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재수강은 이명박 시키자!

공현 2008. 6. 18. 18:53
재수강은 이명박 시키자!


  우리는 이 땅의 수백만 대학생들을 대표하거나 대변할 생각은 코딱지 만큼도 없으나, 그래도 적어도 몇 명의 대학생들의 심경을 표현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이 글을 쓴다. 결론은 간단하다. 재수강은 이명박이 하게 하자! ㅠㅠ

  5월 초부터 시작된 촛불집회는, 광우병 위험 쇠고기에 대한 우려와 대운하를 비롯한 각종 정책에 대한 반대, 국민주권과 민주주의의 문제, 정부의 '소통'의 문제, 경찰폭력의 문제, 언론의 문제 등으로 계속 확대되면서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장마 기간이 시작되었고 촛불집회 참가자 수가 줄었네 어쩌네 하는 이야기가 돌고 있으나, 이 촛불은 그리 쉽게 꺼질 것 같지 않다.

  초기에는 참가자들 중에 청소년들 비중이 컸으나, 5월 중순을 지나면서 대학생들과 20대 이상의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는 촛불집회에, 우리 또한 대학생으로서 시간과 체력이 허락하는 한 참여해왔다. 그러나 비극은 이명박 정부가 사람들의 외침에 닭장차도 모자라 명박산성까지 동원하며 귀를 막고 버티고 있었다는 데 있으며, 6월은 대학생들의 기말고사 기간이었다는 데 있다.

  이번 학기 학점을 살려야 하는지, 아니면 눈앞에 생생히 펼쳐지는 민주주의의 발전에 함께해야 할지 갈등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경찰의 폭력에 노출되고, 정부가 여전히 귀를 틀어막고 있는 상황에서 나만 살겠다고 학점에 매달릴 수는 없었다. 우리는 학점을 추구하는 대학생이기 이전에 인간이고 유권자이며 이 땅의 시민이었다.

  1987년 6월항쟁 때는 총학생회들이 결의하여 시험 거부, 또는 시험 연기를 결정했다고 하던데, 20대의 정치적 무관심이 어쩌구저쩌구 하는 이 2000년대에는 그럴 만한 배짱과 실력과 의지를 지닌 총학생회도 없었다. 결국 우리는 일종의 기말고사 보이콧을 선택했다. 우리는 기말고사 시험에 아예 들어가지 않거나, 혹은 기말고사 공부를 하기보다는 집회에 나가면서 최소한의 공부만 하고 시험을 보는 길을 택했다. 우리가 전혀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우리는 노트 필기한 것과 교재를 들고 가서 집회장에서 밤을 새며 나름 밤샘공부를 했다. 그러나 그런 걸로 때워질 만큼 요새 대학교 시험이 만만하지 않았다. 뷁!!!

  이 땅의 민주주의와 우리의 건강한 삶을 위한 소극적 기말고사 거부의 결과는 장렬했다. 이제 우리 중 몇몇은 이번 학기에 때아닌 F 몇 개를 각오해야 할 지경이며,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학점 평균은 학자금 대출이나 장학금신청 등에서 최소 기준으로 제시되는 점수도 넘기기 어려운 지경이다.

  우리는 이 책임이 1차적으로 우리들이 거리로 나가고 밤샘시위를 할 수밖에 없도록 막장 무개념 정치를 한 이명박 정부에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한달 동안 계속된 촛불집회에도 불구하고 귀를 틀어막고 있으며 종래에는 우리가 소극적 기말고사 거부를 택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올해 대학생 학력 저하의 주 원인은 이명박 정부다!

  그렇기에 우리는 주장한다.
  우리의  성적은 이명박이 책임져라. 재수강은 이명박이 직접 해라. 그게 싫으면 이명박 정부는 즉각 우리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라.
   이명박 정부의 무개념에 희생당한 우리의 2008년 1학기 성적에 조의를 표하며, 더 이상의 무개념은 용납할 수 없다.


대학생 공현

2008년 6월 18일 수요일


동의하시는 분들은 퍼날라주시길 -_-;;;

리포트 쓰고 써본 글입니다.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