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여러분이 자신을 제 선배라 생각하실지는 모르겠지만

공현 2019. 11. 26. 11:09

[여러분이 자신을 제 선배라 생각하실지는 모르겠지만]

- 고등학생운동을 하셨던 분들에게, 청소년운동의 활동가가 띄우는 편지

 

제가 처음으로 고등학생운동에 관련된 이야기를 접한 것은 아마도 고등학교 2학년 때 읽었던, 최시한의 소설집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1990년대 초의 고등학생들이 주인공인 소설집이지요. 물론 거기에는 고운의 조직적 활동 모습 등이 나오지는 않지요. 하지만 학생들이 억압적인 학교와 경쟁교육에 고통받고, 저항하고, 탄압받고... 또 전교조에 가입한 교사가 쫓겨나면서 벌어지는 일들 등을 보며, 고등학교에 다니며 청소년운동을 했던 저 자신의 경험을 이입했습니다. 두발자유를 주장하는 전단지를 배포했다가 교무실에 불려갔을 때는, “모든 잘못이 다 죄는 아니다. 우리는 허가받아야 할 일을 한 적이 없다.”라는, 〈반성문을 쓰는 시간〉의 구절을 떠올렸습니다. 대학입시에 대해 고민하면서, 그리고 몇 년 후에는 대학입시거부선언을 함께 준비하면서 “우리는 마라톤 선수가 아닙니다. 모두 승리하면 누가 패배합니까? 자기 촛불을 꺼! 그러면 아무도 패배하지 않아!”라는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에 나오는 대사를 떠올렸습니다. 이렇게 돌아보면 고등학생운동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전부터 제 운동에는 고등학생운동이 함께했었네요.

 

저는 1988년생이고, 2005년 고등학교에 다니던 중 청소년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2006년,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라는 단체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 ‘역사연구팀’에 들어가게 됐어요. 그때 우리의 고민은 청소년운동에 제대로 정리된 역사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과거에 뭘 했는지도 잘 모르는 채 시행착오를 반복하기도 하고 운동의 정당성이나 흐름도 잘 알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과연 우리가 하는 운동은 무엇인지, 누가 무엇을 해 왔는지를 찾아 나갔습니다.. 그때 역사를 찾고 정리하다가 만난 것이 고등학생운동이었습니다.

 

1987년 전후로 시작되어, 1990년대까지 이어졌던 운동. 누군가는 ‘참교육 1세대의 운동’이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교육민주화 운동’이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중고등학생 운동’이라고도 부르던. 저에게는 놀라운 역사 속 이야기들이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은 친숙하게 느껴졌습니다. 학생회 자치권, 보충수업철폐투쟁, 두발자유투쟁, 입시경쟁교육철폐, 교복부활반대... 그런 주장들은 제가 하는 청소년운동과 다를 바가 없어 보였지요. 당연히 고운에 존재했던 여러 경향의 정파들이나 주장들에 제가 모두 동의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활동을 청소년으로서 중·고등학생으로서 하는 경험, 《나무에게서 온 편지》에 나오듯 '패륜아' 소리를 들으며 사회로부터 학교로부터 탄압과 백안시를 당했던 경험은, 세월을 넘어 너무나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비록 제가 하는 운동은 30년 전의 고운과는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별로 없을지도 모릅니다. (직계인 단체도 없진 않지만) 저의 경우에는 조직이나 사람을 직접 계승한 것도 아니고요. 그러나 저는 고운이 저희의 선배(먼저[先] 했던 세대[輩]란 의미에서요)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30년 전에, 중고생이자 청소년으로서 변혁주체, 운동가가 되었던 수백 명, 수천 명, 어쩌면 수만 명의 사람들을 선배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이 30년이 지난 지금 청소년의 인권을 이야기하고 청소년이 정치의 주체라고 말하는 우리들을 후배라고 여겨 주기를 바랍니다. 자신들의 10대 때를 떠올려서라도, 지금의 청소년운동에 대해 공감하고 지지해 주고 응원해 주기를 바랍니다. 오늘날 김철수 열사의 “우리나라 모든 고등학교가 인간적인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기억하고, 김수경 열사가 남긴 “전교조를 지지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제가 학교 다니기가 불편하다면, 아니 고통스럽다면 이미 그곳은 학교가 아닙니다.”라는 말에 공감할 사람들이 우리 청소년운동의 활동가들이기를 꿈꿉니다.

 

청소년운동이 나서서 고운을 기억하는 자리를 준비해 본 건 이번이 아마 처음 같습니다. 그동안 출판기념회 등 관련된 자리에 저나 다른 활동가들이 몇 번 참석하긴 했지만요. 비록 고운에 참여했던 분들이 자신을 저의 선배라고 생각하실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고 참석해 주셔서 제게 선배라고 부를 수 있는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데는 전교조 30주년을 맞이하여서, 전교조만이 아니라 함께 나섰던 학생들도 기억하자고, 교육을 바꾸기 위해 나섰던 주체는 교사들만이 아니었다고 말하고 싶다는 욕심도 계기가 되어 주었습니다. 전교조에서도 많은 분들이 고운을 잊지 않고, 참석하셔서 함께 이야기 나누면 반갑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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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우리는 학교와 정권에 맞서 싸웠다

- 8090 참교육운동을 했던 학생들의 이야기마당 -

11월 29일 금요일 오후 6시 30분

서울 프란치스코교육회관 430호

 

참가 신청 : https://forms.gle/gGQyJgjifsUMZwuA6

 

30년 전 민주주의, 통일, 해방을 꿈꾼 이는 어른들만이 아니었습니다. 자주적 학생회, 입시경쟁 철폐, 전교조 교사 해직 반대를 외치며 나섰던 중고등학생들이 있었음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또한 그때 행동했던 사람들과 지금 행동하고 있는 청소년과의 만남을 이루고자 합니다.

 

 

이야기손님

조한진희(반다) 활동가, 다른 몸들(준)

정용주 초등 교사, 전교조 조합원

양돌규 노동자역사 한내

안수찬 한겨레 기자

김영희 연세대 교수

이수경 청소년인권운동 활동가

 

주최 :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서울지부,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