여가, 문화 및 오락 활동을 향유할 권리를 보장하고, 학교 접근에서 평등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 성과에 대해 정보를 모아서 보고할 것을 권고함.

종교기관이 운영하는 사립학교에서 학생들의 종교 자유를 실제적으로 제한하는 것에 대해 우려함. 실제적으로 모든 상황에서 아동의 사상, 양심 및 종교의 자유가 완전히 보장될 수 있도록 조치들을 취할 것을 권고함.

● 학교들이 학생들의 정치적 활동을 금지하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함.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들의 참여를 배제하고, 아동이 표현과 결사의 자유를 실천할 때 기회가 제한되어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함. 학교 안팎에서 의사결정과정과 정치 활동에 아동의 능동적 참여를 촉진할 것,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들의 참여를 허용할 것, 결사와 표현의 자유를 아동이 누릴 수 있도록 법률, 교육부 지침, 학교 교칙을 수정할 것을 촉구함.

● 가정, 학교 및 대안 양육 등에서 체벌이 지속적으로 만연해있는 것에 대해 우려함. 가정, 학교, 모든 기관에서 체벌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도록 할 것을 권고함.

국내외 기업 활동의 반인권적 영향을 예방하고 완화할 법률이 없다는 점에 대해 우려함. 강제아동노동, 아동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와 연루된 국가들로부터 상품을 수입하고 있는 것, 한국이 하는 사업들이 여러 국가들에서 물․주거에 대한 권리에 부정적인 계약을 맺거나 계획을 가진 것으로 보고된 점, 체결했거나 보류 중인 FTA 협상에 관해서 인권 영향 평가가 선행되지 않은 것에 우려함. 강제아동노동으로 생산된 상품 수입을 막고, 한국 기업들이 물․주거 등에서 원주민,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도록 하고, FTA를 체결하기 전에 아동 권리를 포함한 인권 영향 평가를 수행하고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함.

● 장애 아동에 대한 지원이 저소득층 가족에게만 제공되고 물리치료, 직업 훈련은 포함하고 있지 않은 것에 우려함. 특수 교육 교사 등이 부족해서 장애 아동이 교육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비장애아동과 분리 교육을 하는 것에 대해 우려함. 모든 장애아동에게 적합한 지원을 제공하고, 장애아동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특수 교육 교사 수를 늘리고 교사들에게 적절한 훈련을 제공하고, 적절한 예산과 인력을 배치할 것을 권고함.

왕따(집단괴롭힘)의 가혹함과 빈도가 증가하는 것, 외국 출신 아동들에 대한 왕따가 증가하고, 이러한 왕따를 행하는 데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 우려함.

● 이주 아동의 학교 출석률이 여전히 낮다는 점을 우려함. 불법이주자의 자녀를 포함한 이주아동이 실질적으로 교육에 접근하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과 전략을 개발할 것을 권고함.

● 노동하는 아동의 증가, 일하는 아동이 야간노동과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받는 것 등 근로기준법상 기준들을 자주 어기는 것, 쉬는 시간을 무임금으로 처리하는 등의 변칙적 노동 관행을 규제하는 법이 불충분함, 광범위하게 언어폭력, 성폭력, 폭행으로 인해 일하는 아동의 상황이 악화됨, 연예인과 성적 대상으로 고용되는 아동의 증가를 우려함.

만18세 미만 아동에 대한 강제 징집 또는 적대행위 관여를 범죄화하는 법이 전혀 없는 것에 대해 우려함.

● 피해 아동 또는 만16세 미만의 증인을 비디오 녹화를 통해 증언하게 하는 것이나 적절하게 그들을 배려하지 못한 상황에서 반대심문 대상이 되는 것, 동의 없이 가해자와 재회시키는 것, 프라이버시에 대한 안전 장치 부족, 의료 또는 법 전문가에 의한 언어폭력 등, 심문, 법적 절차 등이 부적절함.

4. 한국 정부는 이 최종 견해를 신속하게 한국어로 번역하여 배포, 홍보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1개월이 넘도록 한국 정부에서는 이를 번역, 배포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태만함과 무관심에, 어쩔 수 없이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의 활동가들 외 몇 명이 자체적으로 번역하여 이를 배포합니다.

5. 많은 관심과 보도 부탁드립니다.





==================================================================================================

대한민국 3,4차 정부보고서에 대한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최종 견해: 대한민국(CRC/C/KOR/CO/3-4)
배포
일반
국2011년 10월 6일
ADVANCE UNEDITED VERSION
원본: 영어

한글 번역: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공현, ㅁㅅ, 수수, 최종욱, 한낱)

감수: 인권연구소 창 류은숙

아동권리위원회
58차 회기
(9월 19일 - 10월 7일)


1. 유엔아동권리위원회(아래 위원회)는 2011년 9월 21일 개최된 1644차 및 1645차 회의(CRC/C/SR.1644 및 1645)와 2011년 10월 7일 개최된 1668차 회의(CRC/C/SR.1668)에서 대한민국의 제 3, 4차 통합 정부 보고서(CRC/C/KOR/3-4)를 심의하였으며, 다음과 같은 최종 견해를 채택한다.


Ⅰ. 도입

2. 위원회는 위원회의 보고서 가이드라인에 부응하여 3, 4차 통합 보고서(CRC/C/KOR/3-4)와 위원회가 제기한 이슈 목록(CRC/C/KOR/Q/3-4/Add.1)에 대한 서면답변을 제출해준 것을 환영한다. 위원회는 분석적이고 자기 비판적인 성격의 보고서에 대하여 감사한다. 위원회는 나아가 당사국의 다양한 부문의 대표단과 나눈 건설적인 대화에 감사를 표한다.


Ⅱ. 한국 정부가 취한 후속조치 및 성취된 진전사항

3. 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입법 조치를 환영한다.

a. 2011년 8월 입양특례법 개정
b. 2011년 9월 민법 개정
c. 2011년 3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d. 2011년 자살 예방과 생명 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안 제정
e. 2010년 3월 가사소송법 개정
f. 2011년 장애아동복지지원법 제정
g. 2011년 아동복지법 개정
h. 2011년 다문화가족지원법 개정

4. 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비준 또는 가입에 대해서도 환영한다.

a. 2008년 12월 11일 장애인권리협약 (CRPD)
b. 2006년 10월 18일 여성차별철폐협약 선택의정서

5. 위원회는 다음의 제도적․정책적 조치 또한 환영한다.
a. 2010년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을 위한 제2차 5개년 기본계획 수립


Ⅲ. 주요 문제영역 및 권고사항

A. 협약이행을 위한 일반조치 (협약의 4조, 42조 그리고 44조 para. 6)

위원회의 이전 권고사항

6. 대한민국 정부의 제2차 국가보고서(CRC/C/70/Add.14, 2002년 6월 26일) 심의에 따른 위원회의 우려와 권고사항(CRC/C/15/Add.197, 2003년 3월 18일), 아동 매매․ 아동성매매 및 아동 포르노그라피에 관한 선택의정서(CRC/C/OPSC/KOR/CO/1, 2008)와 아동의 무력분쟁 관여에 관한 선택의정서(CRC/C/OPAC/KOR/CO/1, 2008)에 관한 제 1차 보고서에 대한 우려와 권고사항에 대한 당사국의 노력을 환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원회는 일부 우려와 권고 사안들이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았거나 전혀 다뤄지지 않았음에 유감을 표한다.
 
7. 위원회는 제 2차 정부보고서에 대한 최종 견해에 포함되었으나 아직 이행되지 않은 사안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 산하 아동권리소위원회의 설립, 포괄적인 체벌금지, 아동이 받는 높은 학업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교육정책의 재고에 대하여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대한민국 정부에 촉구한다.


협약에 대한 유보조항

8. 위원회는 대한민국 정부가 2008년 10월 협약의 제9조 3항(자녀의 부모면접권 보장)에 대한 유보를 철회한 것을 환영한다. 그러나 협약의 제21조 (a), 아동의 최선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도록 입양을 관계당국에 의하여만 허가되도록 보장한 조항, 그리고 협약의 제40조 2항 (b)(v), 형사피의자 또는 형사피고인인 아동이 법률에 따라 권한 있고 독립적이며 공정한 상급 당국이나 사법 기관에 의해 심사받을 권리를 보장한 조항에 대한 유보를 유지하는 데 유감을 표명한다.

9. 위원회는 대한민국 정부가 협약의 완전한 적용을 방해하는 제 21조(a)와 제 40조 2항 (b)(Ⅴ)에 대한 유보의 철회를 고려할 것을 권고한다.


입법

10. 위원회는 대한민국의 헌법이 협약을 자국법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점을 환영한다. 그러나 협약의 조항들을 이행하기 위한 국내 법규가 불충분하며 법원이 협약을 직접적으로 적용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위원회는 더욱이 임신중절에 대한 법적 금지에 대해 우려한다. 아주 협소하게 규정된 예외사항이 있긴 하지만, 그런 법적금지는 임신한 청소년들의 최선의 이익을 적절하게 고려하지 못하고 있고, 위험한 불법적인 낙태의 위험에 처하게 하거나 학업의 강제적 중단 또는 입양을 목적으로 한 (자녀의) 강제 양도 등 임신한 청소년이 당면한 어려움을 악화시키는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11. 위원회는 협약의 모든 조항이 사법적 결정에 충분히 적용될 것을 보장하기 위하여 관련 입법의 확충을 포함하여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한다. 위원회는 나아가 청소년 비혼모들이 안전하게 임신 중절을 할 수 있고 불법 임신중절이나 강제 입양의 위험으로부터 적절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포함하여, 아동의 최선의 이익원칙에 완전히 부응하도록 낙태에 대한 법률을 재고할 것을 권고한다. 


조정

12. 위원회는 당사국의 협약 이행에서 조정이 줄어든 것에 우려한다. 이것은 특히 2008년 이래 아동정책조정위원회(CPCC)가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것에 기인한다. 한국의 아동‧청소년 정책은 개별 부처별로 이행되고 있는데 특히 보건복지부와 여성부로 각각 나뉘어져서 정책의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 범정부청소년정책위원회(Youth Policy Intergovernmental Council)의 설립을 주목하면서도, 청소년 정책에 있어 조정의 증진이 요구된다는 우려는 남아있다. 

13. 위원회는 당사국에 다음과 같이 권고한다. :
a. CPCC를 복구하고 강화하거나 가급적이면 충분한 권위와 적절한 인적‧기술적 및 재정적 자원을 갖춘 적합한 기구를 설립하라.
b. 보건복지부나 여성부 등 정부 부처 간에 그리고 관련된 전국 및 지방자치체 기구들간에 아동 권리 관련 업무와 관계를 명확히 하라. 그렇게 함으로써 협약의 이행을 위해 당사국이 취하는 모든 활동을 효과적으로 조정하라.


국가행동계획

14. 위원회는 2007년 5월 ‘2007-2011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의 채택에 주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약 전반을 포괄하는, 아동을 위한 포괄적인 권리에 기반한 국가행동계획이 부족하다는 위원회의 우려는 여전하다. 더욱이 위원회는 현 NAP의 종료 이후 후속작업이 부재하다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

15. 위원회는 대한민국 정부가 관계자들과의 협의와 협력속에서 협약 전반을 포괄하는 아동을 위한 국가행동계획을 채택하고 이행할 것과 감시 기제를 비롯해 충분한 인적‧기술적‧재정적 자원을 제공할 것을 권고한다. 더불어 위원회는 시민사회와 아동과의 투명하고 충실한 협의를 통해 2011년 이후의 NAP 준비를 서두를 것을 촉구한다. 이를 위해 위원회는 아동에 관한 유엔 특별 총회의 결과문서인 “어린이에게 살기 좋은 세상”(A world fit for children)과 그 중간 점검 보고서를 참작할 것을 권고한다.


독립적인 모니터링

16. 위원회는 한국아동권리모니터링센터(KMCCR)의 설립과 그에 동반된, 현장에서 활동하는 아동권리 옴부즈퍼슨을 환영된다. 하지만 위원회는 이 제도가, 아래 언급한 사항을 포함하여, 국가적 차원에서 협약의 이행을 모니터할 수 있는 독립적이며 제 역할을 하는 기제를 결여하고 있음에 우려한다.
a) KMCCR이 법적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보건복지부가 통제하는 예산에 종속돼 있음.
b) 아동의 권리 그리고 아동권 침해를 적극적으로 모니터하거나 조사하고 진정을 접수할 수 있는 옴부즈퍼슨 체계에 대한 KMCCR의 권한이 부재함.
c) 당사국이 취하는 연례 수행 평가에 KMCCR의 권한이 종속돼 있음. 여기에 KMCCR의 독립성과 지속성의 의미가 잠재적으로 함축돼 있음.

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규모가 2009년 3월에 21% 축소되었고, 위원회의 이전 권고에도 불구하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아동 권리에 대해서 특화되지 않고 그대로임에 더욱 우려한다.

17. 위원회는 당사국이 KMCCR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정의할 것을 권고한다. 그 목적은 KMCCR에 명확한 권한을 주는 것이며, 센터 뿐 아니라 옴부즈퍼슨 체계 둘 다가 협약에 대한 침해를 효과적으로 모니터하고 조사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작동을 보장하기 위한 충분하고 독립적인 인적‧기술적‧재정적 자원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더욱이 위원회는 독립적인 인권 기구의 역할에 관한 위원회의 일반논평 2(2002)를 고려하면서,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과 지속성, 그리고 아동권의 특화를 위한 적절한 조건을 제공할 것을 당사국에 촉구한다.


자원 할당

18. 위원회는 사회적 부문의 이행을 위해 할당된 재정 자원의 증가(2008년에 비해 16.5% 향상)를 환영한다. 하지만 당사국의 경제 발전의 진전 상태란 맥락에서 보았을 때, 현 재정 자원의 할당은 가용 자원에 비례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임을 위원회는 깊이 우려하며 주목한다. 2009년 OECD 가족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26개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위원회는 협약의 이행을 위한 지자체 당국들의 가용자원의 수준에 심각한 차이가 있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한다.

19. 위원회는 당사국에 다음 사항을 권고한다:
a) 당사국의 경제발전의 진전 상태와 OECD 수준에 보다 근접하도록 협약 이행을 위해 할당된 재정 자원의 수준을 재평가하고 늘릴 것.
b) 아동의 권리를 충분히 실현하고 상이한 지자체 또는 지리적 위치에 사는 아동들 간의 격차를 방지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하여 아동권리의 관점에서 중앙과 지역의 재정자원할당을 평가할 것. 이 효과를 위해서, 부문과 지자체의 예산 요구에 대한 포괄적인 평가를 수행하고 아동권리 관련 지표에서의 격차를 점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에 예산 할당을 할 것.
c) 예산 전반에서 아동에 대한 할당과 자원의 이용을 추적하는 시스템을 이행하고 그에 따라 아동에 대한 투입에 가시성을 제공함으로써, 국가 예산의 작성에 아동권의 접근을 활용할 것. 위원회는 또한 이 추적 시스템이 소년과 소녀에게 그러한 투입이 끼친 상이한 영향의 측정을 보장함과 더불어, 어떤 부문에 대한 어떤 투입이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는지에 대한 영향 평가를 위해 사용될 것을 촉구함.
d) 가능하다면, 자원 할당의 효과성을 점검하고 평가하기 위해서 성과관리예산(budgeting-by-results)에 착수하라는 유엔의 권고를 따를 것.
e) 공적인 대화, 특히 아동들과의 대화를 통해 투명하고 참여적인 예산만들기를 보장할 것.
f) 차별해소를 위한 사회적 조치를 필요로 하는 불리하거나 취약한 아동에 대한 전략적 예산 수준을 정하고 경제위기, 자연 재해 또는 기타의 긴급상황에서도 그 예산의 수준이 보장되도록 할 것.
g) “아동 권리를 위한 자원들 – 국가의 책임”에 관한 2007년 위원회의 일반 토론의 날에 위원회가 채택한 권고를 고려할 것.


자료 수집

20. 위원회는 당사국에서 자료 수집 수행에서의 방법론적 일관성의 결여와 협약이 포괄하는 영역별 자료의 부재에 대해 우려한다. 상대적 빈곤 및 극빈 상태의 아동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빈곤상태의 아동에 대한 자료가 전혀 없다는 것과 빈곤 감소를 위한 지방 정부의 예산과 역량간의 격차를 줄이려는 조치가 없음에 우려한다.

21. 위원회는 특히 민족, 성, 나이, 지리적 위치 및 사회경제적 배경을 고려하면서 협약의 전 영역을 포괄할 수 있도록 분산된 자료를 포괄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일관된 시스템의 수립을 당사국에 강력히 권한다. 위원회는 자료에서 감지할 수 있는 경향에 대해 당사국이 여러 분야에 걸친 연구를 수행할 것을 또한 권고한다.


유포, 인식향상 그리고 훈련

22. 교과 과정에 인권의 내용이 부분적으로 포함된 것을 긍정적으로 주목하는 한편, 아동, 일반대중 및 아동과 더불어 또는 아동을 위해 일하는 전문가들 사이에 협약에 대한 인식의 수준이 낮다는 것에 대한 위원회의 우려는 여전하다.

23. 위원회는 특히 다음과 같은 조치로써 인식향상을 위한 추가적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한다.
a) 학교 교과 과정에서 아동 권리와 인권에 관한 교육을 더 많이 포함할 것.
b) 아동과 더불어 또는 아동을 위해 일하는 모든 전문가 집단에게 협약에 대한 적절한 교육을 보장할 것.
c) 협약에 대한 대중의 인식 향상을 위한 조치를 강화할 것.


