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일제고사’를 비롯한 몹쓸 교육정책에 대한 불복종 행동을 제안합니다. (아수나로 서울지부)

공현 2008. 9. 5. 12:02



‘일제고사’를 비롯한 몹쓸 교육정책에


대한 불복종 행동을 제안합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서울지부


초필살 교육 현실


  유난히도 시간이 빠르게 흐른 한 해입니다. 2008년도 벌써 후반에 접어들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의 막장 교육정책도 하나 둘 자리를 피고 눌러앉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연초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학교자율화 조치만 해도 벌써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잊혀진 채 학교에 ‘0교시’ ‘우열반’을 상시대기 시킬 기반으로 자리를 잡았으니, 두어 달만 지나면 지금 인터넷 신문에 줄줄이 뜨고 있는 국제중 설립에 관한 기사도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람들의 시야에서 자취를 감출 지 모를 일입니다. 시간이 흐르는 걸 막을 순 없습니다. 시간이 흘러 세상 사람들의 관심이 떨어지는 것 또한 애석하게도 사람 손으로는 막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막지 않으면 안 될 일들이 있고, 우리는 그 일들을 막아보고자 여러분에게 함께 하자는 제안을 드리려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과 공정택 교육감 당선 이후 밀려드는 일련의 교육정책들은 오직 한 가지 ‘필살경쟁’의 길로 학생들을 몰아넣고 있습니다. 물론 그 전부터도 이 땅의 교육은 ‘필살경쟁’이었지만, 이제는 ‘초필살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듯합니다.
  그들은 대한민국 학생들이 공부(경쟁)를 위해 태어난 인간이 되길 바라고, 온갖 술수를 통해 그렇게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국제중을 비롯하여 이명박 정부의 고교 서열화 300 프로젝트 등등, 이것들은 한 마디로 ‘경쟁기지’입니다. 이러한 경쟁기지들이 전국에 우후죽순으로 들어설 예정이고, 딱히 예지능력이 없더라도 미래가 어떨지는 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서울이건 지방이건 학교 간 서열화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학생들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겠지요. 행복? 행복할 시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공부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10월 14, 15일에 국가 주도 학업성취도평가 이름의 일제고사가 치러집니다. 2010년에는  학업성취도평가 성적을 3등급으로 나눠 학교 홈페이지에 공시하는 학교정보 공개법이 시행되고, 서울시에서는 학교선택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됩니다.
  2010년 시행이라 학교정보공개법이 이번 해엔 소용이 없다고 하더라도, 공개할 성적정보가 생긴다는 것만으로도 일제고사는 자신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합니다. 전국의 학생들을 줄 세울 잠재적인 자료를 마련하는 것이 일제고사의 1차적인 목적이니까요. 이것은 이후 학생들의 성적으로 학교들을 줄 세울 자료가 되고, 학교가 학생들(어쩌면 학부모)의 선택을 받기 위해 더욱 더 ‘입시경쟁교육’ 에 박차를 가할 이유가 되겠지요. 일제고사와 학교정보공개법, 학교선택제는 국제중, 자율형 사립고 등등과 나란히 극심한 경쟁을 유발할 테고,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는 학생들은 상위권 학교에 선택받기 위해, 지금도 그렇지만, 더욱더 ‘입시형 인간’이 되려 할 것입니다. ‘고3은 인간이 아니다’ 따위의 말이 고등학교 중학교 심지어 초등학교까지 퍼져갈 것이란 예상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일제고사 거부’(또는 불복종)에서부터 경쟁교육 반대로~


  이 끊임없이 악화일로로 치닫는 경쟁교육에서 일제고사는 일종의 시작점이자 하나의 계기입니다. 우리는 아직 사람들이 이런 새로운 경쟁적 교육제도들에 순응하기 전에, 이 제도를 당연시하고 익숙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전에, 시작되기 전에 이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일제고사에 불복종하는 운동이 필요합니다.

  왜 하필 부담스럽고 실현가능성도 높지 않아 보이는 ‘불복종’이 필요하다고 하는 거냐구요? 그건, 지금까지 우리(교육운동이건, 청소년인권운동이건 기타 등등)가 해온 집회나 1인시위나 기자회견 같은 것들이 이제는 너무나 식상하고 효과가 적다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귀를 꽉 막고 있는 저 사람들이, “아 그러셔?” 하고 무시하고 지나가거나, 아니면 슬쩍 물타기 해서 넘어갈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경쟁교육을 직접 거부하는, 좀 더 빡센 ‘직접행동’을 고려해야 하는 때입니다. 정책 제안과 토론회와 기자회견과, 가끔 가다가 조직된 사람들이 머리수를 채우는 집회만 줄창 하며 허우적대고 있는 교육운동을 벗어나야 할 때입니다. 내신 성적에 들어가지 않고, 특정한 날짜에 전국에서 동시에 시험을 보는 형태의 ‘일제고사’(전국학업성취도평가?)는 대대적인 불복종을 기획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일제고사를 직접 보진 않더라도 경쟁을 조장하는 정책들과 입시경쟁교육에 반대하는 모든 청소년들의 직접 행동을 제안합니다. 일제고사를 직접 보는 3개 학년 뿐 아니라 다른 청소년들도 10월 14, 15일을 계기로 행동하게 만드는 것은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입니다.
  실패, 혹은 패배가 걱정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탄압을 각오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대한의 성과를 만들기 위해 긴 준비와 물밑작업을 할 것이고, 설령 패배하고 실패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 패배는 새로운 도전과 시도를 그 바탕에 깔고 있기에 앞으로의 운동에 유의미한 것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언제나 우리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덜한 지옥이 아니라 학력 학벌과 상관없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입니다. 우리는 행복한 교육, 시험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교육, 경쟁에 내몰리지 않아도 되는 교육을 원합니다. 미사여구 없이 담백하게 말해서, 우리는 정답을 강요하는 시험과 차별을 만드는 경쟁, 인권을 침해하는 교육이 모두 싫습니다. 일제고사 반대를 계기로, 이에 관하여 입시경쟁교육 폐지를 위한 행동을 연결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날짜는 다가오는데, 일제고사가 이뤄질 것이란 사실은커녕 일제고사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수두룩합니다. 당사자인 학생들조차 그렇습니다. 멍하니 손놓고 시험지 오기만 기다리는 학생들, 학부모, 교사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무서운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원하지 않는 결과를 감당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방관이라는 동조를 택한 대가인지도 모르지요. 모두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마의 2010년에는 이명박 대통령이나 공정택 교육감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을 것입니다.
  일제고사나 국제중 설립이나, 막기 위해선 언제나 그렇듯 보다 많은 사람들의 힘이 필요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거부할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길 바랍니다.


(이하 구체적인 제안과 계획서 등은 보안 관계(?)상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