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꿈2017.09.08 17:33

이유 없음


그때 나는 이를 악물고 있었다
그저 습관 같은 것일지 모른다
힘내야 할 것도 인내해야 할 것도
이유도 없이 정해진 노선 따라
아무도 정해주지 않은 목적지로
굴러가고 있었으니까

어깨에는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게
모르는 사람의 머리가 얹혀있다
고작해야 나란히 앉았을 따름인
다른 사람의 무게를
머리칼을 조금의 알콜냄새를 숨소리를
입을 다물고 지지하며

휘어질 때마다 빨라질 때마다
남겨져서 휘청이고 무거워진다
가속도는 무게다
가속도는 만남이다
죄도 없이 대가도 없이
이유도 없이 짊어져야 한다

삶은 이유가 없어도 기각되지 않는다
그러니 이유 없이 정한 목적지면 된다
나는 곧 일어나야 하겠지만
어깨에 놓여있던 무게에
주저하긴 할 것이다
사실 나는 슬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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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꿈2017.04.29 20:09

도망


  불광역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려던 길, 거리는 이미 태양으로부터 뒤돈 지 오래, 모래가 흐르는 듯한 광대뼈, 아킬레스건은 여느 때처럼 걸은 시간의 무게에 시달려
  도망치고 싶어지는 그런 밤.

  몇 해 전 애인과 갑작스레 4호선을 타고 오이도까지 갔던 밤이 있었다. 도망치고 싶은 충동과 그럼에도 고작해야 만들어진 해안선으로 실려가던 막차. 그날 전철 안에서는 빌려쓰고 나온 사무실에 불이 났더라는 소식을 전화로 들었더랬다. 우리는 바다냄새 섞인 대나무통술을 마시며 모래를 토해냈을 조개들을 뒤적였다.

  망친 일은 많은데 도망칠 곳은 없고, 어디로 훌쩍 떠나기엔 너무 많이 떠나왔고, 온탕에 몸을 담아도 조개들처럼 모래를 토해내지도 못하고, 불려 나오는 때조차 없이, 이미 불가역적으로 떼어낼 수 없는 나이 시간, 도망칠 곳은 없고 도망칠 방법은 오직 없어지는 것뿐임을 이해한 지 오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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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꿈2016.08.22 14:27




햇빛 아래서

당신을 보낸 뒤 정류장에 앉아 햇빛에 절여진다
똑같은 햇빛이 폐 속까지 스며들지만
우리가 흘리는 땀의 냄새조차 같지 않고
태양조차 평등하지 않더라는 소문이 섬뜩하게 떠다닌다

하얀 햇빛에 탈색되는 공기 선명해지는 세계의 색깔들
나는 그저 모든 것이 좀 더 선명해지길 바랐는데
아무리 공기가 투명해지고 아무리 색깔이 선명해져도
볼 수 없는 너의 세계, 적록부터 다른 시각,
유아적인 두려움은 여백 사이로 선뜻하게 떠오른다

당신을 보낸 뒤 정류장에 앉아 이별을 되뇌인다
나는 그저
말과 맘이 표정과 감정이 좀 더 나란한 관계를 바랐는데
태양은 원래부터 나란하지도 않았고 지구는 언제부터 기울어져 있었고
나는 그저 다른 각도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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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꿈2016.02.04 18:12




사레들린 삶

가끔 숨 쉬는 방법을 잊을 때가 있어
아무렇지 않은 나에게 의문을 가지는 순간
멈춰선 자전거가 넘어지듯이
곧잘 가슴 속을 무어로 메울 때가 있어
들인 것과 뱉은 것을 맞추지 못한 잠깐
사레처럼 잘못 든 경로의 도중

질식할 것 같은데 기침도 못하겠는 시간이 있어
수없는 호흡 중에 따져보면 약간이지만
무수한 감정들이 갈비 속에 쿵쾅대고
사실은 알고 있어, 너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음을
너와 나의 공통점,
사레들린 삶과 질식하는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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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인 것과 뱉은 것
삼킨 것과 뱉은 것
삼킨 것과 토한 것

뭐가 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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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꿈2015.09.01 01:52




비가 내리면

비가 내리면 모든 것이 빨라진다
피할 곳을 찾아서 뛰어가는 사람들
떨어져 내리는 낙엽들 바람들
새겨진 발자국과 조각들의 자취도
빈틈없는 비에 맞아 빠르게
희미해진다