국제협력

24. 위원회는 한국이 국제원조에 대한 기여를 늘려왔음을 인정하지만, 국민총생산(GNP) 대비 국제원조는 약 0.13%에 머물러 있으며 이것은 국제적으로 합의된 목표인 2015년까지 0.7%보다 상당히 낮다는 점에 주목한다.

25. 위원회는 2015년까지 국제적으로 합의된 목표인 GNP의 0.7 퍼센트를 달성할뿐더러 가능하다면 그 목표를 초과할 것을 장려한다. 또한 아동 권리의 실현이 한국과 개발도상국들이 맺은 국제협력협정의 취우선 사항이 되도록 보장할 것을 장려한다. 그렇게 함에 있어서, 위원회는 수혜국에 대한 위원회의 최종견해를 한국이 고려할 것을 제안한다.


아동 권리와 기업 부문

26. 위원회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 중 하나로 꼽히는 당사국의 기업 부문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관심을 높이고 있음을 환영한다. 그 관심은 지금으로서는 환경 문제에만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동 기준과 최저임금을 다루는 당사국의 법률의 성격에 주목하면서 위원회는 자국영토에서나 외국에서나 기업 활동의 반인권적 영향을 예방하고 완화할 포괄적인 법률 구조가 없다는 점에 주목한다. 특히 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점을 우려하며 주목한다.
a) 당사국은 강제 아동 노동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되며 따라서 아동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와 연루된 것으로 국제노동기구(ILO, 그리고 유럽의회)의 조사를 받고 있는 국가들로부터 상품을 수입하고 있다.
b) 당사국에서 발주된 사업들은 여러 국가들에서 특히 물에 대한 권리와 주거권에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토지 임대 계약을 맺거나 계획 중인 것으로 보고되었다.
c) 당사국이 체결했거나 보류 중인 자유무역협정(FTAs)에 대한 협상에 대하여 어떠한 인권영향평가도 선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7. “보호, 존중 그리고 구제”라는 기본 보고서를 채택한 2008년 유엔인권이사회 결의안 8/7과 그 문제에 관한 워킹 그룹의 신설을 요청한 2011년 6월 16일의 결의안 14/7, 두 결의안 모두 기업과 인권의 관계를 탐색할 때 아동의 권리가 포함되는지를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위원회는 당사국에 다음과 같이 권고한다.
a) 공급망 또는 협력 업체에 의해서건 간에 국내외에서 벌어지는 기업의 활동에서 반인권적인 영향을 방지하고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한국에 근거지를 둔 기업들에게 요구하는 법률 구조를 제공함으로써 효과적인 기업 책임성 모델의 채택을 증진할 것. 보고에 아동권 지표와 변수들을 포함시키는 것이 증진돼야 하며 아동권에 대한 기업의 영향에 대한 구체적 평가가 요구될 것.   
b) 강제 아동 노동으로 생산된 산물의 수입을 방지하고 자국 시장에 들어오는 생산물이 아동노동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도록 요구하는 무역 협정 및 국내법을 이용하도록 생산물 반입을 모니터할 것.
c) 자국 기업들이 외국의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도록 하며 프로젝트가 원주민에게 영향을 끼치거나 인권/아동권리 평가에 영향을 끼칠 때에는 사전에 인지된 동의의 과정을 수행하고 있는 외국의 정부와 협력하도록 조치를 취할 것.
d) 자유무역협정(FTAs)을 협상하고 결론을 내리기 전에 아동 권리를 포함한 인권 영향 평가가 수행되고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취해지도록 보장할 것.


B. 일반적 원칙(협약 2, 3, 6, 12조)

비차별

28. 위원회는 2007년 12월에 당사국의 차별금지법안이 국회 논의를 거치지 못한 채 폐기된 것과 차별에 대한 입법적 정의가 성적 지향이나 국적으로 인한 차별 금지를 명시하지 않은 것을 유감스럽게 여긴다. 더구나 위원회는 다문화‧이주자‧탈북자 출신의 아동에 대한 차별, 난민아동, 장애아동, 비혼모, 특히 청소년 비혼모에 대한 정부의 지원 조치로부터의 배제를 포함하여 당사국에서 끈질기게 지속되고 있는 차별의 복합적인 형태에 대해 우려한다.

29. 위원회는 당사국에게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a) 협약 제2조를 충실히 따르는 법률을 채택할 것을 목적으로 차별금지법을 신속히 제정할 것.
b) 인식향상, 대중 교육 캠페인을 포함하여, 취약하거나 소수자 상황의 아동을 향한 차별적 태도를 근절하고 방지하기 모든 조치를 취할 것.
c) 청소년 비혼모를 포함한 비혼모들에게 적절한 지원을 제공할 것.


생명, 생존 그리고 발달의 권리

30. 위원회는 ‘자살방지에 관한 기본계획(2004)’을 포함하여 아동과 청소년 자살문제에 임하는 당사국의 노력을 호의적으로 존중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심각하게 높은 자살률에 대한 깊은 우려는 여전하다.

31. 위원회는 구체적인 정책, 제도적 및 행정적 조치들의 지침으로 그 연구결과를 사용할 것을 목적으로, 영향받는 아동의 가족과 교육체계 둘 다에서 아동의 자살 위험 요인에 관한 연구를 수행할 것을 당사국에 촉구한다. 위원회는 또한 그러한 정책과 수단에는 영향받는 모든 아동을 위한 사회복지사의 적절한 제공과 심리상담서비스로 지원돼야만 하는 적절한 예방적 조치와 후속절차가 포함될 것을 권고한다.


아동의 최선의 이익

32. 위원회는  당사국의 아동관련 법률에서 아동이익 최선의 원칙에 관한 명시적 언급이 부족하며 아동에 관한 당사국의 정책과 프로그램 뿐 아니라 사법적 및 행정적 결정에서 아동이익최선의 원칙이 잘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에 우려한다.

33. 위원회는 아동과 관련되고 아동에게 영향을 끼치는 모든 정책, 프로그램 및 프로젝트에서 뿐 아니라 모든 입법적, 행정적 및 사법적 절차에 아동이익 최선의 원칙이 적절히 통합되고 지속적으로 적용될 것을 보장하려는 노력을 강화할 것을 당사국에 촉구한다.


아동의 견해에 대한 존중

34. 아동과 청소년이 자신의 견해를 표현하도록 국가가 조직한 회의의 성립을 환영하는 한편 당사국의 법 절차나 사회적 태도에 관한 맥락이 아동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정들에 관한 아동의 견해, 특히 15세 미만 아동의 견해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위원회의 우려는 여전하다.

35. 위원회는 아동이 자신의 견해를 표현할 권리와 아동에게 영향을 끼치는 모든 결정에서 아동의 견해가 고려되도록 할 권리를 가졌다는 것을 보장하도록 당사국이 법률의 개정을 고려할 것을 권고하며 당사국은 협약 12조에 따라야 한다는 이전의 권고를 반복한다.
(a) 아동에게 영향을 끼치는 모든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자신들의 견해를 표현할 아동의 권리를 포함하도록 아동복지법을 개정하고, 학교와 교육 체제 속에서의 훈육절차를 포함하여 법원과 행정 기구에 의한 아동의 견해에 대한 존중을 증진하고 아동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에서 아동의 견해가 청취될 것을 촉진하기 위하여 입법을 포함한 효과적인 조치를 취할 것.
(b) 아동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에서 아동의 견해가 고려되고 청취될 아동의 권리에 대하여 특히 부모, 교육자, 정부행정공무원, 사법부 및 광범위한 사회에 교육 정보를 제공할 것.
(c) 아동의 견해가 고려되는 정도와 아동의 견해가 정책, 프로그램 및 아동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의 수준에 대하여 정기적으로 검토할 것. 
(d) 아동의 청취될 권리에 관한 위원회의 일반논평 12(2009)를 고려할 것.       


C. 시민권과 자유(협약 7, 8, 13-17, 19, 37조)

출생 등록

36. 위원회는 당사국의 현재의 법률과 관행이 어떤 상황에서건 생물학적 부모에 의한 보편적 출생 등록을 제공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우려한다. 특히, 위원회가 우려하는 바는 양부모 또는 공적인 권한을 가진 사람에 의해 출생등록이 취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엔 청소년 비혼모의 상황을 포함하여, 적절한 사법적 감독 없이 사실상의 입양으로 귀결될 수 있다. 위원회는 출생 등록이 난민과 비호처를 구하거나 비정규 이주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실제적으로나 지속적으로 이용가능하지 않다는데도 우려한다.

37. 협약의 7조에 합치되도록, 위원회는 부모의 법적 지위나 출신에 상관없이 모든 아동에게 출생 등록이 가능하도록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당사국에 촉구한다. 그렇게 하는 가운데, 출생등록이 아동의 생물학적 부모를 정확히 지시하고 검증하도록 보장할 것을 또한 당사국에 촉구한다.


사상, 양심 그리고 종교의 자유

38. 학교에서의 강제 종교교육에 대한 당사국의 금지를 긍정적으로 주목하는 한편, 위원회는 종교기관이 운영하는 사립학교에서 그 학교에 자발적으로 등록하지 않을 수 있는 학생들을 포함하여 학생들의 종교의 자유를 실제적으로 계속 제한하고 있음에 우려한다. 또한 위원회는 현행 조치들이 종교의 다양성에 우호적인 환경을 적절히 촉진하지 못하거나 식사 시 지켜야 할 것들을 포함하여 특정 종교를 가진 아동의 특별한 요구나 제한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도 우려한다. 

39. 위원회는 협약의 14조 3항에 합치되도록 당사국이 실제적으로 모든 상황에서 아동의 사상, 양심 및 종교의 자유가 완전히 존중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조치들을 더 취할 것을 권고한다. 그런 조치들은 식사 시 지켜야 할 것을 포함하여 특정 종교의 특수한 요구나 제한을 정당하게 고려하며 유의하는 것으로 종교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에 이바지하는 환경을 촉진할 수 있도록 취해져야 한다.


표현과 결사, 평화적 집회의 자유

40. 위원회는 이전의 권고(CRC/C/15/Add. 197, para. 37)에도 불구하고 학교들이 여전히 학생들의 정치적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 또한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들의 참여를 배제하고, 아동이 표현과 결사의 자유를 실천해 볼 수 있는 도시 및 농촌 지역에서의 학교 밖 기회가 제한되어 있다는 데에도 우려를 표한다.

41. 위원회는 이전의 권고를 반복하며, 협약의 12-17조의 견지에서, 학교 안팎 모두에서 의사결정과정과 정치적 활동에서의 아동의 능동적 참여를 촉진하고, (i) 학교 환경을 포함하여 정치활동에 참여하거나 주도하고, (ii) 학교 위원회의 운영에 의미있는 참여를 학생들에게 허용하는 것을 포함하여, 결사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모든 아동이 완전히 향유할 수 있게끔 보장하도록 법률과 교육부의 지침과 학교 교칙을 수정할 것을 당사국에 촉구한다.


체벌

42. 위원회는 가정, 학교 및 대안적인 보호 상황에서 체벌이 지속적으로 만연돼 있다는 것에 대한 이전의 우려(CRC/C/15/Add.197, para. 38)를 반복한다.

43. 위원회는 이전의 권고를 다음과 같이 반복한다.
a) 가정, 학교 그리고 모든 기관에서 체벌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도록 관련 법률과 규율을 개정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할 것.
b) 체벌에 대한 태도를 바꿀 수 있도록 아동에 대한 잘못된 처우의 부정적 결과에 대한 공공 교육 캠페인을 시행할 것. 그리고 학교에서 체벌에 대한 대안으로서 그린 마일리지 제도를 통한 지도를 포함하여 학교와 가정에서 긍정적이며 비폭력적인 형태의 훈육을 증진할 것. 
c) 체벌의 피해자인 아동이 그 사건을 알릴 수 있는 장치를 만들 것.


학대와 방임을 포함한 아동에 대한 폭력

44. 위원회는 당사국 내에 아동에 대한 물리적 및 심리적 학대와 방임의 증가와 그런 학대를 보고해야 할 법적 의무가 협소하게 정의되어 있는 것을 우려한다. 또한 위원회는 학교 내에서 왕따(bullying)가 그 빈도와 심각성에 있어서 늘어나고 있다는 데에 대해서도 우려한다. 지역 아동 보호 센터의 설립을 환영하는 한편, 위원회는 여전히 센터의 수가 제한적이며 재정적 및 인적 자원이 불충분하다는 점을 우려한다. 위원회는 또한 학대와 방임의 피해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와 재활을 위한 지원의 제공이 불충분하다는 점을 우려한다.

45. 위원회는 당사국에 다음과 같이 권고한다.
a) 학대 보고자의 안전과 프라이버시를 정당하게 고려하는 적절한 보고 장치를 제공함으로써, 학교에서의 왕따에 대한 고려를 포함하여 아동 학대와 방임을 보고할 법적 의무를 강화하고 확대할 것. 
b) 지역 수준에서 적절한 인적, 기술적 및 재정적 자원을 할당하여 더 많은 보호기관을 설립할 것. 이런 자원할당은 보호기관의 효과적인 역할을 보장하기 위해 필수적이며, 여기에는 학대와 방임의 피해자를 위한 적절한 외상 후 스트레스와 재활 지원을 위한 제공이 포함된다.
c) 모든 형태의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아동의 권리에 관한 위원회의 일반권고 13(2011)을 고려할 것.

46. 아동 폭력에 관한 UN 사무총장의 연구(A/61/2009)를 참조하여, 위원회는 당사국에 다음을 장려한다.
a) 특히 젠더에 유념하면서, 아동 폭력에 관한 UN 연구의 권고를 이행하는 것을 포함하여  아동에 대한 모든 형태의 폭력의 근절을 최우선시할 것.
b) 다음번 정부 보고서에는 UN 연구의 권고에 대한 당사국의 이행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것. 특히 아동폭력에 대한 유엔사무총장의 특별 대표가 강조된 내용을 포함할 것. 즉, 
(i) 아동에 대한 폭력의 모든 형태를 예방하고 다룰 수 있는 포괄적인 국가 전략을 각 국에서 개발할 것. 
(ii) 모든 상황에서 모든 형태의 아동 폭력에 대하여 명확한 국내법적 금지를 도입할 것.  
(iii) 아동 폭력에 대한 데이터의 수집‧분석‧유포 및 연구 의제을 다루는 국가 시스템을 공고히 할 것.
c) 아동폭력에 대한 유엔 사무총장의 특별대표, 유엔아동기금(UNICEF), 유엔인권최고대표 사무소(OHCHR), 세계보건기구(WHO) 및 기타 관련 기구들, 특히 국제노동기구(ILO),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유엔난민기구(UNHCR), 유엔마약및범죄사무소(UNODC)와 민간단체들과 협력하고 기술적 지원을 구할 것.


D. 가정 환경과 대안 양육 (협약 5조, 18조(paras. 1-2), 9-11조, 19-21조, 25조, 27조(para. 4) 및 39조)

가정 환경 상실 아동

47. 위원회는 요보호 아동에게 가족 유형의 돌봄을 제공하고 그런 돌봄을 제공하기 위한 추가적 시설을 설립한 당사국의 노력을 환영한다. 그러나 그런 대안 양육 기관에 대한 평가가 단지 그러한 시설의 행정적인 운영만을 평가하고, 양육의 질, 기술과 전문적인 훈련, 제공된 처우를 평가하지 않는 것에 우려한다. 더불어 위원회는 그런 기관에서의 학대 또는 방임 사건을 다루기 위한 진정 절차에 대한 정보가 부족함에 대해 우려한다. 또한 위원회는 부모와의 교류가 단절된 아동을 위한 추적 시스템의 부재에 대해 우려한다.

48. 위원회는 당사국에 다음과 같이 권고한다. 
a) 양육의 질, 관련 전문가들에 대한 아동의 권리를 포함한 정규 훈련, 협약 제25조에 부합하여 대안 양육을 제공하는 공적 및 사적 기관에서 아동에게 제공되는 처우의 유형에 대한 체계적이고 정기적인 점검을 보장할 것.
b) 대안 양육 환경에서의 아동 학대에 대한 진정 접수와 조사 및 기소를 위한 절차를 보장할 것. 그리고 학대의 피해자가 진정 절차, 상담, 의학적 치료 및 기타 적절한 회복을 위한 지원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 
c) 대안 양육 환경의 아동에게 부모와 교류하고 교류를 유지할 수 있기 위한 적절한 지원을 제공할 것.
d) 2009년 11월 20일 채택된 유엔 총회 결의안 A/RES/64/142에 포함된 ‘아동의 대안 양육에 관한 지침’을 충분히 고려할 것.


