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내가 밀고 있는 단체 - 인권운동사랑방

공현 2022. 6. 3. 16:06
오늘의 교육 2022년 3+4월호에 썼던 인권운동사랑방에 대한 '밀어주는' 글입니다. 잊어먹고 있다가 뒤늦게 공유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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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밀고 있는 단체

인권운동사랑방


근래에 어느 술자리에서 노동조합 상근자인 청년 활동가를 소개받은 적이 있다. 운동이니 정파니 두서없이 수다를 떨다가, 그 활동가에게서 한 단체 이름이 나왔다. “그런데 이 단체는 어떤 곳이에요? 거기서 기고한 글을 우연히 봤는데 딱 내가 하던 생각이고 고민이더라고.” 바로 인권운동사랑방이었다. 반가운 마음을 담아 이렇게 운을 뗐다. “저한테 인권운동을 가르쳐 준 곳이라 할 수 있죠.”

청소년인권운동을 시작했던 초기, 나는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과 함께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에서 활동할 기회가 있었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해 운동 2년 차를 맞이한 나에게 인권운동사랑방은 곧 인권운동과 활동가가 어떤 건지 경험케 해 주는 ‘교본’ 같은 존재였다. 내 몸에 배어 있는 운동에 관한 태도, 내 뇌에 박혀 있는 운동의 원칙 같은 것들은 상당 부분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로부터 배우고 익힌 것이다.

그로부터 10년도 더 지난 지금, 이제 난 인권운동사랑방이 인권운동의 ‘표본’ 같은 곳이 아님을 안다. 가령 대표도 직급도 없이 수평적인 관계와 의사 결정 체계를 지향하고, 필요하다면 서너 시간씩 토론과 회의를 이어 가는 것이 인권단체들 중에서도 흔한 모습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렇게 내가 배운 여러 원칙 중 하나를 유독 곱씹게 되는 요즈음이다. ‘인권운동은 중립적인 것이 아니며 적극적으로 약자의 편에 서서 정치적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인권운동은 정치권력과 출세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해야 하며 운동의 성과를 개인이 사유화해선 안 된다. 인권활동가 개인이 국회의원이 되거나 정부에서 한 자리 갖는 것은 인권운동의 발전이 아니다.’ 나는 이런 원칙을 다들 공유하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적은 사람들 사이에서만 이런 문제의식이 회자되고 고민된다는 것을 실감할 때면 투덜거리게 된다. ‘인권운동사랑방에 속아서’ 지나치게 민주적이고 원칙적인 운동부터 배운 탓에 내가 이렇게 까칠해졌다고. 물론 정작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은 그런 걸 가르친 적이 없다고 어이없어할 수도 있겠다.

인권운동사랑방은 1993년 창립된 ‘진보적 인권운동’을 모색하고 만들어 가는 단체이다. 여러 인권 의제와 현장을 발견하고 연대해 왔고 청소년인권운동이나 인권교육운동도 그중 하나였다. 단체를 키워 나가기보다는 작은 조직으로 분산, 독립시키는 방침을 갖고 있어, 서울인권영화제, 인권연구소 창, 인권교육센터 들 등이 인권운동사랑방에서 비롯됐다. 인권운동사랑방은 인권과 인권운동의 원칙을 세우고 꼭 해야 할 이야기들을 하려고 노력하는 단체다. 이 단체가 어떤 곳인지 잘 알지 못하던 청년 활동가의 눈길을 끈 것도 그런 노력에서 배어 나온 색깔이었으리라 짐작한다. 나 말고 또 다른 활동가에게 인권운동에 관한 환상을 심어 주기 위해 후원금으로 응원해 보는 게 어떨까. 자원 활동가로 참여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 공현 (본지 기자, 청소년인권운동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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