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들어온꿈

미성숙한 사람들만이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살 수 있습니다. ( 섹스북에서 )

공현 2010. 4. 12. 15:53


이건 분명 언짢고 신경 거슬리는 일입니다. '그런 일을 하기에는, 또는 그런 생각을 하기에는 아직 어리다'는 얘기를 안듣고 지나가는 날이 없으니 말이죠. 어른들은 여러분에게 날마다 그런 말을 하지요. 그리고 거기에 대해 여러분이 의문을 제기하면 해당되는 법조문까지 증거로 제시하면서, '여기 이렇게 적혀 있기 때문에 어른인 우리는 이 일을 해도 되지만 청소년인 너는 아직 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합니다. 어른들은 그걸 '청소년 보호'라고 부르며 그런 법조문은 '미성년자 보호법'이라고 부릅니다. 부모와 청소년기의 자녀들은 서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며 자주 입씨름을 벌입니다. 이때 부모님 쪽에서는 자신들의 권리를 '부모로서 자녀를 돌보고 보살필 권리'라고 설명하고, 자녀 쪽에서는 '부모의 폭력'이라고 비난합니다. 이들이 폭력이라고 말할 때는 물리적, 정신적 폭력을 통틀어 글자 그대로 '폭력'을 의미하지요. 비상시엔 부모님이 정말 물리적 폭력을 가하기도 하니까요.

어른들은 물론 청소년들을 성적인 면에서도 통제하고자 합니다. 성적인 것을 청소년에게 허용한다면 어떤 것을 어느 정도 허용할 수 있을 것인가가 또 문제죠. 그러나 어떤 일을 '금지'하는 것은 어른들이 청소년들을 복종하도록 통제할 수 있을 때, 또 말을 안 들으면 처벌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하지요. 이 점에서 오늘날 도덕 교육가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방법을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중략)

"우리는 이 문제에 관한 한 지극히 일반적인 규범을 따르고자 합니다. 모든 종류의 천박하고 부도덕하고 도가 지나친 정열에 대해서는,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거나 아니면 직접 맞서 싸우는 방식으로 애초부터 그 싹을 잘라버려야 합니다."

이것은 1858년에 당시의 영향력 있는 어떤 교육자가 작성한 글입니다.어떤 정열의 싹을 질식시켜야 한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더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든지 이해할 수 있겠지요.

"사춘기에 발생하는 양성간의 성행위는 자위행위와 유사한 동기를 갖는다. 외형적으로는 그 행위가 헤테로섹스의 기본적인 인식에 근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두 사람이 함께 자위행위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기계적인 성욕해소방법에 불과한 것이다."

이것은 1979년에 역시 이름 있는 교육자가 발표한 내용입니다. 바이어른 카톨릭 주교회에서 발표된 이 글을 쉬운 말로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춘기의 소녀와 소년이 성행위를 하는 것은 자위행위를 할 때와 비슷한 이유에서다. 겉으로는 두 사람이 진정으로 서로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행위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마스터베이션을 하고 싶은 자동적인 욕구를 둘이 함께 푸는 것일 뿐이다." 청소년들의 애정에 대한 욕구를 완전히 무시하는 발언이지요.

  (중략)

여러분이 어른이 되었을 때 어떤 유형에 속하게 될지는 여러분이 '철없는' 첫사랑의 경험에 편을 드느냐, 그런 따위를 거부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정의롭지 않은 일에 대한 분노, 거짓말과 사기에 대한 혐오도 역시 '미성숙'에 속하는 표현입니다. 세상에서 '성숙한 사람'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필요에 따라서는 부정행위에 동조하고 거짓에 눈을 감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우리 사회에서 성숙한 인간으로 간주되는 사람들은 흔히 생명력을 잃어버린 사람들입니다. 미성숙한 사람들만이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살 수 있습니다. 이 '미성숙' 쪽으로 자신의 삶을 결정한 사람들은 나이가 든 뒤에도 이제까지의 인습을 뒤흔드는 항상 새롭고 놀라운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섹스북』(귄터 아멘트 지음. 이용숙 옮김. 박영률출판사) 에서 발췌






근데 이 책에서 아주 옛~날에 발췌해둔 거라서 몇 페이지에 있던 건가는 찾을 수가 없네요;;;
그 책 자체도 지금 다른 사람 줘버렸고...
절판돼서 새로 살 수가 없어요 ㅠ_ㅠ


사실 결국 "성숙"한 것은 더 우월하고 "미성숙"한 것은 더 열등하다는 관념 자체가,
그 '성숙'과 '미성숙'을 구성하는 내용들이 대체 뭔가 꼼꼼히 살펴보면 뒤집히기 쉽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 이야기하기도 하죠. 결국 모든 인간은 미성숙할 뿐이고, 살아가는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어떤 사람은 성숙한 사람이 되고 어떤 사람은 미성숙한 사람이 되는 것은 권력의 문제라고.