입양

49. 발효되면 입양에 대해 가정법원의 승인 결정을 요구하도록 한 당사국의 입양특례법과 민법의 개정을 긍정적으로 보는 한편, 위원회는 해당 법이 시행되기 이전의 중간 기간 동안 아동의 입양에 대해서 우려된다. 위원회는 또한 다음에 대하여 우려한다.
a) 입양에 관해 규제 감독하도록 명확하게 위임받은 중앙 당국의 부재와 해외입양 절차에 개입할 당사국의 소관 당국의 의무를 명시한 법률의 부재
b) 입양아동이 13세 미만일 경우 아동의 의사청취의 부재
c) 청소년 비혼모로부터 태어난 아동의 압도적인 대다수가 입양 보내진다는 점 그리고 청소년 비혼모의 부모 또는 법적 후견인이 청소년 비혼모의 동의 없이 입양을 위한 아동의 양도를 승인하도록 허용되어 있는 점
d) 입양 후 가용서비스의 결핍, 특히 해외 입양된 아동 그리고 그들의 생물학적 출신에 관한 정보를 찾고 있는 사람들이 맞닥뜨리는 언어적 어려움에 관련된 것을 포함한 조치의 부족
e) 당사국이 해외 입양과 관련 ‘아동의 보호와 협력에 관한 1993년 헤이그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것

50. 위원회는 당사국이 위에 언급한 해당 법의 시행 이전의 입양에 대해 적절하고 상당한 보호가 제공되도록 보장하기에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게 취할 것을 권고한다. 또한 위원회는 당사국이 협약의 원칙과 조항에 완전히 부합되도록 법률을 개정할 목적으로 해외 입양 제도를 재고할 것을 촉구한다. 특히 협약 21조와 다음 사항에 대해서 그러하다.
a) 헤이그 협약의 6조에 부합하도록 한국의 ‘중앙입양정보원’이 효율적으로 그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적절한 인적, 기술적 및 재정적 자원과 더불어 명확한 권한을 규정할 것. 그리고 해외에 입양되어 한국어에 익숙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의 이러한 시설에 대한 실제적인 접근을 보장할 수 있는 입양 후 서비스의 제공에 관한 것을 포함할 것. 
b) 입양 과정에서 나이와 성숙도를 고려하여 아동의 견해에 합당한 비중이 주어지고 아동의 최선의 이익이 최우선의 고려사항이 되도록 보장할 것.
c) 자녀를 입양 보낼 때 청소년 비혼모의 동의가 필수적이도록 보장하고 그러한 동의가 사실상 또는 실제적인 강요하에서 획득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조건을 제공할 것.
d) 해외 입양의 경우를 포함하여 모든 입양이 사법적 감독과 규제를 제공할 수 있는 적절한 역량을 가진 명확한 권한의 중앙 당국에 의한 승인을 따르도록 보장하는 조치를 이행할 것.
e) 해외 입양과 관련 ‘아동의 보호와 협력에 관한 1993년 헤이그 협약’의 비준을 고려할 것.


E. 장애, 기초 보건 및 복지 (협약의 6조, 18조(para. 3), 23조, 24조, 26조, 27조(paras. 1-3))

장애 아동

51. 위원회는 장애아동복지지원법과 장애 아동 재활 프로그램 및 장애 아동이 있는 가족을 위한 양육지원 프로그램을 환영한다. 그러나 위원회는 정부의 장애 아동 지원이 단지 저소득층 가족에게만 제공되고 물리치료와 직업 훈련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우려한다. 위원회는 특수 교육 교사와 지도자가 부족하여 장애 아동, 특히 여아가 교육을 받을 때 당면하는 어려움과 장애 아동 대다수가 비장애아동과 분리된 특수학교나 학급에서 교육을 받는다는 것에 대해 더욱 우려한다. 

52. 위원회는 2006년 채택된 장애아동의 권리에 관한 위원회의 일반논평 9호(CRC/C/GC/9)를 고려할 것을 당사국에 촉구한다. 그리고 다음 사항을 촉구한다.
a) 모든 장애 아동에게 적합한 지원을 제공할 것.
b) 장애아동의 교육에 대한 접근을 촉진하고 특수 교육 교사의 수를 늘릴 조치를 취하며 나아가 장애아동의 교육적 필요가 완전히 채워지도록 보장하기 위하여 교사와 학교 감독자에게 적절한 훈련을 제공하는 조치를 강화할 것.
c) 특히 적절한 예산과 인력을 제공함으로써, 장애인특수교육법을 보다 효과적으로 시행할 것.
d) 가능하면 언제든지 통합교육이 장애아동에게 제공될 것을 보장할 것.


건강과 보건 서비스

53. 위원회는 당사국의 건강관리 예산과 건강 보험의 제공을 위한 특별예산의 할당이 증가한 것을 환영한다. 또한 영유아 건강 검진 및 예방접종을 강화하려는 노력 뿐 아니라 저소득 가정을 위한 의료 지원 프로그램과 공공 금연 캠페인 역시 환영한다. 그러나 위원회는 이러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당사국의 건강관리 예산이 전체 예산 중 낮은 비율에 머물러 있는 것에 대해 여전히 우려한다. 더욱이 위원회는 대형 의료 센터와 작은 지역 병원간의 소아 의료 및 응급 의료의 가용성과 질의 격차에 대해서 우려한다.

54. 위원회는 건강 할당 재정을 의미있는 수준으로 높이고 저소득층 가족이 무상으로 의료 체계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건 및 공공 의료 시설 체계를 수립하라는 당사국에 대한 이전의 권고(CRC/C/15Add.197, para. 49 (a))를 반복한다. 위원회는 나아가서 전국적으로 소아 의료 및 응급 의료의 제공을 위하여 중소규모의 지역 병원들에게 재정적, 기술적 및 인적 자원을 늘려서 제공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당사국에 권고한다.


정신 건강

55. 위원회는 아동의 정신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당사국의 노력, 특히 전국적으로 32개의 정신보건센터를 설립한 것을 환영한다. 그러나 위원회는 당사국의 전반적인 아동의 정신 건강 상태가 악화되어온 것 그리고 아동사이에서, 특히 여아들 사이에서 우울증과 자살률이 증가해온 것에 대해 우려한다. 위원회는 또한 자살의 조기 발견 및 예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진단 도구의 실행에 주목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진단 도구가 아동의 프라이버시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음에 대해서 우려한다.

56. 위원회는 아동들의 우울증과 자살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연구에 기반한 아동 정신 건강 관리 정책을 개발하는 조치를 취할 것, 그리고 자살충동 행동, 특히 여아들의 자살충동 행동의 효과적 예방을 보장하기 위하여, 정신건강의 증진과 예방 활동, 외래 및 입원 환자의 정신보건서비스를 포함하여 종합적인 서비스 체계를 발전시키는데 투자할 것을 당사국에 권고한다. 그렇게 함에 있어서, 위원회는 아동의 시설 수용을 최대한 삼갈 것을 당사국에 장려한다. 더 나아가, 자살의 발견 및 예방을 위한 진단 도구를 사용함에 있어서, 위원회는 당사국이 그 진단도구가 아동의 프라이버시권 및 적절하게 진찰 받을 권리를 전적으로 존중하는 방식으로 적용될 것을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안전장치를 수립할 것을 권고한다. 상기의 것들을 시행하는 한편, 위원회는 정신보건적 접근에 부가적으로, 또는 적절한 경우에는 대안적으로 자살에 관련된 사회적 및 가족적 요인들을 검토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청소년 보건

57. 위원회는 한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텔레비전 아동 프로그램 방영 시간에 다과류를 생산, 가공, 수입, 유통, 또는 판매하는 기업의 고열량 저영양 식품에 대한 광고 방영을 금지할 수 있다는 점을 호의적으로 주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의 아동이 건강에 해로운 영양 섭취로부터 초래되는 아동기 비만 및 여타의 건강상 문제들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서 우려된다. 위원회는 한국의 아동과 청소년의 흡연율과 음주율이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으며 인터넷 중독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에 대해 한층 더 우려한다.

58. 더욱이 위원회는, 성교육 프로그램의 의무적인 시행 계획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학교에서 성 및 출산 보건에 대한 체계적이고 정확한 교육이 부족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음에 우려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위원회는 또한 청소년들 사이에서 계획되지 않은 임신율이 높은 것과 이에 상응하여 그러한 상황에 처한 청소년들 사이에서 임신중절의 비율이 높은 것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

59. 위원회는 대중매체를 이용하는 것을 포함하여, 담배와 술, 인터넷 중독의 건강상의 위험에 대한 인식을 증진시키기 위한 정보와 교육 캠페인을 증진시킬 것을 당사국에 촉구한다. 그런 가운데, 당사국은 그러한 캠페인이 청소년의 구체적 상황을 고려하며 건강한 생활양식을 이끌고 균형잡힌 소비 양식을 실천할 청소년의 역량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도록 보장할 것, 그리고 아동의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건강에 해로운 음식의 매매를 규제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 장려된다. 또한 위원회는 당사국이 학교 교육과정에서의 성교육 프로그램이 체계적이고 신뢰할 만한 방식으로 수행되도록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한다.


사회 보장과 생활수준

60. 위원회는 헌법 제 34조 3, 4, 5항에 따라, 여성과 노인, 청소년의 복지를 증진시키려는 당사국의 계획을 환영한다. 하지만 위원회는 헌법이 아동의 복지를 증진할 의무를 명문화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 우려한다.

61. 위원회는 아동의 복지를 위해 적절한 수준에서 명확하고 의무적인 재정 할당을 포함하도록 법 개정을 고려할 것을 촉구한다. 당사국은 빈곤을 줄이고 모든 아동의 생활수준을 개선하기 위한 프로그램에서 평등과 형평성을 보장해야만 한다. 


F. 교육, 여가 그리고 문화 활동 (협약의 28, 29, 31조)

직업 훈련 및 생활지도를 포함한 교육

62. 당사국의 학생의 스트레스를 낮추기 위한 노력과 아동의 놀이와 오락과 문화 활동의 가능성을 보장하려는 프로그램의 채택에도 불구하고, 위원회는 당사국의 교육체제에서 여전히 현저한 심각하게 경쟁적인 환경에 대해 우려한다. 위원회는 또한 교육과정 이외에서 이루어지는 추가적인 과외에 아동들이 광범위하게 등록하고 있는 것, 특히 그 결과 아동이 심각한 과잉의 스트레스와 신체적 및 정신적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겪고 있음에 대해 우려한다. 나아가서, 위원회는 이미 존재하는 사회경제적 불균형이 그러한 과외의 재정적 비용 때문에 증대되는 것과 과외가 아동의 여가 및 문화 활동에 대한 권리의 충분한 실현을 방해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담아 주목한다. 위원회는 또한 왕따(bullying)의 가혹함과 빈도가 증가하는 것, 특히 외국 출신의 아동들에 대한 왕따, 그리고 이러한 왕따를 행하는 데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

63. 위원회는 당사국에 다음과 같이 권고한다.
a) 현재의 교육 시스템과 관련된 시험 제도를 교육의 목적에 관한 협약 29조와 위원회의 일반논평 1호(2001)에 근거하여 평가할 것.
b) 교육과정 외 사교육에 대한 광범위한 의존과 그 귀결인 고등교육에 대한 접근의 불평등의 근본 원인에 대처할 목적으로 공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증진할 것. 
c) 협약의 31조에 부응하여, 적절한 여가, 문화 및 오락 활동을 향유할 아동의 권리를 보장할 것.
d) 당사국의 다음 번 보고서에, 포함(inclusion)을 위한 학교 접근성에서의 평등 성취와 관련된 구체적 성과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할 것. 
e) 외국 출신의 아동에게 관심을 기울이면서 왕따에 대처하는 조치와 왕따의 감소를 목적으로 한 계획에 아동의 참여를 보장할 조치를 강화할 것. 이러한 조치들은 휴대전화와 온라인 가상 만남에 의한 것을 포함하여, 교실 밖 또는 학교 운동장에서의 새로운 형태의 왕따와 괴롭힘(harassment)을 또한 다뤄야만 한다. 


G. 특별 보호 조치 (협약의 22, 30, 38, 39, 40, 37 (b)-(d), 32-36조)

비호 신청과 난민 아동

64. 위원회는 당사국의 법률이 그 영토 내에서 태어난 난민과 비호 신청 아동에게 시민 지위의 서류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비호 신청자와 인도적 지위 보유자의 아동의 취약한 상황이 노동시장 접근에 제약이 있고 생계 지원이 부족한 그 부모의 상황 때문에 더욱 악화되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 위원회는 또한, 학교 입학이 부모(들)의 이주민 지위에 영향을 받는 것 때문에 난민과 비호 신청자의 아동이 교육 접근에 제한을 받는 것을 포함하여, 난민의 사회통합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의 부재를 우려한다. 나아가서 위원회는 난민 또는 비호 신청자들과 직접 접촉하는 공무원들에게 제공되는 난민의 권리에 관한 훈련이나 교육 프로그램이 부족한 점에 대해 우려한다.

65. 위원회는 난민과 비호 신청자의 아동을 포함하여, 당사국의 영토 안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에게 주민등록을 제공할 것을 당사국에 촉구한다. 또한 위원회는 비호 신청자와 인도적 지위 보유자의 가족들에게 충분한 재정적 및 사회적 원조를 제공할 것과 그러한 상황의 아동이 당사국의 국민과 동등한 교육 접근성을 제공받도록 보장할 것을 장려한다.
더불어 위원회는 당사국이 공무원들에게, 특히 난민과 비호 신청자와 접촉하는 있는 경우에, 난민의 권리에 관한 특별한 훈련을 제공할 것을 촉구한다.

66. 더욱이 위원회는 당사국의 이주법 하에서는 난민과 비호 신청자와 동행 없는 아동이 구금될 수 있다는 것을 깊이 우려한다. 위원회는 그러한 구금이 발생했을 때, 아동에게는 부적합한 시설이며 송환 명령의 집행이 지연될 경우 법적인 시한이 없는 그러한 구금에 대한 주기적이고 시기적절한 재심을 보장할 법조항이 전무한 것에 대해 더욱 우려한다.

67. 위원회는 당사국이 난민과 비호 신청자나 동행 없는 상태의 아동의 구금을 삼갈 것을 촉구한다. 송환시키는 경우에는, 그러한 상황의 아동이 가능한 최상의 정도로 아동의 권리에 민감하며 권리를 존중하고 시기적절한 정기적 재심과 명확하게 규정된 시한을 따르는 시설에 수용되도록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


이주 상황의 아동

68. 위원회는 한국 생활에 외국인의 통합을 촉진하는 2007년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의 채택과 불법이주자 아동의 학교 입학과 전학을 허락하는 2008년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의 개정을 환영한다. 그러나 위원회는 이주 아동의 학교 출석률이 여전히 낮다는 점을 우려한다. 위원회는 자녀의 초중등 교육 이수를 부모에게 보장하도록 하는 당사국의 법률이 한국의 국민이 아닌 부모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우려한다.

69. 위원회는 불법이주자의 자녀를 포함한 이주아동이 실질적으로 교육에 접근하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정책과 전략을 개발하고 채택하길 당사국에 권고한다. 위원회는 또한 당사국이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을 비준하고 국내법이 그 협약의 조항과 합치하게 만들것을 장려한다. 


아동노동을 포함한 경제적 착취

70. 위원회는 아동을 착취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2005년 청소년 노동 보호 종합 대책’의 마련을 환영한다. 그러나 본 위원회는 다음에 관해서 우려한다.
a) 노동하는 아동의 증가
b) 아동을 고용하는 고용주가 만 15세 이상의 아동의 야간노동과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받는 것을 포함하여 근로기준법상의 미성년 노동자를 위해 만들어진 기준을 흔히 충족시키지 않는 것.
c) 쉬는 시간을 무임금으로 처리하는 등의 변칙적인 노동 관행을 규제하는 법 조항의 불충분
d) 노동 감독이 불충분한 것.
e)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언어폭력과 성폭력, 폭행으로 인해 더욱 악화되는 노동 아동의 문제
f) 연예인과 성적 대상으로 고용되는 아동 수의 증가.

71. 위원회는 당사국에 권고한다.
a) 아동 노동을 유발하는 사회경제적 근본 요인을 다루는 조치를 취할 것.
b) 야간노동 금지에 대한 효과적인 법률시행과 최저임금 지급을 포함하여 만 18세 미만자의 노동 조건에 대해 수립된 기준이 엄격하게 시행되도록 보장할 것.
c) 변칙적인 노동 관행을 규제하는 추가적인 법 조항을 제정할 것.
d) 노동환경의 모든 측면에 대한 포괄적인 감시를 보장하기 위한 노동 감독을 증진할 것.
e) 노동환경에서 폭력과 성적 괴롭힘을 다루고 방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조치의 제공을 보장하고 그러한 문제가 부각되는 경우 책임성과 재활을 위한 효과적인 장치의 가용성을 보장할 것.


성적 착취

72. 위원회는 2008년 청소년 성 보호법의 개정을 환영한다. 이 개정안은 아동 성착취에 대한 자료를 정기적으로 수집하고 피해지에게 긴급 생활 지원과 법적 및 의료 지원과 직업 훈련을 제공하고 있다. 위원회는 또한 아동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해바라기아동센터와 원스톱지원센터의 설립과 상담, 보호 및 치료의 제공을 환영한다. 그러나 본 위원회는 다음에 대해 여전히 우려한다.
a) 당사국에서 아동에 대한 성폭력의 급격한 증가와 높은 비율의 포르노그라피의 소비
b) 아동성착취에 대한 낮은 기소율
c) 남성, 소년 또는 외국어 사용자를 위한 피해자 재활 서비스의 부족
d) 성폭력 발생률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범죄 방지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예산 할당의 삭감.

73. 위원회는 당사국의 국내법이 본 협약 35조와 아동매매, 아동 성매매, 그리고 아동 포르노그라피에 관한 선택의정서의 2조와 3조에 합치되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한다. 위원회는 특히 다음 사항을 권고한다. 
a) 아동에 대한 성폭력을 방지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
b) 아동을 성적으로 착취할 목적으로 한 제공, 전달 또는 갖은 수단을 통한 수락에 해당하는 모든 행위를 처벌함으로써 아동에 대한 성착취를 효과적으로 기소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
c) 아동성범죄자에 대한 제재가 범죄의 심각성과 균형을 이루고 형사사법시스템 내에서 이뤄지도록 보장할 것.
d) 형사 책임으로부터의 어떠한 면제 없이, 성범죄자의 재활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
e) 인신매매와 성착취 피해자의 가장 공통적인 출신국을 고려하여 다언어 체제를 포함하여 소녀 뿐 아니라 소년에게도 재활 서비스를 제공할 것.