비가 내리면 모든 것이 느려진다
물을 먹어 무거워진 신발들 바짓단들
습기속을 헤쳐가는 벌레의 날개짓
말려놨던 아픔들과 추억들의 망각도
가라앉는 비에 맞아 느리게
희미해진다

둔탁해진 세상 속에
씻겨 내려가는 많은 것들
때로는 자취가 떠내려가고
때로는 망각이 떠내려가고

비가 내리면
나의 마음이 남는 것이 아니고
남은 것이 나의 마음이다
차마 씻기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많은 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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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없는 비에 맞아 빠르게 / 빠르게
가라앉는 비에 맞아 느리게 / 느리게
라고 쓸까, 희미해진다로 통일할까 하다가 이렇게 갔는데 더 나은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원래 처음 시작은 비가 내리면 옛날 기억들이 떠오르고 망각이 느려진다 하는 생각과, 비가 내리면 많은 흔적이 지워지고 흘러내려가고 깎여나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면서 시작된 거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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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꿈2015.08.19 12:12



실려가며

눈꺼풀을 내리고 고개를 숙이고
몇센치의 동작으로 블라인드를 친다
잠드는 법을 잊은 듯하다
눈꺼풀 뒤편에 숨어 쉬는 와중에
끌어안은 꿈들이 가위 눌린 듯 쓰러지고
숨을 쉬는 법도 한번씩 재활이 필요한 법이다

내려둔 차양에도 새어들어 오고만다
인기척 웃음소리 어떤 고백
방 안을 헝클며 튀어다니는
당신의 여린 마음들

내릴 곳을 앞두고야
걱정들이 날아다닌다
눈 뜨기를 망설이다 지나치진 않을까
너무 많은 짐들이 끼이진 않을까
이제는 나를 안아온 맘들을 배웅하며
내가 알아온 것들로
눈꺼풀을 들어올려야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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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꿈2015.03.27 01:25



여행을 떠나면서



여행을 떠나면서 손톱깎길 챙긴다.
멀리에서도 손톱은 자라므로.

모르는 땅에서도 매일이 계속된다.
달라진듯이 낯익은 이름으로.
신발속에서 파고드는 발톱처럼.

알아듣지 못하는 말들 속에서도
고집스레 이어지는 모국어의 사유.
같은 별의 같은 삶이 있을 뿐이다.
자라나는 손발톱을 깎아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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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꿈2015.01.13 02:03


비누처럼

비누처럼 따가워라
부러진 기대들아
스쳐가는 얼굴들은
무구하게 거칠어라

비누칠한 얼굴처럼
뽀드득 비추어라
닦여나간 외면 밑에
사람이란 부끄럼아

물에 던진 비누처럼
부서지는 맥박들아
새하얗게 묻어나는
나만의 아픔들아


오늘도 물에 쓸려

울려지는 향긋한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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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꿈2013.08.17 10:31


감옥에서 10
     - 2013년 6월 20일


하늘이 너무 무거운 날이야
쏟아지는 햇살도 1기압의 대기도
삶의 가장자리마다 묻어온 우울의 냄새도
너무 무거워 땀이 나
얼마나 삭혔던지 군내가 나고 시어진 땀

아주 잠깐은, 세상을 용서하고픈 맘이 고였던 적도 있었어
당신이 내 안에 찍어논 발자국엔
나를 속였던 배신의 감촉들도
내게 박혔던 교정의 못질들도
용서할 수 있었던 맘, 세상이 날 용서치 않더라도

그러나, 저토록 좁은 하늘이 너무나 무거운 날이야
발자국의 높이도 뭉개질 만큼, 맘은커녕 땀만 나올 만큼,
귀퉁이마다 묶어논 자유의 매듭도 끊어지고
용서하기엔 하루가 너무나 무거워
하루 아래서 거듭 예리해진 나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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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꿈2013.08.17 10:29


감옥에서9
    - 괜스런 죄스런



귤껍질을 찢다가 소름이 돋았다
주황색 귤도 살구색 나도
내가 뜯어낸 하얀 살점들의 울음이
목덜미를 훑고 메아리쳤다
귤껍질에 돋아있는 소름의 의민
두려움인지 아픔인지 원망인지
괜히 죄스러워 입을 닫았다

죄스러움은 언제나 괜스러웠다
나는 다음에도 귤껍질을 찢을 테니까
그럼에도 여전히 나에게 사과받을 이들이
저 멀리 어딘가 많다는 소문이 돌았다
귤껍질보단 좀 덜 뜻밖이고 좀 더 나와 닮은
하지만 역시 나와 다른

