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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에 노무현이 죽었다는 문자가 와서, '오늘 만우절이었나'하는 생각을 했는데,
곧 켜본 컴퓨터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자살... 그런 내용들이 연이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뭐 노무현을 애도하냐 마냐 이런 이야기는 접어두겠다.
나는 여하간 이명박 대통령이나 전두환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그 죽음을 애도할 뜻이 있고,
그보다야 좀 많이 나은 사람인 노무현 대통령을 애도하는 데 대해서 별 거부감은 없다.

그리고 그가 뭐 진보를 표방하면서 신자유주의를 주도한 인물이었다거나, 비정규직법안이나 한미FTA나... 이세남 열사 등에게 한 말들이나... 뭐 그런 것들을 이야기하며 노무현 개인을 비판하며 날을 세울 의도도 없다.
그렇다고 민주주의의 초석을 쌓았다... 검찰-대통령 유착 관계를 끊고 무소불위의 왕 같던 대통령직을 낮춤으로써 민주주의에 기여했다... (근데 국가보안법은 제발 좀 폐지해주지;; 하는 아쉬운생각은 든다. 열우당과 노무현.) 이런 긍정성들을 부각시키고 싶지도 않다.
노무현 씨의 죽음에 있어서는, 별로 의미가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그 소식들을 들으면서 처음에 든 생각이 "짜증"이라는 것은 고백해야겠다.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죽으면 안 된다.

대통령은 살아서 자기 정치에 대해 평가받고, 욕 먹고, 아니면 지지를 받고, 그런 것들을 받아내면서 살아야 한다.

그게 한 사회의 대통령으로 수많은 정치의 최고책임자로 있었던 사람이 져야 할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 한창 이런저런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마당에,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 임기가 끝나고나서 또 그 이후에 두고두고 평가받으며 공과를 논의당해야 할 대통령이,
이렇게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건...
솔직히 이 땅에 속한 한 정치적 인민인 나의 입장에선 짜증나는 일이다. (슬픔과 짜증이 동시에;;)

아무리 표적수사니 비리가 아닐 수도 있다느니 하더라도 (비리가 없더라도 도덕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건 노무현 대통령 본인도 인정한 일이다.)
노무현 씨는 결국 이렇게 자살을 택함으로써 평가받기보다는 추모받고 동정받고 기려지는 대통령으로 남겠지. 그게 대세겠지...

이 죽음은 전 대통령의 자살이 아니고 그저 노무현 씨의 자살이라고 해야만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정치인 노무현'의 죽음이거나.
노무현 씨가 자기 목숨을 끊음으로써 미친 영향은 대단하다.
수사를 받으면서 힘들어서 목숨을 끊었다는 이야기를 믿지 않는 것은 아니나,
거기에 정치적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도 생각되지 않는다.
죽음을 통해서 수사를 종결시키는 것이든 정치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든
자기에 대한 평가나 국민적 감정을 움직이는 것이든...


여하간에 노무현 대통령은 이렇게 죽으면 안 되었다.
삐딱하고 매정한 말일 수도 있지만, 그래서 나는 노무현 씨의 죽음을 마냥 애도하기가 어렵다.
우선 안타까워하고 애도할 수는 있고, 그러고 있지만...

적어도 한 국가 정치의 최고책임자라면, 그런 사람이 되었다면, 더 많은 각오와 책임감이 있길 바라는데.
아, 물론 뒤집어서 말하면 노무현 개인을 그렇게 죽음으로까지 몰아붙인 표적수사와 검찰과 이명박의 문제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노무현 개인과 노무현 대통령 둘의 구별이랄까 그런 문제는 계속 제기되어온 거긴 하지만...






p.s.노무현 씨의 자살로 다른 것들이 묻히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도 약간 하면서.