인신매매

74. 위원회는 성적 인신매매 방지를 위한 종합계획의 채택을 환영한다. 그러나 위원회는 당사국의 법률이 모든 종류의 인신매매를 처벌함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여성과 아동이 성적 착취와 강제 노동을 목적으로 한국으로부터, 한국을 경유하여, 또한 국내에서 계속 인신매매되고 있다는 것에 우려한다. 위원회는 특히 인신매매자에 대한 기소와 유죄율이 낮은 것에 우려한다.
   
75. 위원회는 한국정부가 아동 매매, 인신매매, 유괴를 저지른 자들이 그 범죄에 대해 책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 더 나아가 위원회는 한국정부가 유엔의 ‘초국가적범죄조직협약’을 보충하는 ‘인신매매 특히 여성 및 아동의 매매 예방, 억제, 처벌의정서’의 비준을 고려할 것을 촉구한다.


아동의 매매, 성매매 및 아동 포르노그라피에 관한 아동권리협약 선택의정서

76. 위원회는 의정서 2조와 3조에 해당하는 모든 위법행위가 한국정부의 법률에 적절하게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한 우려(CRC/C/OPSC/KOR/CO/1, para. 30)를 반복한다. 나아가, 위원회는 앞서(35번 문단) 언급했듯이 제 3자에 의한 아동의 출생신고를 방지할 조치의 부재가 아동 매매로 귀결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 위원회는 의정서 3조 1항에 관련된 위법행위가 대한민국 국적자나 대한민국 거주자에 의해서 발생했을 때, 혹은 위법행위의 피해자가 한국인일 때 그 범죄에 대해 역외관할권을 수립하기 위한 조치에 관해 어떤 정보도 제공되지 않았다는 우려(CRC/C/OPSC/KOR/CO/1, para. 38)를 반복한다.

77. 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권고를 반복한다.
a) 한국의 국내법이 의정서 2조와 3조에 완전히 합치되도록 보장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
b) 의정서 4조 2항의 견지에서, 의정서에 언급된 범죄행위가 대한민국 국적자나 거주자에 의해서 자행되거나 혹은 그 피해자가 한국인일 때 역외관할권을 수립하기 위해 필요한 입법 조치를 취할 것.


아동의 무력분쟁 관여에 관한 선택의정서

78. 위원회는 만 18세 미만자의 강제 징집 또는 적대행위 관여를 범죄화하는 구체적인 조항이 전혀 없다는 것에 대한 우려(CRC/C/OPAC/KOR/CO/1, para.12)를 반복한다.

79. 위원회는 당사국에 대한 권고를 다음과 같이 반복한다.
a) 아동의 징집과 적대행위 관여에 관한 의정서의 조항 위반을 법으로 명확하게 금지할 것. 
b) 모든 법률이 의정서 조항에 완전히 부응할 것을 보장할 것(CRC/C/OPAC/KOR/CO/1).
c) 모든 군사 규범, 교범 및 여타의 군사적 명령이 의정서의 조항과 정신에 부합되도록 보장할 것(CRC/C/OPAC/KOR/CO/1, para.13).


소년 사법 행정

80. 위원회는 높은 재범률을 포함하여 청소년 비행과 높은 범죄율의 지속적인 증가에 대해 우려한다. 위원회는 또한 이런 상황전개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그러한 상황에 처한 아동이 발생하는 근원을 다루기보다는 아동 범죄자의 사회 재통합을 목표로 한 효과적인 조치 대신에 성인들이 구금되는 구금 시설에 아동을 구금하는 것을 포함하여 오로지 징벌적인 조치에만 치중하는 방식을 취했다는 것에 우려하며 주목한다. 
더불어 위원회는 청소년 전담 검사의 임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만, 소년사법에서 그들의 효과적인 전문화를 허용하는 상황이 제공되지 않기에 청소년 전담 검사의 기능을 적절하게 수행할 수 없다는 것에 우려한다.

81. 위원회는 높은 재발률과 청소년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를 제공할 것을 당사국에 요구한다. 그렇게 함에 있어, 위원회는 특히 협약 37, 39, 40조와 소년사법집행에 관한 유엔 최소기준(베이징 규칙), 소년비행방지를 위한 유엔 지침(리야드 가이드라인), 자유를 박탈당한 소년의 보호에 관한 유엔 규칙(하바나 규칙), 형사법시스템에서 아동에 대한 조치에 관한 비엔나 지침, 그리고 소년사법에서 아동의 권리에 관한 위원회의 일반 논평 10호(2007) 등 여타의 관련 기준들에 소년사법체제가 부합되도록 할 것을 당사국에 요구한다. 특히 위원회는 다음 사항을 촉구한다.
a) 당사국 전역에 적절한 인적, 기술적 및 재정적 자원을 갖춘 소년 전문 법원을 설립할 것.
b) 형법 위반으로 고발된 아동에게 소송절차의 초반과 법적 절차 전반에 걸쳐 적절한 법적 원조와 기타의 원조를 제공할 것.
c) 자유를 박탈당하거나 재활 센터, 혹은 구금시설에 있는 아동을 절대로 성인범과 함께 있지 않도록 하며, 그들이 안전하고 아동 배려적인 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고, 정기적으로 가족과 연락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며 음식, 교육, 그리고 직업 훈련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할 것.
d) 자유를 박탈당한 아동의 거취 결정에 대한 정기적인 재검토를 보장할 것.
e) 구금을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할 것을 보장하며 가능한 한 전환, 보호관찰, 상담, 사회봉사, 집행유예 등 자유를 박탈하는 것 외의 다른 대안 조치들을 활성화할 것.
f) 유엔 청소년사법정의에 관한 기구 간 패널과 UNODC, UNICEF, OHCHR 및 비정부기구들을 포함한 패널의 구성원들이 개발한 기술적 지원수단들을 사용하고, 패널의 구성원들에게 소년사법의 분야에 있어 기술적 지원을 구할 것.


범죄 피해자와 증인에 대한 보호

82.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법’에도 불구하고 피해아동 혹은 만 16세 미만의 증인을 비디오 녹화를 통해 증언을 하게 하는 것, 성범죄 피해아동에 대한 심문과 법적 절차는 다음의 이유로 부적절하다.
a) 피해자와 증인은 공무원들이 녹화에 익숙지 않기에 증언을 빈번히 반복해야 하고
b) 법원은 비디오의 유효성을 자주 인정하지 않으며
c) 피해자와 증인은 적절하게 그들을 배려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주 반대심문의 대상이 되며
d) 가해자와의 재회가 피해자의 동의 없이 요구되기도 하며
e) 피해자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안전장치가 부적절하며
f) 피해자는 자주 경찰관이나 의료진 등 공무원에 의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g) 피해자를 다루는 의료 또는 법 집행 전문가에 의한 피해자에 대한 언어폭력의 사례가 보고된 바 있기 때문이다.

83. 위원회는 더욱 아동 친화적인 절차상 규칙을 개발하고, 피해아동이 그들의 프라이버시와 존엄성에 대해 보다 큰 존중을 받게 보장하길 권고하며, 한국정부가 적절한 법 조항과 규칙을 통해 학대, 가정 폭력, 성적 혹은 경제적 착취, 유괴, 인신매매 등과 같은 모든 범죄의 피해자이자 증인인 아동에게 협약이 요구하는 보호를 제공할 것을 보장할 것, 그리고 한국정부가 ‘아동피해자와 증인이 관여된 사건 사법에 관한 유엔지침’(경제사회이사회 결의안 2005/20에 첨부)을 충분히 고려할 것을 촉구한다.



H. 국제 인권 조약의 비준

84. 위원회는 한국 정부에게 아동 권리의 실현을 더욱 강화하기 위하여,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과 “강제실종으로부터 모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약”을 포함한 모든 핵심 인권 조약을 비준하기를 장려한다.


I. 지역 및 국제 기구와의 협력

85. 위원회는 한국 정부를 포함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에서 본 협약과 여타 인권 조약의 이행을 위해 한국 정부가 아세안 여성과 아동 위원회와 협력할 것을 권고한다.


J. 후속 조치와 배포

86. 위원회는 특히, 적용 가능할 때마다, 적절한 고려와 더 나은 행동을 위하여 이 권고를 정부의 구성원, 국회, 지방 의회 및 기타 지방 정부에 보냄으로써, 이 권고들이 완전히 이행될 것을 보장하도록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한다.

87. 위원회는 더 나아가 본 협약과 그 이행에 대한 토론과 인식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제출한 3, 4차 합본 정기 보고서와 서면 답변, 그리고 위원회가 채택한 관련 권고(최종견해 포함)들이  광범위한 대중, 시민사회조직, 청소년 단체, 전문가 집단과 아동에게 인터넷(그러나 인터넷에 국한되지 않는)을 통하는 등 한국어로 널리 이용 가능할 수 있도록 하길 권고한다.


K. 차기 보고서

88. 위원회는 5차와 6차의 합본 정기 보고서를 2017년 6월 19일까지 제출할 것과 그 보고서에 이 최종 견해의 이행상황에 관한 정보를 담을 것을 부탁한다. 위원회는 2010년 10월에 채택된 보고서 작성 지침(CRC/C/58/Rev.2)에 유념할 것과 차기 보고서가 지침에 따라 60쪽을 넘으면 안 된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위원회는 당사국에게 지침에 맞춘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촉구한다. 분량 제한 이상의 보고서가 제출될 경우, 당사국은 위에 언급된 지침에 맞춰 보고서를 재고하고 다시 제출할 것을 요청받게 된다. 위원회는 당사국이 지침에  맞추지 않은 보고서를 재검토 뒤 다시 제출하지 않는다면, 조약 기구의 검토를 목적으로 한 보고서의 번역이 보장될 수 없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신고
Posted by 공현
걸어가는꿈2011.09.09 19:01

서울시교육청의 서울학생인권조례 초안에 관한 논평



9월 7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서울학생인권조례 '교육청 초안'(이하 교육청안)을 발표했다. 먼저 우리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검찰의 수사를 받는 와중에도, 서울시교육청이 초안을 발표하고 공청회를 열며 서울학생인권조례 제정의 의지를 보이는 것을 환영한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개인의 거취와 무관하게 더 나은 교육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과제이다. 또한 서울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 성사는 학교에서 학생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서울시민들의 뜻임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학생인권조례 제정과 인권이 살아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이후에도 차질 없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교육청안은 체벌 금지의 범위를 학교 뿐 아니라 학원으로까지 넓히고 있다. 또한 학습권과 관련한 조항에서, 경기도학생인권조례 등과 비교해서 진일보한 면이 엿보인다. 학생들이 다른 학생과 비교되지 않고 정당하게 평가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하여 경쟁적인 상대평가를 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한 것, 그리고 과도한 선행학습 실시나 요구를 금지한 것 등이 그러하다. 학생회를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기구로 위상을 강화한 점, 학생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한 점, 학생인권옹호관의 직권조사가 가능하도록 명시한 점 등에서도 학생인권조례가 더 실효성 있게 시행되도록 하기 위한 성실한 고민이 엿보인다.

그러나 교육청안은 많은 부분 실망스럽기도 하다. 인권의 기준에 비추어볼 때 부족한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교육의 목적상 필요한 경우"라는 포괄적인 이유로 인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3조는 학생인권 침해를 정당화하는 대표적인 독소 조항이 될 수 있다. 또, 학생이 학교의 생활교육방침과 학교의 규율을 준수하여야 한다고 한 5조의 2안 역시 무조건적으로 준법을 요구하며 인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우려가 있다. 학생이 타인의 인권을 침해한 경우 관련 법령과 학칙에 따른 책임을 진다고 명시한 조항 역시 걱정스럽다. 왜 교육감, 학교장, 교직원 등이 타인의 인권을 침해한 경우 관련 법령과 학칙에 따른 책임을 진다고 하지는 않으며 학생에게만 그러한 책무를 부과하는가? 교육의 장인 학교에서 법령에 따른 책임을 먼저 적용하는 것은 과연 교육적일 것인가?

세부적인 권리 부분에서도 교육청안에는 몇 가지 심각한 문제점들이 있다. 첫째, 차별금지 조항에서 성적 지향과 성정체성을 차별 사유 예시에서 명시하지 않고 있다. 이는 국가인권위원회법과 경기도학생인권조례 등에도 명시하고 있는 차별 금지 사유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이를 명시하지 않은 것은 일부 종교 세력 등의 반인권적․차별적 주장을 의식해서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차별을 받아도 된다면, 그건 제대로 된 인권 보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학교 안에서 많은 차별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를 금지한다고 선언하고 실천하도록 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성적 지향과 성정체성을 차별 사유 예시로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

둘째, 두발복장자유화와 관련하여 이를 학칙 또는 학생회 규제로 규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두발복장의 자유는 개인에게 속하는 개성실현권으로, 이를 제한하여야 할 합당한 이유가 없이 학칙 또는 학생회 규제로 규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반인권적이다. 이는 학교 현장에서는 자의적 두발복장규제를 정당화하는 결과를 낳을 우려가 크며, 길이 규제만이라도 분명하게 금지한 경기도학생인권조례보다도 후퇴한 것이다.

셋째, 휴대전화 및 전자기기 사용을 포괄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안을 거론하고 있다. 교육청안 15조 사생활의 자유 조항에서는 휴대전화 규제와 관련하여 2가지 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 1안은 휴대전화 및 전자기기의 사용 및 소지를 교육활동과 수업권 보장이라는 사유로 포괄적으로 규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소지 자체를 금지할 순 없고 수업시간 중 사용에 관해서만 학칙에 의해 제한할 수 있게 한 주민발의안이나 수업시간 등 정당한 사유에 따라 제한할 수 있게 한 경기도학생인권조례보다도 불합리한 안이다. 휴대전화 및 전자기기 사용은 수업시간과 같은 경우 필요최소한으로 규제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

넷째, 집회의 자유에 관해서도 부당한 제한을 둘 소지를 가지고 있다. 교육청안에서는 집회의 자유에 관해서도 2가지 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 1안에서는 집회의 자유를 "교육상 목적을 위해" "시간, 장소, 방법을 제한"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의 집회에 대해 사실상의 허가제를 정당화해주는 반인권적 조항이 될 수 있다. 또한 2안 역시 "정규의 교과과정을 방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집회의 자유를 가진다고 하고 있어서 학생들의 집회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할 위험이 있다.

다섯째, 학생자치의회 운영의 실효성을 보완하고 더 다양한 학생들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교육청안에 따르면 학생자치의회는 초중고에서 각 1인씩, 학생회 중에서 뽑아서 구성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결국 1200여명의 학생들이 학생자치의회를 구성하며, 재적의 과반인 600명 이상의 학생들이 모여야 학생자치의회 활동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공간, 재정 등 여러 여건상 이런 조건으로는 학생자치의회가 얼마나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교육청안에서 정하고 있는 연 1회 정기회의 외에는 제대로 열지도 못하고, 소수 학생들의 스펙 쌓기에 도움이 되는 들러리 기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느낀다. 학생자치의회가 실질적인 참여기구로 활성화될 수 있는 보완 방안이 필요하다. 학생회 임원들 중에서 뽑다보면 일부 학생들이 과대대표될 수 있는 현실도 고려하여, 다양한 소수자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 역시 필요하다.


서울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가 최종적으로 성사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우리 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 서울본부는 서울시교육청의 서울학생인권조례 제정 움직임이, 시간적으로나 내용상으로나 주민발의안의 의미를 퇴색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늦어도 올해 10월에는 제정되어야 하반기 중에 학칙 개정 등의 작업을 마치고 내년에 본격적으로 학생인권조례를 원활하게 시행할 수 있다. 때문에 우리는 서울시교육청이 서울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더 서두를 것을 요구한다. 또한 서울시교육청의 서울학생인권조례안이 성적 지향 및 성정체성 차별 금지 명시, 두발복장규제에 대한 자의적 규제 금지 등등 우리가 지적한 여러 문제들을 보완하여 더 좋은 학생인권조례안으로 발의될 것을 기대한다.

 


 


2011.09.08.


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 서울본부

저작자 표시 비영리
신고
Posted by 공현
걸어가는꿈2011.08.31 17:50

어느 고등학교 동아리에서 청소년들, 중고등학생들의 운동에 관해서 교육해달라는 부탁을 받아서 쓴 글입니다 ^^;;





청소년인권운동, 온라인에서 거리로


  한국의 저항적인 청소년운동의 역사는 거슬러 올라가면 일제시대까지도 얘기해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청소년들의 인권과 권익을 주장하는 운동과 직접적으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운동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90년대 중반이었다.


온라인에서 모이다

  그 시작은 온라인 PC통신과 인터넷이었다. 첫 발단은 아주 작은 움직임이었다. 1995년, 강원도 춘천에 사는 "최우주"라는 고등학생이 강제적으로 자율학습․보충수업을 시키는 것이 학생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게시판에 올리면서, PC통신에서는 학생인권에 관한 뜨거운 이야기들이 오가기 시작했다. "최우주 군의 학교 문제, 함께 따라가봅시다."라는 토론방이 개설되었고 그 자리에서 학생들은 자신들이 겪고 있는 인권 문제를 토로하고 토론을 진행해갔다.
  그 결실로 1995년 12월경, PC통신 <하이텔>에 "중고등학생복지회"(학복회)가 만들어졌고 이어 PC통신 <나우누리>에도 학복회가 생겨났다. 학복회는 온라인 모임에서 시작돼, 단체로서의 활동력을 많이 갖추지는 못했지만 학생인권의 이슈를 제기한 ‘최초의 청소년인권 단체’라고 할 수 있다. 학복회는 인권 개념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학생 인권 운동을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학복회는 1998년, 교육부에서 "학생인권선언"을 제정하겠다고 했다가 이를 취소하자 항의하면서 자체적으로 "중고등학생인권선언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중고등학생인권선언서

인간의 존엄성은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보편적 가치입니다.
학생의 인권 역시 보편적 인권 안에 존재하며, 학생은 자신의 삶의 주체로서 자신이 지닌 기본권을 정당히 누릴 권리를 가집니다.
그러나 학생들, 특히 중,고등학생들은 이러한 기본권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육 현장인 학교에서, 삶의 현장인 사회에서 교육의 주체인 학생의 인권은 공공연히 침해당하고 있으며, 편견과 인습을 통해 이러한 사실이 암묵적으로 정당화되고 있습니다.
뿐 만 아니라, 학생의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마저 당사자인 학생이 아닌 성년자가 중심이 됨으로써 일방적 보호, 훈육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는 현실에 놓여 있습니다. 나아가 이 나라의 왜곡된 정치구조와 맞물려 당국은 학생문제를 투표권자인 성년의 시선으로 일관하는 정책을 남발하여 학생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까지 이르렀습니다.
이에 우리는 학생 또한 자신의 의지와 생각을 지닌 독립된 하나의 인격체이므로 그에 따른 마땅한 권리를 가짐을 선언합니다.
그리고 학생의 권리와 의무를 학생 스스로 보장하고자 합니다.

