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장래희망을 써내라고 할 때마다 매번 난감했다. ‘나는 나중에 무슨 일을 하고 싶은 걸까? 뭐가 되고 싶지?’ 뚜렷하게 잡히는 게 없었다. 고1 때는 ‘시인’이라고 썼던 것 같고, 고2 때는 ‘과학자’였는데(2학년 때는 이과였음), 고3 때는 아마 ‘철학자’였던가 ‘시민운동가’였던가…… 그렇게 진로의 일관성 따윈 없는 기록을 고등학교 생기부에 남겼다. 그나마 “행복한 사람”이라고 써냈던 중학교 시절에 비하면, 장래희망조사서란 게 이미 정형화된 직업들 중 하나를 써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점이 좀 더 사회화된 결과였을까.당시에는 과문하여 떠올리지 못했지만 지금 와서는, 내가 인권활동가를 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비평’을 업으로 삼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문학 비평일 수도 있고,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