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공청회 갔다 와서 : 학생인권조례 반대는 인종주의 (??????)

공현 2010. 1. 21. 12:13

레쓰가 찍은 사진.


- 학생인권조례 공청회에 갔다 왔다. 1월 19일 화요일, 경기도교육청.


- 4시간이나 앉아 있었더니 매우 힘들었다;;


- 들으면서 들었던 생각 1
:  일단 몇몇 패널들의 경우 학생인권조례 초안을 꼼꼼히 읽은 건지 잘 모르겠다.
예컨대, 어느 패널은 학생인권조례 전반을 지지한다면서도, 학생인권조례 안에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내용도 명시되어야 하지 않나 라는 식의 발언을 했는데
실제로 이미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초안 4조 3항에는 "학생은 인권을 학습하고 자신의 인권을 스스로 보호하며, 교사 등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그걸 실현할 방법은 인권교육이면 되는 것이고...
이런 류의 내용들이 패널들 발제 중에도 꽤나 많았다. 좀 제대로 읽고 하자구 -_-;



- 들으면서 들었던 생각 2
: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얼마만큼의 지지를 보내야 할까?
사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는 곳곳이 타협의 산물이다.
두발복장규제 부분이나 집회의 자유 등에서는 특히 두드러진다.

제12조(개성을 실현할 권리) ① 학생은 복장, 두발 등 용모에 있어서 자신의 개성을 실현할 권리를 가진다. 특히 학교는 두발의 길이를 규제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학교는 정당한 사유와 제19조의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학교의 규정으로써 제1항의 권리를 제한할 수 없다.

제17조 (의사 표현의 자유) ② 학생은 수업시간 외에는 평화로운 집회를 개최하거나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다만, 학교의 장은 교육목적상 필요한 경우 집회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정한 조건을 부가할 수 있다. 

12조는 일부러 양면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만들어진 조항이다.
순수하게 논리적&인권적으로만 해석하면, '두발복장의 자유는 보장된다. 특히 학교에서의 길이 규제는 확실하게 금지한다." 즉 두발복장의 완전한 자유를 선언하고, 그 중에서도 문제점이 심각한 사안인 길이 규제를 특별히 명시한 걸로 볼 수 있다.(경기도 학생인권조례가 초안대로 만들어진다면, 우리는 이렇게 주장하며 써먹을 거다.)

그러나 부정적인 방식으로 해석하면 이 조항은 두발복장의 완전한 자유화가 아니라 두발길이만 자유화하되, 그 외의 조항에 대해서는 학교가 민주적 절차를 밟아서 제한 규정을 둘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현재 차지하고 있는 지위를 생각하면 이런 조항은 결국 두발복장규제를 정당화해주는 내용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어쨌건 두발길이 자유를 확실히 명시한 것만으로도 논란이 이는 조항이지만 -_-

17조도, '수업시간 외'로 명시한 것은 사실 집회의 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이다. 학생들은 수업시간에도 집회의 자유를 당연히 가진다. 다만 수업을 빠짐으로써 생기는 개인적 불이익(결석처리, 수업 내용을 듣지 못함 등)을 감당해야 할 뿐이다. "교육목적상 필요한 경우... 일정한 조건을 부가할 수 있다." 와 같은 내용도 집회의 자유에 대한 법률 외의 부당한 제한을 정당화해주는 것이다.

이 조항은 다만 학교 안에서 수업시간 외에 평화적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 자체가, 학내 시위/집회 자체를 불온시하는 현재 학교 실정에서는 커다란 진보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그밖에는 뭐 "제15조(정보의 권리)  ① 학생 또는 보호자는 학생 본인에 관한 학교 기록을 언제든지 열람할 권리를 가진다." 정도만 뺀다면,(왜 보호자가 언제든 열람할 수 있는 거임?) 크게 불만스러운 조항은 없는데...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초안에 드러난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정세와 전선상 적극적으로 비판하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 좀 짜증나는 일이다. 뭐 경기도 학생인권조례가 초안 내용대로만 제정되면 그 자체로도 훨씬 낫긴 하겠지만. 이번 공청회에 나왔던 개그 발언 중 하나를 인용하자면, "마시멜로를 한 입에 먹지 마라."?????




- 들으면서 들었던 생각 3
학생인권조례 반대는 인종주의다.(笑)
그날 토론회에서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하는 패널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이 '미성숙'이었다. 특히 뭐 학교운영 참여나 교육정책에 의견 반영이나 두발복장 자유 등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그랬다.
(예컨대 이런 기사도 그렇고 )
그런데 생각해보자. 이미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는 학생인권조례에 보장된 내용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독일의 예를 들면, 독일은 초등학생 때부터 학교운영에 학생 대표가 참여한다고 알고 있다.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때의 차이는 대표 수의 차이 정도?
그렇다면 왜 유럽 미국 등지에서는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일인데 한국의 청소년들은 특별히 '미성숙'해서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인가?? 한국의 청소년들이 특별히 국민성이 저질이고 지능이 떨어지거나 발달이 느리다는 말밖에는 되지 않는다.
(한국 실정은 외국과 다르다...는 류의 말이 1-2회 나왔으나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뭐가 어떻게 다른 건지 언급된 건 '입시경쟁'밖에 없었다. -_- 결국 "한국 실정은 다르다"라고 참 쉽게 말하지만 구체적으로 뭐가 다르고 그게 어떻게 연관이 되는지 논증한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면 한국의 청소년들이 특별히 지능이 떨어지거나 발달이 느린 사회적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면, 이는 매우 인종주의적이거나 지역주의인 발상이다.
한국인은 열등해서 청소년들이 다 미성숙해요 우와아아앙??
아니면 유럽에서는 물이 좋아서 청소년들이 빠르게 성숙해지는 것인가?!?!?!
(사회적 이유로 설명 가능한 경우에도, 그러한 사회적 이유를 바꾸도록 노력하자는 게 결론이어야 하지 참여시켜선 안 된다가 결론이 되진 못한다.)





- 좀 더 힘을 내서, 학생인권조례에 들러 붙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