1. 학생은 나이, 성별, 학교 성적 등 어떠한 기준으로도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습니다.
2. 학생은 과도기의 세대가 아닌, 인격을 가진 사회구성원으로서 외부에 의한 신체적,정신적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있습니다.
3. 학생은 헌법에 보장된 모든 기본권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생각과 표현의 자유,행동의 자유, 결사의 자유를 가집니다.
4. 학생은 쾌적한 환경에서 평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지닙니다.
5. 학생은 학교의 방침에 따른 일방적인 교육을 거부하고 자신이 원하는 교육을 요구하고 보장받을 권리를 지닙니다.
6. 학교에서 학생의 모든 자치 활동은 교사나 학부모 등 타인에 의해 제한될 수 없습니다.
7. 학생은 자신이 원하는 매체를 접할 수 있고 자유로운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권리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공간을 보장받을 권리를 지닙니다.
8. 학생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노동을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9. 학생은 자신이 원하는 노동활동을 스스로 판단하여 할 수 있으며 학생이란 신분으로 노동현장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10. 위와 같은 학생의 모든 권리를 부당한 기준으로 제한하지 않아야 합니다.
11. 학생은 스스로의 권리를 주장하고 지킬 책임을 지닙니다.
12. 학교, 가정, 국가를 비롯한 사회는 위의 권리를 보장하며 합당한 여건과 환경을 조성할 의무가 있습니다.
13. 정부는 이와 같은 사항을 법으로 보장할 의무가 있습니다.

일천구백구십팔년 십일월 삼일 학생의날
하이텔 중고등학생복지회, 나우누리 학생복지회



  1990년대 후반, 중고등학생복지회 외에도 인터넷에서 여러 청소년 공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채널텐, 네틴, 원, 아이두, 사이버유스 등이 있다. 공간들에 따라 성격 차이는 있지만, 이들 인터넷 공간들은 주로 청소년들의 문화와 삶에 대해 소통하는 커뮤니티의 성격이 강했다.
  채널텐(Ch.10)은 97년 5월에 창간된 우리나라 최초의 청소년웹진이었다.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에 의한, 청소년의 웹진’이라는 모토를 걸고 청소년들이 직접 운영했으며, 청소년들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로 오갔다. 아이두는 10대들의 포탈 사이트 형식으로 블로그, 게시판, 토론, 일기장, 사전, 기타 등등의 다양한 컨텐츠들을 생산해왔다. 이곳도 청소년들이 직접 서버를 만들고 사이트를 개설하여 만들어진 곳이었다. 사이버유스는 정부(한국청소년개발원)의 돈으로 만들어진 곳이었는데, 사이버유스는 청소년들의 문화와 삶, 인권에 대해 자유로운 소통과 토론을 중시했고. 사이버유스에서 청소년들은 우리SEX(성), 자퇴, 만18세 선거권, 청소년 아르바이트 노동인권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토론할 수 있었고, 또 조금씩 퍼져나가던 청소년인권도 활발하게 이야기되었다.

  2000년, 채널텐, 아이두, 사이버유스의 세 사이트는 함께 “웹연대 위드(WITH)”를 구성하여 두발규제 반대 운동, 노컷운동을 전개했다. 노컷운동은, “자르지마” 배너, 국제행사에 나갔다 온 한 교사가 쓴 한국의 두발규제에 대한 비판 글 등을 매개로 온라인에서 급격히 확산되었다. 두발규제에 반대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은 2000년 하반기 즘에는 16만 명을 넘어섰다. 이처럼 웹연대 위드는 두발규제 등에 반대하는 청소년들의 여론을 온라인을 통해 형성해가는 역할을 했으며, 서명운동을 통해 청소년들의 의지를 표현했다. 웹연대 위드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속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전국중고등학생연합'이 오프라인에서의 캠페인 활동 등을 하면서 두발자유 운동은 더욱 주목을 받았다.
  온라인서명운동이 중심이 되고 거리 캠페인 등이 결합했던 '노컷운동'은 온라인에서 첫 시작을 했던 청소년인권운동이 현실에 그 모습을 드러낸 최초의 사건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노컷운동'으로 교육부에서는 각 학교별로 토론회 등을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하여 두발규제를 개정하라는 일종의 ‘두발자율화’ 조치를 내리게 되었고, "학생의 인권"이라는 것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게 되었다.


거리로 나서기까지

  2000년대 초중반은 많은 청소년운동 단체들이 새롭게 생겨나고 사라진 시기였다. 그리고 많은 단체들, 개인들이 체벌, 강제적 자율학습, 입시경쟁, 청소년 노동권, 학생회, 청소년 정보인권, 종교의 자유 등 청소년인권의 의제들을 발굴하고 사회적으로 제기하는 시기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 시기에 청소년운동을 했던 사람들은 학생회를 중심으로 운동을 전개하자는 제안, 학교 안에 조직을 만들려는 시도,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을 일구어나가려는 움직임, 언론을 통한 이슈화에 초점을 맞춘 활동 등등 여러 가지 운동 방법들을 시도하면서 더 나은 길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여러 시행착오와 실패 속에서 "청소년인권운동"이 꼴을 갖추어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뒤집어서 말하면 이 시기는 청소년운동이 지지부진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온라인에서 글을 올리고 서명운동을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잘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학내 조직을 만드는 일은 학교에서 활동을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번번이 좌절되었다. 일부 사립학교 등에서만 '사학분규'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의 저항이 일어나는 정도였다. 무엇보다도 청소년운동을 하는 청소년들이 2년, 3년이 지나면 청소년이 아니게 되어버리면서 모임도 흐지부지 흩어지고 운동의 맥이 끊기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국면 전환의 계기는 '거리'에서 일어났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촛불집회' 등 거리시위는 2002년 월드컵 거리응원과 미군장갑차 사건 때문에 일어난 여중생 추모 ․ 반미 촛불집회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청소년들이 거리 시위에 참여했고, 여러 가지 형태의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청소년들도 많이 있었다. 거리 촛불집회의 흐름은 2003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2004년 이라크 파병 반대 집회로 계속 이어졌다. 청소년운동의 주체들 역시 이런 촛불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이런 촛불집회들이 청소년운동으로 직접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었다.
  2005년 5월이 되어서야 청소년들이 청소년들의 이슈를 가지고 모인 자발적인 촛불집회라는 '사건'이 터졌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상대평가 내신등급제 도입을 발표하자 5월 7일, 학생들은 입시경쟁에 반대하며 자살학생 추모 촛불집회에 참가하러 모여들었다. 그 촛불집회는 우발적이었다. 처음에는 자그마한 추모 촛불문화제로 기획했던 자리가, 학생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문자메시지가 돌았고 점점 규모가 커져서 입시경쟁교육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는 자리가 된 것이다. 교육청 장학사들과 학교 교사들의 방해 속에서도, 그날 촛불집회에는 1000여 명의 학생들이 모여서 교육 정책에 대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리집회는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2005년 2월부터 2차로 두발자유 운동을 준비해오던 단체들이 바로 일주일 뒤인 5월 14일, 두발자유 집회를 열었다. 낮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2차례 최대 300여명이 참여했던 그날 두발자유 집회에서는 두발자유 뿐 아니라 전반적인 학생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학생들이 목소리를 냈다.
  그날 거리집회가 바로 청소년운동의 발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학생들은 한 번 모이고 흩어졌고, 지속적인 운동이 이어지지는 못했다. 하지만 거리에서 청소년들의 잠재적인 불만과 힘을 확인한 것은 커다란 성과였다. 거리집회의 힘은 여러 학교 안에서 두발자유를 요구하는 학내시위로 이어지기도 했다.(이러한 거리집회, 촛불집회의 역사는 2008년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집회로도 연결된다.)
  청소년운동을 해온 여러 단체와 활동가들은 2005년 5월의 그 '사건'을 계기로 반성과 토론을 새롭게 시작했다. 과거 청소년인권운동에 대한 평가와 새로운 청소년인권운동에 대한 여러 방법론들이 제시되고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등의 단체들, 모임들이 생겨났다. 이런 움직임들은 2006년, 2007년에도 연달아서 학생인권을 요구하는 거리집회가 열리고 학교 안에서는 학내시위, 서명운동 등이 계속 일어나는 밑바탕이 되었다.


거리에서, 그 다음은?

  2005년 이후 거리로 나섰던 청소년인권운동은 이제 다시 새로운 단계를 맞이하고 있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의 사건은 청소년인권운동의 성과였지만, 동시에 어떻게 학교 안에서 좀 더 광범위하게 운동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또한 경기도 뿐 아니라 다른 여러 지역에서도 학생인권 보장 조치들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역에 뿌리 내린 청소년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청소년들은 한국 사회에서 많은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고, 입시경쟁이나 여러 차별 등 속에서 부당한 대우도 많이 받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좀 지나면 청소년이 아니게 되어버리는 청소년 정체성의 특성상 거기에 저항하기 위한 운동은 좀처럼 굳건하게 만들어지지 못하는 속성이 있다. 몇 년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청소년들도 많고, 또 애써 단체를 만들거나 조직화를 해도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청소년이 아니게 되면서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온라인에서 시작해서 거리로 나서며 계속되어 온 청소년운동은, 느리지만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아직, 갈 길은 멀다. 그나마 나아졌지만 여전히 미흡한 학생인권, 더 심해지고 있는 경쟁적인 교육, 가족 안에서의 인권, 청소년들의 정치적 권리 확보 등등 과제는 많기만 하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운동이 더 많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의 행복을 위해서도, 우리 사회가 더 인간적이고 좋은 곳이 되기 위해서도.
저작자 표시 비영리
신고
Posted by 공현
걸어가는꿈2011.08.10 18:21


학생인권 종결자
『인권, 교문을 넘다 - 학생인권 쟁점탐구』



"두발자유는 머리카락의 자유인가?"

  두발규제에 맞서서 두발자유를 외치는 학생들이 아마 한 번씩은 들어봤을 법한 말. "머리카락 같은 사소한 거에 신경 쓸 시간에 공부나 해!" 그런 개념 없는 소리에 맞서기 위해 두발자유 시위 때 이런 표어도 나왔더랬다. "잘리는 건 단순히 머리카락이 아니라 인권입니다." 하지만 좀 더 발칙하게, 이렇게 질문으로 답해보면 어떨까? "그게 그렇게 사소한 거면 왜 그렇게 열심히 규제하고 단속하세요?"

  새로 나온 학생인권 책, 『인권, 교문을 넘다 - 학생인권 쟁점탐구』(한겨레에듀. 인권교육센터 들 기획. 공현, 박민진, 배경내, 오혜원, 정주연, 조영선 함께 씀.)는 바로 그런 발칙한 질문과 그 질문에 답을 찾는 과정의 결실이다. 왜 학교에서는 그렇게 학생인권을 규제하고 침해하는 데 열을 올릴까? 학생들이 이런 인권을 보장받게 되면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 권리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이런 질문들을 던져나가면서 학생인권의 여러 쟁점을 탐구하는 것이 이 책의 중심 내용을 이루고 있다.

  책의 본론 격인 2부, 그 중에서도 첫 장의 소제목, "두발자유는 머리카락의 자유인가?"는 그런 책의 성격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 두발규제는 단순히 머리카락을 규제하겠다는 것이 아니요, 두발자유는 단순히 머리카락의 자유가 아니다. 독재자 박정희 대통령은 왜 장발단속을 했는지 보수적 억압적 정부가 들어선 이슬람권에서는 왜 사람들에 대한 두발복장규제가 강화되는지, 1987년 노동자 투쟁 때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첫 번째 요구사항은 왜 임금 인상이 아닌 두발자유였는지, 풍부한 사회적 비유와 대조를 통해 두발자유 쟁점의 의미를 탐구한다. 이 책은 두발자유의 당위성을 주장하기보다는 두발규제와 두발자유의 의미를 비교하고 탐구하는 형식을 취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인권, 교문을 넘다 - 학생인권쟁점탐구』 2부는 두발규제, 체벌, 강제야자, 교복․복장, 휴대전화, 양심의 자유, 집회의 자유, 연애, 총 8가지 학생인권의 뜨끈뜨끈한 주제들을 꺼내서 요리한다. 그 목차는 다음과 같다.

① 두발 자유는 머리카락의 자유인가? | 한낱 머리카락에 학교가 그토록 목매는 이유
② 맞을 짓 한 자? 맞아도 되는 자! | 체벌과 폭력 사이
③ 우아한 거짓말과 구차한 양심 | 양심의 자유, 사뿐히 지르밟고 가시더이다!
④ 접속 금지, 발신 금지 | 휴대전화와 함께 추방되는 것들
⑤ 교복은 메시지다 | 복장 단속, 무엇을 단속하는가?
⑥ 도둑맞은 시간과 비어 있는 시간 | 강제 보충과 야자는 누구를 울리나?
⑦ 중립이라는 감옥, 정치적 미성숙의 감옥 | 집회의 자유는 학생의 삶을 어떻게 바꿀까?
⑧ 사랑은 아무나 하나 | '연애질', 금지된 것을 꿈꾸다


"화장실"에서부터 질문은 시작된다

  서론 격인 1부도 가볍게 읽어 넘기기에는 좀 만만치 않다. 1부는 화장실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교직원 화장실을 몰래 쓰는 재미로 학교 다니는 학생 이야기다. 그냥 시설이 좋아서 몰래 훔쳐 쓰는 게 아니다. 쓰고 나오면서 꼭 이런 것들을 붙여놓는다. "우리 학교 교사 수는 50명인데 화장실은 3개! 학생 수는 1000명이 넘는데 화장실은 몇 개일까요?" 같은 질문에서부터, "3층 남자 화장실 변기가 고장난 지 2개월째인데 수리도 안 해주고 있다!" 같은 고발까지.

  『인권, 교문을 넘다』는 어떤 화장실을 쓰느냐, "똥 쌀 권리"를 얼마나 어떻게 보장받고 있느냐, 거기에서부터 인간의 존엄성의 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 화장실 뿐 아니라 중앙현관 학생 출입금지 같은 사소한 곳, 교무실 청소를 왜 학생들이 하느냐 하는 작은 불합리에서부터 학생들의 자기 처지에 대한 인식은 시작된다.

  이처럼 화장실로 시작한 1부에서는 동방신기 팬클럽 이야기, 무상급식과 학생인권조례 사이의 간극에 대한 이야기, 개학반대 시위 이야기 등을 거쳐서 학생인권의 봉인을 풀어나갈 질문들을 던진다. 그 질문들을 스스로 자문하다보면 어느새 학생인권에 대해 자기가 가지고 있던 '프레임'(생각 틀)들이 변화해가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학생인권이 넘어설 것들



  마지막 3부 "학생인권 논리탐구"에서는 학생인권을 이야기할 때 흔히 맞닥뜨리게 되는 여러 이야기들에 관한 논리들을 모았다. 부모 문제(친권), 미성숙, 법치주의, 보호주의, 교권 등등. 그리고 마지막에는 학교 안의 소수자와 차별 문제까지. 학생인권을 이야기할 때 우리가 넘어서야만 하는 것들, 좀 더 근본적인 관점에서 다시 이야기해야 하는 것들을 큰 틀에서 짚어주고 있다.

  긴 말 필요 없이, 다음과 같은 구절들을 직접 읽어 보자.

"미성숙은 말 그대로 성숙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사람은 달걀 프라이가 아니니 어디까지가 반숙인지 완숙인지 구분하기란 불가능하다. 겉으로 완벽해 보이는 사람도 어딘가 미숙한 구석이 있게 마련이고, 오히려 정신이 성숙하지 못한 사람들이 겉으로는 센 척, 성숙한 척하는 일도 많다. …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사람을 성숙하다고 여기고 어떤 사람을 철없는 사람으로 여기느냐, 곧 성숙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무엇이냐를 살펴보는 일이다."(pp.243-244.)