사과할 이들도 없는 데서 죄인이 돼있다
나 역시 괜스레 찢겨지고 있다
찢겨짐은 대개가 자연스러웠다
사람들은 다음에도 나를 잊을 테니까
그리움이 인삿말이 될 테니까

아파함도 언제나 괜스러웠다
그러니까 내가 사과할 이들도
소문보단 가까이에
여전히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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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꿈2012.02.23 16:25


과거형

나는 당신을 사랑했었다.
그것만은 거짓이 아니었다.
다만 한 가지.
이 말을 할 땐 꼭 었, 하고 혀로 잇새를 닫아줘야 한다.
더 이상 외롭지 않게
과거로 과거로 만들어야 한다.
했다도 아니고 했.었.다 하고 두 번
그 닫히는 순간이
나의 마침표다.

엇 하며 두근거리는 심장을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었 하고 한 음절을 덧붙여 발음하는 것으로 끝내는 것
나는 당신을 사랑했었었었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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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꿈2012.02.18 11:47

자유는 어째서

6년만의 친구와 작별의 인사
나누고 돌아보니 하늘이 보이고
푸으른 겨울 하늘 눈에 스민다
수감을 한달 앞둔 맘에 저민다
그래서 느낀다
자유는 어째서 푸른색인가

수십일을 광장으로 출퇴근하며
달리고 때리고 싸우고 외치고
충혈된 눈들이 새벽을 밝힌다
주홍색 촛불도 피를 흘린다
그래서 느낀다
자유는 어째서 붉은색인가

배우고 있다 자유는 어째서
청록색인지 노란색인지
보라색인지 검은색인지
살빛인지
민트향 껌에서 여행지의 흙에서 저녁놀 등진 새 그림자에서 영화관 조명에서
네 등의 까슬함에서

자유는 어째서인지 총천연색 낯빛의 서글픔으로
나에게 인사한다
수감을 앞둔 시간 시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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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로 병역거부로 수감을 앞두고 2012년 2월, 뭐 이런 걸 넣을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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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꿈2011.09.26 04:16



새치

김광석의 그녀가 처음 울던 날 내 곁을 떠나갔노란 노래를 떠올리며 나는
맨날 웃어 보여야 했으니 떠날 만하다는 그런 하찮은 생각이 묻은
손으로
잠든 너의 눈꺼풀을 쓰다듬는다

너는 내 앞에서 참 많이도 울었다
나도 네 앞에서 참 많이도 울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힘들 때 울었는데
너는, 내가 힘들 때,
울었던 거 같다

그래서일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새치가 딱 하나 숨어있다
머리칼을 뒤져봐도 없는 새치가
왼편 눈썹에 딱, 한 가닥 숨어있다
나 때문에 항상 애쓰는 눈물샘 눈꺼풀 그리고 눈동자
발갛게 물들곤 하는 흰자위
그 수고로움을 시위하듯
나 때문에 색이 바랜 새치가

네 왼쪽 눈썹에 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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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나니 오글거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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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꿈2011.06.30 15:03


눈물은 핑하고 돈다

눈물은 "핑-"하고 돈다
왼이마가 찌릿하고 떨려오면서
"핑-" 하는 소리가 들려올 때면
눈물이 눈동자를 돌고 있는 것

"쿵"처럼 거창하지 않으며
"우직"하고 갈라지지도 않는다
그저 "핑-"하고 남은 여운이
보이지 않는 눈물로 흐르는 것이다

운동을 직업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그냥 사는 거였다고
말하는 그의 대답을 읽었을 때
"핑-" 눈물이 돌았다

그 높은 곳에 있는 그는
몇 번을 이를 "악" 물고
"핑-"하는 소리를 참았을까

돌고 도는 눈물
눈물을 흘리는 것을 직업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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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꿈2011.05.09 23:42


당신은 언제나 왼쪽에 있었다

당신은 언제나 왼쪽에 있었다
잠든 머리가 기울어진 순간에는
왼어깨가 알수없이 간지럽곤 하였다

당신은 언제나 왼쪽에 있었다
당신의 아직 흘리지 않은 눈물이
어깨 위를 두드리며 간지럽히곤
뭉친 살덩이를 건드리며 스쳐갔다

당신은 언제나 왼쪽에 있었다
눈을 감아도 고개를 돌려도
간지러운 어깨에 헛깨비처럼
당신의 숨결이 울고 있었다

당신은 언제나 왼쪽에 있다
어쩌면 그건 내가
언제나 오른쪽을
고집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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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꿈2011.04.26 08:10


