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학생인권을 위한 전면적 변화의 계기가 되길

공현 2008. 4. 28. 13:27

초중등교육법에 학생인권 보장 의무 조항이 신설된 것(18조)에 대해, 그리고 이후 학생인권 사회협약인지 뭔지에 대해 토론하는 토론회의 토론문으로 쓴 것입니다. -_-



학생인권을 위한 전면적 변화의 계기가 되길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공현


  학생인권 보장은 지금까지 청소년인권단체, 혹은 청소년인권에 관한 활동을 하는 청소년단체/인권단체들이 앞장서서 주장해온 것 중 하나이다. ‘학생인권법안’의 경우에도 그 배경에는 청소년들의 인권에 대한 요구와 이런 단체들의 긴 활동이 있었고, 학생인권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도 이런 단체들의 서명운동과 이슈파이팅 등이 있었다.


  그런 활동에 참여해온 한 사람으로서, 학생인권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학생인권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사실상 교육기본법상의 학생인권 존중, 보호 조항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선언적 조항만이 신설되게 된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국회의원 분들에게 법률에 학생인권의 내용처럼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하나하나 열거하는 게 너무 구질구질한 작업처럼 느껴졌다면 차라리 시행령으로 만들도록 명시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학생인권에 대한 선언적 조항 하나만 들어가고 심지어 본래는 들어갈 예정이었던 학생회의 권한 강화에 대한 조항도 도중에 빠지게 된 것은, 아무래도 이런저런 정치적 눈치보기의 결과물이자 현재의 학교장, 교사, 학부모, 학생 등의 권력 관계를 반영하고 있는 결과인 것 같아서 마음이 씁쓸하다. 그래서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여쭙는 것인데,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이번에 신설된 제18조의 4와 관련해서 학생인권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실 계획(물론 체벌을 제한적으로 모호하게 허용하고 있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31조의 개정을 포함하여)은 없으신지 궁금하다.



  학생인권 보장을 위해 각자가 모두 협력하고 노력할 일들이 있을 것이고, 또 각자의 위치에서 해야 할 일이 있을 것이다. 예컨대 학생인권에 대한 제도적 기준을 가장 인권적인 내용을 담아 제시__보급__교육하고, 그 기준을 어기고 학생인권 침해를 자행하는 사람들을 감독하고 처벌하는 일은 정부의 일일 것이며, 학생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신경 쓰는 한편 학생인권 보장을 위해 적극적인 학교 현장의 구조 변화와 학생인권 향상을 위한 지원을 하는 것은 교사나 친권자(학부모)의 일일 것이다. 인권을 침해당한 학생들을 구제하고 지원하는 일, 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학생들이 부당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방어하고 지원하는 일은 모두가 해야 할 일일 것이고….

  먼저 이런 여러 역할들 중에 청소년인권단체로서 할 일들을 고민해보니, 우선 이번 토론회에서도 발표된 학생인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읽기 편하게 요약해서 가능한 한 많은 청소년들에게 알리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요약본에는 이러한 인권들을 침해당할 때 어떻게 저항하고 자신들의 인권을 요구할 수 있는지, 지원이 필요할 땐 어디에 도움을 청하면 되는지 등등의 실천적인 이야기들도 함께 담아야 할 것이다. 그밖에는 아무래도 지금까지 해온 활동과 크게 다를 것 없는 활동들, 즉 학생인권침해 상황이 알려진 학교들을 조사하고, 문제제기하고, 학교 안에서 학생인권 보장을 요구하며 뭔가 행동을 할 의사가 있는 청소년들이나 학교 구성원들을 조직화하고 지원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교사나 친권자나 청소년 등등을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도 할 테고….


  추가적으로, 이번 조항 신설이나 다른 상황들과 관련해서 시급하게 필요한 것 몇 가지만 이야기하겠다. 하나는 학생인권 보장 의무조항과 학생인권 가이드라인에 근거하여 각 학교의 교칙들을 전면 개정하도록 하는 일이다. 물론 그러한 교칙 개정이 교육부에서 “개정하시오.”라고 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다. 많은 학교들이 “개정하겠다.”라고 보고만 하고 실제로는 아무 변화도 없을 수 있으며, 이중적 교칙(보고용 교칙 하나, 실제 교칙 하나. 학생들에게 교칙을 공개하지 않는 학교도 많다.)을 만들 수도 있다. 정부가 학생인권에 대한 가이드라인들을 제시하고 그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 내용의 교칙을 협의하여 재개정하도록 철저하게 감독해야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자신들의 인권에 대해 알게 하고 그 인권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교칙이 만들어지는 데 참여하는 것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청소년인권단체들은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전면적인 변화의 과정에 참여하여 힘을 보태고 학생들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학생, 교사, 친권자, 그리고 교육 관련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장기적인 인권교육이다. 최근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입법을 권고한 인권교육법의 내용과도 관련되는 것인데, 학생 본인은 물론 학생인권 문제의 관련자들 전체에게 인권 일반과 학생인권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이 교육은 형식적인 교육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효과를 노린 인권교육이어야 할 것이며, 그 내용은 학생인권 가이드라인에 맞추어 인권적인 것으로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마치면서, 학생들의 다양한 인권 문제들은 학교 단위의 자율로 맡겨둘 일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최근에 교육부에서 발표한 학교자율화라는 이름을 단 조치가,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할 학교의 ‘자율’(이란 이름의 횡포)를 더 확대시키는 효과를 내지 않길 바랄 뿐이다. 학교의 ‘자율’이나 ‘재량권’을 이야기할 때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학생들의 ‘자율’과 ‘권리’이기 때문이다. 학교 단위의 자율적 결정에 따라 학생들의 인권이 보장된다면 아주 좋은 일이겠으나, 학생들이 상대적 약자의 위치에 놓여 있고 인권을 보장받기 어려운 현재 학교와 교육체제의 현실을 고려하면, 전 사회적 차원에서 학생인권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과 원칙을 정하고 강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런 학생인권에 대한 기준과 원칙을 만드는 데 있어서, 다양한 인권 기준과 함께 인권문제의 당사자인 학생들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토론회를 학생들이 참여하기 힘든 중간고사 시기에, 학생들이 참여하기 힘든 평일 낮 시간에 연 것이 더욱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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