"보호의 반대말은 방임이 아니라 '자유'가 아닐까? 청소년이 자기 힘을 기르고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자유 말이다. 그런데 자유는 단순히 '간섭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지원을 요구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 보호주의를 넘어서자는 말은 청소년에게 홀로서기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청소년들을 울타리 안에 꽁꽁 가둬 두는 보호주의에 묶여 있는 한, 청소년에게 정말 필요한 사회적 지원이 뭔지를 보지 못하게 된다는 이야기다."(p.260)

"교육이 전투가 될 때 교사의 전투력을 떨어뜨리는 듯 보이는 학생인권이 환영받을 수 있을까? 학생의 인권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사의 통제력이라는 생각이 힘을 얻는 것 아닌가?"(p.264)

"학생인권을 주장하는 것은 학부모가 가진 것을 빼앗아 오자는 것도 아니고, 학부모를 학생의 삶에서 밀어내고 간섭하지 말라고 외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학부모의 위치를 제자리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는 이야기이고, 학생과 학부모가 같이 살아가기 위해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 학부모가 주인공으로 나설 무대는 자신의 삶이어야 한다. 학생인권은 이렇게 자녀의 삶에만 붙잡힌 채 자기 무대를 잃어버린 학부모도 자유를 되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함께 건네고 있다."(p.293)

"학교에서 인정하는 능력은 공정한 경주와 노력의 결실로 이야기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승패가 이미 예정되어 있는 경주를 공정하다고 말하고, 뒤처지거나 패배한 이들이 자기 탓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야말로 폭력이고 숨겨진 차별이 아닐까? 학교에서 인정하지 않는 능력, 돈이 되지 않는 능력을 가진 이들을 무능력하다고 얘기해도 될까?"(p.302)



학생인권 종결자


  현재 시점에서, 『인권, 교문을 넘다』는 "학생인권 종결자"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을 만한 책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학생인권에 관해 논란이 되었던 이야기들을 모두 그러모아서 이토록 넓고 깊게 파헤친 책은 이제껏 없었다. 물론 앞으로 학생인권이라는 사회의제가 더 많은 내용, 더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가지게 되면 이 책도 부족한 부분을 많이 드러내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이 책이 학생인권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바이블(Bible)이자 교과서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나 역시 책의 공저자 중 한 명으로서 더욱 그런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을 뽑아내기 위해 워크샵을 하고 집필을 하는 데는 대략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지만, 사실 이 책에 담긴 내용은 6년, 아니 10여년의 세월 동안 학생인권을 이야기하고 발로 뛰어온 사람들이 궁리해내고 토론하면서 만들어낸 것들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교사들이나 학생들, 학부모들이 수능 문제집을 풀 시간, 취업 준비를 할 시간, 입시전형을 알아볼 시간 중 아주 조금만 할애해서 이 책을 읽는다면 학생인권 현실은 좀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또 중간중간에 제시하고 있는 더 이야기해봐야 하는 토론거리들을 가지고 같이 토론을 한다면 학생인권에 대한 더 풍부한 논의가 가능해질 것이다. 그 토론 페이지 역시 뻔하게 "두발규제가 필요할까?" 같은 게 아니라 "연애할 자유를 보장하면 여성 청소년들이 차별을 당하거나 피해를 겪는 일이 늘지 않을까?" 같은 섬세한 질문이나 "남을 모욕하는 말을 내뱉는 것은 양심의 자유 차원에서 어떻게 볼까?" 같은 어려운 질문까지, 학생인권에 대해 좀 더 앞으로 나아가고 구체화해야 할 고민지점들을 짚고 있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학생인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다. 책 디자인 자체도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일러스트와 만화 등을 풍부하게 실으려고 노력했다. 학부모 분들도 읽으시면 좋다. 그렇지만 집회의 자유 보장이 빨갱이들의 음모라는 식의 무개념하고 얕은 소리가 버젓이 한국 1, 2위를 다툰다는 '정론지'에 실리는 현실에서는, 일단 그런 칼럼을 쓰는 기자들이나 교수들 먼저 이 책을 읽혀야겠다 싶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제안하자면, 학교를 졸업할 때,(재학 중에는 싸움 거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까) 학생들을 '잡는' 교사들에게 이 책을 졸업 선물로 선물해보는 건 어떨까? 이명박 대통령이나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그밖에 교육감들이나 장학사들, 교장들에게도 읽히고 싶다. 자기가 하는 일이 무슨 의미인지, 학생인권이 뭔지, 개념 탑재가 좀 될 수 있도록.

추신 : 책이 오탈자가 좀 많다. 급하게 편집, 디자인을 하다 보니 생긴 문제 같다. 1쇄가 다 팔리고 2쇄가 나올 땐 가능한 한 고쳐져 있길!
인권, 교문을 넘다인권, 교문을 넘다 - 10점
공현 외 지음, 인권교육센터 ‘들’ 기획/한겨레에듀

http://gonghyun.tistory.com2011-08-10T09:21:400.31010
신고
Posted by 공현
걸어가는꿈2011.08.10 18:11



청소년인권, ‘먼저’를 정하는 기준




  학생인권에 대해서 교육에 대해서 신문을 보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런 질문을 마음속에 품곤 한다. “학교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있는 걸까?” 교사들의 교권 때문에 학생인권을 눌러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 국가경쟁력을 위해, 입시를 위해 성적으로 학생들을 차별하는 교육은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들을 때, 뭔가 심각하게 앞뒤가 뒤바뀌어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 이게 교과서에서 나왔던 바로 그 “가치전도현상”인가 싶으면서.
  학교는 기본적으로 학생들의 교육권을 실현하기 위해 존재하는 제도이다. 여기에서 교육권은 학생들의 인권 중 하나이며, 교육권을 올바른 실현을 위해서는 학생들의 기본적 인권이 보장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교권은 학생들의 교육권을 더 잘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교사의 교권을 위해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해야 한다는 것은 수단과 목적의 전도이며, 학교가 학생을 위한 곳이 아니라 교사를 위한 곳이라야 겨우 말이 될 것이다. 입시를 위해, 국가경쟁력을 위해 학생들에게 폭력과 차별을 가해도 된다는 소리는 또 어떠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현실을 무시한 이상론이라는 대답이 돌아올 때가 많다. 그렇다. 청소년인권을 이야기하는 일은 곧잘 그렇게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론, 원칙론 취급을 받곤 한다. “청소년인권도 중요하다. 하지만…”하면서. 그러나 그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사실은 청소년인권을 전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대하고 있거나 아니면 적어도 우선순위에서 한참 뒤에 있어서 줘도 되고 안 줘도 되는 ‘옵션’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다.
  원래 ‘인권’은 무엇이 ‘먼저’인지 정하기 위한 개념이다. 왕권보다, 종교적 권한보다, 사람들의 보편적․기본적 권리가 먼저라고 말하기 위해 인권이라는 개념이 나온 것이었다. 다른 무엇보다도 인간으로서의 보편적․기본적 권리를 보장하고 실현하는 것을 사회운영의 목적이자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인권이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무게다. 때문에 무언가를 인권이라고 인정한다는 데서부터 우리는 이미 그것이 ‘먼저’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청소년인권도 중요하다.”라고 하면서 그것을 한참 나중의 것으로 미뤄두는 사람들은 사실은 청소년인권에 반대하는 것과 다름 없는 것 아닐까?


인권의 기준으로 보기

  청소년인권이 ‘먼저’라는 것은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종교계 사립학교에서 예배나 종교의식 참여를 강요하는 것 등에 문제제기를 하면, 종교재단에서는 자신들의 종교활동을 할 권리와 선교할 자유를 이야기하곤 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학교를 설립할 때부터 그 종교를 건학이념으로 삼았기 때문에 학교에서 건학이념에 따라 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최근, 전주의 한 개신교계 사립학교에서는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의견을 내면서 “종립학교는 종교의 자유가 예외”라는 문구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학교의 건학이념이 무엇이든, 그 내용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일어나선 안 된다. 학교설립자의 건학이념도, 인권 보장을 전제하고 난 다음에야 자유롭게 교육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종교의 자유, 종교를 강요받지 않을 자유가 더 우선시되어야 한다. 물론,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종교활동이나 선교를 할 자유 역시 인권으로 보장될 필요가 있다.
  오히려 학교에서는 교사 개개인이나 학생 개개인 차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종교 강요나 부당한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특히, 학교는 종교계 사립학교가 아닌데도 교사 개개인의 신념이나 성향에 따라서 학생들에게 특정 종교를 반강권하거나 종교를 이유로 학생들을 차별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다. 만약 교사들이 자신들의 권한(평가권 등)을 남용하여 학생들에게 특정 종교를 믿으면 가산점을 준다거나 하는 식의 행동을 한다면,(실제로 많은 제보가 들어오는 사례 중 하나이다.)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그런 교사들의 자의적 권한 행사를 제어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한 발 더 나아가면 이 문제는 결국 학교와 교사가 ‘선’을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강요하는 현재 학교 시스템 속에서 일어나는 문제이며, 교사와 학생 사이의 그런 비대칭적 관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 모색도 필요하다.

  또 한 가지 뜨거운 쟁점 중 하나인 청소년들의 성적 자기결정권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청소년들이 섹스할 권리, 성관계를 맺을 권리, 연애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은 보통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래서 청소년들의 경우에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말은 그저 성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같은 소극적 개념만을 지칭할 때가 많다. 그러나 청소년도 인권으로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으며, 그 안에 성관계를 맺을 권리, 섹스할 권리, 연애할 권리 등이 포함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권리를 주장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비슷비슷하다. “아직 어린 것들이”, “공부에 방해된다” 같은 것에서부터 “그러다가 덜컥 임신이라도 되면 책임질 수 없지 않느냐” 하는 짐짓 염려스러운 눈빛까지. 그러나 이를 인권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은, 청소년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뭐가 필요한지를 생각하고 마련해보자는 것이다. 예컨대 “덜컥 임신이라도 되면 책임질 수 없지 않느냐”라고 말하기 전에, 그럼 청소년들이 임신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아서 잘 기를 수 있도록 사회가 함께 책임지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추자고 제안할 수는 없는가? 즉, 성적 자기결정권을 무슨 줘도 되고 안 줘도 되는 ‘옵션’ 정도로 여기지 말고 보장해야만 하는 ‘목적’이자 ‘원칙’의 자리에 놓고 현실적으로 그걸 어떻게 보장할지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선진국들이 아동수당과 같은 제도를 가지고 있고 또 비혼모나 10대 20대의 젊은 부부가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 독립하는 일 등을 지원하는 다양한 제도들을 가지고 있다.
  인권을 ‘먼저’ 생각하기 시작하면 이처럼 많은 것들이 다른 관점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인권의 기준에서 볼 때 미시적인 의식에서부터 거시적인 시스템까지, 바꿔야 할 것들이 많이 보인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흔히 그럼 지금 당장은 어떻게 하자는 말이냐고 묻는다. 너희가 말하는 건 먼 미래에 실현될 법한 것 아니냐고. 맞다. 청소년인권 실현을 위해 주장하는 것들 중에는, 먼 미래일지는 어떨진 몰라도 적어도 바로 당장 내일이나 다음 달에 실현될 일이 아닌 것들도 많다. 그러나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그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시작했는지 아닌지의 차이는 크다. 그러한 인권 보장의 책임을 사회가, 우리 모두가 함께 지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안 하는지의 차이는 크다.
  그리고 지금 당장 연애를 하고 있고 성관계를 맺고 있는 청소년들은 어떻게 해야 하냐는 교사들/학부모들의 질문에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우선 그 청소년들이 문제인 게 아니라 그 청소년들에게 이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가 문제라는 식으로 문제의식을 바꿔보자고. 그리고 그 다음에, 그 청소년들에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 안타깝게도 이렇고 그래서 이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그 청소년들의 편에서 이야기를 해보자고.


너무 오래 지연된 정의는 부정된 정의이다

  “수 년 동안 ‘기다리라!’는 말만 들어왔소. 이 ‘기다리라’는 말은 항상 ‘결코 안된다!’라는 뜻으로 쓰여 왔습니다. ‘지나치게 오래토록 지연된 정의는 부정된 정의다’라는 어느 저명한 법관의 말이 생각납니다.” (마틴 루터 킹)

  최근에 경기도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고 서울, 강원도 등에서 체벌이 금지되고, 교육과학기술부에서도 제한적으로 체벌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시행령을 개정하자, 학교 현장이나 언론 지면상에서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그 와중에 내 눈을 끄는 것은 “아직 학교 현장의 준비가 부족하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등의 이야기이다.
  한국에서 체벌금지를 정부에서 추진하기 시작했던 것은 1996년부터였다. 그리고 1998년에는 교육부에서 체벌을 전면 금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가 역시 “준비가 부족하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 등의 이유로 철회하고 제한적으로 체벌을 허용하는 식으로 물러났었다. 또한, 중고등학생복지회라는 단체가 학생인권선언의 형태로 학생인권의 핵심 요구들을 모아서 발표한 것은 1998년, 두발자유를 비롯해서 학생인권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 2000년 전후였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15년의 시간 동안 학교는, 교육계는, 우리 사회는 무엇을 준비해왔는가? 무엇을 준비해왔기에 여전히 준비가 부족하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인가? 체벌금지나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조치들이 ‘시기상조’라거나 ‘준비부족’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최소한 거기에 답할 책임이 있다.
  다른 청소년인권 문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입시경쟁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이야기할 때,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를 이야기할 때, 청소년들이 가장 흔히 듣게 되는 말이 “아직 시기상조”, “기다려야 한다” 등의 말이다. 그러나 변화는 보통 필요한 모든 준비를 사전에 다 끝마치고 나서 시작되지 않는다. 변화가 시작되면서 필요한 준비들이 갖춰져 가는 경우가 더 많다. “지나치게 오래토록 지연된 정의는 부정된 정의이다.” 그런 말은 정말로 기다리라는 말이 아니라, 그냥 참고 침묵하라는 말의 수사적 표현인 경우가 태반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은 최소한 그런 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서 할 수 있는 말일 것이다.
  그 왜, 우리가 학교에서나 사회에서나 흔히 듣는 말이 있지 않은가. “먼저 사람이 돼야지.” 맞는 말이다. 청소년들은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작한 단편 애니메이션, 「사람이 되어라」에서 학생들은 모두 사람이 아닌 원숭이이다. 그 속에서는 이미 사람이 된 선생님이 아직 사람이 되지 못한 학생들을 가르쳐서 대학을 보내서 사람으로 만드는 곳이 학교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대학에 가지 않아도 이미 사람이다. ‘덜 된 인간’, ‘미성숙한 어떤 존재’가 아니라 인권을 보장받고, 인격을 존중받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한 변화가 항상 ‘먼저’여야만 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신고
Posted by 공현
분류없음2011.06.23 13:49




[책의 유혹] 어느새 나도 꼰대랍니다

『인권, 교문을 넘다』, 인권교육센터 들 기획, 2011

그대들이 지하철 차 바닥에 철퍼덕 앉아 떠드는 모습을 볼 때,
그대들이 북쪽얼굴을 입고 쓰레빠를 질질 끄는 모습을 볼 때,
그대들이 블링블링 빛나는 배달용 오토바이를 탄 모습을 볼 때,

무섭다거나 두려운 감정들이 당연히 존재하지만, 무엇보다 참, 그대들을 띠꺼워(?)했어요. 생각해 보면, 나이 먹은 사람들에겐 “띠껍다”라는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는 것 같군요. 토하고 노상방뇨하고 소리 지르고 때리는 그분들에게도, “띠껍다”라고 표현해본 적은 없는 것 같군요. 게다가 이 분(?)들은 ‘일부’일 거라고 생각해 왔지만, 그대들에게는 “요새 학생들이…”라는 말로 발동을 걸며 싸잡아 비난하곤 했었죠.

사실입니다. 빵셔틀*이 있고, 밀가루와 계란 범벅이 되어 졸업식장을 누비던 ‘언뉘옵하(언니오빠)’들이 있어요. 오늘은 한 학생이 담배를 피우다 걸렸는데 법대로 하자며 선생의 가슴을 쳤다고 뉴스에 나왔어요. 그대들과 별로 나이 차이가 나질 않는 20대 젊은 선생들도 말해요. 그대들은 통제가 안 된다고. 착하게 대해주면 자기들이 먹혀(!) 버릴 거라고.

하지만 이런 사실들은, 이런 얘기들은, 내가 그대들과 비슷한 나이였던 10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요. “교실 붕괴”에서 “교권 침해”로, 단어가 바뀌었을 뿐이죠. 빵셔틀은 없었지만, 왕따가 있었고, 북쪽얼굴(노스페이스)을 입고 다니진 않았지만, 해리포터 시리즈의 호그와트 마법학교에 온 듯한 더플코트의 물결이 기억나요.

분명히 시대가 변했고, 변한 것들이 있어요. 물론이죠.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났는데 그대로인 것이 있겠어요? 대학에 입학하기는 여전히 어렵지만 이젠 등록금이 올라서 다니는 것도 어려워졌어요. 취직하기는 더 어려워져서 졸업장만으로 좋은 직장에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아무도 없어요. 이게 바로, ‘성숙한’ 어른들이 만들어 가고 있는 변화의 일부랍니다.

단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옛말에 “어리다”라는 표현은 “어리석다”와 같은 뜻이었다는군요. 그래서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이 어린 사람들은 어리석다고 여기는 것일까요? 사실 난 잘 모르겠어요. 뭐가 현명한 것이고 뭐가 어리석은 것인지. 현명한 사람들 죄다 모아 놓은 곳에선, 과연 얼마나 현명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난 잘 모르겠어요. 오늘 뉴스를 보니 번듯한 대학의 교수님이 성추행을 하고 잡히기 싫어서 외국으로 떴다가 결국 해임되었다는데, 난 잘 모르겠어요.

분명한 건, 그대들에게 금지되고 있는 많은 것들이 그대들이 “어리기 때문에” 혹은 “미성숙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합리화되어 왔다는 것이에요. 담배와 술은 모두의 건강에 나쁘지만 그대들에게만 금지되고, “효과적인 통제장치”라며 체벌은 그대들에게만 허용되죠. 그대들은 판단할 수 없기에 투표권이 없고, 알바를 하려고 해도 부모의 승인이 필요해요. 하지만 부모들의 행동에 그대들의 허락은 필요 없어요. 부모의 이혼과 같은 일들, 그게 아무리 당신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말이죠.