p.s.2. 사실은 나도 내 삶의 일부인 내 죽음은 가능하다면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씨의 모습에서 나는 내가 되고 싶은 어떤 모습을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p.s.3. 화물연대 박종태 열사가 죽었을 땐 그리도 무덤덤하게 보도하던 언론들이... 속보를 쏟아내고... 추모행렬이 이어진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인지도와 박종태 열사에 대한 인지도는 천양지차이긴 하지만... 참 슬프다. 한 해에도 몇십, 100명이 넘게 입시경쟁과 성소수자 차별, 학교의 폭력 등등의 이유로 죽음을 택하는 청소년들을 생각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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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꼬(GO)~블로그 | 2009/05/25 02:08 | DEL
노무현 정권, 막연한 기대로 출발해 도처에 배신을 보여주며, 초라하게 막을 내렸다. 누군가는 "노무현이 이명박의 아버지다. 그래서 노명박이다"하고 부르짖는다. 노무현의 죽음에 슬퍼하는 이들에게 할말은 "이성을 되찾으라"다. 노무현이 한 '짓'들이 그가 다른 이보다 비교적 덜 했다고 용서될 일들이었던가? '사이비 진보' 노무현의 반사이익으로 권력을 거저주은 이명박. 그의 득표율은 사상 최고였으나, 그의 지지도(투표율 대비 득표율=약 20%)는 사상 최..
Tracked from 언저리에서 거닐다 | 2009/05/25 19:01 | DEL
공간이 여의치 않아 길게 쓰진 못하겠지만 짧게 정리하자면 노무현의 죽음은 애석하지만 그로써 노무현은 두번 죽어야만 한다. 그 두번째 죽음은 우리가 그에게 선사해야만 하는 죽음이다. 그의 죽음의 '정치성'이 우리에게 충격을 안겨주는 것만큼이나 그 '정치성'을 걷어내기 위하여, 그의 정치적 선택이 야기한 은폐를 걷어내기 위하여 법치와 민주주의를 위하여 그는 한번 더 죽어주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의 죽음은 그 정치성으로 인하여 숭고해 보이지만 우리는 그..
꿈틀꿈틀| 2009/05/25 01:5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제 마음을 그대로 정리한듯 말씀들을 써주셨네요.
특히 박종태 화물노동자의 죽음에 무관심했던 언론에 대한 말씀은 극공감합니다. 근데, 그 무관심이 언론만의 문제가 아님이 더욱 더 서글프게 합니다. 일반인에게도 충분히 알려졌지만, 그의 죽음을 알아보려하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었죠.
이렇게 냉정하던 사람들이 노무현이란 유명인의 죽음에는 180도 다른 반응을 보이는건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수없습니다. 군중심리라고 밖에 볼수가 없어요. 특히 연애인의 죽음에 대해선 거의 광적이죠.
공현 | 2009/05/25 18:14 | PERMALINK | EDIT/DEL
뭐 아무래도 인지도 차원에서 급이 다르니까... 별 수 없다고 생각은 합니다. 대통령과 일개 노동자는... 그러나 노무현 씨의 죽음에 대해서 "인간이라면" 애도하고 슬퍼하라고 하는 분들이 내세우는 휴머니즘이... 과연 얼마나 평등한 휴머니즘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묻히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구요.
기묘| 2009/05/25 02:18 | PERMALINK | EDIT/DEL | REPLY
노무현의 죽음으로 상당히 감정적으로 변해버린 사람으로써, 대선당시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권영길을 선택했던 사람이지만, 정치적인 의도가 어떻고 저떻고를 떠나 노무현이라는 정치가는 서민들이 표상화했던 사람으로 많은 사람들이 충격에 빠져있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서 박종태 열사 등 다른 자살에 대하여 말씀하셨는데, 역시나 마이너한 죽음에 대해 관심조차 안갖는건 조중동이고, 역시 노무현의 죽음또한 그 실체보다는 대충 얘기하고 넘어가는 것도 조중동이죠. 하도 참담한 기분에 한잔 걸친터라 감정적으로 격양되어 있는데, 굳이 이런 까칠한 글을 올리시는 이유도 이해가 안되네요. 과연 본인이 자살이라는 걸 선택한다면 정치적 의도라던가 그런 걸 우선 생각하셨을 지, 자살이라는 행동이 그런 이성적 판단하에 이뤄질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지, 여러 사람들이 안타까워 하고 슬퍼하는 어떤 공인들의 죽음에 대해 과연 군중심리라고 쉽게 치부하지 않느냐는 비판에는 어찌 생각하실 지, 혹은 그게 군중심리라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정적 동의를 얻어낸다는 것이 과연 작은 의미인지 생각해보는 건 어떠신지요. 님도 꽤 까칠하신 것 같은데, 저또한 앞서서 말씀 드린 것처럼 상당히 감정적인 상황이고, 사실 그의 죽음에 대해 어떤 진보/혹은 보수적인 해석들도 왕 짜증이 나는 터라 까칠하게 답할수 밖에 없네요.