이름 없는 증오, 까닭없는 얼굴

굳어가는 혈관에 소주를 맥주를 채워넣던 친구가 갑자기
물어본다 네 증오의 색깔은 무엇이냐고 나는 내심 당황하지만 태연히 아마도 피처럼 검붉지 않겠느냐고 생각이
나는 대로 말한다 돌아오는 길에 묘한 정적이
머리 속에 들려올 즈음 깨닫는다 내 증오에는
이름이 없다는 걸 그러므로
색깔도 없다는 걸

동시에 너의 얼굴이 까닭없이 떠오르고

내가 미끄러지는 이 대로변엔 시작이 없다 동작이 없다
다만 그저 요컨대 예컨대 달려가던 길고양이들만
우연히
차마 이름을 줄 수 없는 내 증오와
아무 까닭도 없이 눈을 뜨고 있는 네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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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꿈2010.09.02 03:23


자화상

몇살부터일까 우리는 문득 깨닫는다 자신의 얼굴을 그리지 않으면서
살고 있다는 것을
시청을 지나 서울역을 지나 용산을 지나 신림을 지나는 어느 버스 안에서
밤빛 유리창에 비스듬히 비치는 빗방울 돋아난 우리의 얼굴을 보면서

삐죽빼죽 알록달록 잘만 그리던 우리의 얼굴이
언제부터 백지 앞에 막막한 무언가가 되어버린 건지
눈을 믿지 못하게 된 건지 손을 믿지 못하게 된 건지
그리지 못할만큼 추하게 되어버린 건지, 우리의 얼굴이

우리가 서로를 탓하는 사이
눈에서 뺨에서 귀에서 코에서 입에서 여드름에서 흉터에서
돋아난 빗방울들이 빗겨 흐른다
우리 모두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그 누구도 자신의 얼굴을 책임질 수는 없는 시간을
살아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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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꿈2010.07.18 03:09


옷에게는 고향이 없다

삐그덕, 입고 있던 옷을 벗어서
이불 위에 던진다, 아무렇게나

우리가 헤집고 다닌 먼지들
우리가 그려온 몸짓의 흔적들
그 모든 것이 주름진 옷으로
내 곁에 눕는다

나처럼 팔과 다리와 가슴과 배와
구멍을 가진 옷은 이마를 찡그리며
더 많은 주름을 삐그덕 찡그리며
내게 말을 건다, 아무렇게나

  주름 한 점 없던 날은 없다
  그리던 하늘이 높푸른 고향은 없다
  당신은 태어날 적 흘렸던 눈물과
  피범벅이 된 머리통 주름투성이 미간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지 않은가
  우리에겐 고향따윈 없다는 말과
  머무는 곳 어디든 고향이란 말은
  닮은 듯하면서도 사뭇 다르지 않은가

나는 눈가에 배꼽에, 주름을 어루만진다
뱃속에서도 소리가 난다, 삐그덕

던져진 옷은 다시 말을 걸지 않는다, 이제
우리가 다시
주름투성이 생을 살아야만

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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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꿈2010.05.05 02:05


나의 분노

나의 분노에는 답이 없다
구부러진 골목길 아무런
낙서조차 없는 벽 앞에 선
갈색 고양이처럼

나의 분노에는 꿈이 없다
더러워진 일기장을 팔랑이다
알람시계를 맞추고 곯아떨어진
자동입출금기보다도 잠이 부족한
알바생의 얼굴처럼

나의 분노에는 이름이 없다
희미한 눈썹의 꿈틀거림
더부룩한 뱃속의 뒤틀림
낙상한 적도 없이 눈두덩에 앉아서
술잔을 기울이던 눈물방울처럼

나에게는 분노가 없다
내 손으로 부숴버린 휴대전화와
슬픔으로 부어있는 몸뚱아리 말고는
나에게는 분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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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꿈2010.03.16 22:17


도시의 생활

도심에서 숨쉬기란 얼마나 모호한가
먹는 일도 걷는 일도 앉는 일도 구르는 일도
한발짝 떨어져서 흘러가는 일들

도심에서 말하기란 또 얼마나 뻑뻑한가
걸레처럼 쥐어짜는 한마디 두마디도
건조한 피로로만 돌아온다

서걱거리는 나날들이 한줌씩 퇴적된다
끝에서는 검은 아스팔트가 솟아오른 벽을
만날지도 모르지만
이 시간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우리 걸음만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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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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