그런 말이 있어요

어디에나 붙일 수 있는 말인데, 유독 “학생”이란 말과 연결시키기에는 몹시 어색했던 말이 있어요. 하지만 이제 그렇게 어색하게 들리진 않아요. 뭐든 자꾸 큰소리로 우기면 말이 된다고, 뉴스나 신문에도 종종 나오다 보니 이제는 두꺼운 책의 제목으로 자리를 잡고 무려 ‘출판(!)’되고 있어요. 그렇게 “교권”이란 말만 존재했던 교실에, “인권”이란 말이 조금씩 들어서고 있어요. 분명 일부 교사들을 비롯한 꼰대들이 띠꺼워하겠죠. 아마 그대들은 이미 그런 반응들을 꽤 접해봤을 겁니다.

하지만 그건, 그분들이 “어리석고 미성숙해서” 그런 것이니 이해해줘요. 인권이 교권과 충돌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에요. 왜 이것이 충돌하지 않는 것인지 설명을 하려고 해도, “성숙한 시민의 자세” 따윈 제쳐두고 귀를 막아 버리는 사람들이랍니다. 어쩌면 그대들이 말하는 것 자체를 띠꺼워하는 것일지도 몰라요. 왜냐면, 그네들은 사실, 자기 입으로 자기 생각을 말해본 적이 없을지도 모르거든요. 게다가 그대들이 주장한 것들이 그럴듯하게 활자화되어 이렇게 책으로 나오기까지 했으니, 꽤나 아니꼬울 것 같아요.

뭐 사실, 이 책이 그대들에게 그렇게 재밌을지는 모르겠어요. “학생인권쟁점탐구”를 하겠다고 사례별로 정리를 하나씩 죽 해놨어요. 사례뿐만이 아니라 논리까지도 촘촘히 정리하고 있네요. 게다가 ‘탐구’라니! 사회탐구도 아니고! 답은 안주고 끝날 때마다 질문을 던져대니, 물음표가 많은지 마침표가 많은지 세고 싶어질 정도에요. 심지어는 교과서처럼 뒤에 “토론거리”도 마련해놓고 빈칸에 뭘 채워 넣으라고 시키기까지 하고 있으니! 정말 이걸 해볼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인권, 교문을 넘다

“그대들”이란 표현을 이젠 그만해야 할 것 같아요. 나나 그대들이나 다 잘나고 못난 인간들이니까요. 불쌍하고 찌질하기도 하죠. 그대들이 쇠창살에 갇혀 있다면, 나 같은 인간들은 유리창살에 갇혀 있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이 책에 있는 이야기들은, 내 이야기기도 하고 그대들 이야기기도 해요.

책 쓴 사람들은 아마 인권이 교문을 넘어서 학교로 들어가길 바란 것 같은데,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대들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은 교문 안팎의 누군가들이, “누가 이걸 몰라서 이러고 있는 줄 알아?”라고 씩씩대며 뛰쳐나왔으면 좋겠어요. 갇혀 있던 인간들 죄다 튀어나와서, 제대로 한바탕 찌질거려봤으면 좋겠어요. 혼자서는 사실 좀 민망하니까. 이웃에 딱, 방해가 될 정도로만.


* 빵셔틀은 중·고등학교에서 힘센 학생들의 강요에 의해 빵이나 담배 등을 대신 사다 주는 행위나, 그 행위를 하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로, 학교 폭력을 배경으로 탄생한 용어이다.

『인권, 교문을 넘다』 차례

추천사
학생의 일상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인권을 위해_김상곤
학생인권을 넘어 인간으로 살아가기_이계삼

1부 학생인권의 봉인을 푸는 질문들

2부 학생인권 쟁점 탐구

두발 자유는 머리카락의 자유인가|한낱 머리카락에 학교가 그토록 목매는 이유
맞을 짓 한 자? 맞아도 되는 자!|체벌과 폭력 사이
우아한 거짓말과 구차한 양심|양심의 자유, 사뿐히 지르밟고 가시더이다!
접속 금지, 발신 금지|휴대전화와 함께 추방되는 것들
교복은 메시지다|복장 단속, 무엇을 단속하는가
도둑맞은 시간과 비어 있는 시간|강제 보충과 야자는 누구를 울리나?
중립이라는 감옥, 정치적 미성숙의 감옥|집회의 자유는 학생의 삶을 어떻게 바꿀까?
사랑은 아무나 하나|‘연애질’, 금지된 것을 꿈꾸다

3부 학생인권 논리 탐구

성숙은 나이와 함께 찾아오는가?|‘미성숙의 갑옷’을 벗는다는 것
보호는 안전망인가, 올가미인가?|청소년 보호주의 넘어서기
학생인권, 학생과 교사의 다툼인가?|학생인권과 ‘교권’의 관계 찾기
인권이 살면 규칙이 죽는가?|‘법과 규칙이 살아 있는 학교’가 놓친 질문들
탯줄은 몇 살에 끊기나?|학생인권, 가족과 부모의 벽 넘기
학교는 어떻게 ‘찌질이’를 만드나?|학교 안 차별 들여다보기
덧붙이는 글
팽 님은 학교에서 일할 자신이 없는 2급 정교사 자격증 소지자입니다.
수정 삭제
인권오름 제 256 호 [기사입력] 2011년 06월 21일 11:34:50




==================================================================

아래는 『인권, 교문을 넘다 - 학생인권 쟁점탐구』 웹광고용 이미지입니다 ㅎㅎ



저작자 표시 비영리
신고
Posted by 공현
걸어가는꿈2011.06.18 06:27
경희대 교지 고황 81호에 실은 글입니다.  http://www.khkh.net/








학생인권조례, 보호와 인권이 대립되지 않는 교육을 꿈꾸다




차별의 가장 부드러운 얼굴?

혹시 선생님… 당신은 환자를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닙니까…? 약하고 불쌍한 환자들을 정의의 아군인 자신이 지켜주고 있다…. 그 감각이야말로… 바로 차별이라 불리는 것입니다…. 차별이란 누군가를 업신여기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은 환자를 지키려하고 있어요…. 이것도 어떤 의미론 차별입니다…. 즉 당신은 환자를 자신보다 약한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위선입니다….
- 사토 슈호,『헬로우 블랙잭 9』


  “‘보호’의 반대말은 뭘까요?” 내가 인권교육이나 강연을 나가서 곧잘 던지곤 하는 질문이다. 나오는 대답들은 여러 가지다. “비보호”(교통표지판?), “방임”, “방치”, “책임”, 그리고, “자유”나 “인권”까지. 이 중 뭐가 정답일지 고민하는 것은 부질없다. 애초에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달리 답이 나오기 마련일 질문이기 때문이다. 보호를 하는 입장의 사람인지, 보호를 받는 입장의 사람인지, 보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보호가 잘못이라고 생각하는지, 여러 입장과 생각에 따라서 ‘반대말’은 다르게 그려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질문을 통해 한 번 이렇게 생각해볼 수는 있지 않을까? “보호”의 반대말이 “자유”나 “인권”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보호라면, 그건 그리 좋은 보호가 아니라고. 누군가를 자신과 동등한 인격체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보다 못한 존재, 약한 존재, 못난 존재로 생각할 때, 차별은 시작된다. 보호 또한 비슷하다. 보호는 자신보다 못하고 약한 존재에게 해주는 것일 때가 많다. 또는, 그렇게 생각하게 되기가 쉽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경우 보호는 차별의 가장 부드럽고 세련된 얼굴이 된다.

  ‘차별의 가장 부드러운 얼굴로서 보호’는 청소년들의 삶 속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청소년보호법을 생각해보라. 얼마 전 국회에서는 만16세 미만 청소년들이 밤 12시 이후에 온라인게임을 할 수 없게 강제로 접속을 차단하는 이른바 ‘셧다운제’가 담긴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누가 봐도 분명히 청소년들을 규제하는 형태의 제도인데도 ‘보호’의 이름을 달고서 청소년들을 게임으로부터 보호하겠다, 청소년들의 수면권을 위한 것이다, 라고 입법 이유를 말하는 역설 속에서 일어난 일이다.

  또한, 2003년 전까지만 해도 청소년보호법은 동성애를 청소년 유해물로 지정하고 성소수자들의 커뮤니티 등에 청소년 접속을 제한했다. 청소년들이 혹시 ‘사고’라도 칠까봐 보호하기 위해서 이성교제를 금지하고 스킨쉽을 처벌하는 학교의 교칙 같은 것들도 ‘보호’가 어떻게 인권침해로 나타나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예이다. 2008년 촛불집회 당시 “광화문 등 촛불시위가 일어나는 일대를 청소년 통행 금지 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 청소년들을 불법 시위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라는 조갑제 씨의 드립 역시 ‘보호’가 ‘차별’이자 ‘규제’가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학생인권조례, 존중과 참여로 보호를 넘어

  2010년 10월, 경기도에서는 한국에서 최초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었다.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인권의 구체적인 기준과 내용, 그리고 개선 방안을 담은 최초의 법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는 크다. 이후 서울, 광주, 전북, 전남, 강원도, 경남, 충북, 제주 등 여러 지역에서 교육청이나 시민단체들의 주도로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서울에서는 얼마 전 서울시민 1%의 서명을 모은 주민발의가 성사되기도 했다.

  그러나 동아일보 등 일부 언론에서는 학생인권조례가 미성숙하고 보호받아야 하는 학생들을 성인과 동등하게 취급하려는 인권 포퓰리즘이라고 사설까지 써가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동아일보가 2010년 7월 2일에 실은 사설을 보면 마지막 문장이 이렇다. “학부모와 교사들이 실력 열정 도덕심을 가져야만 우리 아이들을 지켜낼 수 있다.” 인권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내야 한단다. 이런 논리는 ‘보호’가 ‘인권’의 반대말, 즉 ‘차별’이 되는 정점을 보여준다.
(덧붙여 말하자면, 동아일보는 같은 사설에서 학생인권조례를 ‘방임’이라고 표현하며 오도하고 있지만, 사실 학생인권조례 안에는 학생들의 권리로서 폭력과 차별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학생들이 필요한 상담이나 교육, 복지, 보호를 제공받을 권리 등을 다양한 방법으로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보호가 차별이 되지 않는 경계선, 보호가 인권의 반대말이 아니라 인권의 동반자이자 부분집합이 될 수 있는 그 경계선은 바로 ‘존중’에 있는 것이 아닐까? 보호를 받는 사람을 약하고 못난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할 때, 일방적인 규제나 시혜가 아니라 보호받는 사람의 참여 속에서 그 의견과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때, 보호받는 사람이 주체가 되고 권리로서 보호를 누릴 때, 보호는 비로소 ‘차별의 부드러운 얼굴’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나는 학생인권조례에서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차별적인 청소년보호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실마리를 본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의 기본적인 인격을 존중하도록 하는 동시에,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 보장, 학생들의 학교 운영 참여 보장, 교육정책에 대한 참여와 의견 반영 보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학교는 학칙을 개정하거나 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학생들이 참여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학생들은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등을 보장받으며 자유롭게 의견을 밝히고 여론을 형성하며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또한 교육청 역시 학생참여위원회 등의 기구를 통해서 교육정책을 결정할 때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비록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인권과 교육과 관련된 분야에만 적용되지만, 이러한 제도는 앞으로 한국 사회에 학생들, 청소년들의 실질적 참여가 자리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청소년특별회의, 청소년참여위원회 등 이른바 ‘청소년 참여 기구’가 있어왔지만 실질적으로 청소년들의 의견을 반영하기보다는 일부 모범생들의 스펙 쌓기로나 사용되는 등 처음의 취지와는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학생들의 참여를 권리이자 (교육청과 학교 등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는, 작은 교육정책에서부터 시작해서 초중고등학생들, 그리고 청소년들이 자신들과 관련된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참여할 수 있게 되는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예측은 단순한 낙관이 아니다. 학생인권조례가 단순히 학생들에게 인권을 ‘선물’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주체적인 활동을 촉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이후, 학칙 개정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 반영을 위해 학생들이 직접 나서서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한 사례들이 늘고 있다.

  작년 부천 소사고등학교에서는 학칙개정심의위원회 회의에 학생들의 참관을 거부당하자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연일 시위를 하면서 회의 참관을 관철시켰고 학생들의 입장이 더 많이 반영된 학칙을 이끌어냈다. 최근 남양주 가운고등학교에서는 학칙 개정을 위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전혀 밟지 않던 학교 측을 상대로 학생회에서 직접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학칙 개정을 하도록 요구하여 학생들의 요구가 반영된 새로운 학칙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인권은 보호와 대립되지 않는다. 인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이기 때문에, 인권과 대립되는 보호란 것은 그 사람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 보호라는 말이다. 그런 보호는 ‘차별의 부드러운 얼굴’이라는 혐의를 피할 수 없다. 존중과 참여로 보호주의를 넘어서는 길, 보호와 인권이 화해하는 교육, 학생인권조례로 열어가고자 하는 학교와 사회의 모습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신고
Posted by 공현
걸어가는꿈2011.06.09 19:57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4314498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84314498
http://www.yes24.com/24/goods/5217137?scode=032&OzSrank=1



추천사
학생의 일상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인권을 위해 - 김상곤 4
학생인권을 넘어 인간으로 살아가기 - 이계삼 6

1부 학생인권의 봉인을 푸는 질문들

2부 학생인권 쟁점 탐구
1 두발자유는 머리카락의 자유인가 - 한낱 머리카락에 학교가 그토록 목매는 이유 36
2 맞을 짓 한 자? 맞아도 되는 자! - 체벌과 폭력 사이 64
3 우아한 거짓말과 구차한 양심 - 양심의 자유, 사뿐이 지르밟고 가시더이다! 88
4 접속 금지, 발신 금지 - 휴대전화와 함께 추방되는 것들 116
5 교복은 메시지다 - 복장 단속, 무엇을 단속하는가? 138
6 도둑맞은 시간과 비어 있는 시간 - 강제 보충과 야자는 누구를 울리나? 158
7 중립이라는 감옥, 정치적 미성숙의 감옥 - 집회의 자유는 학생의 삶을 어떻게 바꿀가? 180
8 사랑은 아무나 하나 - '연애질', 금지된 것을 꿈꾸다 202

3부 학생인권 논리 탐구
1 성숙은 나이와 함께 찾아오는가? - '미성숙의 갑옷'을 벗는다는 것 238
2 보호는 안전망인가? 올가미인가? - 청소년 보호주의 넘어서기 250
3 학생인권, 학생과 교사의 다툼인가? - 학생인권과 '교권'의 관계 찾기 262
4 인권이 살면 규칙이 죽는가? - '법과 규칙이 살아 있는 학교'가 놓친 질문들 273
5 탯줄은 몇 살에 끊기나? - 학생인권, 가족과 부모의 벽 넘기 283
6 학교는 어떻게 '찌질이'를 만드나? - 학교 안 차별 들여다보기 294




---------------------------------------------------------------------------------------------
이제 출간됐네요 ^^;
주문도 가능하고... 아마 좀 큰 서점에는 모두 깔렸을 겁니다
문제집, 학습지 등을 주로 내던 한겨레에듀가 교양도서로 두 번째인가 세 번째로 낸 거라서...
문제집, 학습지 등팔던 루트로 학교 앞 서점 같은 데도 많이 들어갔으려나 -ㅁ-;



좀 더 자세한 소개 글 같은 거는 다음에 써서 올릴게요 ^^;
저작자 표시 비영리
신고
Posted by 공현
걸어가는꿈2011.06.01 22:58




"학생인권조례를 아십니까?"

학생인권시대, 학교의 진짜 주인 학생이 외친다!

일시: 2011년 6월4일(토요일) / 낮2시 
장소: 부천안중근공원(부천소풍버스터미널 근처)

경기학생인권조례까 제정된지 7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학생들은 교장선생님 훈화말씀 속에서나 학교의 주인!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었지만 꿈쩍도 하지 않으려는 학교,
진짜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의 외침과 행동으로 바꿀수 있습니다!

6월4일 학생들의 인권과 참여가 제대로 보장되는 학교를 위해
학생인권조례의 시대, 학교의 진짜주인 학생들이 외쳐요!

★ 학생을 기만하는 학칙이 아닌 학생을 위한 학칙을!
★ 학생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반영하라!
★ 상벌점제는 또 다른 인권침해! 대화와 존중과 소통의 교육을!
★ 진정한 학생인권 우리가 직접 찾는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신고
Posted by 공현
걸어가는꿈2011.05.18 05:21


“사람이 되어라”와 “학생도 사람이다”


공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작한 단편 애니메이션, 「사람이 되어라」는 한국의 학생들이 처해 있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이 애니메이션 속에서 학생들은 모두 사람이 아닌 원숭이이다. 교문에 커다랗게 박힌 글자가 수백 학생들의 등굣길을 내려다보고 있다. “먼저 사람이 되어라.” 먼저 사람이 된 선생님이 아직 사람이 되지 못한 학생들을 가르치는 곳. 학교에서 말 잘 듣고 남을 도우며 공부를 열심히 하면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하는 곳. “대학 가서 사람 되자.”라는 급훈이 걸려 있는 곳. 「사람이 되어라」에서 그리고 있는 학교의 모습이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인 원철이는 숲에서 학교 공부에는 영 흥미가 없는 자신이 잘못된 게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고 사람이 된다. 그러나 선생님은 그런 원철이에게 오히려 화를 낸다. “니 맘대로 사람이 되면 어떻게 해! 사람은 대학 가고 나서 되는 거야!”라고 호통을 치며 체벌을 하는 선생님. 학교를 뛰쳐나온 원철이는, 사람 안 될 거냐고 어서 학교로 돌아오라고 말하는 어른들에게 이렇게 외친다. “전 이미 사람이에요!”