기묘| 2009/05/25 02:26 | PERMALINK | EDIT/DEL | REPLY
결혼식을 가면 인사치레라도 신부에게 "어머 ,몰라보게 예쁘네" 라던가, 그녀와의 즐거운 추억담을 얘기하는 것이(내가 여자다 보니, 신부친구인 경우가 많아서 이렇게 예를 듭니다. 하필이면 오늘도 친구 결혼식을 다녀오는 터라) 인지상정이 아닐까요? 참, 한사람이 죽었는데,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짜증"이라니, 그러면서 정치적 의도는 운운하고, 노무현의 공적의 여부를 가리지 않겠다는 건 또 모순 아닙니까?
공현 | 2009/05/25 18:17 | PERMALINK | EDIT/DEL
저는 제 입장이 그렇게 뭐 '진보적'이나 '보수적'인 해석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뭐.
네 저는 자살이 상당히 이성적인 판단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정과 이성이 그렇게 분리된다고 생각하지 않기도 하지만, 자살의 동력은 감정이 많이 차지하더라도 그 행동과 선택에는 여러 가지 예측과 이성적 판단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죽음을 결심하면서 죽은 이후의 상황들을 상상하고 그려보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결혼식 비유에 대해서는, 저는 결혼식에 가서 기분 안 좋고 지루해하는 표정으로 앉아 있는 게 보통이라서 뭐라 답해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정치적으로 결혼 제도에 비판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혼이라는 선택을 마냥 비난하는 건 온당하지 않다고 생각해서요. 뭐 별로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까칠하게 말하기도 하죠. 저는 '인지상정'을 벗어난 사람인가 보네요;;
공현 | 2009/05/25 18:21 | PERMALINK | EDIT/DEL
<죽음의 정치적 의도>와 <살아 있을 때의 정치적 공적여부>를 가리지 않겠다는 말은 전혀 모순이 아닙니다.
제가 쓴 이 글은 노무현 씨가 살아생전에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대통령, 어떤 정치인이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노무현 씨의 죽음을 애도하거나 추모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과 전혀 다른 맥락입니다. 어떻게 산 사람이건 추모할 수도 애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노무현 씨 정도의 삶이면 충분히 많은 사람들의 애도와 추모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노무현 씨의 삶의 일부 중 '죽음'에 대해서는 그렇게 쉽게 끄덕일 수 없다는 겁니다. 이 죽음에서 일종의 무책임 또는 정치적 회피 같은 게 읽히기 때문에요... 살아서 온갖 좋은 일 안 좋은 일과 부딪치고 자기에 대한 평가와 반성, 격려 등과 부딪쳐가며, 그렇게 자기의 정치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되길 바랬던 기대와 안타까움도 있습니다... 최소한 김대중, 노무현 전대통령들은 전두환 노태우처럼 무개념하게 과거를 쌩까지도 않고, 이승만처럼 해외로 도망가지도 않고... 그렇게 살길 바랬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선택한 죽음이라는 행위에서, 대한민국 사회에 사는 한 인민으로서 짜증을 느끼는 겁니다.
ㄹㄹㄹ| 2009/09/19 09:3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사람이 죽었는데 "짜증" 이 납니까?

집에서 기르던 개가 죽었다고 "짜증"내는 인간은 인간말종이라고 불리웁니다.
공현 | 2009/09/19 11:47 | PERMALINK | EDIT/DEL
네, 안타까운 동시에, 짜증이 났습니다.
일단 제가 친하게 알던 사람이 아니라서 그렇게 진정성 있는 슬픔이 일지는 않았지만요.

죽음을 애도하지 않고 "잘 죽었네"라고 하며 묘를 파헤치네 어쩌네 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죽음이라는 사건에 대해 짜증이 일었다는 것 자체가 '인간 말종'이라고 평가할 근거인 것 같진 않습니다. (전 애초에 죽음이 그렇게까지 특별한 사건이인지도, 철학적 차원에서는 좀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노무현 씨 생전에 말한 "죽음은 안타깝지만 이제 분신으로 투쟁하는 시대는 지났다."를 패러디하자면,
-> "그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한때 대통령이었던 사람의 이런 식의 죽음에는 짜증이 난다 / 바람직하지 않다" 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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