나는 종종 “학생도 사람이다!”라는 피켓을 들고 거리에서 학생인권 캠페인 같은 것을 하곤 한다. 최근에는 서울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 운동을 하다보니 거의 매일 같이 3개월 동안 하루 6~8시간씩 캠페인을 했다. 그러다보면 지나가던 사람에게서 “아니, 그럼 학생이 사람이지 돼지에요?” 같은 장난스러운 질문을 심심찮게 받곤 한다. 가끔은 “「사람이 되어라」에서 보니까 원숭이던데요.” 하고 대답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말할 것도 없겠지만, “학생도 사람이다!”라는 말이 학생들이 생물학적으로, 지금까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현생 인류)가 아니었다는 뜻은 아니다. 이 말은 오히려 생물학적으로 사람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사람으로 대하라는 요구를 담고 있는 것이다.



학생을 사람대접하지 않는 사회

학생들이 사회적으로 사람대접을 못 받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우선 학생 ― 청소년들은 우리 사회에서 직접적으로 ‘폭력’을 당해도 되는 몇 안 되는 집단 중에 하나이다.(다른 집단으로는 군인 정도가 있겠다. 군인의 경우, 직접 때리는 구타는 금지되어 있지만, 얼차려나 기합은 가능하다. 교도소에 수감된 수감자들의 경우, 때리는 것이나 ‘기합’을 주는 것은 금지되어 있고 구속구를 채우거나 독방에 가두는 것은 가능하다.) 그나마 최근에 서울, 경기도, 강원도 등은 학교에서 체벌 완전 금지를 선언했고 교육과학기술부 또한 법령을 개정하여 학교에서의 때리는 체벌은 금지한다고 발표한 것도 큰 진전이다. 그러나 여전히 가정이나 학원에서는 반(半)합법적으로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많은 학교에서 체벌이 일어나고 또 묵인되고 있다. ‘오리걸음’, ‘앉았다 일어서기’ 등의 기합을 받다가 목숨을 잃은 학생들까지 있는데도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기합’ 같은 형태의 ‘때리지 않는’ 체벌은 계속 허용(조장?)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학생 ― 청소년들은 자신과 관련된 사안에 참여하고 목소리를 낼 권리를 원천 봉쇄당한 몇 안 되는 집단 중 하나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질적으로는 결정권을 가지지 못하더라도 절차적으로라도 의견을 제시하고 투표나 공청회나 기타 여러 형태로 자신과 관련된 우리 사회의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나이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투표권을 가지지 못하며, 이에 더해서 정당 가입, 정치 활동 등을 포괄적으로 제한당한다. 최근에 온라인게임 셧다운제 때문에 위헌소송을 검토하다가 안 건데, 심지어 자신의 기본권 침해 문제에 대해 헌법재판을 청구하려고 해도 보호자의 동의가 없으면 할 수가 없게 되어 있다. 또한 청소년들은 주민발의나 주민투표 등, 법적으로 유효한 서명에 참여할 수도 없게 되어 있다. 교육 정책이나 청소년 정책을 결정할 때 정부에서는 학생들의 의견을 듣는 절차조차 제대로 가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학생회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조직이 아니라 학생들의 ‘특별 활동’의 한 종류로 규정되어 있는 형편이다.

그밖에도 하나하나 청소년들의 ‘당연한’ 일상을 뜯어보면 참 당연하지 않은 일이 많다. 예컨대 성적이 공개되거나 성적표가 보호자에게 당연하다는 듯이 발송되는 모습이라거나, 야간자율학습에 참여할지 말지를 정할 때 본인의 동의를 묻는 게 아니라 보호자의 동의를 묻는 모습은 어떠한가? 학교에서 일어나는 자의적 소지품 검사는 어떠한가? 거리에서 사람들에게 무작정 위험한 물건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며 경찰이 소지품 검사를 한다면, 얼마나 당황스러운 일일까? 극장에서 휴대전화가 울렸다고 해서 극장 직원이 관객의 휴대전화를 압수한다면, 얼마나 화가 날 것인가? 어른들이 폐에 질환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증서를 가지고 있고 담배를 살 때 폐 질환이 없으며 담배를 피어도 건강에 큰 해악이 있지 않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면? 종교재단이 세운 회사라고 해서 직원들이 전부 다 그 종교 의식에 강제로 참여해야 한다면?



‘덜 된 존재’와 인간 사이에서

물론 학생인권 문제는 지난 10년을 주욱 훑어보면, 많이 개선되었다. 학생인권을 외치는 사회적 운동이 시작된 지가 거의 15년 안팎이니까 비교적 단기간에 이루어낸 뿌듯한 성과인 셈이다. 그러나 여전히 만족스럽지는 않다. 여러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는 성과이기도 하지만 또한 많은 숙제를 청소년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안겨주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도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는 등 지역별로 다른 학생인권 정책을 펴면서 지역간의 격차, 학교간의 격차도 커지고 있다. 같은 나라에서 어느 지역은 학생들의 학칙 개정 참여를 보장하고 어느 지역은 전혀 보장하지 않는가 하면, 같은 동네에서도 어느 학교는 야간자율학습이나 보충학습을 강제로 시키고 어느 학교는 완전히 자율로 하는 모양새다. 어느 지역에서 태어났느냐, 어느 학교에 입학했느냐, 어느 선생님들이 있느냐에 따라서 오락가락 하는 권리라면,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고 있다고 할 수가 없다. 그건 차라리 복불복일 것이다.

뿐만 아니다. 아직 제대로 건드리지 못한 인권 문제도 많이 있다. 예컨대 UN아동권리위원회는 2003년, 한국의 지나치게 경쟁적 교육환경이 아동의 발달권 등 인권을 침해하고 있으므로 개선하라고 권고했던 바 있다. 두발자유, 강제적 자율보충학습, 학생자치,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 쉴 권리 등 최소한의 학생인권이 어느 정도 개선되고 나면 그 다음에 부딪치게 될 주된 인권 문제는 바로 교육 문제일 것이다. 교육 정책 자체가 인권 침해가 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적 권리나 경제적 권리(‘알바’라고 불리는 노동의 문제나 주거권 등) 같은 문제와 청소년보호법 같은 청소년 정책의 문제도 중요한 학생인권, 청소년인권의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다.

지금도 학생인권을 이야기하면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학생이 어디서 머리를 염색하느냐부터, 심지어는 강제 자율보충학습, 강제 종교의식 참여, 성적 차별 등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옹호할 수 없을 것 같은 것들을 옹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모여서 얘기하고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학교 안에서 기본적인 언론․표현의 자유, 양심․사상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자고 하는 것을 가지고서도 호들갑을 떠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교육 정책의 문제나 정치적/경제적 권리 등을 이야기하면 어떤 반응이 돌아올지, 상상하기도 두려울 정도이다.

하지만 조금만 시야를 넓게, 깊게 가져보면 어떨까. 청소년들의 정당 가입이나 정치 참여 등, 이미 유럽, 남미 등 여러 다른 나라들에서 당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들도 많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북서유럽 또한 68혁명 등 학생들의 많은 요구와 행동, 그리고 사회적 갈등을 겪으면서 학생인권 상황이 개선될 수 있었다. 1968년 수많은 학생들이 거리로 나오고 시위를 하는 68혁명의 와중에 영국의 청소년들이 발표했던 요구안을 보면 지금의 한국 학생들이 요구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교육에도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자유롭게 조직을 결성․가입하고 정치활동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두려움 없이 학교나 교사에 대한 불만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부모의 동의서는 학생 의사가 아니므로 정당하지 않다”, “우리의 존엄성을 모욕하는 체벌은 없어져야 한다”, “양심에 반하는 종교교육이나 예배는 거부돼야 한다” 등등. 한국 역시 학생들, 청소년들의 “우리도 사람이다”라는 외침과 행동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원숭이’, 아니 ‘덜 된 존재’(미성년자) 취급받는 학생 ― 청소년들이 ‘사람’이 되는 제대로 된 길일 것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신고
Posted by 공현
걸어가는꿈2011.03.30 08:04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서울본부 두번째 소식지
아직도 먼 학생인권 (경향신문특집기사)
운동본부에서 알려드립니다 초간단 우편용 서명지가 나왔습니다!
시민연속특강이 진행되고 있어요!
활동일정 (3월 30일 ~ 4월 6일) 학생인권시민연속특강 학생인권으로 여는 행복교육의 오늘
일정확인하기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 서명하기 배너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서울본부 홈페이지
학생인권제정운동서울본부 트위터
저작자 표시 비영리
신고
Posted by 공현
걸어가는꿈2011.03.24 13:33

“제대로 된 교육과 학생인권을 찾습니다”

청소년 집회 “실종신고”에서 본 청소년운동의 현재

공현


청소년 집회 준비 과정은 좀 이상하다. 다른 집회들을 준비하는 과정과 비교해보면 그 우선순위가 전혀 다르다. 청소년 집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돈을 들이고 공을 들이는 부분은 바로 홍보이다. 충분한 홍보를 통해 조직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알리고 참여하도록 하지 않은 채 집회를 하면 50명도 채 오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운동이나 여성운동 등을 비롯한 여러 운동들의 집회 준비 과정에서 홍보가 ‘이미 어느 정도 조직화된’ 사람들에게 집회를 확실히 주지시키고 참가를 독려하기 위한 것인 반면, 청소년 집회에서 ‘홍보’는 사실 집회 자체의 목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청소년운동의 씁쓸한 조직화 현황을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지난 3월 19일에 있었던 청소년 집회 “실종신고 : 제대로 된 교육과 학생인권을 찾습니다” 역시 마찬가지였다. 3월 2일, 초중고등학교들이 개학하자마자 등하교길 홍보를 시작했다. 매일 매일 서울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 서명 일정에 참여하는 와중에도 어렵게 어렵게 시간을 쪼개고 만들어가며 등하교길 홍보와 주말 번화가 홍보로 전단지만 대략 1만5천 장을 배포했다. 웹자보도, 퍼나를 만하고 퍼나를 수 있는 사이트에는 거의 모두 퍼날랐다.

전단지를 받아본 청소년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그냥 읽지도 않고 버리는 경우도 있고, 바로 주머니에 넣는 경우, 묵묵히 읽는 경우도 있다. 이번 집회의 경우에는 “중간기말부터 수능까지 시험 폐지”라는 주장을 전면에 배치해서 그런지 “야 이거 쩐다!”, “이거 꼭 해야 돼!”라고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는 분들도 많았다. 전단지를 받아들고 “꼭 가겠다”라고 말한 청소년 분들 중에 반만 왔어도 집회가 참 대박이 났을 텐데……. 1만 5천 장을 청소년들에게 배포했는데 그 전단지를 받고 온 청소년들은 10명도 채 되지 않았으니, 전단지를 받고서 오는 청소년들의 비율은 0.1%도 안 되는 셈이다. 쩝. 일단은 학교의 일상에 균열을 내는 그런 주장을 많은 청소년들이 접하는 계기가 된 것 자체에 만족해야 할까?


청소년운동의 현실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이번 “실종신고” 집회는 그토록 많은 품을 들여 홍보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집회 참가자가 100여 명에 그쳤으며 그리고 그 중에서도 대다수가 이미 아수나로나 다른 단체 등에서 활동을 하던 청소년들이었다. 집회 분위기는 좋았지만 과거의 청소년 거리 집회들처럼 미조직된 청소년들 상당수가 나오는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작년 일제고사 반대 집회 등에서부터 확인되어왔던 이런 모습은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먼저 첫째, 2000년대 초중반, 중고등학생들이 미군장갑차 살인사건을 비롯하여 내신등급제와 학생인권 등을 가지고 곧잘 거리로 나오던 시기에는 그나마 미조직된 학생들이 거리 집회에 참가하는 일이 낯설지 않았다. 그러나 2008년 촛불집회를 거친 이후의 변화인지 아니면 교육․사회 환경의 변화인지 혹은 단순히 시간의 흐름 탓인지, 미조직된 학생들이 친구들과 같이 옹기종기 집회에 참가하는 모습은 거의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둘째로,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아니 2008년까지만 해도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온다는 것 자체만 가지고도 호들갑을 떨던 언론들 역시 이제는 청소년들이 거리에서 집회를 한다는 것만 가지고는 별로 기사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시큰둥한 모습이다. 이번 “실종신고” 집회의 경우에는 “중간기말부터 수능까지 시험 폐지”, “대학 안 가도 먹고 살 수 있게 하라” 등 논쟁적인 주장들을 전면에 내세웠는데도 그렇다. 이는 부분적으로는 이른바 ‘진보교육감’ 등이 학생인권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현실과, 작년 조중동에서 아수나로 등을 대대적으로 다룬 것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결국 이번 집회는 청소년운동이 앞으로 조직력을 키우는 데 더 주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교훈을 준다. 집회가 끝난 뒤, 아수나로 회원들끼리 김치찌개 집으로 밥을 먹으러 갔다. 그 자리에서 나는 식당을 가득 채운 30여 명의 아수나로 회원들의 모습을 보며 몇 년 전만 해도 10명 남짓하던 아수나로가 이렇게 커졌나 하며 뿌듯해했고, 계산을 하며 밥값에 절망했고, 마지막으로 “조직된 사람들로 200명을 채울 자신이 없으면 앞으론 단순 홍보에 의존한 거리 집회는 하지 말아야겠다. 밥값으로 단체가 파산하더라도.”라는 다짐을 했더랬다.

실종신고, 그 후…

이번에 청소년 집회 “실종신고 : 제대로 된 교육과 학생인권을 찾습니다”의 요구 사항은 크게 다섯 가지였다.

◑ 중간기말부터 수능까지 시험을 폐지하라! (시험 폐지)
◑ 대학 안 가도 먹고 살 수 있게 하라! (학력, 학벌 폐지, 사람다운 생활 보장)
◑ 교육예산 확보하여 누구나 쾌적한 학교를! (교육예산, 복지 확대)
◑ 학생에겐 권력을, 학교에는 민주주의를! (학교 민주화, 학교운영․교육정책 참여)
◑ 규제와 폭력 대신 자유와 소통을! (학생인권 보장)

이런 주장이 지나치게 급진적이라는 우려도 있을 법하고, 또 실제로도 그러한 의견이 인터넷 등에서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런 주장은 오히려 ‘생활 밀착형’ 주장이 된다. 예컨대 시험 폐지의 경우에, 대다수 중고등학생들의 경우에는 “전집형 일제고사를 표집형으로”나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전환” 같은 복잡한 정책적 논의보다는 “모든 시험 폐지”와 같은 주장을 훨씬 더 잘 받아들인다. 청소년들의 입장에서는 일제고사든 모의고사든 중간고사든 기말고사든, 자신들에게 점수와 등수를 매기고 서열화하기 위한 시험 자체가 스트레스이다. 학생들의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학생들을 줄 세우고 점수를 내기 위해 이루어지는 시험, 그리고 그 시험을 위한 교육 자체가 문제이고 인권침해이기 때문이다. 입시 제도를 가지고 깔짝깔짝 복잡하게 장난치는 것보다 “입시폐지 대학평준화”가 더 현실적인 대안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사실 이런 주장들 중 대다수는 청소년운동뿐 아니라 다른 여러 운동과 정치 세력들의 것들로부터 빌려온 것이다. “대학 안 가도 먹고 살 수 있게 하라”는 복지 사회 건설 주장, 학벌 없는 사회를 만들자는 주장의 변형이다. 교육예산을 GDP 대비 6%까지는 올려야 한다는 것은 십여 년 전부터 나온 교육운동의 요구였다. 시험 폐지의 경우에도 일제고사나 교원평가제 반대 투쟁을 거치면서 “평가가 아닌 진단을”, “평가하고 서열화하기 위한 시험을 바꿔야 한다.”와 같은 형태의 주장으로 여러 토론회와 포럼에서 교육운동 주체들(주로 교사, 교수, 학부모들)이 제출했던 것이다.

그러나 여러 사회운동의 주체들이, 그 중에서도 특히 교육운동 주체들은 자기들끼리 하는 토론회나 포럼에서 이런 주장을 정리해서 내거나 아니면 정치세력에 정책으로 제안하기만 하고, 그런 주장들을 대중화하고 행동으로 풀어내는 데는 게으르다. 오랜 시간 대중적․지역적인 운동을 해온 것은 무상급식을 비롯하여 몇 가지뿐이고, 그나마 이 무상급식의 경우에도 사람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 그 내적 논리와 제대로 된 의미는 충분히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다. 진보적 운동이 “대안 없는 반대”만 한다는 식의 비판은 잘못되었다. 적어도 교육운동에서는, 대안과 정책을 만들고 공부하고 토론하기만 하고 운동과 실천을 하지 않고 있는 문제가 더 크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아수나로는 이번 집회를 시작으로 이 주장들을 내세워서 청소년들과 만나고, 소통하고, 조직화하고, 행동하는 활동을 꾸준히 해나갈 작정이다. 그런 마음으로 올해 2월에 회원들이 모여 두 차례의 토론을 거쳐 주장의 내용과 슬로건을 확정했고, 이 주장들은 앞으로 적어도 1, 2년 동안 아수나로의 학생인권과 교육에 관한 활동 전반을 관통하는 슬로건이 될 것이다. 이번 “실종신고” 집회에서는 말 그대로 “이런 것들이 우리 교육에는 없다. 학생들에게는 없다.”라고 “실종신고”를 한 셈이다. 이제 사라진 제대로 된 교육, 학생인권을 찾아내고 만들어내는 일, 그리고 그걸 같이 할 사람들을 만들어내는 일, 그게 앞으로 우리의 활동이 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공현 님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입니다.
수정 삭제
인권오름 제 243 호 [기사입력] 2011년 03월 23일 12:21:17
저작자 표시 비영리
신고
Posted by 공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